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인간 1 - 3판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03
랠프 엘리슨 지음, 송무 옮김 / 문예출판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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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나는 내가 거의 사람들을 바라보지 않는 것을 알았다. 물론 서로 쳐다보면 무안하고 또 괜한 오해를 살까봐 그런 것도 있지만 우리 사회는 언젠가부터 서로를 쳐다보지 않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사실 서로를 주시하지 않는다면 서로를 존중하기 어렵다. 보지 않기에 서로에게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되어가는 사회. 그리고 보이지 않는 상대이기에 서로 무례하게 되고, 따뜻하게 말을 건내기도 힘들어진다. 문득 지나는 사람들을 실례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얼굴을 보게 되었을 때 양보와 존중이 쉬워지는 것 같다. 사랑이라는 것은 보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외면은 그 뜻이 얼굴을 피하여 보지 않음이니까.

왜 서로를 보려하지 않을까? 미국 생활을 하며 흑인들이나 히스패닉들을 잘 보지 않았는다는걸 안다. 나에게는 백인들만이 보였고, 그래서 무얼하든 그들 백인은 고려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막상 그들에게는 나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놀랐었다.  나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있는 대상은 눈치를 보고 그 행동이나 얼굴에 나타난 감정등에 관심을 갖지만, 나를 좌우할 수 없는 상대는 주시하지 않고 지나치게 된다. 이것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무시나 거절이 아닌 아예 보지 않는 것. 자신의 고려나 생각의 대상으로 떠오르지 않게 되는 것. 사실 이것이 가장 나를 힘들게 하던 미국 생활의 일면임에도 그것을 설명하지 못하다 이제 고국에 돌아와서야 그 일의 정체를 알게 된 것이다. 

어쩌면 우리사회의 고급 옷과 섹시함, 튀는 문화의 원인에는, 사실은 자신을 보아달라는 아우성이 포함되어 있는지 모른다. 아무도 나를 보아주지 않는 세상에서 사람들의 눈을 끌고 싶은 욕구. 더 많은 사람과 어울려 살수록 더 나를 보이지 않는 사람 취급하는 사람들만이 늘어감에야 이런 일들을 이해해 줄 수 없으랴..

친절이란 사실 상대를 인간으로, [보이는] 인간으로 여기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이다. 우리가 못 보는 이유에는 또 한편으로 나와 다른 존재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피부색이 그러하듯 나와 다른 존재에 대한 거부감. 다양성을 인정하려 들지 않기에 더욱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이다. 상대를 좀비로 혹은 꼴통이라는 인간성이 없는 존재로 취급하는 것. 우리 사회는 서로의 얼굴을 기억치 않는, 기억할 필요가 없는 곳이 되어가고 있는것일까. 나는 의견을 가지며, 있는 존재로 취급해 주기를 원하는 인간이다. 내가 오늘 스쳐갈 수많은 사람들도 또한 스스로를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여기 사람 있거든요!] 그것이 지나간 촛불의 의미였을까. 어쨌든 이제부터 나는 볼 것이다. 모든 한사람 한사람을, 마음을 두어, 무표정하지 않은 얼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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