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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쥐와 인간
존 스타인벡 지음, 안의정 옮김 / 맑은소리 / 2003년 3월
평점 :
품절
무엇이 친구를 하는 수 없이 짐승처럼 죽이게 했는가? 쓸모가 없고 귀찮은 존재가 되어버린 늙은 양치기개를 죽이는 일처럼, 캘리의 아내를 얼떨결에 죽인 레니에게 조지가 할 수 밖에 없었던 일.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인간의 어떠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평범한 사람이라도 때론 자기의 이해를 넘어서 남을 돕고 싶어한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이 때론 자기가 돌보던 사람을 죽일 수 밖에 없기도 하다. 이건 너무 당연한듯 일어나는 일이어서 도리어 무섭다. 과연 나는 인간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었던가? 나에 대한 허상. 나의 인내의 한계. 조지는 좋은 사람이다. 레니 같은 말썽거리 밖에는 안되는 사람을 위해 자기 형편을 제쳐두고 보살펴 주었으니까. 현명하고 책임감 강한 슬림은 인간이 어떤 것인지 아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제는 별 수 없다. 사람을 죽였다. 추행의 의심은 도망쳐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제 살인은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다.
죽이면 편안해질까? 그들은 화가 났다. 이렇게 할 수 밖에 없는가. 왜 누구에게 화가 났나? 레니를 그리로 몰아넣은 상황들? 조지에게 다른 선택은 없을까? 또 다른 도망? 아니면 농장의 꿈이 컸을까? 인간의 삶살이다. 잊고 또 살아가야만 한다. 죄라고 해야겠지. 하지만 삶살이의 고달픔이 죄라는 것을 잠깐 잊고 지나가자고 한다. 그거하나 희생시키면 모두가 편안할걸.
생쥐들과 인간들. 약하기 그지 없는 존재들. 조그만 압박에도 죽어버리는 존재. 살아가는 어려움에 영혼의 소중한 것을 지킬 수 없는 모습들. 이것은 정말... 살아가고 있는 인간의 모습이다. 대단한듯 무척이나 지고한 것을 향하는듯 하나 결국 그렇고 그런 존재인...스스로에게 화를 낼 수 밖에 없는 존재인...그런 인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