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세계사 - 잔혹한 범죄에서 금지된 장난까지, 금기와 금단을 넘나드는 어른들의 역사 이야기 풍경이 있는 역사 4
이주은 지음 / 파피에(딱정벌레)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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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쉿! 아이들은 재우고, 우리끼리만 소곤소곤! 잠깐, 은밀한 세계사 입구로 들어가기 앞서 잠시 설을 풀어 보겠다. 개인적으로 역사를 좋아하긴 하지만 내가 배웠던 역사의 대부분은 시험, 대입, 취업을 위한 역사였다. 인류의 역사를 배운다는 것이 어찌 이리 지엽적이었는지. 물론 그렇게 해서라도 제대로 배웠다면, 공부했다면 상관이 없겠지만 그저 '달달달' 아무 의미 없이 외웠던 시간이었다. 이제 시험, 대입 등 이런 굴레와 강박을 벗어나 (나이를 먹었다는 증거론 슬프지만;) 좀 더 자유롭게 내 스스로 역사를 공부하고, 익힐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어 다행스럽고 즐겁기도 하다. 특히 요즘 즐겨보는 것 중 '어쩌다 어른'이라는 tv 프로그램이 있는데 바로 '설민석'선생님의 역사 강의 코너이다. 어쩜 이리 귀에 착착 감기고, 설명이 쏙쏙 들어오는지! 암기과목 중 하나로만 생각했던 역사 과목이 '이해와 몰입'의 과목으로 대체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이주은 작가님의 '은밀한 세계사' 역시 '이해와 몰입'을 통해 아주 즐겁게 읽었다. 제목 자체가 '은밀한 세계사'이다 보니 ~ 했더라, ~ 그랬다더라 등과 같이 단순 흥미를 끌기 위한 '야사' 정도로 생각할 수 있지만, 엄연히 '정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다만 책에서도 언급하고 있듯이 '대게 정치경제사나 사회사, 사상사 등이 중시되지만 사적인 영역의 내밀한 이야기도 역사의 일부이며 많은 학자들이 관심을 갖고 오랫동안 연구해온 분야이기도 합니다. 역사를 뒤바꾼 수많은 사건들은 결국 누군가의 사생활과 연결되어 있곤 하니, 사생활에 대한 연구는 전체적인 역사에 대한 이해와 완성도를 더욱 높여주기도 합니다. <머리말 中>'
위 내용처럼 나 역시 책 속의 '은밀하고 내밀한 사적인 영역'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들을 읽어 나가면서, 이 모든 것을 관통하는 그 시대의 배경과 커다란 역사적 흐름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고, 더 많이 배우고 싶은 욕심과 관심이 생겼다. 즐거움과 재미, 잘 알려지지 않았던 역사에 대해 알아가는 기쁨이 바로 여기에 있다. 단 '어른'의 영역이라는 성(性)이나 폭력과 같은 소재들이 포진해 있기 때문에 '아이들은 좀 더 큰 후'에 이 책을 만나보기로 하고, 우리 어른들끼리만 '은밀한 세계사'로의 탐험을 시작해 보자!
'은밀한 세계사'는 총 14개의 테마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 테마부터 나를 당혹케 했다. '스스로를 위로하는 도구'인 바이브레이터가 사실은 빅토리아 시대 여성 히스테리를 치료하는 도구였다는 사실이다. 당시 의사와 산파들 '손의 수고로움'을 덜어주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이야기. 상상이 가는가? 잠시 혼미한 정신을 가다듬고, 이야기를 계속하자면 이 도구의 탄생에는 그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19세기 빅토리아 시대는 어떤 시대였는가? 여성은 순종적이고 자애롭고 희생정신이 강하며 순결한 '집안의 천사'이자 '가정의 빛'이어야 했던 시대였다. 당시 사회가, 남편이, 여성에게 아내에게 이렇게 요구하고 강요했던 시대였다. 여성도 자신의 감정을 드러낼 수 있고, 본능에 따라 움직일 수 있고, 자유로울 수 있는 존재이다. 여성도 남성과 똑같은 사람이다. 그러나 당시 빅토리아 시대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으니,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스트레스를 받았겠는가. 그런 여성들의 마음도 모르고 순종하지 않고 문제를 일으키면 '병에 걸렸다' '정신이 나갔다' 등등 '여성 히스테리' 또는 '여성 정신이상증'으로 분류해 버렸다. 그런 그녀들을 달랠 치료법으로 남편과의 性 관계를 추천했고, 미혼인 여성에겐 의사와 산파들이 직접 '손으로 위로를 해주었던 것'이다. 하지만 여성 히스테리 환자들이 급증하자 의사와 산파의 손목은 남아나질 않았으니 바이브레이터의 발명은 그 수고를 덜어준 고마운(?) 존재인 것이다. 20세기 초까지 카탈로그 가전제품으로도 인기 상품이었다니, 지금 시대에선 상상도 못할 일이다. 이유는 단 한 가지! 당시 빅토리아 시대의 여성은 (앞서도 잠깐 말했지만) 성적 욕망이 없는 존재로 여겼다. 욕망이라곤 오로지 '어머니'가 되고 싶어 하는 '자애롭고, 희생정신이 강한' 욕망만 있다고 여겼던 시대였기 때문에 이런 치료법 (의사와 산파의;)을 전혀 성적으로 여기지 않았다고 한다. 지금 시대에 만약 이런 치료법을 사용하는 의사가 있다면 그 결과는 굳이 말을 안 해도...;;
