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 - 그림으로 본 고흐의 일생
이동연 지음 / 창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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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꽃은 해바라기입니다. 태양을 닮은 강렬한 노란 빛깔의 색채는 어딘지 마음을 어루만지고 시선을 빼앗기게 되거든요. 물론 한 그루 우뚝 서 있는 해바라기보다 드넓게 펼쳐진 해바라기 꽃밭에서의 해바라기를 더 선호하긴 합니다. 그리고 해바라기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화가는 빈 센트 반 고흐이지요. 시중에 빈 센트 반 고흐와 관련된 자서전 및 다양한 판본의 책이 나와있습니다. 어설프게나마 알고 있던 빈 센트 반 고흐의 삶이 어쩐지 저에겐 매혹적으로 느껴져 (좀 더 제대로 알기 위해) 언젠가 꼭 읽어봐야지 했지만 좀처럼 기회가 닿지 않았습니다. 그런 가운데 만나게 된 석산 저자의 <그림으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는 제목에서부터 울림을 주었습니다. 고흐의 삶과 그의 작품세계가 이 한 문장에 오롯이 담겨있는 것 같았거든요. 더욱이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쓴 부치지 못한 편지에서 가져온 제목이라니 마음이 사뭇 애달파지기도 했습니다.



<해바라기가 피었습니다>, <둥지>, <노란 집을 빌리다>, <고흐와 고갱, 가까이하기엔...>, <스스로 택한 고독의 길>, <별이 빛나는 밤에>, <들판과 밀밭과 까마귀와 뿌리> 총 7개의 표제를 중심으로 고흐의 출생부터 사망까지 삶의 궤적이 밤하늘의 빛나는 별처럼 아름답게, 때론 아련하게 수놓아져 있습니다. 

테오에게

내게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저 별빛이 내게 꿈을 꾸게 하지.

나는 그림을 꿈꾸고, 그림은 내 꿈을 나타내고 있단다. _형으로부터

고흐와 동생 테오가 서로 편지를 주고받은 일화는 굉장히 유명합니다. 20여 년간 900여 통의 편지를 주고받았다고 하니 동생 테오에 대한 고흐의 믿음과 신뢰는 물론이고 기댈 수 있는 단 하나의 나무 같은 존재였을 겁니다. 그래서일까요? 고흐하면, 동생에게 많이 의지한 '유약한 사람'이라는 인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림으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를 읽으면서 기존에 제가 갖고 있던 편견들이 사라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고흐는 구필 화랑에서 꽤 유능한 화상으로 활약을 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비록... 첫사랑의 실연으로 몸과 마음이 부서지긴 했지만요. 

이처럼 예술가하면 사랑하는 연인을 빼놓을 수 없지요. '창작품에 영감을 주는 뮤즈'라고도 불리는 존재니까요. <그림으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에서도 고흐의 사랑 이야기가 많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그녀들은 그의 뮤즈라기보다는 오히려 고흐에게 죄책감을 안겨주기도 했고, 그를 떠나기도 하면서 상처를 주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흐는 10년 동안 유화 900여 작품과 드로잉 1,100여의 많은 작품을 남겼습니다. 그러고 보면 어떤 식으로든 그녀들 또한 고흐의 예술세계에 나름의 영향을 주기도 했을 것입니다. (생전 단 하나의 작품만 팔렸는데, 그 작품을 구매한 사람에 대한 정보도 책에 나옵니다. 지금은 최고가를 달리고 있는 고흐의 작품이지만...)

고흐하면 또 다른 유명한 일화는 고갱과의 동거지요. 과묵하지만 외향적인 고갱과 말이 많지만 내향적인 고흐. 서로 성격이 너무도 달랐던 두 사람이었기에 갈등도 깊었고, 이 일로 인해 고흐는 귀를 잃기도 했으니까요. '고갱은 화가 일을 냉철하리만큼 성스러운 소명으로 여겼고 고흐는 이런 고갱의 예술가적 신념을 존경했으며 고갱 또한 비록 성격은 맞지 않았지만 예술가로서 고흐의 천재적 자질을 귀하게 여겼다.' 서로 성격이 맞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예술가로서 서로를 인정했던 두 사람에 대한 이야기도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고흐가 자살로 생을 마감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자살보다는 '사고사'에 무게를 두고 있어 또 다른 시각을 갖게 되기도 했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누군가 까마귀를 쫓기 위해 쏜 총에 맞은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지요. 물론 어디까지나 의혹이지만 그럴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고흐는 밤하늘의 별이 되어 우리 곁에 없지만 그가 남긴 수많은 작품들은 여전히 우리에게 전하지 못한, 못다 한 말들을 전하고 있습니다. 

