-
-
플라톤의 네 대화 편 - 에우티프론, 소크라테스의 변론, 크리톤, 파이돈 ㅣ 헬라스 고전 출판 기획 시리즈 3
플라톤 지음, 박종현 엮어 옮김 / 서광사 / 2003년 4월
평점 :
소크라테스의 죄목은 신을 모독하고(불경건죄) 젊은이를 타락시켜 버르장머리 없게 만든 것이었다. 기소당한 그는 에우티프론을 만나 '너 [경건함]을 잘 안다는데 한번 들어보자'고 한다. 의기양양 에우티프론. '그거, 신들이 좋아하는거.' 이런 단순한 대답을 내밀었다가 소크라테스식 문답에 걸려 박살이 난다. (에우티프론)
결국 기소자들은 열받아서,배심원들은 소크라테스가 꼬셔서 사형을 선고하고 만다. 얼마든지 선처를 호소할 수도 판결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았음에도 그는 젊은이들에게 가르친 문답법이 아테네인의 비위를 상하게 하고, 아무 의문없이 받아들여오던 종교적 관념도 도전했음을 시인한 셈이 됐다. 그는 그것이 자신의 모습이고 그걸 포기할순 없다고 한다. (소크라테스의 변론)
원칙(logos)을 존재의 또한 영혼의 이유로 삼기에 죽음앞에서 굴할 순 없다는거다. 원칙과 여태껏 가르쳐온 자기 철학을 죽음으로 사수한 사람이다. 그가 꼭 죽어야 했나 의문스럽기도 하다. 혹 살아남아서 더 많은 사람을 가르쳤으면 그리스가 더 오래 번영하고 로마보다 더 큰 강국이 될 기회가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진리는 그런 공리적인 건 아닌것같다. 그가 자신의 로고스를 굽히고 살아남았다면, 그의 철학은 소피스트의 주장쯤인 궤변이 되고 말았을지 모른다.
소크라테스는 그의 죽음으로, 神託대로 아테네사람을 괴롭히는 등에의 역할을 죽어서까지 하게 됐다. 얼마나 오랫동안 이 죽음으로 아테네인들은 비웃음거리가 되었는가. 그의 죽음은 아테네에 대한 유죄선고가 되었다. 때로 죽음이 살아남은 자의 잘못을 깨닫게 할때가 있다. 하지만 요즘은 목숨이 귀하지 않은 때문인지 너무 쉽게 죽고, 너무 쉽게 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