두 번째로 ​나를 당혹케 한 것은 중세 유럽 남성들의 민망한 패션 아이템 '코드피스 이야기'이다. 유럽을 시대적 배경으로 한 왕의 초상화나, 당시 남성들의 초상화 등 그림에도 관심이 있어서 간혹 보아왔었는데 내가 보았던 그 그림들 속에 '이런 비밀이 숨겨져 있었을 줄이야' 상상도 못 했다. 심지어 튜더 가문의 상남자, 여성 스캔들로도 유명한 헨리 8세의 초상화를 그렇게 자주 봤으면서도 전혀 눈치 채질 못했으니, 역시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통감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코드피스'란 무엇인가? 바로 남성들의 소중하고도 사적인 부분을 매우 강조한 패션 아이템이다. 당시에는 지퍼가 발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바지를 오른 다리용, 왼 다리용 따로따로 입어 가운데 부분을 천으로 덧대어 끈이나 단추로 고정했다고 한다. 그런 와중에 위치가 위치인지라, 남성들의 소중한 그 부분이 튀어나올 수밖에 없었는데 그러면서 시작된 남성들의 자존심 대결이 시초가 되어 '코드피스'가 탄생했다는 이야기. 더 크고 화려하게 보석까지 넣어 강조했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여성들의 관심을 사기 위함이 아닌 주변 남자들에게 '내가 이렇게 대단한 남자다'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15~16세기까지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평민에서 귀족까지 누구나 하고 다녔던 패션 아이템 코드피스! 처녀 여왕, 엘리자베스 1세가 통치하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레 자취를 감췄다고 한다. 그녀가 통치했던 시절 남성들의 패션은 그 전과는 다르게 여성적이고, 아름답게 변화된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개인적인 생각에 엘리자베스 1세 여왕님께서 권좌에 앉으시며 '내가 이렇게 대단한 남자다'라는 것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 이젠 바야흐로 남성이 아닌, 여성! 그녀의 시대가 도래했으니까. 어딜 감히! ㅋ(마지막 작가님께서 유행은 돌고 도니, 코드피스 또한 언젠가 우리 곁으로 돌아오려나요?라는 구절에선 혼자 터짐)
이렇듯 ​'은밀한 세계사' 속엔 흥미진진하고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는데, 마지막 한 테마 '안네의 일기'가 포르노다(?)에 대해서만 얘길 하고 마무리하려 한다. 나머지는 책을 통해 직접 즐거움을 누리도록! 미국에서 문학 수업시간에 배우는 '안네의 일기'가 포르노 같다며 학부모들이 항의했던 사건이 있었다. 아니 포르노라니? 이 무슨 해괴망측한 이야기란 말인가? 안네의 일기하면 떠오르는 건 히틀러가 정권을 잡고 있던 시절, 숨 막히는 공포감 속에서도 매일같이 일기를 써 내려간 한 소녀의 영혼이 담긴 이야기가 아닌가. 그런데 이런 오해 속엔 속 사정이 있다. 안네의 일기는 총 3가지 판본으로 존재한다고 한다. 원본 A, 안네가 언젠가 일기를 출간하기 위해 편집한 B본, 수용소에서 유일하게 살아 돌아온 안네의 아버지가 딸의 일기를 출간하기 위해 편집한 C본이다. 아마 대부분의 우리가 읽은 안네의 일기는 C본일 것이다. C본을 통해 우리는 안네를 성스러운 존재로 추앙(?) 하기도 했는데, 사실 안네는 10대의 소녀들이 그렇듯 그저 평범한 소녀였을 뿐이다. 원본을 보면 10대 소녀로서 충분히 호기심을 갖고 써 내려갔을 이야기들이 그려진다. 性 적 호기심에 발로한. 이걸 두고 포르노니 뭐니 그 난리를 친 것이다. '은밀한 세계사' 속에 안네의 일기 원본 중 일부가 실려있는데, 읽으면서 느낀 건 안네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호기심 많고, 평범한 10대 소녀였구나. 더불어 여담이지만여성의 신체 부위 중 한 곳인 '그곳을' 디테일하게 표현한 부분을 보고, 성인인 나보다 더 잘 알고 있던 것에 살짝 충격을 받기도 했다. 오해하지 마시길. 나 또한 '금기'시 했던 시대적 풍조에 따라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지 못한 '시대의 피해자'일 뿐이니. ㅠ
이로써 '은밀한 세계사'의 긴 여정을 끝냈다. 별 다섯 중 반을 뺀 것은 '아쉬움' 때문이다. 좀 더 많은 이야기들을 듣고 싶었는데 말이다. 모닥불 주변에 둘러앉아, 이야기에 한창 빠져있는데 창밖으로 서서히 날이 밝아와 어쩔 수 없이 잠시라도 눈을 붙여야 하는 심정! 앞으로 더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려줄 이주은 작가님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며, 아직 읽어보지 못한 스캔들 세계사 시리즈로 아쉬움을 달래 보련다.

