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도로 가는 길
앙드레 말로 지음, 김붕구 옮김 / 지식공작소 / 2001년 5월
평점 :
절판


말로의 이후 작품 [인간의 조건]이 다양한 인간군상들의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한 노력들을 보였다면 [왕도로 가는 길]은 프랑스인 혹은 작가 자신의 산다는 것의 의미에 대한 생각들을 피력한 소설이다.  

작가 혹은 주인공에게 [삶이란 무의미에 대한 도전]으로 이해된다. 첫째는 밀림과 곤충으로 대표되는 수동적이나 어마어마한 규모의 자연에 대한 도전이고, 둘째는 원주민으로 나타나는 적대적이나 인간의 힘과 지혜로 극복할 수 있는 타인에 의한 도전, 셋째는 적대적이며 파멸로 이끄나 저항할 수 없는 죽음에 대한 도전이다. 인간이라는 것이 인간의 주어진 조건에 의해 이미 결정나 버렸다면 인간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노력은 과연 무슨 의미를 지니는가? 말로가 생각하는 인간의 조건이 이것이다. 인간은 불가항력적 조건에 의해 죽음을 의미있는 것으로 만들려고 하는 존재이다. 성공과 부, 명성 혹은 악명, 인간은 스러져갈 자기 존재에 대한 드리워진 그림자 아래 항상 살고 있으며 이것을 잊을 방법 혹은 이것을 비웃을 방법을 찾고자 한다.  

이 소설은 사실은 말로의 경험담이다. 말로 자신이 1923년 캄보디아 밀림에서 한 석상을 싣고나와 밀반출하려다 실패했었다. 이 석상,  테바다(여신)의 이야기가 나오는 [라마야나]설화에는 타인에게로부터 강탈해서라도 빼앗아 자기것으로 삼으려 애쓰는 인간의 존재악인 라마나가 등장한다. 바로 [라마야나]는 이 라마나를 진멸하려 애쓰는 신의 화신 라마의 영웅담이다. 혹 서양인들이  이 짐승같은, 원숭이를 닮아 하찮게 여기는 동남아의 토인들의 눈에 사실 약탈자 말로의 일행이 라마나의 모습으로 보이지는 않았을까? 자연과 어울리고 동료인간과 어울리며, 또 죽음과도 어울려 살아온 그들에게 프랑스적 인간의 조건 아래 사는 말로 일행은 사실 악의 화신의 재림이었을 것이다. 그들은 자연이 주는 혜택을 몰랐고 동료와의 약속의 신성함을 모르며 죽음의 그 자연스러움을 무시하는 이상한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80여년이 지난 지금, 이미 동남아에도 질서와 선에 대한 확신, 인간과의 약속에 대한 신뢰, 평범함과 평화로움에 대한 동경은 이제 모두 밀림과 함께 사라져 없어졌다. 조화를 잊고 도전 혹은 약탈로 삶을 정의하는 우리는 결국 말로일행과 동화되고 말았다. 삶에 대한 환멸과 비정상에 대한 동질감, 또 이로 인한 우월감을 느끼는 우리들. 이런 것이 무언가 멋있는 듯하고 폼난다고 여기는... 바람에 불려가는 겨와 같은 삶... 나는 무엇 때문에 아침부터 성질을 부려가며 운전을 하고, 주위사람들을 누르고 일어서야 우월한 존재로 느끼며, 아이들을 조화보다는 우월을 위한 인간으로 개조시키며 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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