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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유령
가스통 르루 지음, 김주경 옮김, 이예나 삽화 / 북레시피 / 2023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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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유령은 정말 존재했다. 그랬다. 그는 살과 피를 갖고 실재하던 자였다'의 첫 문장으로 시작하는 오페라의 유령은 저자 가스통 르루가 실제 있었던 사건을 모티브로 쓴 소설입니다. '파리 오페라 극장', '프랑스 국립 음악아카데미', '오페라 가르니에', '가르니에 궁' 등등의 이름으로 불리는, 파리 9구에 위치한 유서 깊은 극장 건물을 무대로 벌어지는 비극적 사랑 이야기입니다. 기존 오페라의 유령은 다양한 판본이 있으나 이번 북레시피 출판사에서 국내 최초 프랑스 원전 완역본이자 첫 삽화본으로 새롭게 출간되었습니다. 소설 속 주요 장면을 생생히 그려낸 80장의 일러스트(연필화)가 소설을 읽는 재미를 더해줍니다.
오페라의 유령은 뮤지컬로도 큰 성공을 거둔 작품으로서 저 역시 김소현(크리스틴 역), 홍광호(라울 역), 양준모(팬덤 역) 버전으로 관람을 했었습니다. 웅장하면서 아름다운 배경음악과 신비롭지만 어딘가 스산한 느낌의 배경무대, 처연하면서도 절절한 비극적 사랑 이야기에 감동과 전율을 느꼈더랬죠. 소설 속에서도 팬덤이 샹들리에를 추락시켜 직원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는데요. 당시 뮤지컬을 관람했을 때 제 옆으로 진짜 샹들리에가 천장에서부터 무대까지 추락하는 모습이 연출됐던 기억이 납니다. 와, 그런 광기 어린 연출과 표현에 관람하다 날벼락 맞은 느낌을 받았던 기억도 납니다. 깜짝 놀라기도 했지만 그런 연출은 정말 상상도 못했었거든요.
다시 한번 그때의 감동과 전율을 느껴보고 싶은데요. 2023년 3월 부산을 시작으로 7월 서울에서 조승우 주연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새롭게 돌아온다는 소식입니다. 올여름 기회가 된다면 꼭 재관람해 보고 싶습니다. 어쨌든 뮤지컬이 보다 시각적, 청각적 감각에 집중된 편이라면 이번 오페라의 유령 프랑스 원전 완역본 버전은 보다 섬세한 캐릭터들의 심리묘사 및 표현에 집중된 느낌이라 심도 있게 각 캐릭터들의 마음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추악한 외모로 인해 부모에게까지 버림받은 에릭은 이와는 대조적으로 음악적 재능만큼은 천재적이었습니다. 이것은 신의 축복일까요? 형벌일까요? 추악한 외모를 가면 뒤에 숨기고 오페라 극장 지하에 숨어 유령처럼 지내는 에릭은 아름답고 순수한 가수 크리스틴을 사랑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녀에게 성악 지도를 해줌으로써 크리스틴의 기량 은 놀랍도록 발전합니다.
보통 천재적인 음악가들 뒤엔 영감을 주는 뮤즈라는 존재가 있습니다. 크리스틴과 에릭은 서로에게 음악적 교감을 나눌 수 있는 뮤즈였던 셈이죠. 다만 에릭의 소망은 더 컸습니다. 바로 크리스틴, 그녀의 사랑을 얻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크리스틴의 마음속엔 라울이라는 청년이 있었죠. 이 세 명의 삼각관계 안에서 오페라의 유령은 인간 본성의 날 것 그대로를 밀도 있게 그려냅니다. 질투, 욕망, 시기, 갈구, 집착, 광기, 고통, 동정, 슬픔 등 온갖 감정의 굴레 속에서 벌어지는 이들의 이야기는 마치 가면 뒤에 숨은 인간 본연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을 들여다보는 느낌이었습니다.
새롭게 돌아올 오페라의 유령 뮤지컬도 기대가 크지만 뮤지컬 관람에 앞서 이번 새롭게 출간된 오페라의 유령을 책으로 먼저 접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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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