 

* 본 포스팅은 <인터파크도서 활자중독 1기> 서평단 활동으로 체험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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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바다
김재희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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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이 소생하는... 그해 봄날, 나는 살인자의 '누나'가 되어 있었다. 나, 희영에게 그해 봄 도대체 무슨 일이 생겼던 걸까. 파스텔 톤의 투명한 제주 앞바다를 연상케 하는 표지 속 한 소년의 뒷모습은 그해 봄 '진실이란 것'을 유리어항 속에 감춰 둔 것처럼 보였다. 보이지만 외면해 버리는 것, 깨진 유리 조각에 마음이 베여 아픈 것, 가냘프고 처연한 것. 어항 속 '진실'은 그렇게 부유하는 듯했다. 2014년 6월 16일 희영은 제주도의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다시는 이 땅을 밟지 않겠다고 맹세했던 날로부터 10년 만이었다. 2004년 6월 희영의 동생 '준수'는 살해 용의자가 되어 체포되었다. 집 앞에 몰려든 사람들, 경찰들, 신경을 울리는 사이렌 소리. 모든 것이 현실로부터 떨어져 나온 것 같았던 그날, 희영과 그녀의 엄마 김순자의 가슴에 새겨진 것은 '살인자의 가족'이라는 낙인이었다. 만큼 살인이라는 죄를 저지른 가족을 두고 있다는 것은 천형처럼 희영과 김순자를 옭아매고 붙들어 버렸다. <p74> 그 후 동생 준수는 구치소에서 목을 메 자살했다. 그 전날 희영에게 자신의 결백을 고백한 후에... 그의 나이 17세였다. 그런 희영에게 제주도는 가슴 시린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기억하고 싶지 않았지만 잊히지 않는 곳이기도 했다. 한담해변가의 녹색 물빛, 새별 오름의 푸르뎅뎅한 풀빛과 억새풀이 바람에 잔잔하게 나부끼는 모습, 그리고 말들이 목초를 뜯어 먹는 모습들. 건초더미에서 나는 마른 냄새, 각종 잡풀들에서 나는 생생한 풀내음은 여전히 코밑을 근질거리면서 기억을 더듬게 했다. 제주의 사람은 잊었지만 제주의 풍광은 오래도록 잊히지 않았다. <p83> 눈을 감기 전 엄마는 희영에게 준수의 결백을 부탁했다. 10년이란 세월 동안 아들의 결백을 주장하며 홀로 싸웠던 엄마였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우연히 보게 된 게시글 하나. 2004년도 살인 사건과 2014년 새롭게 발생한 살인 사건 사이의 연관성을 설명한 글이었다. 제주도에서 발생한 두 사건은 같은 장소, 비슷한 범행 수법 등을 근거로 연쇄 살인 사건임을 암시함과 동시에 유력한 용의자로 바다 게스트 하우스 주인 오영상을 지목하고 있었다.

2014년 6월 16일 희영은 '진실'을 찾기 위해 그렇게 제주도, 바다 게스트 하우스로 떠난 것이다. 도망치듯 제주도를 떠난 후 10년이란 세월을 살아가면서 희영을 끊임없이 괴롭혔던 것은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인터넷상에서 무분별하게 떠돌던 가족사진. '살인자의 가족', '가해자의 가족'이라는 불명예스러운 타이틀은 희영을 사람들과의 관계 속으로 쉬이 들어갈 수 없게 하는 장애물이었다. 외롭고, 아프고 힘든 시간들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바다 게스트 하우스에서 만난 '현우'는 유일하게 자신의 아픔과 속마음을 내비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지금 제가 하는 말이 어떻게도 위로가 안 되겠지만, 불행이 있고 나서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를 곰곰이 생각하다 보면 영적인 성숙과 더불어 인생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대요."<p114> 어두운 터널 속에 갇혀 방향감각과 판단 능력을 상실한 체 오로지 저 멀리 보이는 희미한 빛만을 의지하며 걷고 있던 희영에게 '현우'는 진실을 마주할 용기를 불어 넣어 준다. 홀로 오영상 주변을 조사하던 희영은 결국 현우의 도움을 받으며 함께 사건을 추적해 나간다. 그리고... 사건의 진실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밝혀지는 비밀을 마주한 순간! 깨진 유리어항 조각에 베인 상처를 보게 될 것이다. 후회와 외면했던 시간들의 아픔을 동반한 선연한 핏빛 물방울.

