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차관의 살인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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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야츠지 유키토 작가님의 <관 시리즈> 두 번째 소설 <수차관의 살인>이다. 책을 읽고 어느 정도 생각을 정리한 후에 바로 서평을 써야 하는데, 나의 게으름 탓인지 자꾸만 뒤늦게 서평을 쓰게 된다. 누군가 말했던가? 완전한 독서란 읽기와 쓰기가 결합되어야 한다는 것을. 그렇다면 뒤늦게라도 쓰게 된 지금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다만 아주 큰 단점은... 점점 기억이 흐릿해진다는 것이다. <관 시리즈> 첫 번째 작품이었던 전작 <십각관의 살인>은 섬과 육지라는 두 공간이 교차되면서 서술되었는데, 이번 작품 <수차관의 살인>은 과거와 현재라는 시간이 교차되면서 서술된다.


일단 수차관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구체적인 형태가 머릿속에 바로 떠오르진 않았다. 분명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는 단어는 아니니까. 내가 아는 상식과 한국어판 표지를 통해 대략적으로 유추해 볼 뿐이었다. 그러다가 일본어판 표지를 보게 되었는데 (한국어판 표지에 비해 조금 촌스럽긴 했지만;) 와우! 수차관이 건물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주어 바로 이해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책에 등장하는 서양식 고성 저택의 분위기를 좀 더 시각적으로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세 개의 거대한 수차가 돌아가는 수차관의 저택 역시 천재 건축가 <故 나카무라 세이지>의 작품이다. 이곳의 주인은 천재 화가이며 '마음의 눈'으로 보고 캔버스에 옮긴 환상의 풍경들이 미래를 예시하기도 하다는 환시자(幻視者)로 일컫는 <故 후지누마 잇세이>의 아들 <후지누마 기이치(41살)>이다. 그는 아버지와 같은 재능을 물려받진 못했지만 사업으로 큰 부를 축적했다. 그러나 12년 전 자동차 사고로 불구의 몸이 되고, 흉측하게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기 위해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채 살아간다.


가면.

그렇다, 내게는 얼굴이 없다.

나는 내 저주스러운 맨 얼굴을 감추기 위해 일상생활을 할 때도 가면을 쓴다.

이 저택 주인의, 원래 있어야 할 얼굴을 본뜬 하얀 가면.

살에 착 감기는 고무의 감촉.

살아있는 얼굴에 쓰는 차가운 데스마스크


<후지누마 기이치>는 기묘한 고성의 저택에서 자신의 아버지 <故 후지누마 잇세이>의 제자였던 <故 시바가키 고이치로>의 딸 <후지누마 유리에(19살)>를 아내로 맞이하여 세상과 단절된 채 은둔생활을 한다. 그리고 자신이 축적해 놓은 부를 이용해 아버지의 작품들을 모두 사들인다. 그가 세상과 유일하게 소통하는 시기는 일 년에 딱 한 번인데, 바로 아버지 <故 후지누마 잇세이>의 기일이다. 이날만큼은 몇몇 지인들을 고성의 저택에 초대해 <故 후지누마 잇세이>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게 해준다. 일년 전, 1985년 9월 xx 일 이날도 여지없이 네 명의 사람들이 작품 감상을 위해 고성의 저택을 찾는다. 미술상 <오시이 겐조>, 미술학 교수 <모리 시게히코>, 외과 병원장 <미타무라 노리유키>, 절의 부주지인 <후루카와 쓰네히토>이다. 더불어 이들은 <故 후지누마 잇세이>의 유작인 <환영군상>을 보길 간절히 원한다. 그러나 무슨 이유에선지 <후지누마 기이치>는 이 그림만은 공개하기를 거부하는데...


고성의 저택 밖으론 음산한 폭풍이 휘몰아치고, 세 개의 거대한 수차관은 고성의 저택 내부를 울리듯 공명하며 우르릉, 우르릉 불길한 소리를 내며 굴러가는 1985년 9월의 밤, 사건은 일어난다. 저택 가정부의 의문의 추락사, 도난당한 그림, 소각로에서 토막 난 채 발견된 피살자, 저택 밀실에서 증발한 용의자 등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가지만 결국, 토막 난 피살자는 <마사키 신고>로 밝혀지고, 그림을 훔쳐 증발한 용의자는 절의 부주지인 <후루카와 쓰네히토>로 밝혀지며 사건은 일단락된다. <마사키 신고>는 <故 후지누마 잇세이>의 제자로 유망한 화가였지만 12년 전 사고로 붓을 꺾고, 수차관에 머물고 있던 <후지누마 기이치>의 친구이기도 했다. 그리고 일 년 뒤 1986년 9월 xx 일 마찬가지 이유로 고성의 저택을 방문하게 된 그날의 사람들. 그 가운데 반가운 인물이 있다. 전작 <십각관의 살인>에 등장했었던 인물 <시마다 기요시>이다. 일 년 전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되었던 지인 <후루카와 쓰네히토>의 결백을 밝혀내기 위해 방문했다고는 하나, 어쩐지 이 기묘한 저택에서 벌어진 살인사건 자체에 더 흥미를 느끼는 듯 도하다. 아니나 다를까, 또다시 발생하는 연쇄살인사건! 일 년 전 악몽이 기묘한 고성의 저택에 불길한 기운으로 퍼져 나간다.