인생이란 걷는 것.

목적지에 도달했다 해도 또 다른 곳을 향해 걷고 또 걷는 것.

별에 다다를 때까지 걷는 것.

걷다가 걷다가 별이 되면 은하수로 흐르는 것이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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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코끼리야 - 제4회 웅진주니어 그림책 공모전 우수상 웅진 당신의 그림책 7
고혜진 지음 / 웅진주니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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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주니어 출판사의 야생에서 살아갈 때 가장 빛나는 <나는 코끼리야>는 제4회 웅진주니어 그림책 공모전 우수작입니다. "그림으로 야생에서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코끼리 무리를 보여주면서 글로는 인간에게 이용당하고 있는 코끼리로 풀어냈다는 점이 독특하게 다가왔다'라는 심사평을 받았다고 합니다. 책의 표현 기법도 판화 형식으로 되어 있어 야생에서 살아가는 코끼리의 모습이 보다 사실적으로 표현된 것 같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책은 긴 서사로 풀어내지 않았습니다. 그저 묵묵히 야생에서 살아가는 코끼리의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냈습니다. 때문에 유아그림책이긴 하지만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닙니다.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고, 깊이감과 무게감을 주는 묵직한 그림책입니다. 때문에 아이에게 책을 읽어줄 때 부모님의 설명과 아이와의 상호작용이 꽤 필요한 책이 될 것 같습니다. "네 생각은 어때?" "어떤 모습의 코끼리가 더 행복해 보여?" 등등

코끼리는 용감하진 못해도 큰 강도, 깊은 숲도 어디든 갈 수 있다. 힘이 세지 못해도 나를 지켜줄 가족이 있고 빨리 달리진 못해도 언제든 먼 여행을 떠날 수 있다. 두 발로 걷지 못해도 해보다 높은 산을 오를 수 있고 물구나무서기를 못해도 바위보다 큰 산을 내려올 수 있다. 화려한 옷을 입지 못해도 풀 냄새와 시원한 바람을 느낄 수 있다.

공 놀이를 못해도 마음껏 놀 수 있고 무거운 짐을 옮기지 못해도

친구를 도와줄 수 있어 행복하다.


야생은 약육강식의 세계입니다. 무자비하고, 무차별합니다. 코끼리는 이런 야생에서 무리 지어 이동하며 서로를 돕고, 서로 힘이 되어 줍니다. 인간에게 길들여진 코끼리의 삶은 야생에서보다는 안전할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끊임없이 인간을 위해 재주를 부려야 하고, 묘기를 부리며, 자유 없는 삶을 살아갑니다. 어떤 삶이 진정으로 코끼리를 위한 삶일까요? 이는 비단 코끼리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겠지요. 인간의 이기심으로 많은 동물들이 삶의 터전을 잃었고, 인간을 위해 희생되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시하게 되었습니다. 