추리소설을 읽으면서 눈물을 보인 건 김재희 작가님의 이번 작품 <봄날의 바다>가 처음인 것 같다. 주인공 희영의 시선을 좇아 나 역시 한동안 제주도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때론 그 풍광에 압도되어, 때론 희영의 처연한 마음에 압도되어. '살인자의 가족'이라는 낙인을 짊어지고 살았을 희영의 마음이 아파서, 동생 준수에 대한 회한과 후회의 마음이 아파서. 그리고 엄마를 떠나보내던 날 세상에 온전히 혼자가 된 희영의 모습이 아파서.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광을 묘사하는 서정적 배경 속에 감추어진 쪽빛 비밀. 이 문장처럼 <서정 스릴러>라는 타이틀이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도 했다. 더불어 이 세상 어딘가에 희영처럼 '가해자의 가족'이라는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본 시간이기도 했다. '가해자의 가족'이란 결국 또 다른 '피해자의 이름'이기도 하다는 것을.

<책 속 밑줄>​

: 신 김치, 상한 나물 반찬 몇 가지 외에 텅 비어 있는 냉장고. 희영은 그제야 혼자 남았다는 것이 사무치게 다가왔다. 차라리 고시원에서 혼자 살 때는 이렇게 외롭지 않았다. 하늘 아래 엄마가 그 고통을 나눠서 진다는 생각에 그래도 버티고 살아나갔다. 싸우고도 엄마였고, 화가 나서 소리쳐 외쳐도 엄마가 그 자리에 있었고, 욕을 들어도 엄마였고 서로에게 모진 말로 상처를 주고받아도 엄마가 있었고 부를 수 있었다. 그런데 완전히 혼자가 된 것이다. <p190>

 

: 고통 속에서 인생의 의미를 깨닫고 그로 인해 한 단계 성숙해진다는 말은 얼마나 가혹한 말인가. 만약에 신이 더 나은 생을 위한 아픔을 기꺼이 감수하겠느냐고 묻는다면 희영은 그 아픔을 겪지 않고 그냥 이대로 일상을 살아가겠다고 대답할 것이다. <p205>

 

: 비자나무의 코를 찌르는 상쾌한 냄새가 어디선가 풍겨오는 것 같았다. 밤하늘 구름에 가렸던 하현달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금 이 상황에 왠지 어울릴 것처럼 보였다. 수백 년을 살아온 비자나무에 비하면 우리 사람의 생은 얼마나 짧은 것이냐고 말해주던 현우의 음성이 귓가에 낭랑하게 울렸다. 하지만 희영은 인생이 짧고 시간이 흘러가고, 그렇게 살아도 아깝게 간 사람에 대한 그리움과 기억, 그리고 아픈 마음은 절대로 잊히지 않을 것이라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p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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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제주도의 하늘을 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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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말들이 목초를 뜯어 먹는 모습들.

책 속 이 구절을 읽었을 때 떠올랐던 사진이다.

제주도에서의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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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바다.

소금기를 머금은 바닷바람, 짙은 풀내음, 드넓은 하늘.

가을 녘에 찍은 사진이지만 언젠가, 봄날의 제주도를 다시 찾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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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가지고 싶은 문장들 - 책 숲에서 건져 올린 한 줄의 힘
신정일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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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아한 표지의 한 줄기 꽃과 함께 내 마음을 사로잡은 책 제목 '그토록 가지고 싶은 문장들'. 순간 이 책을 읽고 싶다, 갖고 싶다, 사랑하고 싶다는 마음이 거세게 일렁였다. 첫눈에 반한다는 것이 이런 마음일까? 책을 좋아하고, 책 읽기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책과의 만남을 통한 이런 두근거림은 자주 접하게 된다. 이렇게 인연이 된 책들을 읽고, 기록하며, 소중히 간직하기도 한다. 책 속에 담겨있던 많은 이야기들이 내 안에 쌓여 삶을 풍요롭게 하고, 자신을 좀 더 성숙시킨다. 책은 그 자체로 지혜의 샘이자 스승이다.

책을 읽다 내 마음을 뭉클하게 하거나, 감정이입이 되는 문장이 나오면 모서리 부분을 살짝 접는다. 때론 밑줄을 칠 때도 있지만 보통은 이렇게 접는 편이다. 다 읽고 난 후엔 접었던 부분을 다시 펼쳐서 그 장에 담겨 있던 문장이나 구절들을 노트나 블로그에 기록한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곱씹어 읽어 본다. 책이라는 넓은 바다에서 문장이라는 물고기를 낚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 '그토록 가지고 싶은 문장들'은 읽다가 접는 부분이 많아져서 접기를 포기했다. 이 책은 그 자체로 '명문장의 집약' 인 것이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겨 읽으면서 얼마나 고개를 끄덕이고, 생각에 빠지기도 했는지 모른다. 내가 접해 보지 못 했던 작가와 작가의 작품을 알아가는 재미도 있다. 혹 접해 보았으나 그 속에 이런 명문장이 있었던가? 싶은, 재발견하는 재미도 있다.