<시마다 기요시>는 전작인 <십각관의 살인>에서 보여주었던 모습과는 달리, 본격적으로 사건의 진상에 다가가기 위해 단서들을 하나씩 추적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변화된 그의 행동엔 이유가 있다. 바로 작가의 후기!


삽각관의 살인은 커다란 한 방으로 승부 한,

말하자면 기습적인 놀라움을 노린 작품이었다.

이번에는 반대로 <본격 미스터리>의 경향이 조금 더 강한

즉, 주어진 단서를 이용해 진상을 논리적으로 이끌어내는 작품이다.


미결이 된 경우를 제외하곤 결국, 모든 사건이 백일하에 드러나게 마련인데 <수차관의 살인>역시 탐정 역할을 자처한 <시마다 기요시>의 활약으로 진짜 범인이 밝혀지고, 진실이 드러나게 된다. 보이지 않는 인간의 탐욕스러운 욕망과 질투, 잔혹함이 불러온 참극. 다른 동물들과는 달리 인간만이 가진 참으로 비극적인 능력이랄까. 개인적으로 참 흥미진진하게 본 작품인데, 꽤 호불호가 갈리는 것 같기도 하다. 트릭을 쉽게 간파할 수 있다거나, 누가 범인인지 뻔히 보인다거나, 등등 혹평을 여럿 보기도 했으나, 아마 그분들은 이런 장르의 다양한 작품들을 섭렵한 분들일 것이고, 나는 아직 초보 독서가이기 때문에 (뭘 읽든 한창 읽는 맛이 좋을 때라 ㅋ) 그냥 무조건 별 다섯이다.


마지막으로, 누군가의 시선을 통해 보이는 <故 후지누마 잇세이>의 유작 <환영군상>의 실체를 보았을 땐 정말 소름 끼쳤다. 아......... 이 작품은! 이 마지막을 위한 것이었구나 싶었다. <故 후지누마 잇세이>가 왜 환시자(幻視者)로 불렸는지 알게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아...후덜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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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2-16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은 다 읽고나자마자 리뷰를 써야 합니다. 자꾸 리뷰 작성을 미루면 줄거리와 책에 대한 느낌들이 점점 잊혀집니다. 엘리카님 리뷰의 초반부에 언급되는 ‘완전한 독서‘의 의미가 마음에 듭니다. 누가 얘기한지 몰라도 저랑 생각이 비슷합니다. ^^

별해무 2017-02-20 07:56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그런데 왜 그게 잘 안 되는지...ㅠㅠ 서평쓰는 게 너무 어렵네용 ㅎㅎ
 
해무도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31
신시은 지음 / 황금가지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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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일본에 비해 국내 '추리장르문학'이 크게 인정받고 있다거나, 많은 양의 작품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예전에 비해 그 위상이 높아진 것은 분명하다. 나의 경우도 일본이나 기타 다른 나라의 추리소설들을 많이 접하는 편인데, 그래서일까? 국내의 추리장르소설이 새롭게 출간되면 '희귀하고 소중한 작품'을 보듯 설레는 마음으로 펼쳐들게 된다. 이번에 펼쳐 든 소설은 황금가지 출판사의 '밀리언 셀러클럽' 한국편인 신시은 작가의 <해무도>라는 작품이다. 책의 겉표지만 놓고 보더라도 벌써 어딘가 오싹한 느낌이 들면서 시선을 잡아 끌기도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놀랐던 것은 신시은 작가의 나이가 94년 생으로 2017년 현재 24살이라는 것이다. 이 작품 <해무도>를 집필했을 당시엔 약관의 나이 20살이었다고 한다. 정말 뭐라도 될 사람은 떡잎부터 알아본다더니, 그 시절 나는 무얼 했나. 이러려고 나이만 먹었나 자괴감 들어; 어쨌든 앞으로 신시은 작가의 행보가 기대되고 더불어 한국장르문학의 미래가 밝을 것이라는 생각에 개인적으로 무척 뿌듯하다.  

