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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란 무엇인가 ㅣ 까치글방 133
E.H. 카 지음, 김택현 옮김 / 까치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카가 본 인간역사의 미래는 그리 밝은 것만은 아니다. 비관주의적 역사전망이 득세하는 현재의 관점이 어느 정도 객관적 살득력을 갖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에게 역사란 인간 이성의 발전이며 인간의 이성은 과거에 항상 그러하여 왔듯이 이번에도 20세기말의 위기를 극복하여내고 인간의 인간다움을 달성하리라고 믿고 있다. 인간의 인간에 대한 이해의 발전과 비이성의 극복이라는 과거로부터 도도히 흐르는 물결이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는 인류가 참 인간이 되고자 하는 그 의지를 완성하고 말 것이라고 내다본다. 비록 인간을 착취하는 개인과 국가가 한동안은 위세를 떨치는 듯해도 그 아래 고통받던 인간들이 이런 흐름을 극복해내 온 것이 지나간 역사의 교훈이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비록 프롤레타리아의 타락이 마르크스의 예언을 지연시켰다 할지라도 경제 식민지의 인민들이 일어설 것이라고 내다본다. 그 이유는 고통받는 인간의, 고통을 벗어버리고자 하는 의지와 결합된 이성은 언젠가 그 숨길을 만들어내고 말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나는 인간의 이성에 대한 엘룰의 견해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었던 것 같다. 그의 기술에 대한 혐오와 인간성에 대한 기술의 압도는 카의 이러한 이성에 대한 믿음을 무색하게 하는 것이다. 인간 이성의 산물이기는 하나 기술은 이성의 한계를 이미 벗어나 스스로 자라고 팽창하고 있다. 이런 기술의 자율적 지배력을 무력화 시키지 못하므로 이성은 카가 말하는 인류의 향도성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 그의 종말론적 전망이다.
현재의 세계는 어떠한가? 자본주의는 세계를 모두 집어삼킨후 커다란 배앓이로 휘청거리고 있다. 한번도 머리를 맞대어본적이 없던 세계 재무장관이 협력을 위해 모여앉았고, 자본주의하는 괴물의 고삐를 움켜쥐고 있다고 자신하던 미국마저 그 포악스러움 앞에 공포에 질려 뒤로 물러섰다. 공황은 사실 장난같은 한 두 나라의 파산이나 환율폭등으론 끝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인간의 이성을 믿을 것인가? 그 이성은 땜질이 아닌 다른 종류의 혁명을 가져올 힘을 어디에서 얻을 수 있는가?
나의 믿음, 즉 내가 근본하고 사는 행동의 동인은 이 일에 대해 무어라 말하는가? 움츠리고 주위의 눈치를 보며 참호안에 숨으라고 하나? 아니면 이제 이 와중에 복지의 혜택에서 난민으로 밀려나게 될 수 많은 병든 자들을 위한 어떤 방법을 모색하라고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