책은 1부 : 번민으로 잠 못 이루는 당신에게, 2부 : 냉혹한 세상 속 당신에게, 3부 : 진정한 행복을 꿈꾸는 당신에게, 4부 : 인생의 참된 의미를 찾는 당신에게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도 좋지만 지금 내가 필요로 하는 것, 지금 나의 상황 등을 고려해 해당되는 '부'를 먼저 읽어보는 것도 괜찮다. 지나간 것을 좇지 말고 아직 오지 않은 일은 마음에 두지 말라. 과거는 이미 흘러가버렸으며 미래는 아직 이르지 않았다. 그러므로 단지 지금 하고 있는 일만을 있는 그대로 잘 관찰하라. 흔들림 없이 동요 없이 오직 오늘 해야 할 것을 열심히 하라.  『일야현자경 中』 <p.24​>

나보다 앞서 살다간 동서고금의 수많은 현인들의 가르침과 지혜의 정수가 이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저자 또한 오랜 독서 생활을 통해 다양한 책을 접해왔고, 그 책 속에서 건져 올린 문장들을 이 한 권의 책에 오롯이 담아냈다. 삶이 힘들고, 지치고 아플 때, 외롭고 고독할 때, 저자를 다시 살게 한 것도 그의 가슴속에 간직되어 있던 문장이었음을 고백한다. 살아가는 시대와 상황은 다르지만 그 속에서 인간이 느끼는 '보편적 감정'이라는 것이 있다. 나보다 먼저 그런 어려움과 아픔을 겪었고, 슬픔을 겪었던 사람들. 그들이 체득한 삶 속에서 건저 올린 문장과 글들이 한 알의 밀알이 되어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전해 준다. 괴로움을 겪지 않고서는 어떤 사람도 숭고하게 될 수 없다. 괴로움은 영혼을 숭고하게 만든다. 괴로움을 견디면 견딜수록 비천한 인격은 점점 자취를 감추고 사상적 감정과 의지가 순화되어 고상하고 의젓한 기품을 갖게 된다. 『세네카의 말 中』 <p.124​>

이렇듯 책 속 문장을 통해 우리는 문장 속 내재된 진정한 가치와 의미를 알게 된다. 때론 하나의 문장이 내 가슴에 영롱하게 빛나는 별이 되어 걸리기도 한다. 그만큼 문장의 힘은 강력하며 힘들고 생각이 복잡해지는 시대를 가열하게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희망이라는 물꼬를 터준다. 나 자신을 가치 있는 존재로 거듭날 수 있도록 일으켜 세우는 책 속 문장과 글은 분명 어제보다 나은 삶이 될 수 있도록 우리 삶을 더 탄탄하고 견고하게 만들어 줄 힘이 되리라 믿는다.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쓰이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러지지 않았다.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불멸의 춤은 아직 추어지지 않았으며,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별 무엇을 해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 비로소 진정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더 이상 알 수없을 때 그때가 비로소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  『나짐 히크메트의 시 '진정한 여행' 中』 <p.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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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 1 - 연향
김홍정 지음 / 솔출판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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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끊임없이 굽이쳐 흐르는 역사의 물길 속을 살다간 사람들. 그들에게 던 저진 세상은 늘 새로운 세상으로 변화하여 왔다. 그 변화 속엔 새로운 세상을 꿈꾸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우리는 새로운 세상을 꿈꾼다. 김홍정의 '금강'은 유유히 흐르는 강물처럼 그 시대를 살다간 사람들의 이야기이자, 더 나은 세상을 꿈꾸던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병신년 (1596, 선조 29) 유월 그믐. 금강 정지포 대장간 뒤편 토굴 속에 잠들어 있던 병장기들을 깨워 배에 실어 나르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음을 암시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다시 무진년 (1568년) 연향의 손자이자 훗날 창의 봉기의 주동자가 되는 창의 모습과 양지수의 모습을 통해 금강의 본격적인 이야기는 더 거슬러 올라감을 예고한다.