 

망망대해 위로 짙게 드리운 희뿌연 안개 사이로 우뚝 솟아있는 외딴섬 해무도. 이곳에 전해내려오는 전설 같은 괴담이 있는데, 짙은 해무가 낀 날 영산의 할미 구렁이 귀신이 마을로 내려와 사람들을 하나씩 데려간다는 것이다. 심지어 그 영산 혈곡에는 백발의 귀신 노파가 자식의 원수를 갚기 위해 떠돌고 있기까지 하다는 것이다. 오죽 그 원한이 강한지 영산엔 산짐승의 그림자조차 보이질 않는다. 이렇듯 신시은 작가의 <해무도>는 '한국괴담'과 '본격추리소설'이라는 두 가지 맛깔나는 양념을 버무린 작품이다. 최근에 읽은 '화가'라는 작품도 그렇지만, 일본에 전해내려오는 민담이나 괴담 등을 작품에 잘 버무려서 그 자신만의 독창적인 작풍을 탄생시킨 '미쓰다 신조' 작가님이 생각나기도 했다.


외딴섬 해무도, 12살의 어린 초희가 한 남자를 만나는데 남자의 행동과 말투가 어딘지 수상쩍다. 그에게서 달아나려는 초희. 그러나 곧 짙은 해무가 깔리기 시작하고 초희는 난감한 듯 남자의 손을 잡고 뛰기 시작한다. 그리고 시간을 거슬러 현재. 주인공이자 대학교수인 '치수'는 아내로부터 자신의 스승이었던 '정교수'의 부고 소식을 듣는다. 정교수가 살았던 한옥저택은 해무도에 있는 곳으로 20년 전 끔찍한 살인 사건이 일어났던 곳이며 당시 치수도 이곳에 있었다. 두 사람이 머리가 잘린 채 죽었는데, 마을 사람들은 귀신 노파의 짓이라며 두려워했고 정말 귀신의 짓인지, 사람의 짓인지, 현재까지도 해결되지 못한 채 미결로 남아 있던 것이다. 과거의 끔찍한 기억이 그를 두렵게 만들었지만 결국 치수는 해무도로 떠난다. 그리고 정교수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온 두 딸 주경과 주연. 동생인 주연은 아버지를 모셔왔지만, 언니인 주경은 아버지를 증오해 왔으며, 아버지 사후 재산문제에서 배제될까 두려워 장례식장에 참석한 것이다. 그러나 아버지의 시신에서 머리가 사라졌음을 알게 된 주연은 그것이 어디 있는지 알 것 같다며 한옥저택이 있는 해무도로 떠날 결심을 하고, 장례식장에 혼자 남기 두려웠던 주경 역시 주연과 함께 해무도로 떠난다.


해무도에 도착한 치수는 20년 전 살인사건을 함께 겪은 선장을 만나는데, 그는 치수에게 당장 이곳을 떠나라고 말한다. 그래도 기어이 가려는 치수에게 선장은 의미심장한 말을 한다. "어떠한 이유로 섬을 떠났어도, 다시 이곳으로 오게 된다." 그리고 한옥저택으로 가는 방법을 알려준다. 정교수의 집인 한옥저택을 가려면 영산을 넘어가야 하는데 이곳 영산은 귀신 노파의 전설이 스며있는 곳으로 자정을 넘기면 안 된다고 경고한다. 그리고 '그것'으로부터 피할 방법을 알고 있는 자신의 아들 '성구'를 길잡이로 붙여준다. 이렇게 두 사람은 영산을 넘게 되나 중간에 치수의 사고로 시간이 지체되고, 조금씩 내리던 눈발은 점점 거세져만 간다. << 사실 어떤 직접적인 경험 없이도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무서울 때가 있다. 호러 소설이나 잔인한 범죄추리소설 등을 읽을 때 가 그렇다. <해무도>의 경우 텍스트만으로는 그렇게 무섭진 않았다. 물론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그러나 치수와 성구가 눈이 내리는 겨울밤, 귀신 노파 전설이 스며있는 영산을 넘어가는 장면을 읽을 땐 소름이 끼치도록 무서웠다. 아마도 그날의 내 경험이 없었다면 크게 무섭진 않았을 것이다. 작년 추석 때 강원도 산골에 있는 친정집을 방문했을 때이다. 낮에는 모든 것이 자연친화적이라 너무 좋았다. 공기도 맑고, 커다란 산속에 줄지어 서 있는 나무들의 모습은 몸속까지 정화되는 기분이었다. 늦은 저녁, 조금은 심심했던 신랑과 나는 산책을 하기로 했다. 밖을 나오니 주위는 숨 막히도록 고요했고, 가로수 불빛들은 도시와는 다르게 뜨문뜨문 켜져 있었다. 낮에 보았던 웅장한 느낌의 산세는 깊은 어둠 속에 잠겨있어서 뭐라도 튀어나올 것처럼 무서웠다. 뭐랄까? 어떤 거대한 존재가 위에서 우리를 굽어보고 있는 듯한 느낌? 자연에 압도당하는 느낌과 함께 나의 상상력까지 더해져 현기증이 날 정도로 너무 무서웠다. 분명 탁 트인 공간인데 병풍처럼 둘러쳐진 산세에 폐소공포증을 느꼈달까? 두려움을 안고 신랑 옆에 꼭 붙어서 걸었는데, 벌레들의 날갯짓 소리나 울음소리가 너무도 또렷하고 크게 들려서 깜짝깜짝 놀라기도 했다. 그러다가 저 멀리 가로등 불빛이 바지직 소리를 내며 꺼졌는데, 텅. 텅. 텅 어둠이 점점 나에게로 다가오는 느낌과 동시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신랑과 나는 소리를 지르며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눈이 익숙해질 때까지 미친 듯이 집 쪽으로 뛰어갔다. 어두운 산을 병풍처럼 옆에 두고서도 무서웠는데, 산 중앙을 그것도 이런 무시무시한 전설이 깃든 산속을 걸어간다는 것은 정말 생각만 해도 온몸에 소름이 오소소 돋아났던 것이다.>> 어쨌든 치수 때문에 다시 돌아가지 못한 성구는 어쩔 수 없이 치수와 함께 겨우겨우 한옥저택에 도착하게 된다.  


