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밖으로 나온 인문학 - 동서양 대표성인 8인의 마음수업
송태인 지음 / 미디어숲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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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전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쉽게 읽히지 않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일단 어렵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세상 밖으로 나온 인문학은 어려운 고전을 현대인의 눈높이에 맞춰 재구성한 책이다. 고전 속 시대적 배경을 현대로, 사건과 인물, 지명, 고유 개념 또한 일반화하였고 주석과 해설 없이 깔끔하게 읽을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저자 송태인은 말한다. 고전은 셀프카운슬링이라고. 지금의 세상은 살아가기가 참 녹록지 않다. 청년실업, 경영악화, 환경파괴, 불신과 몰이해 등 그야 말로 난세다. 도대체 원인이 무엇일까? 고전은 이러한 원인을 '밖'이 아닌 '안'에서 찾으라 한다. 국제정세보다는 국내정서에서, 자연환경보다는 인간환경에서, 타인보다는 나 자신에게서. 문제의 본질을 보는 인식의 거울이 바로 내 '안'에 있기 때문이다. 고전은 자신의 '안'을 밝게 비출 수 있는 길로 안내한다. 고전을 읽어야 하고, 고전을 알아야 하는 이유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한다. 학생, 주부, 직장인, 정치인 등등. 각자의 위치에서 맡은 바 자신의 본분을 다한다면 무엇이 문제겠느냐만... 실상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이럴 때 나 자신이 속한 영역 속에 도움이 되고, 가르침이 될 만한 고전들 중엔 과연 어떤 것이 있을까? 궁금할 수밖에 없다. 세상 밖으로 나온 인문학은 각자의 영역에, 각자의 본분에 맞게 각 고전들을 연결하여 펼쳐 놓았다. <장자>는 학자에게, <공자>는 학생에게,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은 직장인에게, <맹자>는 정치인에게, <아우구스티누스>는 종교인에게, 석가모니의 말씀을 모은 <금강삼매경>은 주부에게, <노자>는 과학자에게, <소크라테스>는 경영인에게. 물론 어떤 고전이든 그 고전 속 가르침과 지혜를 익히고 배운다면 영역을 구분함 없이 내 삶의 자양분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다만 각 고전들을 이렇게 적재적소에 적용하여 단순화시킴으로써 그동안 광범위해서 어렵게만 느껴졌던 고전을 좀 더 친숙하게 익힐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더불어 고전이 가지고 있는 세월을 초월한 가치까지도. 그렇다고 그 내용 자체가 단순한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여러 번 읽고 생각하며, 몇 번이고 곱씹어 봐야 할 일이다.

총 8개의 이야기는 질문과 답변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학자가 장자에게 질문을 하면 장자의 사상을 바탕으로 답변을 하고, 주부가 석가모니에게 질문을 하면 석가모니의 사상을 바탕으로 답변을 해주는 식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도 좋지만 자신이 몸담고 있는 분야에 맞춰 한 꼭지별로 읽어도 좋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주부이면서 공부와 일을 병행하는 학생이자 직장인인 나의 경우는 공자, 아리스토텔레스, 석가모니 부분을 더 집중적으로 읽었다. 내가 공부를 하는 이유는 지금보다 더 나은 나, 더 나은 삶을 만들고 이루기 위함이다. 온전히 나 자신을 위한 것이다. 뭐 한 단어로 축약하자면 이것이 '성공'이라는 단어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공자는 말한다. 공부의 궁극적인 목적은 '사람을 살리는 것'이라고. 성공과 야망을 위해 맹목적으로 하는 공부가 아닌 '사람을 살리는 공부'야말로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정신이라고. 처음에는 이게 뭔 뜬구름 잡는 소리? 했으나, 곰곰 생각해보면 쉽게 알 수 있는 말이기도 하다. 향후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질 우리 청년들이 일신의 안락함만을 위해 공부를 한다면 그 끝은 희망 없는 대한민국, 그 자체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다시 일을 하고, 공부를 하기 전까지 나 역시 평범한 전업주부였다. 나는 나름대로 가사노동을 하면서 내 본분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하곤 했지만, 한편으론 티도 안 나는 가사노동이 과연 가치 있는 것인지, 자꾸만 내 주변의 워킹맘과 나 자신을 비교하곤 했다. 그때 석가모니는 말씀하셨다. 행복은 주관적인 가치의 문제이며, 행복은 타인과 비교하는 순간 나로부터 떠나간다는 것을. 결국 맨 위에서 말한 것처럼 모든 문제의 본질은 바로 내 '안'에 있었던 것이다. 아주 사소하고 소소한 것일지라도 내가 행복하고, 내가 그 안에서 나름의 가치를 발견하면 되는 것을, 나는 끊임없이 내 주변 사람과 내 처지를 비교해 왔던 것이다. 그럴수록 '행복'은 내 안에서 점점 더 멀어지고 있었던 것도 모르고.

세상 밖으로 나온 인문학. 책상 위에 책을 펼치고 노란 불빛 아래 조용히 한 장 한 장 읽어나가면서 나는 나 자신의 마음을 거울 속에 투영시키듯 바라 보았다. 앞서 간 성현들의 가르침과 지혜는 시대를 초월하여 지금 이 시대의 등불로서 우리 앞을 비춰주고 있다. 작가의 의도로 주석과 해설을 뺐기 때문에 원문의 출처나 정확한 해설을 알기는 어렵지만, 한 편으론 조금 더 수월하게 읽힌 부분은 분명 있다. 향후 더 깊이, 각 고전의 가르침과 지혜를 알고자 한다면 그것은 각자의 몫이고, 각자 찾아 볼 일이다. 이 책은 어려운 고전을 향해가는 도약이자 발판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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