소설 '금강 1부'는 무오년 (1498년 연산군 4년)과 갑자년 (1504년 연산군 10년) 두 차례의 사화로 연산군을 몰아내고 '중종반정'을 통해 진성대군이 조선 제11대 왕 '중종'이 되어 집권하던 시절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기묘년 (1519) 동짓달. '주초위왕' 이란 글자가 궁궐의 나뭇잎에서 발견된다. 당시 훈구파와 대립한 신진 사류를 몰아 내기 위해 조광조의 성을 파자한 사건이었는데, 바로 기묘사화이다. 이 사건으로 신진 사류 조광조, 김식, 충암 김정 등 수십여 명이 죽거나 유배되었다. 충암 김정은 모든 사림파의 스승이었으며 정암 조광조와 함께 왕도정치, 대동사회를 꿈꾸었다. 대동사회. 노인이 ​편안하고, 장년들은 쓰일 곳이 많으며, 젊은이와 어린 사람들은 쓰일 곳에 이를 때까지 의지하여 자라고, 과부나 고아, 홀로 사는 이들이 불쌍히 여김을 받고, 백성들과 더불어 즐거움을 누리는 여민동락의 대열에 뒤처지지 않는 월인천강의 세상이다. <p22> 그러나 지나치게 맑은 물엔 물고기가 살 수 없는 법. 그가 꿈꾼 개혁방법은 훈구파의 반발을 초래하였고 결국 기묘사화를 통해 숙청된 것이다. 소설 '금강'은 좌절된 스승의 꿈을 따르고 잇기 위해 자생적으로 조직된 '충암 동계'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이다. 그의 후학인 남원 이돈, 정희중, 양지수 등이 주축이 되고 마찬가지로 충암 김정의 후학으로 사랑을 받고 소리꾼이라 하대하지 않은 여인 '연향' 또한 이후 상단의 행수가 되어 '충암 동계'를 지원하게 된다. 소설 '금강'은 제1부에선 연향, 제2부에선 미금, 제3부에선 부용이란 여인을 내세우는데 이는 당시 엄격한 신분제 사회에서 권력의 정면에 맞서 싸울 수 없었던 여인들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이 있었을 것이다. 당시 정치에 참여할 수 없었던 그녀들은 권력의 정면이 아닌 권력의 뒷면에 서서 싸웠다. 연향은 소리채의 주인이자 상단의 행수였다. 겉으로 보기엔 그저 평범해 보이는 소리채이자 상단이었지만 실질적으론 '충암 동계'의 연락망이자 모임의 장이고, 후일을 도모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자본의 흐름, 자금줄이었다.

사대부들 역시 상단의 전면에 서지 않는 것이 원칙이었기 때문에 그 일을 해낼 수밖에 없었던 것은 여성인 '연향'이었을 것이다. 가끔 역사 드라마를 보면 화류계에 모여드는 사내들의 언행을 감시하고 전달하는 역할은 대부분 그 옆에서 시중을 드는 여성들이었다. 정치적 성향이 다른 반대파의 숙청을 위해 세작 노릇을 한 것인데 아무래도 여성이었기 때문에 경계심은 덜 했을 것이고, 접근성 면에서도 남성보단 더 쉬웠을 것이다. '연향'이 비록 완전한 기생은 아니었으나 이와 비슷한 역할의 중심에 있었지 않나 싶다. 비단 이런 이유로만 여성인 '연향'을 소설 속 전면에 내세운 것은 아닐 것이다. 당시 백성들의 젓줄이자 상단의 태동, 그 중심에 있었던 '금강'은 분명 여성의 모습을 닮았다. 때론 부드럽게, 때론 강하게, 자녀들을 훈육하고 양육하는 어미의 모습, 넓게 굽이 처 흐르는 강줄기는 모든 것을 포옹하고 아우르는 어미의 품을 닮았다. 이는 분명 여성만이 가질 수 있는 감성이자 모성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설 '금강'은 남성들의 전유물인 거친 정치적 배경 속에 여성만이 가질 수 있는 '감성과 한' 이 깃들여 있어 당시 새로운 세상을 꿈꿨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절절하면서도 더 애달프게 읽힌다.

절창. 그녀는 소리꾼이 되었다. 가슴에 그득한 한을 풀어내는 것은 소리였을 것이다. 그녀의 소리는 구김 없이 펼쳐져 물살처럼 어느 때는 천천히, 어느 때는 급하게 흐르는 금강이 내는 처절한 소리라고 사람들은 말했다. <p55> 발품꾼들이 지켜야 할 것은 물목이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목숨을 버리더라도 물목들은 지켜야 하는 것이 그들의 일이었다. 그러나 연향은 사람이 먼저고 물목은 나중이라 했다. 장수는 연향을 보았다. 고운 여인의 자태와 기품 있는 모습이 겹쳐 있어 대하기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녀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심장을 파고들었다. <p351> 연향은 양지수와의 사이에서 얻은 딸 '부용'을 강천사에 맡기고 유배를 떠난 스승 충암을 모신다. 그곳에서 상술을 익히고, 갈옷을 만드는 염색법을 배우게 된다. 스승 충암이 이루고자 했던 대동사회의 한 면을 이곳 사람들과 도우며 아우르는 동안 얼핏 본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송사련에 의해 주도된 '신사무옥'으로 스승 충암은 사사되고, 스승의 유지를 받들기 위해 제주를 떠나 한산에 소리채와 상단을 꾸린다. 이제 스승 충암의 후학인 남원이 '충암 동계'를 주도하게 되고 '연향'은 실질적인 대행수가 된다. 그러나 사림파에 대한 훈구파의 감시는 여전하고 급기야 '연향'은 남원을 살리기 위해 스승 충암을 죽음으로 몬 '송사련'과의 거래를 시작하는데...