한편, 선장은 돌아올 때가 한참 지났는데도 아들이 돌아오지 않자 걱정하기 시작한다. 어느덧 30살이 넘은 초희도 함께 있는데, 때마침 주경과 주연이 배를 타고 해무도 선착장에 도착한다. 각자의 사정과 이유로 한옥저택을 가려는 사람들. 그러나 눈발은 점점 더 거세지고, 자정이 훨씬 넘은 시각이라 영산으론 갈 수가 없기에 선장을 비롯한 4명의 사람들은 배를 타고 한옥저택으로 향한다. 먼저 한옥저택에 도착한 치수와 성구는 아무도 없는 한옥저택에 발이 묶인다. 장례식이 당연히 이곳에서 진행될 줄 알았던 치수는 적잖이 당황하게 되고, 저택 주변을 둘러보다가 정체를 알 수 없는 발자국을 보고, 기이한 소리를 듣게 된다. 그리고 선장과 함께 저택에 도착한 4명의 사람들. 결국 저택에서 발견되는 '정교수의 머리... 폭설과 더불어 이젠 파도까지 심해지면서 뱃길도 막혀버린다. 악천후 속에 이곳 한옥저택 해무도에 고립된 7명의 사람들, 그리고 발생하는 살인사건.

과거 20년 전 살인 사건을 해결하지 못했다는 일말의 죄책감 속에 치수는 탐정 노릇을 자처하게 되고 실마리를 찾기 시작한다.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듯한 선장, 재산문제가 얽혀있는 주경, 남들과 다르게 이곳까지 왜 왔는지 이유를 알 수 없는 초희 등등 그리고 치수 자신까지 포함해서 누구나가 용의자가 될 수 있는 상황. 그리고 밝혀지는 진실과 범인의 정체. 결국 이 모든 것은 20년 전 그때의 살인 사건이 단초가 되었던 것인데...  마지막, 모든 사건이 해결되고 끝난 가운데 신지은 작가는 괴담의 형태로 독자들에게 마지막 선물을 남겨 준다. 그것은 직접 확인해 보시길!

"이른 봄이 돼서 해무가 끼모, 영산에 사는 할미 구렁이가 내려온 데이. 그 구렁이는 사람 고기를 묶을라꼬 내려오는 긴데, 구신 노파 형상을 하고 해무가 낀 틈을 봐가꼬 바다에 나섰는 사람을 영원히 데려가뿐데이. 알았제?"

"하, 할매요,무섭심더."

