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전쟁 같은 사랑의 기록
캐롤라인 냅 지음, 고정아 옮김 / 나무처럼(알펍) / 200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나에게 알콜 중독하면 떠오르는것은 복수가 차고 위생 상태가 엉망이며 직장도 처자식도 버린 일용노동자의 정신과 병동에서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 책은 또다른 알콜중독의 모습을 보여준다. 정상적 사회생활을 하면서 스스로의 알콜중독을 철저히 은폐한 채 자신이 일으키는 법적 문제, 사고, 직장의 어려움을 요령껏 잘 넘기며 살아가는 줄타기하는 삶을 사는 엘리트 지성인이다.

그들에게 술은 공사판의 육체적 괴로움을 덜기 위한 소주가 아닌 신분과 어울리는 고급스런 술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술이 주는 각종 혜택, 사회관계, 연애, 분위기, 기분을 맘껏 고조시키는 경험을 통해 술을 사랑하게 되는 사람들이다. 처음 와인은 이제 점차 독주로 변하고, 과시하듯 마시던 술도 이제 남들이 보면 지나치다 싶을까 몰래 먹는 술이 되어간다. 그리고 모든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피하는 공식과도 같은 쉬운 도피처가 술로 굳어져간다. 점차 다른 해결방법을 알지 못할 정도로...

이 책은 이런 알콜중독의 모습을 바로 작가 자신의 삶의 고백을 통해 통렬히 보여준다. 술이란 사실 결국 우리의 행복과 성숙과 생명을 아주 천천히 앗아가는 가장 은근한, 그래서 가장 확실한 방법임을... 지금껏 술에 대한 책 중 이렇게 솔직하고 사실적이며 라디칼한 책을 보지 못했다.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인생의 마수와 맞닥뜨린 우리의 모습을 너무나 잘 깨닫게 해 준다. 자신의 음주에 혹 문제가 있다고 어렴풋 느끼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기를 권하고픈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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