비록 험난하고, 끊임없는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하더라도 동물들에게는, 코끼리에게는 인간의 품이 아닌 자연 그대로의 품에 안겨 살아가는 것이 더 행복하겠지요? 책의 첫 장을 넘기면 야생에서 살아가는 코끼리의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책의 맨 뒷장에는 온갖 묘기를 부리고 있는, 인간에게 길들여진 코끼리의 모습이 그려져 있지요. 대조되는 두 모습의 코끼리를 보는 순간 마음 한 켠이 울렁거렸습니다. 책의 제목처럼 '야생에서 살아갈 때' 코끼리는 당당하게 외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는 코끼리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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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ible Documentary Story of Barsabas Justus and the Secret Code of Mark - 바르사바 유스도 영문판
구창휘 지음, Gyu Cheol CHO 옮김 / 가나북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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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창휘 작가의 성경 다큐멘터리 소설 ‘바르사바 유스도와 마가복음의 비밀코드(The Bible Documentary Story of BARSABAS JUSTUS and the Secret Code of Mark)’의 영문판이 출간되었다. 기존 한글판이 2권으로 분권되어 출간된 것에 반해 영문판은 합본으로 출간되었다. 영문판은 총 3파트 중 챕터 32까지로 구성되어 있는데 한글판은 파트 2의 챕터 15인 <Jordan River> 요단강까지가 1권이고, 챕터 16<Ghana> 가나부터 챕터 32<The Beginning of a New Civilization and Faith> 새로운 문명과 믿음의 시작까지가 2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실 영어를 능숙하게 읽을 수준이 안 되기 때문에 (더욱이 리더스북이나 챕터북도 아닌, 챕터북도 솔직히 능숙하게 읽기 어렵다. ㅠ) 이런 방대한 양과 어마어마한 수준의 원문을 다 읽었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어불성설일 것이다. 다만 어머니가 목사님이셨고, 나 또한 모태신앙을 갖고 성장했기 때문에 성경책 속의 배경 이야기는 익숙한 편이다. 다행히 이번 '바르사바 유스도와 마가복음의 비밀코드 영문판' 역시 성경적 지식 및 배경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어려운 원문이라 하더라도 대략적인 부분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영어도 한글책을 많이 읽어 다양한 배경지식을 가진 상태에서 접근한다면 아주 어렵진 않을 것이다. 결론! 편독하지 말고 다양한 영역의 한글책을 많이 읽자!!!! 갑분 독서권장 ㅋㅋㅋㅋㅋ) 

예전부터 영어공부를 한다면 영한성경으로 영어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품고 있었다. 영어공부도 하고 성경적 지식 및 믿음도 쌓고! 비록 성경책은 아니지만 성서를 배경으로 한 이번 영문판 BARSABAS JUSTUS를 만나게 된 것도 아마 나의 이런 믿음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BARSABAS JUSTUS는 한글판본도 있어서 추후 한글판본도 구매할 생각이다. 쌍둥이 책으로 옆에 나란히 놓고 읽으면서 공부하면 좋을 것 같다 :)


‘바르사바 유스도와 마가복음의 비밀코드(The Bible Documentary Story of BARSABAS JUSTUS and the Secret Code of Mark)’의 영문판은 약학자인 구창휘 저자가 어린 시절부터 교회를 다니며 이집트, 예루살렘, 요르단 등을 여행하면서 들은 예수님의 72인 제자 성도 중 '바르사바 유스도'에 대한 흥미롭고 신기한 이야기를 소설로 써내려간 작품이다. 또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무엇인지, 그의 제자들이 무엇을 하였는지 당시 예루살렘에 있었던 이야기를 각색화한 소설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바르사바 유스도'라는 인물은 누구인가? 솔직히 나도 처음 듣는 이름에 생소함을 느꼈다. 예수님의 열두 제자는 아닌 것 같고. 바르사바 유스도라는 인물에 대해 언급을 하려면 예수님 십자가 이후의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예수님께서 '해골산'이라고도 하는 '골고다 언덕'에서 십자가에 메달려 돌아가신 후 열두 제자들이 모였는데 수제자인 베드로 사도가 회의를 주제하면서 이미 자결한 가롯 유다(예수님의 열두 제자 중 한 사람으로서 예수를 은화 30냥에 제사장들에게 팔아넘긴 인물로 예수가 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자 후회하여 자살하였다.) 의 후임자를 뽑을 때 맛디아와 함께 복수로 추천된 사람 중 먼저 추천된 사람이 바로 '바르사바 유스도'라고 한다. 비록 맛디아가 열두 제자 중 한 사람으로 최종 선택되었지만 유스도는 사전에 이를 사양하였다고 한다. 즉, 유스도 본인이 사양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유스도는 예수님의 열두 제자 중 한 사람으로 성경에 기록되었을 것이다. 

비록 열두 제자 중 한 사람으로 이름을 남기진 않았지만 사도행전에 여러 번 그의 이름이 기록되었고 사도의 수준에 있던 사람으로 예수님의 복음에 믿음이 깊었던 72성도 중 한 사람으로 전해진다고 한다. 책에서도 바르사바 유스도가 마가복음의 비밀코드임을 강조하고 있다. 

