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박힌 못 하나 - 곽금주 교수와 함께 푸는 내 안의 콤플렉스 이야기
곽금주 지음 / 쌤앤파커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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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책 제목만 보고 내 마음에는 어떤 못이 박혀있을까? 라는 생각으로 읽게 된 책이다. 그 못을 단순히 어떤 상처, 아픔 등으로 해석을 했다. 때문에 요근래 계속되는 공허함과 우울함으로 어떤 것으로든 나의 이런 감정들을 진단받고, 해결하고, 분석하고, 무엇보다 위로받고 싶었다. 그래서 기존 심리학 책들의 유형처럼 많은 내담자들의 상담사례들을 엿볼 수 있다거나 혹은 심리학과 관련된 따뜻한 에세이로 생각했던 책인데 나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책이여서 한편으론 실망스럽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론 굉장히 독특한 인상과 배움을 얻게 된 책이기도 하다. 저자 곽금주는 국내 최고 발달심리학의 권위자로서 인간이 가지고 있는 '콤플렉스'를 바탕으로 신화, 문학, 그림들을 통해 콤플렉스의 원인과 많은 사례 및 조언들을 흥미롭게 구성했다. 이 책에는 총 18가지의 콤플렉스가 등장하는데, 기존에 많이 들어 본 콤플렉스들도 있고 전혀 생소한 콤플렉스들도 등장한다. 그렇다면 콤플렉스의 정확한 정의란 무엇일까? 보통 콤플렉스=자신의 못난 모습(열등감)으로 규정을 짓는데 그렇게 한 단어로 설명할 수 있는 단순한 것이 아니다. 콤플렉스는 복잡한, 복합체라는 단어 뜻으로 '잠재된 감정의 복합체'라는 것이다. 즉 인간의 마음은 무수히 많은 콤플렉스로 구성돼 있는데 그러한 콤플렉스야말로 인간의 성격을 규정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나는 어떠한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으며 그 콤플렉스로 말미암아 나의 성격이 어떻게 규정되고 변화되었는지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즉 콤플렉스를 하나의 피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콤플렉스를 인정하고 받아들임으로써 내 마음에 박힌 못 하나, 즉 콤플렉스가 더 이상 아픈 대상이 아니라 이제는 감싸안고 보듬어야 할 존재로 인식할 수 있게 해준다. 더불어 이런 콤플렉스도 있었어?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좀 생소한 콤플렉스들도 꽤 많이 나오는데, 나와 관련이 없는 콤플렉스라 하더라도 분명 내 주변 누군가는 그런 콤플렉스로 힘들어하고 있을 것이다. 때문에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그런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는 마음을 얻게 될 수 있으니 많은 배움이 되는 책이기도 하다. 특히 심리학과 관련된 내용들은 보통 일반인인 우리들이 읽기에는 다소 어려울 수도 있는데, 곽금주 저자님의 마음에 박힌 못 하나는 재미있는 이야기들, 즉 신화, 문학작품, 그림들을 통해 아주 쉽고도 흥미롭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리스 신화에 자주 등장하는 많은 신들의 이야기들은 따로 찾아서 읽고 싶을 만큼 아주 흥미롭기까지 했다. 특히 많은 콤플렉스들의 기원이 이 시대 신들의 이름 및 신화속 등장인물들의 이름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은데, 예를 들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다이아나 콤플렉스, 크로노스 콤플렉스, 메데이아 콤플렉스, 이카로스 콤플렉스, 프로메데우스 콤플렉스, 카산드라 콤플렉스 등등이 그러하다. 그 밖에 문학작품 및 성서에 등장하는 몬테크리스토 콤플렉스, 돈 주앙 콤플렉스, 카인 콤플렉스, 요나 콤플렉스 등등 각종 콤플렉스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읽어보는 재미, 또 나는 이 중에서 어떤 콤플렉스를 더 많이 갖고 있는지 내 자신을 들여다보는 재미, 대략적으로만 알고 있었지 정확한 의미 및 내용을 잘 몰랐는데 이 책을 계기로 좀더 정확하게 알게 된 앎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시간들이였다. 특히 개인적으로 내 자신이 가장 공감한 부분은 바로 폴로니어스 콤플렉스와 요나 콤플렉스였다. 폴로니어스 콤플렉스는 대중에 묻어가는 자의 편안함을 나타내는 콤플렉스이며 요나 콤플렉스는 자신의 가능성이 두려운 사람들을 나타내는 콤플렉스인데 아마도 내 가슴에 이런 콤플렉스가 박혀있었던지 다른 콤플렉스들 보다 더 공감이 갔었다. 폴로니어스는 셰익스피어의 비극 <햄릿>의 등장인물인데, 남들이 하는 말을 줏대 없이 따르는 예스맨으로 나온다. 즉 어떤 현상에 대해 주관적 의견 없이 피상적이고 무의미한 응답을 하는 것인데 우리 주위에서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인간의 유형이다. 나 개인적으로도 남들 앞에서 싫으면 싫다, 좋으면 좋다, 뭔가 좀 더 당당하게 말을 해야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그저 남들이 그렇다고 하니까 그런 평온함을 유지하기 위해 순순히 응하고 불편한 감정을 숨긴 채 묵묵히 따를 때가 좀 있었던 것 같다. 또 요나 콤플렉스는 성서에 등장하는 인물인데 이스라엘의 선지자로 바다에 던져져 물고기 배 속에서 3일간 지내다가 기적적으로 살아나온 인물이다. 그는 하나님의 소명을 이행해 고귀한 일을 선택할 수 있음에도 뒤따라올지 모르는 부정적인 결과가 두려워 도망친 인물이다. 즉 '자신의 근본적인 가치와 능력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로부터 후퇴하는 것'이 요나 콤플렉스의 핵심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예전에 행했던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한 디자인 회사에 면접을 보러갔는데, 압도적인 분위기와 카리스마 넘치는 사람들의 행동과 모습속에서 도전과 열망보다는 위축된 감정이 먼저 들었고, 이런 곳에서 일하고 싶지만 과연 내 능력으로 이런 곳에서 일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과 추후 일을 했을 때 기대에 미치지 못한 내 모습에 사람들이 비난하는 모습이 먼저 그려저 합격했음에도 포기하고, 보다 더 편하고 다소 만만한 생각이 드는 회사로 들어갔던 적이 있다. 만약 그때 두려움을 이기고 도전했더라면 지금의 내 모습은 또 달라져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하며 조금은 씁쓸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이런 심리학 관련 책들을 읽다보면 늘 느끼는 것이지만 어릴 적 부모와의 관계에서 수많은 트라우마들과 콤플렉스가 형성된다는 점이다. 그만큼 유년기의 가정환경 및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모든 상황들을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어쨌든 중요한 것은 내가 가지고 있던 콤플렉스를 정확히 이해하고 그 콤플렉스를 좋은 쪽으로 승화해서 더욱 멋진 나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는 원동력으로 삼는 것이다. 그러면 지금보다 훨씬 아름답고 멋진 삶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나의 단점을 장점으로 바꾸어 나갈 수 있도록 내 마음을 조절하는 것이 콤플렉스를 치유하는 유일한 비결이다. 가슴에 박혀 있는 그 못이 나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튼튼하게 만들어줄 수 있음을 기억하자. 내 안을 들여다보고 내게 가장 약한 것이 무언지 찾게 되면 우선 그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 약한 고리를 더욱 강하게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하고 끊임없이 시도해간다면 나의 콤플렉스가 나의 자랑거리가 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니 아프더라도, 피하지 말고 내 안의 못을 뽑아내자.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 상처를 오랫동안 보듬자. 휑하던 빈 공간에 따뜻한 피가 돌고 새살이 돋아날 때까지."

