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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차관의 살인 ㅣ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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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츠지 유키토 작가님의 <관 시리즈> 두 번째 소설 <수차관의 살인>이다. 책을 읽고 어느 정도 생각을 정리한 후에 바로 서평을 써야 하는데, 나의 게으름 탓인지 자꾸만 뒤늦게 서평을 쓰게 된다. 누군가 말했던가? 완전한 독서란 읽기와 쓰기가 결합되어야 한다는 것을. 그렇다면 뒤늦게라도 쓰게 된 지금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다만 아주 큰 단점은... 점점 기억이 흐릿해진다는 것이다. <관 시리즈> 첫 번째 작품이었던 전작 <십각관의 살인>은 섬과 육지라는 두 공간이 교차되면서 서술되었는데, 이번 작품 <수차관의 살인>은 과거와 현재라는 시간이 교차되면서 서술된다.
일단 수차관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구체적인 형태가 머릿속에 바로 떠오르진 않았다. 분명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는 단어는 아니니까. 내가 아는 상식과 한국어판 표지를 통해 대략적으로 유추해 볼 뿐이었다. 그러다가 일본어판 표지를 보게 되었는데 (한국어판 표지에 비해 조금 촌스럽긴 했지만;) 와우! 수차관이 건물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주어 바로 이해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책에 등장하는 서양식 고성 저택의 분위기를 좀 더 시각적으로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세 개의 거대한 수차가 돌아가는 수차관의 저택 역시 천재 건축가 <故 나카무라 세이지>의 작품이다. 이곳의 주인은 천재 화가이며 '마음의 눈'으로 보고 캔버스에 옮긴 환상의 풍경들이 미래를 예시하기도 하다는 환시자(幻視者)로 일컫는 <故 후지누마 잇세이>의 아들 <후지누마 기이치(41살)>이다. 그는 아버지와 같은 재능을 물려받진 못했지만 사업으로 큰 부를 축적했다. 그러나 12년 전 자동차 사고로 불구의 몸이 되고, 흉측하게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기 위해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채 살아간다.
가면.
그렇다, 내게는 얼굴이 없다.
나는 내 저주스러운 맨 얼굴을 감추기 위해 일상생활을 할 때도 가면을 쓴다.
이 저택 주인의, 원래 있어야 할 얼굴을 본뜬 하얀 가면.
살에 착 감기는 고무의 감촉.
살아있는 얼굴에 쓰는 차가운 데스마스크
<후지누마 기이치>는 기묘한 고성의 저택에서 자신의 아버지 <故 후지누마 잇세이>의 제자였던 <故 시바가키 고이치로>의 딸 <후지누마 유리에(19살)>를 아내로 맞이하여 세상과 단절된 채 은둔생활을 한다. 그리고 자신이 축적해 놓은 부를 이용해 아버지의 작품들을 모두 사들인다. 그가 세상과 유일하게 소통하는 시기는 일 년에 딱 한 번인데, 바로 아버지 <故 후지누마 잇세이>의 기일이다. 이날만큼은 몇몇 지인들을 고성의 저택에 초대해 <故 후지누마 잇세이>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게 해준다. 일년 전, 1985년 9월 xx 일 이날도 여지없이 네 명의 사람들이 작품 감상을 위해 고성의 저택을 찾는다. 미술상 <오시이 겐조>, 미술학 교수 <모리 시게히코>, 외과 병원장 <미타무라 노리유키>, 절의 부주지인 <후루카와 쓰네히토>이다. 더불어 이들은 <故 후지누마 잇세이>의 유작인 <환영군상>을 보길 간절히 원한다. 그러나 무슨 이유에선지 <후지누마 기이치>는 이 그림만은 공개하기를 거부하는데...
고성의 저택 밖으론 음산한 폭풍이 휘몰아치고, 세 개의 거대한 수차관은 고성의 저택 내부를 울리듯 공명하며 우르릉, 우르릉 불길한 소리를 내며 굴러가는 1985년 9월의 밤, 사건은 일어난다. 저택 가정부의 의문의 추락사, 도난당한 그림, 소각로에서 토막 난 채 발견된 피살자, 저택 밀실에서 증발한 용의자 등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가지만 결국, 토막 난 피살자는 <마사키 신고>로 밝혀지고, 그림을 훔쳐 증발한 용의자는 절의 부주지인 <후루카와 쓰네히토>로 밝혀지며 사건은 일단락된다. <마사키 신고>는 <故 후지누마 잇세이>의 제자로 유망한 화가였지만 12년 전 사고로 붓을 꺾고, 수차관에 머물고 있던 <후지누마 기이치>의 친구이기도 했다. 그리고 일 년 뒤 1986년 9월 xx 일 마찬가지 이유로 고성의 저택을 방문하게 된 그날의 사람들. 그 가운데 반가운 인물이 있다. 전작 <십각관의 살인>에 등장했었던 인물 <시마다 기요시>이다. 일 년 전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되었던 지인 <후루카와 쓰네히토>의 결백을 밝혀내기 위해 방문했다고는 하나, 어쩐지 이 기묘한 저택에서 벌어진 살인사건 자체에 더 흥미를 느끼는 듯 도하다. 아니나 다를까, 또다시 발생하는 연쇄살인사건! 일 년 전 악몽이 기묘한 고성의 저택에 불길한 기운으로 퍼져 나간다.
<시마다 기요시>는 전작인 <십각관의 살인>에서 보여주었던 모습과는 달리, 본격적으로 사건의 진상에 다가가기 위해 단서들을 하나씩 추적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변화된 그의 행동엔 이유가 있다. 바로 작가의 후기!
삽각관의 살인은 커다란 한 방으로 승부 한,
말하자면 기습적인 놀라움을 노린 작품이었다.
이번에는 반대로 <본격 미스터리>의 경향이 조금 더 강한
즉, 주어진 단서를 이용해 진상을 논리적으로 이끌어내는 작품이다.
미결이 된 경우를 제외하곤 결국, 모든 사건이 백일하에 드러나게 마련인데 <수차관의 살인>역시 탐정 역할을 자처한 <시마다 기요시>의 활약으로 진짜 범인이 밝혀지고, 진실이 드러나게 된다. 보이지 않는 인간의 탐욕스러운 욕망과 질투, 잔혹함이 불러온 참극. 다른 동물들과는 달리 인간만이 가진 참으로 비극적인 능력이랄까. 개인적으로 참 흥미진진하게 본 작품인데, 꽤 호불호가 갈리는 것 같기도 하다. 트릭을 쉽게 간파할 수 있다거나, 누가 범인인지 뻔히 보인다거나, 등등 혹평을 여럿 보기도 했으나, 아마 그분들은 이런 장르의 다양한 작품들을 섭렵한 분들일 것이고, 나는 아직 초보 독서가이기 때문에 (뭘 읽든 한창 읽는 맛이 좋을 때라 ㅋ) 그냥 무조건 별 다섯이다.
마지막으로, 누군가의 시선을 통해 보이는 <故 후지누마 잇세이>의 유작 <환영군상>의 실체를 보았을 땐 정말 소름 끼쳤다. 아......... 이 작품은! 이 마지막을 위한 것이었구나 싶었다. <故 후지누마 잇세이>가 왜 환시자(幻視者)로 불렸는지 알게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아...후덜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