결심한대로 영한성경과 함께 읽으면 좋을 ‘바르사바 유스도와 마가복음의 비밀코드(The Bible Documentary Story of BARSABAS JUSTUS and the Secret Code of Mark)’의 영문판! 한글판도 같이 구매하는 것으로~♡

2023년 새해 1월도 며칠이 지났지만 처음 다짐했던 마음 잊지말고 영한성경과 이번 바르사바 유스도 책으로 영어공부+믿음력! 레벨 업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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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의 피렌체사 - 자유와 분열의 이탈리아 잔혹사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하인후 옮김 / 무블출판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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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와 분열의 이탈리아 잔혹사 마키아벨리의 <피렌체사>가 국내 최초 번역본으로 출간되었다. 마키아벨리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저서는 그의 초기작인 <군주론>이다. 제목 그대로 군주제의 속성을 파헤친 군주론이 14년이나 재임했던 피렌체 공직에서 쫓겨나 가난과 익명의 삶을 푸념하며 독기를 품고 쓴 저서라면 피렌체사는 마키아벨리 생애 마지막 통찰력을 쏟아부은 지혜의 보고요, 역작이다. 무릇 한 인물에 대해 우리가 평가하고 이해한다고 주장할 땐 그가 남긴 저서 및 작품들의 초기작뿐 아니라 마지막 작품까지 고루 들여다봐야 그나마 온전히 그를, 그의 삶을 이해했다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피렌체사는 국내 최초 번역본으로 드디어 '마키아벨리'라는 한 인물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 작품으로서도 그 의미가 굉장히 크다 할 수 있다.


마키아벨리의 초기작이자 대중적으로도 잘 알려진 저서인 군주론은 당시 군주제의 실체였던 메디치 가문에게 바치는 권력 유지를 위한 일종의 비책이었다면 중기 작품 중 하나인 <로마사 논고>는 평민들의 자유를 추구했던 로마 공화정 시대의 영광을 분석한 작품이다. 군주제와 공화정, 정체적인 입장에서 본다면 두 작품은 상반된 작품으로 볼 수 있다. 특히 군주론에 등장하는 메디치 가문은 피렌체사를 논할 때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메디치 가문은 15~17세기 실질적으로 피렌체를 지배했던 가문으로 1530년부터 1569년까지 피렌체 공작의 지위를 세습하였고, 1569년부터 1737년까지는 토스카나 대공의 지위를 세습해 통치하였다. 

조반니 때엔 피렌체를 지배하는 가문으로 세력이 커졌고, 메디치 은행을 설립했으며, 코시모의 손자인 로렌초(1449~1492) 때에 이르러 메디치 가문은 황금기를 맞이했다. 일전에 벌거벗은 세계사라는 프로그램에서 메디치 가문에 대해 중점적으로 다룬 편을 보았었는데 꽤 흥미진진했던 기억이 난다. 마키아벨리의 마지막 작품인 <피렌체사>는 초기작과 중기작에서 보여주었던 군주제와 공화제 사이의 양자택일을 강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정체적인 입장을 초월해 제3자로서의 담담한 시선을 담고 있다. 그러나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공화정 시대의 자유를 지키는 방법이 무엇인지 알고 난 다음에 자유를 추구하라고 경고했고, 군주제의 실체였던 메디치 가문을 향해선 시대의 변화를 직시하라는 날선 말도 서슴지 않았다. 마키아벨리 개인적으론 공화정 쪽에 좀 더 기울어져 있었을지 몰라도 정체적인 이념을 벗어나 그가 가장 바랐던 것은 자신의 조국 번영이자 부흥이었을 것이다. 말년의 저서인 <피렌체사>의 첫 시작이 과거 영광스러웠던 로마제국의 몰락에서부터 시작하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로마와 피렌체는 변방의 소도시로 시작은 같았으나 로마는 제국으로 피렌체는 도시국가로 남았다. 피렌체사를 들여다보면 분열의 역사 그 자체였다. 도시국가로의 분열, 귀족과 귀족의 분열, 평민과 평민의 분열, 집단과 집단의 분열, 교황의 분열 (메디치 가문 집권기 교황이 2명이 생긴 일도 있었음) 등 끊임없는 분열과 갈등 속에 이념과 사상은 갈라지고, 광기와 탐욕만 남았다.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본 마키아벨리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물론 갈등과 분열이 역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고인 물은 썩 기 마련이다. 흐르기 위해선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 단,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대의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것이 하나의 커다란 공동체를 이끌어가는 자의 몫이자 비르투(=역량)일 것이다. 군주론의 군주 역시 포르투나(=행운)가 아닌 비르투를 가진 군주, 공화정을 이끌어가는 자들에게도 그런 비르투가 필요하다. 피렌체사에서도 볼 수 있듯 비르투가 없는 집단은 결국 파멸의 길뿐이다. 이를 통해 작금의 대한민국 정치계 역시 (국민들의 이익은 뒤로 한 체 = 갖춰야 할 비르투는 잊은 체) 정치보복이란 굴레의 악순환과 포퓰리즘에 빠져있진 않은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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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유령
가스통 르루 지음, 김주경 옮김, 이예나 삽화 / 북레시피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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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유령은 정말 존재했다. 그랬다. 그는 살과 피를 갖고 실재하던 자였다'의 첫 문장으로 시작하는 오페라의 유령은 저자 가스통 르루가 실제 있었던 사건을 모티브로 쓴 소설입니다. '파리 오페라 극장', '프랑스 국립 음악아카데미', '오페라 가르니에', '가르니에 궁' 등등의 이름으로 불리는, 파리 9구에 위치한 유서 깊은 극장 건물을 무대로 벌어지는 비극적 사랑 이야기입니다. 기존 오페라의 유령은 다양한 판본이 있으나 이번 북레시피 출판사에서 국내 최초 프랑스 원전 완역본이자 첫 삽화본으로 새롭게 출간되었습니다. 소설 속 주요 장면을 생생히 그려낸 80장의 일러스트(연필화)가 소설을 읽는 재미를 더해줍니다.