 

- 에필로그 편에서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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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성어 - 인생을 움직이는 네 글자의 힘
최영갑 지음 / 맛있는책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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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성어 및 고사성어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지만, 청춘성어라니! 또한 책의 부제목인 "가슴에 뜨거운 문장 하나 품지 않으면 청춘이 아니다"라는 강렬한 메시지! 이 두가지가 나의 마음에 너무도 깊게 다가와 이 책을 읽게 되었다. "~ 청춘이 아니다"라는 강한 부정어법에 과연 나는 내 가슴에 어떠한 문장 하나를 품고 살아왔는가? 새삼 생각 해보게 되었다. 이 책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사자성어나 혹은 들어본 적이 없는 낯선 사자성어에 대한 간략한 설명, 그 사자성어가 유례된 이야기, 그리고 그 이야기를 토대로 우리 청춘들에게 들려 주고자하는 저자의 이야기로 채워져있다. 총 5부(1부: 공부, 2부: 수련, 3부: 독서, 4부: 입지, 5부: 지기)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부마다 알맞은 사자성어들이 배치되어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도 되고, 이야기가 이어져있지 않기 때문에 궁금한 사자성어 부분을 선택해서 읽어도 무방하다. 어려운 사자성어를 쉽게 이야기식으로 풀어서 설명 해주고, 그 사자성어를 토대로 살이 되고 피가 되는 교훈들을 얻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가 되는 좋은 책이다. 지혜로운 옛 성현들의 벗이 되고, 때로는 제자가 되어 그들과 함께 숨쉬고, 배우고, 질문하는 느낌에 마치 이곳을 떠나 그들이 살았던 그 시절로 거슬러 간 것 같은 느낌이다. 읽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몇가지 사자성어들이 있는데 이곳에 써보고자 한다. 1부 공부편에 "현두자고(懸頭刺股)" 뜻은 "머리카락을 매달고 넓적다리를 찌른다"이다. 즉 잠을 이겨낼 정도로 열심히 학문에 정진한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이렇게까지 하면서 독서를 했던 소진이라는 사람은 훗날 6국의 재상까지 되었다고 한다. 얼핏 들으면 너무 오버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 정도로 미쳐야 자신이 하고 있는 분야에서 최고가 되는게 아닌가 싶다. 비슷한 사자성어로 "형설지공"이 있다. 이렇게 모르는 사자성어를 알게되는 재미도 있는 책이다. 다만 생소한 사자성어들도 좀 많기때문에 두고두고 읽어서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1부 공부편에 "망지일목(網之一目)" 뜻은 "그물의 한 코", 즉 새는 그물의 한 코에 걸려 잡히지만 그 그물을 한 코만 만들어 치면 새가 잡히지 않는 다는 의미이다. 요즘말로 하면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말하는 것이라 한다. 즉 하나로는 어떤 것도 성공할 수 없다는 깊은 뜻이다. 새는 분명 한 코의 그물망에 잡히지만 그렇다고 한 코의 그물만 만들면 과연 새가 잡히겠는가? 그 한 코를 기준으로 수없이 뻗어가는 수많은 그물들이 있었기에 그 새가 잡힌 것이다. 우리가 학문을 할 때에도, 사람을 사귐에도 마찬가지이다. 2부 수련편에 "오서지기(鼯鼠之技)" "날다람쥐의 재주"라는 뜻으로 재주가 많아도 쓸만한 것은 하나도 없다는 의미이다. 이것저것 할 줄 아는 것은 많은데, 똑부러지게 어느 것 하나 깊이 있게 전문적으로 할 줄 아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솔직히 나는 이 부분을 읽을 때 심하게 찔렸다. 바로 내 자신 같아서 였다. 욕심은 많아서 이것저것 안 해본 것이 없고, 남들이 이거하면 나도 하고, 저거하면 저거 해보고 그래서 지금의 내 모습이 이런 모습인가? 자책도 들었던 부분이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는 길'이란 시에 이런 구절이 있다. "그 길은 풀이 더 우거지고 사람이 걸어간 자취가 적었습니다. 훗날에 나는 어디에선가 한숨을 쉬며 이야기를 할 것입니다.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로 인해 모든 것이 달라졌노라고." 때문에 개인적으로 많은 생각을 한 부분이다. 요즘 대세인 커피바리스타 (대중 교통 이용시 심심찮게 이 책을 들고 있는 사람들을 꽤 많이 볼 수가 있다.)부터 시작해서 뭐 하나 떴다 하면 그게 정작 나에게 필요한가? 내가 진정 원하는 길인가? 따위는 따져보지도 않고 그냥 사람들이 하니까, 같이 휩쓸려가는 모양새를 볼 수있는데, 무슨 tv프로에서 주인공이 파티쉐, 쇼콜라티에 등등 으로 나오면 그때부터 그 관련 학원들은 등록하는 사람들로 북적인다고 한다. 이게 과연 올바른 행태인지...깊이 반성해 본 시간이 였다.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이 무엇이며, 그것을 했을 때 만족감과 성취감을 느끼는지부터 따져보고 시작해야 할 것이다. 제너럴리스트보다 스페셜리스트로 살아가기 위해서. 그 밖에도 정말 좋은 사자성어들이 많지만 지면의 한계상 다 적기는 힘들고 한 꼭지씩 읽어보면 좋기에 일독을 권해본다. 다만 책의 제목이 '청춘성어'다보니 연령대가 10대에서 30대 초반 정도를 타겟으로 작가가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미 30대 중반을 지나고 있는 본인이기에. 이 시기에는 뭘 해도 안정권에 들어야 할 나이라며.. 그런데 난 아직도 방황하고 있으니...ㅠㅠ) 그 부분을 읽었을 땐 이 책을 좀더 빨리 만났더라면 이라는 생각도 들었고, 그러면 나는 지금 늦은건가? 라는 약간의 불쾌감(?) 