"하모, 또 있데이. 새벽에 혼자 돌아다니다 모르는 사람이 말을 걸어와도 뒤돌아 보지 말고 도망가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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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각관의 살인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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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츠지 유키토 작가님의 <십각관의 살인>은 책 소개에도 나와있지만 당시 일본 미스터리계의 주류였던 '사회파 추리 스타일'에 반기를 들고 추리 문학 고전기의 본격 미스터리로 돌아가고자 했던 '신본격 운동'의 효시가 되는 작품임과 동시에 데뷔작(1987년 발표)이기도 하다. 신본격 추리소설이란 '트릭'을 중시하는 소설이다. 대표적인 작가로는 시마다 소지, 우타노 쇼고, 오리하라 이치, 아야츠지 유키토 등이 있다. 신본격과 본격의 차이는 '시대'라 할 수 있다. 1900년대를 본격이라 하며 대표적인 작가로는 에도가와 란포나 요코미조 세이시 등이 있으며 1980년대 이후에 나온 본격은 신본격이라 부른다. 이와 다르게 트릭의 비중보다는 사회적 이슈나 병폐를 다루는 추리소설을 '사회파 추리 소설'이라 한다. 가장 대표적인 작가로는 미야베 미유키와 마쓰모토 세이초가 있다. 쉬운 예로, 미야베 미유키의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드라마 '솔로몬의 위증'을 생각해 보면 될 것이다. 이상, 개인적으로도 추리 소설을 읽으면서 늘 궁금했던 '본격'이니 '신본격'이니 하는 용어들을 조사하여 정리해 보았다.

 

아야츠지 유키토 작가님의 '관 시리즈'는 <십각관의 살인>을 시작으로 <수차관의 살인>, <미로관의 살인>, <인형관의 살인>, <시계관의 살인>, <흑묘관의 살인>, <암흑관의 살인>, <깜짝관의 살인>, <기면관의 살인>으로 완결되었고 국내에 <깜짝관의 살인>만 아직 출간되지 않은 상태이다. 소설의 시작은 한 남자의 독백으로 시작된다. 아무것도 모르고 그들은 찾아올 것이다. 아무런 의심도, 두려움도 없이, 자신들을 포획하고 심판할 그 십각형의 덫 속으로...

과연 이 남자의 정체는 누구이며, 무엇을 계획하고 있으며, 그 의도와 목적은 무엇인가? 궁금증을 동반한 설레는 마음으로 다음 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소설의 배경은 '츠노시마'라는 무인도이며 이곳은 '나카무라 세이지'라는 수수께끼의 천재 건축가가 만든 '청옥부'라는 건물이 있는 곳이다. 그러나 반년 전 모종의 사건으로 '나카무라 세이지'와 그의 부인, 고용인 부부 등이 처참하게 살해되었으며 청옥부 역시 불에 탔다. 현재 남아 있는 건물은 '청옥부'의 별관인 10개의 변으로 이루어진 기묘한 십각관 형태의 건물뿐이다. 일곱 명의 K 대학 미스터리 연구회 회원인 '엘러리', '아가사', '카', '르루', '포', '올치', '반'은 여름방학을 맞아 일주일 예정으로 이곳 '츠노시마'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이들은 실명이 아닌 미스터리 연구회의 전통에 따라 작가의 이름을 닉네임으로 사용하는데, 작가의 '본격추리문학' 황금기에 대한 진한 향수가 드리워진 것이라 한다. 기본 설정 역시 아가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니 말이다. <<잠깐 옆길로 세자면, 나는 이들이 닉네임으로 사용하는 작가의 작품들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다. 요즘 나온 책들은 잘 읽고 있으면서 오랜 세월 동안 사랑받아 살아남은 고전작품들은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면서도 잘 안 읽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장르문학도 예외는 아니어서, 추리문학의 고전이랄 수 있는 엘러리 퀸, 아가사 크리스티, 심지어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등등 걸출한 작가들의 작품들을 제대로 완독하지 못했다. 2017년도에는 독서의 폭도 넓히고, 고전 작품들도 자주 접해 봐야겠다. >>


어쨌든, 이렇게 섬으로 떠나는 일곱 명의 등장인물들 외에 육지에 남아있는 인물들도 있다. K대학 미스터리 회원이었지만 현재는 탈퇴한 '가와미나미'와 '모리스'라는 인물이다. '가와미나미'는 수상한 편지를 받게 되는데, 내용은 이렇다. '네놈들이 죽인 치오리는 나의 딸이었다.' 반년 전 죽은 천재 건축가 '나카무라 세이지'의 편지였는데, 그렇다면 나카무라 세이지는 살아 있단 말인가? '가와미나미'는 '나카무라 세이지'의 동생인 '나카무라 코이지'를 찾아가는데, 그 역시 이 편지를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코이지'의 집에 놀러와 있던 '시마다 기요시'는 이 기묘한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게 된다. 결국 '시마다 기요시'는 섬으로 떠난 친구들을 걱정하는 '가와미나미'와 함께 '츠노시마'에서 벌어졌던 반년전 살인사건의 진실을 좇기 시작하고, '모리스'는 안락의자 탐정 역할을 자처하며 함께 사건의 진상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반면, 섬에 도착한 일곱 명의 미스터리 회원들은 조금씩 기괴한 건축물에 적응해가고, 하룻밤을 보낸다. 그리고 다음날, 십각형의 홀에 모인 일곱 명의 회원들 앞에 살인을 예고하는 이상한 조각들이 발견된다. 그 조각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제1피해자', '제2피해자', '제3피해자', '제4피해자', '최후의 피해자', '탐정', '범인'. 누가 피해자이고, 누가 범인이고, 누가 탐정이 된다는 것인가? 약간의 두려움 속에서도, 자기들 중 누군가의 단순한 장난으로 치부해 버리지만,  그 카드패의 명명처럼 제1피해자가 생기고, 제2피해자가 생기기 시작한다. 동료들이 한 사람씩, 한 사람씩 살해당하는 와중에 언제 자신의 순서가 될지 모를 극도의 공포와 불안감 속에 그들은 서로를 감시하고, 의심하기 시작한다. 자신들을 데리러 올 배는 일주일 뒤에나 올 예정이고, 거친 폭우와 파도로 뒤엉킨 '츠노시마 섬'은 고립무원 그 자체일 뿐이다.