지금의 세상도 여전히 정치적 이권다툼으로 어수선하다. 당시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그 싸움의 한복판에 희생되고, 짓밟힌 것은 백성들이었고, 국민들의 몫이다. 불통의 시대. 안타깝게도 당시 그들이 꿈꾸었던 새로운 시대, 이상향인 유토피아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죽지 않았으니 죽을힘을 다해 새 세상을 이룬다. 새 세상은 인간이 하늘이고 참주인인 백성이 평안한 세상이어야 한다. 주인이 종이 되는 거꾸로 된 세상은 속히 바로잡아 창천과 창해가 하나 되는 세상을 위해 목숨을 건다. <p104> 별유천지비인간, 別有天地非人間​, 별천지였다. 복사꽃의 연분홍빛만으로도 한껏 달아오른 세상은 흰 배꽃과 오야꽃이 함께 섞이자 온통 꽃대궐이었다. 인간의 호사스러움이 이보다 더할 것은 없었다. 저 자연스러움에 몸을 둘 수만 있다면, 더 이상 인간의 사악함이란 걱정할 일이 아니라는 충암 대감의 탄식이 새삼 눈에 선했다. <p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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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원을 탈출한 여신 프레야 프레야 시리즈
매튜 로렌스 지음, 김세경 옮김 / 아작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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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매튜 로렌스는 <앵그리버드>로 유명한 모바일 게임 회사 로비오의 '게임 디자이너 겸 작가'이다. 작가의 특이한 이력 때문인지 소설 '정신병원을 탈출한 여신 프레야'는 400페이지가 넘는 분량에도 불구하고 한 편의 화끈한 영상을 보는 것처럼 속도감 있게 잘 읽힌다. 소설 속 주인공인 프레야는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아름다움과 사랑, 전쟁의 여신이다. 그리스 신화의 미와 사랑의 여신인 '아프로디테'와 라이벌 관계라 할 수 있다. 여신 프레야. 그런 그녀가 어쩌다가 정신병원에 입원하여 탈출까지 하게 되었을까? 머리가 돈 건 아니다. 그녀에겐 그럴만한 사정이 있다. 그저 여기서 지내는 것이 편하고 좋을 뿐이다. 물론 그 속사정은 따로 있다. 한때 인간들의 굳건한 믿음과 신뢰를 바탕으로 그들의 권위와 직위가 유지되었던 고대의 전성기로부터 현재, 남아있는 건 산재한 신화들과 더 이상 신을 믿지 않는 인간들 때문이다. 그래서 프레야는 이곳 정신병원에서 안전하게 지내며 마지막 믿음의 불씨를 붙잡고 미약하나마 자신의 힘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보통 힘의 역학관계를 논할 때 인간보다 신이 우위에 있다는 것은 일반적인 사실이다. 그러나 소설 '정신병원을 탈출한 여신 프레야' 속 힘의 역학관계는 조금 다르다. 인간의 믿음과 신을 믿는 신도들의 수에 따라 신의 힘이 결정되는 것이다. 반대로 더 이상 자신을 믿지 않고, 심지어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잊힌다면 더 이상 신으로서의 삶은 암울하다 해도 무방할 것이다.
"프레야의 세계는 우리가 사는 이 세계입니다. 아름답고 혼란스러운 현대사회지만 하나의 뒤튼 설정이 있을 뿐이지요. 신들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 말이에요. 이 세계관엔 우리가 모든 신화에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신들이 있어요. 문제는 신들에게 삶을 주는 건 인간의 기도와 믿음인데, 현재 우리는 그들 대부분을 믿지 않는다는 거죠. 우리 인간과 마찬가지로, 살아남은 신들에게도 힘든 세상입니다."