및 자괴감이 드는 것 또한 어쩔 수 없었던 나의 솔직한 감정이였다. (물론 내가 찔려서 그런 느낌을 받은 것이지만;;)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진짜 늦은 때다라고 말하더라도, 넋놓고 있는 것보다는 늦었더라도 시작하는 모습이 더 낫지 않을까? 나이 90세 할아버지가 영어공부하는 그 열정어린 모습이 tv에서 나오기도 하고. 그런 분들에 비하면 나도 청춘이 아니겠는가? 어쨌든! 한두 번 읽고 마는 책이 아니라, 최소 여기에 나온 44가지 사자성어는 딱! 들었을 때 어떤 의미인지 어떤 뜻인지 정도는 알 수 있도록 반복해서 읽어야 할 것이다. 완전히 내 몸속에, 머리속에, 가슴속에 간직하고, 습득하기 위해서는! 그래야 나도 가슴속 뜨거운 문장 하나품고 앞으로라도 멋지게 살 수 있을테니까! 그리고 그렇게 살기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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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 사랑받을 필요는 없다 - 타인의 기대에서 벗어나 당당하게 ‘No’하고 우아하게 거절하는 법
재키 마슨 지음, 정영은 옮김 / 윌컴퍼니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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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소위 '좋은 사람의 함정'에 빠진 사람들을 위한 지침서이자, 구원서이다. 처음 책의 제목을 보자마자 앗! 이건 날 위한 책이다.라는 생각과 함께 멈춤없이 읽어내려갔다. 저자 재키 마슨은 공인상담심리학자로서 자신의 경험과 내담자들의 상담사례들을 모아 이 책을 내놓았다. 그렇다면 '좋은 사람의 함정'에 빠진 원인은 무엇인가?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 어린시절(혹은 청소년기)에 기인한다. 어린시절 나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던 부모, 형제 등을 통해 어떤 규칙이나 신념이 형성되고 성인이 되어서까지 그러한 낡은 규칙과 신념을 저버리지 못해 생겨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렇게 했더니 엄마가 기뻐하고, 저렇게 했더니 엄마가 분노하더라. 어린 아이는 엄마의 분노를 피하기위해 엄마가 기뻐하는 일들만 하게 된다. 이런 경우를 분노 회피형이라 한다. 또 다른 예로는 인정 추구형인데, 어린 아이의 경우 자신의 존재 자체와 자신이 한 행동을 잘 분리하여 생각하지 못한다. (즉 내가 한 행동에 지적을 받아 "넌 나쁜 아이야" 라는 소리를 들으면 자기 자신의 존재 자체를 나쁜 사람으로 인식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내가 이렇게 했을 때 나를 사랑해주고, 아껴주는데, 저렇게 했더니 나를 혼내고 야단치더라. 그러면 아이는 사랑받기위해 인정받을 만한 행동들만 하게 된다. 즉 아이는 내가 이러한 행동을 했을 때만이 자신을 가치있는 사람으로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부모의 입장에서 해야할 행동은 "너의 존재 자체는 나에게 무척 소중하고 귀하단다. 다만 지금 네가 한 이런 행동은 올바른 행동이 아니다" 이렇게 아이의 존재는 인정하고 아이가 한 행동에 대해서만 주의를 주어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들 대다수는 이런 교육방식에 토대를 둔 부모 및 형제들 사이에서 자라지 못했다. 그렇다고 그들을 비난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들 나름대로의 오랜 세월동안 형성되어왔던 교육방식과 신념을 토대로 우리들을 키웠을테니까. 어쨌든 이성적인 사고가 형성되기 전의 어린 시절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성인이 되어서도 여전히 '좋은 사람의 함정'에 빠져 자신의 욕구는 제대로 돌보지 못해 힘들어하는 내담자들과의 상담을 통해 그들의 그런 행동이 과연 어디서 기인했는가? 이야기를 나눠보면 대부분이 어린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의 몸은 성인이 되었지만 무의식의 깊은 곳에서는 그때 형성되었던 나름의 규칙이 여전히 성인인 우리들의 삶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희망적인 것은 어린 시절 형성된 규칙 및 신념들 역시 학습된 것이기 때문에 언제든 재학습을 통해 바꿔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런 내담자들의 고통스러운 사례들을 소개하며 그들이 어떻게 치유되는지에 대한 일련의 과정들을 보여준다. 그들은 어렸을 때 형성되었던 규칙대로 누군가 나에게 어떤 부탁을 하거나, 도움을 요청할 때 쉽게 거절을 하지 못한다. 만약 거절을 했을 경우, 그들이 더 이상 나를 사랑하지 않거나 나와의 관계를 끊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늘 부탁을 들어주고, 도와 주고, 웃어 주고, 맞장구를 쳐주고 이렇게 하면서 자기 자신을 가치있는 사람,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는 사람이라는 인정을 하게 되고 착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럴수록 자신의 욕구는 뒷전이 되고, 몸과 마음은 스트레스와 정신적 고통으로 피폐해진다. 때문에 저자는 타인에게 주었던 관심과 사랑을 이제는 자기 자신에게 주라고 말한다. 여러 가지 방법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몇 가지 방법들이 있는데 바로 '우아하게 거절'하기이다. 직설적으로 바로 거절하는 것보다 상대의 제안이나 부탁에 고마움이나 칭찬을 전달한 후에 거절을 하고 좋게 마무리 하는 것이다. 처음 내담자들은 거절 이후에 벌어질 상황에 두려워하며 쉽게 실천에 옮기지 못했다. 그러나 용기를 내어 조금씩 변화를 주며 거절을 했더니 그들이 두려워했던 일들이 일어나기는 커녕 오히려 상대방은 아무런 비난없이 그 거절을 받아들이는 경우가 대부분이였다. 