<십각관의 살인>은 이렇듯 육지와 섬이라는 공간을 번갈아가며 반복 교차되는 '이중 구조'를 취하고 있다. 연쇄살인사건이 벌어지는 고립무원의 '츠노시마 섬'의 인물들과 사건을 추리하는 육지의 인물들이 반복 교차되다가 어느 순간 하나의 꼭짓점에 도달하며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고, 십각관 내부의 밀실트릭이 공개되며, 범인의 의도와 목적, 정체까지 밝혀진다. 개인적으로 범인을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설마 이 인물이 이 인물과 동일인물일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다. 다만 범인이 목적을 이루기 위해 이렇게까지 해야 했나 조금 의아하기도 했다. 체력적으로도 힘들었을 것 같고, 범인의 의도도 약간은 억지스럽기도 했으니까. 그러나 뭐 이건 어디까지나 나의 생각일 뿐이고, 모든 사람의 원한의 크기나, 생각, 의도는 다 제각각이기도 하니...


마지막으로 아야츠지 유키토 작가님의 '관 시리즈' 중 현재 <시계관의 살인>까지 읽어 본 나로서, 이 시리즈 나름의 공통점을 발견했는데 첫 번째, 일본 곳곳에 '나카무라 세이지'의 독특한 건축물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는 것! (물론 그러니까 '관 시리즈'겠지만) 두 번째, 무서운 살인사건 현장임에도 불구하고 넘치는 호기심으로 늘 그 현장에 항상 있는 인물이 있다는 것! 세 번째, 범인은 절대 완벽하지 않다는 것! 나중에 모든 진상과 트릭이 밝혀질 때 예상치 못했던 범인의 실수가 매 시리즈마다 나타난다는 것! 네 번째, 범인은 경찰과 같은 조직에 의해 심판을 받지 않는다는 것! 다섯 번째, 아야츠지 유키토 작가님의 트릭은 엄지척이라는 것! 이상 조금은 긴 서평이 되었는데, 앞으로 남은 관 시리즈도 조금씩 정주행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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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우라 사진관의 비밀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 / arte(아르테)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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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얼마 전 친정에 갔다가 옛날 사진들을 보게 되었다. 어머니가 살아계셨을 때 정리한 사진들을 동생들이 이사하면서 큰 상자 속에 넣어 보관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은 디지털 기기로 사진을 찍기 때문에 인화보다는 컴퓨터나 핸드폰 속에 이미지 파일 형태로 사진을 보관하는 경우가 많다. 이젠 필름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은 예전처럼 많지가 않다. 그래서인지 한 뭉텅이의 필름 사진들을 발견했을 땐 익숙한 듯하면서도 조금은 낯설기도 했다. 동생과 나는 방바닥에 자릴 잡고 앉아 상자 속 사진들을 바닥에 펼쳐놓고 한 장씩 한 장씩 살펴보았다. 언제 찍었는지 조차 기억나지 않는 사진들, 잊고 있었던 기억과 추억들을 불러일으키는 사진들을 바라보며 나와 동생은 지나간 시간들을 반추했다.

친구들과 팔짱을 끼고 곱게 웃고 있는 젊은 시절의 어머니, 외할머니 집 텃밭에서 밭일을 도와주고 있는 나와 어머니, 어디인지 조차 기억나지 않는 어느 분수대 앞에 앉아 활짝 웃고 있는 나와 어머니... 등등 한 장, 한 장, 사진들을 때마다 그리움을 동반한 궁금증이 떠오르기도 했다. 어머니가 이 사진을 찍고 있던 순간에 나는 어디서 무얼 하고 있었을까?, 어머니와 함께 갔을 이 장소는 어디일까?, 어린 시절 내 옆에서 함께 사진을 찍은 친구들은 지금쯤 어디서 무얼 하며 살고 있을까? 무수히 많은 생각과 생각들이 머릿속을 뛰어다니고, 가슴속을 헤집고 다녔다.

