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의학의 위기
멜빈 코너 지음, 소의영 외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1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현대의학이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고 한다. 의료인 스스로와 대중이 모두 속아 더 깊이 위기에 빠져들어가고 있다. 코너는 잘못된 수련과정이 환자를 [귀찮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로 보게 만든다고 말한다. 수술은 부적절하게 많이, 간혹은 실험적으로, 시행되고 있으며, 정신 질환은 환자에 대한 사회적 지지의 기반 없이 약물에만 의존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중은 이런 의학이 그들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 것으로 믿고 있다. 새로 개발된 약은 [마법 탄환]처럼 모든 질병을 말끔히 청소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이런 약은 실제는 없다. 모든 질병이 이제 유전자 치료로 해결될 것 같은 희망을 심어주고 있지만 도리어 유전자 치료는 우생학의 모습을 띠며 손쉽게 치료할 방법을 방치한 채 어려운 치료방법만을 제시한다는 것이 진실이다. 사회가 건전할 때는 의학적 도움 없이도 행복하게 늙어 죽을 수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점점 더 이 믿을 수 없는 이 사기에 중독되고 있다.

현대의학은 그래서 자원의 낭비다. 불필요한 곳에 과도한 재정이 낭비되고 있다. 살릴 수 없는 환자의 연명을 위해 집중치료실에서는 하루에 수백만원 이상의 치료비가 쏟아 부어지는 동안, 병원 밖에서는 기본적인 진료 혜택도 없이 마약, 굶주림, 감염으로 수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무언가 잘못되었다. 코너는 그 대안으로 사회 보건적 투자와 자원의 효용성에 따른 재배치로 더 많은 사람을 살리자고 한다. 과연 그것은 가능한 대안일까?

그렇다면 현대의학은 그 자신이 불치의 병이다. 이런 현대의학의 문제점들이 해결의 돌파구를 찾기에는 너무 많은 장애가 있다. 많은 사람의 이익이 이런 부조리를 보호하는데 쓰이고 있고, 대중들의 근시안적인 자기본위적 생각이 의료를 고가에 구입하는 사치품으로 여기게 하고 있다. 코너는 이런 어려움을 넘어서기 위해 먼저 현대의학이 심각한 병에 걸렸음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한다. [건강한 사람에겐 의사가 필요 없고 환자에게야 의사가 필요하다]는 말처럼 자기 병을 인정하는 것이 치료의 시작이니까. 아직 이렇다할 치료법은 없지만, 지금은 이 정도로 만족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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