 

 

또 한가지 저자는 말한다. 변화를 주되 조금씩 천천히 변화를 주라는 것이다. 처음부터 자타에게 '좋은 사람'이라고 각인이 되어있는데,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착한 사람 가면을 벗어 던지고 그 동안 억눌려왔던 자아를 폭발시켜버리면 주변사람들은 큰 충격에 빠지고 그런 모습을 본 자기 자신도 충격에 빠져서 역시 내가 이렇게 솔직하게 나를 들어내면 사람들은 싫어하고 충격에 빠지는구나...하며 다시 '좋은 사람의 함정'에 빠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혹 나의 그런 변화로 인해 주변사람들과의 관계가 정리된다면 그것 또한 각오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떠날 사람들이라면 차라리 잘 된 일일 수 있다. 실제로 나의 경우를 예로 한번 들어보자. 중학교 시절 생물시간에 식물의 그림을 매주 그려와서 제출해야하는 수업이 있었는데 식물의 그림은 최대한 디테일하게 그려야했다. 그림에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던 나는 매 시간 선생님께 칭찬을 받았다. 그러던 어느날 소위 '잘나가는 일진(혹은 날라리)'중에 한 친구가 내 그림을 보더니 엄청난 칭찬과 함께 자신의 숙제를 부탁했다. 나는 그런 친구에게 칭찬을 받았다는 기쁨에 겨워 그 친구의 숙제까지 도맡아 해주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갈 수록 내 것도 해야하고, 그 친구 것도 해야하는 과정이 너무 힘들고 스트레스가 되었다. 그러나 내가 거절할 경우 그 친구가 실망하는 모습과 나에 대해 인정해 주었던 것들이 무너질까 두려워 그저 전전긍긍만 할 뿐이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자기 숙제는 으레 내가 해주는 것이 당연시 되면서 그 친구의 '보이지 않는 폭력'은 계속 되었다. 드디어 폭발한 나는 그 친구에게 '더 이상 못 그려주겠다'라며 단호하게 거절의 의사를 밝혔다. 물론 그 당시 '우아하게 거절'하는 방법은 알지 못했으니 나의 그런 갑작스러운 변화에 그 친구는 얼굴에 썩쏘만을 남긴 채 사라졌다. 그 이후로 나와는 말도 섞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나의 거절방법이 조금은 극단적이긴 했지만 그 거절이후 나는 정말 해방된 느낌이였다. 그리고 그런 거절로 나와의 친구 사이를 끓을 친구라면 나 역시 그런 친구는 필요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기때문에 이런 후폭풍에 대해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굳이 그 친구의 그러한 감정까지 책임질 필요는 없다.

 

 


 

이 책에 등장하는 내담자들의 수많은 사례를 읽어내려가면서 고개가 끄덕여지기도하고, 헉! 이렇게까지 했단말이야? (물론 나보다 더 심한 사람들의 이야기들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심지어는 물건의 반품을 너무 어려워함 (저자의 경험) 내가 반품했을 때 그 직원이 뭐라할지.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그런 두려움에. 또는 어떤 내담자의 경우 내가 사랑하지도 않는데, 나한테 고백한 그 남자의 눈빛이 너무 애처로워 내가 거절하면 이 남자가 상처받을까봐 그의 프로포즈를 받아들여 사랑없는 결혼을 한 경우 등등) 놀라는 사례들도 많았다. 그리고 그 내담자들이 상담을 통해 여러 심리학적 치료방법을 통해 조금씩 치유되면서 자신의 진정한 자아를 찾게 되고, 그 동안 억눌려왔던 욕망과 욕구들을 해결하고 누구보다 먼저 나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들로 거듭나는 모습들을 보면서 나 스스로도 기쁨을 느꼈다. 그리고 책속에 등장하는 여러 방법들이 있는데, 그 부분 중 한가지만 소개하고 서평을 끝내겠다. 나머지 방법들은 책을 통해 알아가길 바란다.

 

 

사람의 그림을 그리고 머리 밖의 광선들은 타인에게 보여지는 나의 이미지와

내가 그렇게 되어야 하는 모습들을 내담자들에게 그리고 쓰게 했다.

보면 몸통 속 진정한 자아는 분노, 원망, 심술 등으로 가득차 있다.

(자신의 욕구는 뒷전이고 타인들의 욕구만을 채워주다보니..)