이렇듯 사진이란, 삶의 어떤 한순간을 작은 비밀과 함께 프레임 속에 영원히 붙잡아 둔다. 누군가 그 사진을 다시 보게 되었을 땐 그 작은 비밀이 풀리기도 한다. 기억과 옛 추억과 그리움이란 이름으로.


미카미 엔의 <니시우라 사진관의 비밀>은 그런 사진 속에 숨겨져 있는 작은 비밀들을 풀어헤쳐가는 감성 미스터리 소설이다. 우리에겐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으로 더 잘 알려진 작가이기도 하다. 도쿄에서 한 시간 거리에 위치하고 있는 작은 섬 '에노시마'가 소설 속 배경이다. 백 년이라는 오랜 시간 동안 대를 이어온 니시우라 사진관. 이곳을 운영하던 할머니의 사후 유품을 정리하러 온 외손녀 마유, 여러 가지 사연으로 사진관을 찾는 손님들과 마을 사람들이 주요 등장인물들이다.  어렸을 적 할머니의 영향으로 사진을 좋아하게 된 마유는 사진을 전공했지만, 한순간의 실수로 더 이상 사진을 찍지 않게 되었다. 할머니의 유품을 정리하던 중 마유는 미수령 사진들을 발견하게 되고, 그 사진들 중 오랜 세월 동안 똑같은 얼굴로 사진에 찍혀있는 한 남자를 보게 된다. 그리고 그 사진 속 모습과 너무나 닮은 한 남자가 니시우라 사진관을 방문하는데, 그의 이름은 '아키타카'.  과거의 어떤 사건으로 기억의 일부분을 잃어버린 사연을 갖고 있다. 그에게 호감을 느낀 마유 그리고 그런 그녀의 일을 돕겠다고 말하는 아키타카. 이 둘은 니시우라 사진관의 미수령 사진들을 함께 정리하며 조금씩 가까워진다. 그렇게 함께 사진 속 작은 비밀들을 풀어가며, 자신들을 둘러싸고 있던 과거의 트라우마와 아픔을 마주하게 되고, 용서와 화해의 길에 조심스럽게 한 발짝, 한 발짝 다가가게 된다.

나 역시 사진을 좋아하기 때문에 '사진'이라는 단어 하나로 선택했던 책 <니시우라 사진관의 비밀>이다. 단, 기대와는 달리 어떤 커다란 반전이나, 임팩트 있는 미스터리적 요소가 부족해서 조금 아쉬웠달까? 그러나 오히려 이런 요소들 때문에 일본 특유의 잔잔하면서도 감성적인 영화 한 편을 본 느낌이라 크게 나쁘진 않았다. 오랜 세월 그 자리에서 묵묵히 사진관을 찾아오는 사람들의 행복과 기대와 설렘을 지켜보았을 니시우라 사진관. 이제는 변화하는 세월 속에 사라지고 풍화되겠지만, 가끔은 카메라 속 필름을 필름통에 넣어 사진관에 맡기고, 사진이 나오길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해서 찾으러 갔던 그 시절, 그 시간들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책속 밑줄>


"사진이라는 건 찰나의 시간과 장소를 잘라내는 행위라고 했죠. 저는 지금 이 섬에 있는 저를..... 얼굴을 빼앗기고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제 모습을 기록해두고 싶습니다. 되도록이면 원래대로 돌아갈 기회를 준 가쓰라기 씨가 찍어주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증명하고 싶어요."


"무엇을요?"


"가쓰라기 씨가 사진을 다시 시작해도 누군가의 인생이 그리 쉽게 망가지지 않는다는걸요. 한 번 망가졌던 인생이 제자리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걸요."


마유는 말없이 입술을 깨물었다.


아마 그녀는 이렇게까지 낙관적으로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한가지 일로 머리를 싸매거나, 오랫동안 후회하거나, 불안을 느끼며 살아왔다. 사람은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평생 바뀌지 않는 사람도 분명 없을 것이다.


"딱 한 장만이라면 찍을게요."


"물론 좋습니다."