<작가의 말 中>
그러던 어느 날 프레야가 있는 정신병원에 가렌이라는 낯선 남자가 찾아온다. 그는 프레야의 정체를 알고 있으며 그녀에게 어떤 제안을 요구한다.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그녀가 충분히 두려워할 만한 협박까지 한다. 가까스로 가렌을 물리친 프레야는 더 이상 이곳이 안전한 장소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병원 직원 중 한 명인 '나단'과 함께 정신병원을 탈출하게 된다. 27년 만에 정신병원을 탈출한 여신 프레야. 향후 자신의 추종자가 될 나단과 함께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마련하고 자신들의 미래를 꿈꾼다.
내가 곧 꿈이다. 내 종족과 나, 바로 우리 신들이 인류의 형상화된 소망이자 또한 악몽인 거다.
그래서 난 잠이 들면, 당신들을 꿈꾼다. 꿈속에서 난, 인간족이 사랑과 아름다움, 풍요와 마법, 허영과 전쟁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본다. p45
여신 프레야는 은둔 장소로 적합한 디즈니랜드에서 일하며 잃어버린 신성을 수많은 아이들의 '믿음'을 통해 되찾게 되는 기쁨을 알게 된다. 그러다 디오니소스라는 신을 만나게 되고 그의 도움을 얻고자 했으나 그의 오만함과 파렴치함에 그를 이용하기로 한다. 자신을 쫓는 가렌을 디오니소스를 통해 쫓고자 한 것인데 되려 역공을 당하게 되고 결국 프레야와 나단은 가렌에 의해 붙잡히게 된다. 가렌이 몸담고 있는 조직은 피넴디(라틴어로 '신들의 죽음'이라는 뜻)라는 곳으로 여러 신들을 수용하고 있는 거대 조직이다. 그들은 세계 곳곳에 있는 신들을 이곳으로 데려와 자신들의 목적에 이용하려 하는 것인데, 이곳에 수용되어 있는 신들은 그저 피넴디가 제공하는 안락함에 도취되어 있을 뿐이다.
우리를 유혹하기 위해 피넴디가 제시했던 그 '믿음'. 그건 독이 든 미끼다. 갇힌 몽상가들이 힘을 제공해 준다 해도, 그 대가는 끔찍하다. 결국 우린 인간들이 만들어낸 존재이고, 피넴디는 그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자신들의 애완용 신들을 그들의 힘의 원천으로 꽁꽁 묶어놓고, 그토록 매혹적인 믿음을 순응이라는 감춰진 사실로 꾸며 놓다니. 피넴디는 신들의 심장에 순종이라는 개념을 새겨넣어 그들의 신들을 노예로 삼는 걸 꿈꾸고 있다. p182
프레야는 다른 신들과는 달리 자신만의 신념을 바탕으로 이곳을 파괴하기로 마음먹는다. 겉으론 피넴디에 순응하는 척하지만 속으론 자신과 뜻을 함께 할 동료들을 규합하고, 피넴디 곳곳을 조사하고 염탐하기도 한다. 마지막 결전의 날, 가렌은 그녀의 계획을 눈치채고 제압하려 하지만 프레야는 동료들과 함께 피넴디를 용암의 불구덩이 속으로 서서히 함몰시켜 버린다. 바로 이 부분이 소설의 '백미'라 할 수 있는데, 강렬한 비트 사운드와 함께 한 편의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를 눈앞에서 보는 듯했다. 프레야와 세크멧의 활약. 하와이 자연신들의 활약 등! 또한 피넴디 곳곳에 존재하는 다양한 신(아즈텍, 이집트, 그리스, 로마 등등)들의 모습을 상상하는 재미도 있었는데, 다만 동양신 중 일본신만 등장한 것이 조금 아쉬웠다. 우리나라 신들도 찾아보면 매력적인 신들이 많은데 말이다. 대부분의 외국작가들은 동양하면 일본이 가장 먼저 떠오르나 보다. 흉.
 
"정말 한 번만 생각해 봐요. 뭐가 중요한지 생각해 보라구요. 무엇을 가지고 살 건가를 찾는 것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에요. 인생은 무엇을 위해서 살 건가를 찾는 거라고요." p242
이렇​게 소설 '정신병원을 탈출한 여신 프레야'는 끝날 것 같았는데 끝이 아님을 암시한다. 피넴디라는 조직은 전 세계 곳곳에 존재하고, 그들의 구체적인 목적도 알아내야 한다. 무엇보다 이종교배실에서 탈출한 '그 존재'가 아직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마지막 장에선 진심 소름 돋았다. "엄마?" 헉... 프레야와 나단 그리고 그녀와 함께한 여신들의 두 번째 이야기! 기대된다. 지금은 모든 것이 해결된 것 같아 잠시나마 자신들의 작은 판테온에서 승리의 축배를 들고 있지만, 해결되지 않는 것들 때문에 그녀들 앞에 펼쳐질 미래가 사뭇 걱정되고 긴장도 된다. +_+ 빠른 시간 안에 그다음 이야기! 읽기를 소원하며 서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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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이 책을 함께 읽은 분들께 궁금한 것이 있어 질문합니다!
​프레야가 마지막 결전의 날 수용소를 습격하여 그곳에 감금되어 있던 신들을 풀어주잖아요.
그런데 '데이모스'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것입니다. 처음 프레야에게 적대적이었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데이모스'는 더 이상 언급이 없어서요.

디오니소스가 난리 쳐서 풀어 준 신도 있는데 같은 이유일까요?
난리 치지 않았으면 풀어주지 않았을 것처럼 '데이모스' 역시...

그래도 그런 상황이라면 나도 꺼내달라고 난리칠 법도 한데.. 싶어서요. ㅎㅎ

 
 
 
* 본 포스팅은 <인터파크도서 활자중독 1기> 서평단 활동으로 체험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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