 

 

그리고 상담을 통해 다시 그림을 그리게 했는데

변화된 점을 살펴볼 수 있다. 내가 타인들을 도와주고 하는데에도 분명 한계는 있고

모든 사람들에게 다 사랑받을 필요는 없다라는 한계도 깨닫게 된 것같다.

그리고 몸통 속의 진정한 자아는 내가 진실로 믿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만

보여주는 것이다. 때로는 투정도 부릴 수 있고, 나의 약점을 보일 수도 있다.

(그들은 자신의 약함이 타인에게 들어날까 늘 전전긍긍 두려워했다.)

 

그리고 진정한 자아밖에 '건강한 거짓 자아'라는 보호막이 필요하다고 한다.

우리 인간은 더불어사는 존재들이다. 어디 혼자서 아마존 밀림에서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다.

그렇기 때문에 진심은 "저 상사 그냥 죽여버리고 싶다."해서 정말 자신의 욕구대로 총으로 죽일 수는 없는 노릇아닌가?

아무리 자신의 욕구가 중요하다고해도 ㅎ

그러니 그럴 때는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건강한 거짓 자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진심은 "총으로 쏘고 싶지만, 나의 보호막인 '건강한 거짓 자아'로 다른 현명한 선택과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다."

 

그러니 우아하게 거절해보고! 과감하게 상대방 실망도 시켜보고!

과잉 공감도 금물이다!

 

이 모든 것들을 하기 전에

가장 먼저 내 자신이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한다. 나 자신을 진정 보살피고 사랑할 수 있는 사람만이

진심으로 타인을 사랑하고 보살 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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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거지 부부 - 국적 초월, 나이 초월, 상식 초월, 9살 연상연하 커플의 무일푼 여행기
박건우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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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인.상이란 것이 있다. 사람에게도 첫인상이 있듯 책에도 첫인상이 있다. 처음 글로벌 거지 부부라는 책을 봤을 때 느꼈던 점은 너무나 적나라하고 직설적인 제목때문에 꽤 흥미가 동했다. 그리고 첫 표지를 장식하는 두 연인의 어쩐지 자유분방하면서도 코믹적인 포즈도 그 흥미 유발에 한 몫했다. 때로는 첫인상과 다를 때가 간혹 있기도한데, 글로벌 거지 부부는 처음에 느꼈던 첫 느낌 그대로 책도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나의 오감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했다. 절대 지루하게 살지 말 것! 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도 책을 다 읽고 덮은 지금 순간까지 나의 머릿속에 깊게 박힌 문장이 되었다.

 

글로벌 거지 부부의 저자 '박건우'는 84년 생으로 고등검정고시를 졸업하고, 9살 많은 와이프의 장수를 위해 자기 계발 따윈 소홀히 하는 이 시대 진정한 애처가이다. 라고 본인을 소개하고 있다. 고등학교때에는 외모와 학업능력의 상관관계는 없다는 것을 몸소 증명하기위해 머리를 노랗게 염색하고, 혀를 뚫고, 귀를 뚫고 등교하다 모두를 경악케 만들었고 그의 그런 반항적인 태도와 행동들은 급기야 대한민국 사회의 교육제도라는 틀에서는 결코 적응할 수 없는 사회 부적응자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그는 퇴학을 당하고 그의 젊은 시절 피끓는 청춘은 음악에 몸담게 했다. 하지만 이 마저도 그의 길이 아니였던 걸까? 여러가지 일들로 그는 음악에서 멀어지게되고 돌연 떠난 여행에서 그의 평생의 반려자가 될 '9살 연상의 일본여성 미키'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의 인생은 그녀를 만나기 전과 후로 극명하게 나뉘게 된다. 즉 미키는 그의 삶의 전환점이자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 이 책은 그렇게 만난 미키와의 결혼, 그리고 그녀와 함께 떠난 수많은 여행지에서의 에피소드들을 담백하게, 꾸밈없이 담아 냈다. 그러면 그들 거지 부부의 여행이 어떠했는지 같이 떠나볼까?

 

 

 

저자 박건우는 여행지에서 우연히(이젠 운명이라 해야겠지만.) 만난 미키에게 단 두번째 만남에서 청혼을 했다. 그리고 미키도 그 청혼을 받아 들였다. 그가 청혼을 할 만큼 미키에게 반한 건 바로 그녀의 어깨위에 하얀 눈처럼 쏟아져있는 비듬이였다. 예쁘게 꾸며도 시원찮을 판에 그런 모습을 보고 반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의아해했지만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충분히 납득이 간다. 대한민국에서 소위 숙녀(?)라는 수많은 내숭녀들을 만나봤던 그는 그 가면을 쓴 그녀들의 모습속에서 가짜 남자친구 행세를 해야만 했다. 비듬이라는 하나의 상징에는 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을 것이다. 꾸밈없이 순수한 미키의 마음... 그리고 실제로 그가 만나보고 겪어본 미키는 진정 그런 여자였다. 대한민국에서 남자가 결혼을 하려면 많은 조건들이 있다. 굳이 열거하지 않아도... 하지만 미키는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 말한다. "결혼은 서로 좋아서 하는 거 아냐?" 그런 미키에게 감동하는 저자 박건우. 그녀와 결혼하지 못했다면 대한민국 어떤 여자가 자신과 같은 처지의 남자와 결혼을 했을까...싶다. 그도 그럴 것이 박건우는 20대의 젊은 나이에 일본으로 건나가 막노동을 하며 돈을 모았고, 대한민국에서 일하기위해 고등검정고시를 치뤄 그나마라도 고졸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학력주의가 팽배한 이곳에서 사회적 편견과 싸우며 아픔을 맛보고 나름대로 청춘의 고달픔을 감내해야했다. 그리고 그렇게 미키와 결혼했을 때 그의 나이 27살에 수중에는 27만원이 전부였다.

