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환영 - 회화적 재현의 심리학적 연구
에른스트 H. 곰브리치 지음, 차미례 옮김 / 열화당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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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무엇을 그리기 원하는가? 그리스시대의 조각으로부터 르네상스와 18세기 회화에 이르기까지 화가들은 자신이 그리고 싶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그것은 그려지도록 결정되어 있던 이상적 풍경과 인물, 그리고 소품들과 풍속들이었다. 얼마나 실감나게 그리고 마음을 움직이게 그리느냐에 관심을 가졌고 좀더 나은 기법들이 추가되고 전수됨으로 그 세계는 더욱 풍성해졌다. 하지만 어느 순간, 있는대로 그리는 것이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님이 드러났다. 인상파의 실험과 표현주의의 등장은 화가에게 실재로는 존재하나 그림으로는 존재하지 않던 것을 그려내야 하는 일을 요구한다. 그것은 다른 빛깔일수도 다른 형태일수도 다른 소통방법일수도 있다. 이제 회화는 어느덧 소통 불가능을 꿈꾸는 자기만의 닫힌 세계로까지 치닫게 되었다.  

그림을 보는 사람은 무엇을 보기 원하는가? 즐거운 것, 근사한 것, 흥미로운 것, 놀라운 것을 보기 원했다.하지만 스스로 보기 원하는 것이 이미 문화적 학습과 전문가 집단이나 주위사람들의 평가에 의해 결정되어 있는지는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19세기의 새로운 회화의 시도가 처음에는 너무나 파격적이고 낯설어 혐오스럽게까지 느끼던 사람들이 이제는 인상파의 그림에서 오히려 즐거움을, 피카소에게서 근사한 것을 발견하고 있다. 이런 새로운 그림을 보는 방법이 어릴 때부터의 반복된 노출과 교육으로 익숙해진걸까? 아니면 정말 그것은 우리가 스스로 깨닫지 못하던 우리 안의 아름다움에 대한 내재적 경향이었던가?

곰브리치는 그림을 보는 것과 그리는 행위에 들어있는 의미들을 드러내 보여주며 어떻게 우리들이 이 과정을 겪어왔는지를 설명해 준다. 더 나아가 앞으로 어떤 그림들을 그리게 되고, 만나게 되더라도 우리들이 진행시켜 나가게 될 창작과 이해의 과정을 미리 보여준다. 우리는 그림을 통해 소통을 유지하는 범위 안에서 새로운 시도들로 우리 안에 있는 것을 표현해내는 새로운 길들을 모색해 가리라.

p.s 번역에 대해서는 미술학도로의 배경과 인지 심리학적 이해를 가진 전문가의 곱씹은 번역이 나오기 전까지는 이 정도로도 너무 고맙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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