오페라의 유령은 뮤지컬로도 큰 성공을 거둔 작품으로서 저 역시 김소현(크리스틴 역), 홍광호(라울 역), 양준모(팬덤 역) 버전으로 관람을 했었습니다. 웅장하면서 아름다운 배경음악과 신비롭지만 어딘가 스산한 느낌의 배경무대, 처연하면서도 절절한 비극적 사랑 이야기에 감동과 전율을 느꼈더랬죠. 소설 속에서도 팬덤이 샹들리에를 추락시켜 직원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는데요. 당시 뮤지컬을 관람했을 때 제 옆으로 진짜 샹들리에가 천장에서부터 무대까지 추락하는 모습이 연출됐던 기억이 납니다. 와, 그런 광기 어린 연출과 표현에 관람하다 날벼락 맞은 느낌을 받았던 기억도 납니다. 깜짝 놀라기도 했지만 그런 연출은 정말 상상도 못했었거든요. 

다시 한번 그때의 감동과 전율을 느껴보고 싶은데요. 2023년 3월 부산을 시작으로 7월 서울에서 조승우 주연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새롭게 돌아온다는 소식입니다. 올여름 기회가 된다면 꼭 재관람해 보고 싶습니다. 어쨌든 뮤지컬이 보다 시각적, 청각적 감각에 집중된 편이라면 이번 오페라의 유령 프랑스 원전 완역본 버전은 보다 섬세한 캐릭터들의 심리묘사 및 표현에 집중된 느낌이라 심도 있게 각 캐릭터들의 마음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추악한 외모로 인해 부모에게까지 버림받은 에릭은 이와는 대조적으로 음악적 재능만큼은 천재적이었습니다. 이것은 신의 축복일까요? 형벌일까요? 추악한 외모를 가면 뒤에 숨기고 오페라 극장 지하에 숨어 유령처럼 지내는 에릭은 아름답고 순수한 가수 크리스틴을 사랑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녀에게 성악 지도를 해줌으로써 크리스틴의 기량 은 놀랍도록 발전합니다. 

보통 천재적인 음악가들 뒤엔 영감을 주는 뮤즈라는 존재가 있습니다. 크리스틴과 에릭은 서로에게 음악적 교감을 나눌 수 있는 뮤즈였던 셈이죠. 다만 에릭의 소망은 더 컸습니다. 바로 크리스틴, 그녀의 사랑을 얻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크리스틴의 마음속엔 라울이라는 청년이 있었죠. 이 세 명의 삼각관계 안에서 오페라의 유령은 인간 본성의 날 것 그대로를 밀도 있게 그려냅니다. 질투, 욕망, 시기, 갈구, 집착, 광기, 고통, 동정, 슬픔 등 온갖 감정의 굴레 속에서 벌어지는 이들의 이야기는 마치 가면 뒤에 숨은 인간 본연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을 들여다보는 느낌이었습니다. 

새롭게 돌아올 오페라의 유령 뮤지컬도 기대가 크지만 뮤지컬 관람에 앞서 이번 새롭게 출간된 오페라의 유령을 책으로 먼저 접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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