 

 

 

그래도 그가 자신의 청춘을 아무런 생각과 고민없이 보내왔던 것은 아니다. 음악으로 한때는 자신의 재능을 세상에 펼쳤었고, 언젠가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일본어를 공부하고, 그 나름대로는 자신의 인생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살아온 멋진 사람이기도 하다. 다만 능력보다는 학력, 지연, 혈연이 우선시 되는 대한민국 사회제도라는 틀안에서만 본다면 그는 분명 사회 낙오자일 것이다. 틀에 박힌 형식과 짜여진 각본에 따라 우수한 성적으로 서울시내 명문대를 나오고 대기업에 취업을 하고 비슷한 배경의 배우자를 만나 (때론 이 모든 것들이 사랑없이도 가능하다.) 큰 평수의 집을 사서 같이 사는 어쩌면 이상적인 상이라 할 수 있는 그런 삶이 아닐 뿐이다. 우리들은 이런 이상적(?)인 삶을 살아가기위해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애를 쓰고 기를 쓰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저자 박건우는 그런 틀에 박힌 영광의 타이틀을 과감히 내던졌다. 남들 모두 똑같이 가는 그 궤도를 과감하게 이탈해서 자신만의 삶을, 인생을 사는 것을 택했다. 그리고 그의 그런 어쩌면 불안정한 삶에 확실한 지표와 힘이 되어준 사람은 바로 그의 연인 '미키'였다. 웬만한 여성들이라면 엄두도 못내는 상황과 삶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하다못해 어린아이와도 같이 해맑은 웃음으로 그 모든 것들을 즐기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그녀이다. 그녀라고 왜 넓고 편안한 집에서 살고 싶지 않겠으며, 값지고 비싼 옷과 치장품들을 좋아하지 않겠는가? 그렇지만 '미키'그녀는 그런 안정된 삶보다는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수많은 곳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누리는 고행의 길을 택했으며 그건 저자 박건우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그들에게 우리가 고행이라 말할 수 있는 그 길이 결코 고행이 아님을 그들 스스로가 증명하고 있다. 그들에겐 그저 삶의 도전이며, 즐거움일 뿐이다. 책속 곳곳에 등장하는 수많은 사진속에는 노숙을 하는 상황에서도, 기본적인 위생이 갖춰져 있지 않은 곳에서도 그들의 모습은 빛이 난다. 박건우는 말한다.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자신들 부부를 보며 마음껏 우월감을 느껴보라고. 하지만 난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그들의 도전이, 그들의 그런 위태로운 삶이, 자유로운 영혼이 너무도 부럽고 너무도 재미있어서 책을 읽으면서 정말 눈물이 날 만큼 미친듯이 웃고 통쾌해 했다. 소싯적 반항아로서 육두문자를 꽤 날렸을 박건우의 그 세상을 조롱하는 말투들이 가끔 책 곳곳에 등장하는데 그때 마다 정말 배를 잡고 웃었다.

 

 

 

그 일례로 인도에서의 에피소드를 소개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많은 좋은 사람들과 견공 자식들을 만난 값진 경험이었다는 말에 견공 자식들? 나는 한참을 생각하다 정말 배를 잡고 웃었다. 견공 자식들이라....X자식들을 어쩜 이리 센스있게 표현을 했는지...정말 그의 표현능력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다. 그리고 위 사진에서 보듯 대한민국 어느 업체에 면접을 보러 간 그에게 (일본어 실력은 그가 제일 나았음에도 불구하고) 머리가 점잖치 못하다라는 이유로 즉석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았는데, 그의 마지막 말이 또한 나를 쓰러지게 만들었다. 이 나라 100년 전까지 상투 틀던 나라 맞아!? 박건우 정말 매력 넘치는 남자다. 옆에 계속 책을 붙잡고 혼자 박장대소하는 나를 어이없이 바라보는 신랑의 눈총따위는 아랑곳없이 단숨에 그의 이야기들을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 읽어 내려갔다.

 

 

 

여행의 참된 의미는 나와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늘 옳다고 믿었던 것들이 때론 틀릴 수도 있고 상식이 파괴되는 경험을 할 수도 있다. 어쩌면 이들 부부가 이렇게 비정상적인 (평범한 우리들의 시각에서만 본다면) 삶을 살아낼 수 있는 것도 여행을 통한 숱한 경험속에서 나온 유연한 사고때문이 아닐까? 몇몇 사람들은 말하겠지. 아니 왜 이렇게 살아?

그러면 글로벌 거지 부부는 그렇게 말한 사람들에게 똑같이 말해줄 것이다. 아니 왜 그렇게 살아?

 

 

 

난 이 책을 보기전까지 여행을 하는데 당연히 돈이 많이 들지. 돈 없이 어떻게 여행을 해? 그런 편견들을 가지고 이 책을 봤다. 그리고 그들이 그렇게 훌쩍 떠날 수 있음이 너무도 궁금했고 그 방법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해답은 너무도 쉽게 나왔다.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이다. 내가 생각했던 여행그저 몸 편안히 비행기 타고 목적지에 도착해서 짐 풀고 가이드가 이끄는 대로 구경하고, 팁 주고, 값비싼 레스토랑이나 찻집에서 맛난 음식들을 먹고 몇박 며칠 그저 몸과 마음 제대로 힐링하고 오는 그런 개념의 여행이였기 때문에 당연히 돈이 많이 들 수밖에.. 그러나 그들이 떠난 여행은 노숙을 마다하지 않고, 간혹 얻은 단칸짜리 방에서의 휴식을 감사함으로 여기며, 값싼 음식을 먹어도 서로의 얼굴을 보며 미소지을 수 있어야 하고, 때로는 무료시식을 해주는 곳도 척척 알아내는 민첩함을 갖춰야 하며, 여행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과의 친분을 통해 그들 집에 숙박할 수 있는 특권(?)을 얻어낼 수 있는 친화력도 필수라는 것이다. 그 밖에도 그들의 내공과 마인드는 나의 편견과 사고를 깨뜨리기에 충분했다. 마지막으로 그럼에도 이 모든 것들이 행복하고 즐거워야 한다는 것이다.

  

 

책의 겉표지를 장식하는 이들 부부의 저 사진이 나는 너무 좋다.

