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연초
요시다 겐코 지음, 채혜숙 옮김 / 바다출판사 / 2001년 1월
평점 :
품절


도연초는 정보를 주기보다는 즐거움을 주는 책이다. 최근 많이 읽히는 책은 정보전달이 주목적인 경우가 많다. 돈 버는 법, 건강하게 사는 법, 아이의 육아, 심지어 수양하는 법까지. 사람들은 정보를 원하고 또 그런 책들이 잘 팔린다. 도연초는 ' 특별히 하는 일도 없고 무료하고 쓸쓸한 나머지 ...상념들을 두서없이' 적은 글이다. 7세기전의 일본 승려의 글이 우리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것은 그의 글이 시대를 뛰어넘는 인간 삶에 대한 해안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도연초는 700년전보다는 지금 필요한 책인지도 모른다. 겐코는 당시 일본황실에서 승지의 벼슬에까지 올랐다 출가한 사람으로 바쁜 생활, 꽉 짜여진 계급체계,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출가하여 여유롭게 세상을 보며, 자연을 즐기고, 삶을 기뻐하는 수필을 쓴 것은 오히려 2002년 출퇴근, 직장상사, 야근으로 삶을 흘러보내는 우리를 위한 것처럼 보인다.

도연초는 나중에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다. 그는 인생의 수양을 미루는 것 만큼 어리석은 일이 없다고 말한다. 병자가 자신의 병세가 깊어 가는 줄도 모르고 죽음을 맞듯이 우리 인생도 죽음의 의미, 인생의 뜻, 삶의 환희를 찾지 않고 산다면 후회하게 된다는 뜻이다. 나이가 든 후 정보를 주는 책이 더 필요 없어지고, 바쁜 생활이 모두 끝나 할 일 없어졌을 때, 그때는 되집어 보며 살 인생이 얼마남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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