아키타카는 안도한 듯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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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스토리콜렉터 46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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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쓰다 신조의 '집' 시리즈 3부작 중 하나인 <흉가>를 읽고 미쓰다 월드에 입문하게 되었는데, 이번엔 <화가>를 읽게 되었다. 국내엔 <흉가>가 먼저 출간되었지만 실제 출간 순서는 <화가>가 먼저이다. 한자의 뜻을 살펴보면 <재앙이 내린 집>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한날한시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여읜 코타로는 할머니와 함께 낯선 지역으로 이사 오게 된다. 그런데 자신이 살 집과 마을의 모습을 본 순간 묘한 기시감을 느낀다. 더불어 옆집에 살고 있는 괴상한 노인은 "꼬마야 잘 다녀왔니?"라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건네기까지 한다. 어렸을 적 꾸었던 악몽이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느낌과 함께 코타로는 집과 마을을 둘러싼 숲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섬뜩한 존재와 마주하게 되고 쫓기기까지 한다. 근처에 살고 있는 동급생 '레나'를 통해 마을을 안내받던 중 코타로는 자신이 경험했던 섬뜩한 일들을 레나에게 고백한다. 그러자 레나는 코타로의 집이 마을의 유명한 유령의 집 중 하나임을 이야기해 준다. 코타로는 레나와 함께 마을 도서관에서 자신의 집과 마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조사해 보기로 한다. 그리고 발견하게 된 10년 전 그날의 이 마을, 이 집의, 연쇄 살인에 대한 기사를 읽던 중 코타로는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는데…….

책을 읽는 동안 어렸을 적 어떤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당시 나는 코타로와 마찬가지로 초등학생이었다. 아버지가 군인이셔서 군인 아파트에 살고 있었는데, 집에 아무도 없었던 것 같다. 저녁 무렵 아무도 없는 집에 혼자 들어가기가 무서웠던 나는 아파트 후문을 지키는 군인 아저씨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군인 아저씨는 지금 집에 들어가면 '달걀귀신'이 있을 거라고 얘기를 했었다. 당시 어린 나를 놀리기 위해 장난으로 한 말이었겠지만, 그때의 나는 그 말이 너무도 무서웠다. 아저씨의 말과 함께 저 너머 불 꺼진 우리 집 창문을 몇 번이고 쳐다봤던 기억이 아직도 뚜렷하다. 어둠 속에서 웅크리고 있을 달걀귀신의 존재가 어린 내 머릿속을 휘저어 놓고, 내 마음을 불안과 두려움으로 가득 채웠었던 그 시절의 기억. 그 뒤 내가 어떻게 집에 돌아갔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도 그 순간의 공포와 불안을 나의 뇌가 아주 특별한 기억으로 보관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기억하고 있는 것을 보면...

저 집에 돌아가는 것이, 그것도 어제와 마찬가지로 해 질 녘에 돌아가는 것이 싫었던 거야……. <165p>

미쓰다 신조의 집 시리즈는 마지막 3부작 하나만을 남겨두고 있는데 <흉가>, <화가>의 주인공은 모두 어린 소년이다. 일단 물리적으로 성인이라면 집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 불가해한 공포를 어린 소년에 비해 쉽게 벗어날 수 있겠지만, 어린 소년의 경우는 쉽게 벗어날 수가 없다. 또한 심리적으로 그 나이의 소년이 느끼는 공포의 존재를 대부분의 어른들은 믿으려 하지 않는다. 아이와 어른의 경계 선상에 서 있는 소년이라는 존재는 어린아이처럼 아주 미숙하진 않지만, 아이처럼 순수하게 공포를 느끼고, 보고, 믿을 수 있는 존재이다. 또한 어른처럼 보이지 않는 존재를 불신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무엇인가를 판단하기도 어려운 유약한 존재이기도 하다. 즉, 아이처럼 순수하게 단단하지만 또한 그만큼 부서지기 쉬운 투명한 유리 같은 존재. 그것이 미쓰다 신조가 어딘가 불안정하면서도 유연한 '소년'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 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범인이 밝혀졌을 땐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이어서 다소 놀라긴 했지만, 그 의도가 이성적으로 이해가 안 되어서 다소 억지스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으나, 세상천지 논리적으로, 이성적으로 가장 이해하기 힘든 존재가 또한 인간이라는 생각에 씁쓸한 마음으로 수긍을 하기도 했다. 다만 <흉가>의 주인공 쇼타와는 달리 코타로는 해피엔딩으로 끝나나 싶었는데, 역시나 복선(OOO를 책상 서랍에 집어넣을 생각)과 함께 마지막 반전은... 끝나지 않음을 암시하며 막을 내린다. 

텅, 텅, 텅​…….

집이 울리는 듯한 소리가 온 집 안을 흔든다.

착, 착, 착​…….

기분 나쁜 소리가 계단을 올라온다.

탁, 탁, 탁​…….

자신의 발소리가 들린다.

ps.​

<미쓰다 신조의 가장 무서운 점은 의태어를 활용해

상상력을 자극하는 공포라는 것이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나도 방 안에서 들리는 작은 소리들에

흠칫흠칫 놀라곤 한다. ​득, 득, 득. 슥, 슥, 슥.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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