 

 

 

호주에서는 너무 비싸서 엄두도 못냈던 카페였는데 이곳 인도에서는 부담 없이 두 부부가 편안하게 머물 수 있고, 맛난 음료들을 마실 수 있는 곳이였다. 서로 우주의 인연으로 만나 떠돌이 별처럼 여행하는 이들 부부. 가끔은 다투기도, 싸우기도 하고 한국과 일본이라는 문화적 차이에 힘들어하기도 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주변의 시선도, 사회제도, 두 나라의 문화적 갭도 아닌 바로 그들 자신들이다.

그들이 옳다고 믿는 그 길을 서로 손을 잡고 상의하며 의논하며 나아가는 것이다. 지금처럼 재미있게 유쾌하게





 

저자 박건우는 말한다.

우리는 인생이 어떻게 흘러갈지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예언가도 아니라서 막연한 미래를 예측하지도 못한다고. 그러나 분명히 얘기할 수 있는 한 가지는 우린 앞으로 머릿속의 '번뜩임과 끌림'을 생생히 안은 채 지금처럼 자유롭게 살아갈 거라고...

 

미키의 환한 얼굴속에 번지는 쾌활한 웃음과 매서운 눈빛을 가졌지만 누구보다 유쾌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청년 박건우. 그들 부부의 이야기는 어쩌면 지금부터 시작일지 모른다. 나는 용기도 없고, 이들처럼 이런 안정된 삶을 포기하고 훌쩍 떠날 베짱도 없지만 책을 읽는 동안만큼은 그들 부부와 함께 일탈을 꿈꾼 듯 즐거웠고, 통쾌했고, 유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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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사는 달 - 권대웅 달詩산문집
권대웅 지음 / 김영사on / 2014년 3월
평점 :
품절


 

 

달리는 차안에서, 지하철 안에서, 홀로 방안에서 읽어내려간 '당신이 사는 달' 간간히 흘러내린 눈물 그리고 마지막 장을 덮을때 쏟아지는 눈물때문에 사람들에게 들킬까 서둘러 눈물을 훔쳐내야했다. 그리고 바라본 창밖의 스쳐지나가는 모든 풍경들이 조용히 침묵으로 나에게 말을 건넸다. 환해지라고, 따뜻해지라고, 당신, 이 생에서... 그건 작가의 마지막 말이기도 했다.

 

 

 

'당신이 사는 달'은 권대웅님의 달에 대한 시와 그 동안 그가 슬픔과 아픔으로 보내왔던 숱한 세월들 속에서 켜켜이 쌓아왔던 이야기들이다. 달을 사랑하고, 달을 통해 위로받고, 달과의 그 긴 인연으로 보석처럼 쓰여진 그의 글들이 나의 마음속에 달집을 짓고 달처럼 둥근 눈물을 쏟아내게 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있어 아름다운 이곳에서 뜨는 달은 각 계절마다 느껴지는 감정들도 다를 것이다. 그 계절에 맞게 4가지 빛깔의 이야기들을 우리에게 들려준다.

 

 

 

 

 

 

 

한때 불교방송 작가로서의 삶을 살았던 권대웅님의 '당신이 사는 달'은 불교적 색채가 느껴지는 산문집이다. 글속엔 전생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환생에 대한 이야기 등이 곳곳에 아름답게 뭍어있다. 어렸을 적 할머니와의 추억, 어버지, 그리고 어머니 그가 한때 사랑했던 사람들의 이야기속에서 그는 그들과의 다음 생을 약속하기도, 전생의 어떠한 인연으로 지금 생에 이렇게 만났을 거라는 것도, 떠나간 그들의 모습이 이 세상 어딘가에 분명 다른 어떤 형태로 존재할 것이라는 것 등... 그의 이야기들은 나에게 위로가 되고 그리움이 되었다. 작가처럼 나 역시 사랑하는 엄마를 이 세상으로부터 떠나보내야했다. 봄에 피는 벚꽃처럼 환하게 피었다가 떠나간 사람. 이제는 꿈속에서나 볼 수 있는 사람이 되어버린 나의 엄마. 그래서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그렇게 공감이 되고 그렇게 눈물이 되었나보다.

 

 

 

 

 

바람도 불지 않는데 나뭇잎이 흔들릴 때, 후드득 열매가 익어 떨어질 때, 햇빛이 이마를 툭 치고 떨어질 때, 길을 지나다 괜히 눈물이 날 때가 있다. 이 세상에 없는 그가 와서 말을 걸고 가는 것이다. 당신 마음속에 남은 그가 지나가며 한 말들이다. 그래서 그렇게 엄마가 나에게 말을 걸었나보다. 따뜻하게 부는 봄바람이 내 몸을 스쳐지나갈 때 어느 순간 나에게 다가와 포근히 감싸 안아준 엄마의 손길이라는 걸....

멀어져가는 봄의 길목에 문득 고개를 들어 바라본 벚나무에 피어있던 마지막 꽃 한송이. 그 꽃한송이에 눈길이 간 건 우연이 아닌 인연이라는 걸. 그렇게 세상 모든 것들이 나에게 다가와 침묵으로 말을 건넨다. 엄마의 미소로, 웃음으로, 손짓으로, 갈망으로...

 

 

 

 

 

 

 

비가 오는 날을 좋아한다. 빗소리는 작가의 말처럼 어디에 떨어지는지 그리고 누가 그 소리를 듣는지에 따라 느껴지는 감정이 다르다고 한다. 도시에서 듣는 빗소리도 좋지만 모든 사물들에겐 각자의 인연이 있는 것처럼 비 역시 도심속 콘크리트와 인공물속에 떨어지는 것보다 초록빛 잎사귀 위에, 집을 지고 기어가는 달팽이의 등 위에, 어머니의 품같은 대지 위에 떨어질 때가 가장 아름답고 가장 행복한 소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을 때, 창문에 방울방울 맺힌 빗방울을 볼 때, 길섶에 핀 나뭇잎 위에 영롱하게 맺힌 이슬을 볼 때 갑자기 툭 떨어진 열매처럼 눈물이 툭 쏟아질 때가 있다. 이젠 사춘기시절을 지나 중년의 문턱에 서있는 나조차도 가끔 그렇게 감상에 젖어 눈물이 날 때가 있다. 그래서일까? 그렇게 갑자기 툭 눈물이 쏟아질 때가 있다던 작가의 말들이 너무나도 공감이 되었다. 전생과 환생을 오롯이 믿는 것은 아니지만 진정 그런 삶이 있다면 우리도 그 어느 생에선가 우연히라도 마주쳤던 적이 있었을까? 그런 생각도 해보았다.

 

 

 

 


 

책의 중간에는 작가가 손글씨로 직접 쓴 시들과 그가 그린 그림들이 실려있다. 노란빛 페이지에 질감이 느껴지는 종이라 다른 글들과 구분도 되고 가끔 그의 시가 그리울 때 손쉽게 찾아서 읽을 수 도 있을 것 같다.

 

당신과 살던 집

 

길모퉁이를 돌아서려고 하는 순간 / 후드득, 빗방울이 떨어지려고 하는 순간 / 햇빛에 꽃잎이 열리려고 하는 순간 / 기억날 때가 있다/ 어딘가 두고 온 생이 있다는 것 / 하늘 언덕에 쪼그리고 앉아/ 당신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 / 어떡하지 그만 깜빡 잊고 / 여기서 이렇게 올망졸망 / 나팔꽃 씨앗 같은 아이들 낳아버렸는데 / 갈 수 없는 당신 집 와락 생각날 때가 있다 / 햇빛에 눈부셔 자꾸만 눈물이 날 때 / 갑자기 뒤돌아보고 싶어질 때 / 노을이 붕붕 울어댈 때 / 순간, 불현듯, 화들짝 / 지금 이 생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 기억과 공간의 갈피가 접혔다 펴지는 순간 / 그 속에 살던 썰물 같은 당신의 숨소리가 / 나를 끌어당기는 순간 /

 

 

 

 

 

"See You Tomorrow"

 

이 글을 읽으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다. 죽음이 있기에 우리의 삶이 완성된다는 것.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곳은 진정 우리가 가고자하는 또 다른 세계를 가기위한 하나의 훈련소와 같다는 것.때문에 우리가 떠나보낸 많은 사람들과의 인연은 결코 끝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언젠가 그들을 만나기 위해 하루하루 열심히, 행복하게 살다가 이곳에서의 많은 이야기들을 가지고 그들에게 들려줘야 한다는 것을............

병실에 누워있던 엄마 모습이 떠올랐다. 아프고 힘든 이야기보다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책에서 읽었던 많은 이야기들을 엄마에게 들려주었다. 엄마가 "넌 참 이야기를 재미있게 잘 한다고, 또 얘기해달라"고 말했었다. 그 칭찬에 기분이 좋아져 또 다른 이야깃거리가 없는지 생각했었던....... 그래서 나는 이 세상 재미있고 행복하게 살면서 언젠가 만날 나의 엄마에게 들려줄 많은 이야기들을 챙겨놓을 것이다. 그래야 내가 기쁘고 행복하게 지금 이곳에서 내 삶을 살아갈 수 있을테니까....

 

 

 

 

 

나도 여행을 참 좋아하지만, 권대웅 작가님도 여행을 참 좋아하셨던 것 같다. '당신이 사는 달'의 곳곳에 작가님이 직접 찍은 사진들이 책속에 실려있다. 여행을 다니면서 찍으신 사진들이란다. 창문....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책에서는 이야기하고 있다. 당신의 가슴속에는 몇 개의 창이 열려있는지...그저 살아가기 급급해서 먹고, 돈 벌고 애쓰는 그런 창문...하나만이 열려있진 않은지 묻고 있다. 나이가 들 수록 사람들은 이런 창문의 갯수가 줄어든다고 한다. 앞으로라도 내 마음속 창문들을 몇개 더 만들어서 활짝 열어놓아야할 것 같다. 음악에 대한 창문, 영화에 대한 창문, 타인에 대한 창문, 여행에 대한 창문...당신 가슴속에는 몇개의 창문이 열려있나요?

 

 

 

 

사람들은 모두 자신만의 아픔과 어려움, 그리고 슬픔들을 가지고 있다. 다만 온전히 내 것이 아닌 아픔과 슬픔들은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은 하겠지만 뼛속깊이 그것들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렇다고 온전히 이해를 하기위해 아픔을 당하고 슬픔을 당하라는 말은 아니다. 다만 작가가 겪었을 그 아픔들과 슬픔들이 최근 세상 가장 사랑했던 나의 어머니를 잃은 적이 있는 나이기에 더 많이 공감이 되고 그래서 더 많이 위로가 되었던 시간이고, 책이 되었던 것 같다. 한장 한장 페이지를 넘겨갈때마다 눈물도 한방울 한방울 떨어졌던 것 같다. 어릴적 집안 형편이 어려워 휴학을 하고 일을 해야했던 시절이 있었다. 고단한 하루를 마무리하고 집앞 골목을 들어설 때 내가 습관처럼 했던 행동들이 있었는데, 그건 하늘에 떠있는 달을 보며 말을 거는 것이였다. 아무도 들어주질 않을 속 깊은 이야기들을 달에게 하고 달에게 웃음을 보였던 시간들. 달의 그 고요함이 좋았고, 그 신비로움이 내 마음을 설레게 했었다. 그 시절 나를 바라본 달은 이렇게 성장한 내 모습을 오랜 세월 동안 묵묵히 지켜봐왔을 것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자신에게 말을 걸지 않는 나를 그저 말없이 묵묵히 바라보며 비췄을 것이다. 원망없이...언젠가 또 다시 말을 걸어줄 나를 기다리며 그렇게 그 자리에 떠있을 것이다.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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