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사는 달 - 권대웅 달詩산문집
권대웅 지음 / 김영사on / 2014년 3월
평점 :
품절


 

 

달리는 차안에서, 지하철 안에서, 홀로 방안에서 읽어내려간 '당신이 사는 달' 간간히 흘러내린 눈물 그리고 마지막 장을 덮을때 쏟아지는 눈물때문에 사람들에게 들킬까 서둘러 눈물을 훔쳐내야했다. 그리고 바라본 창밖의 스쳐지나가는 모든 풍경들이 조용히 침묵으로 나에게 말을 건넸다. 환해지라고, 따뜻해지라고, 당신, 이 생에서... 그건 작가의 마지막 말이기도 했다.

 

 

 

'당신이 사는 달'은 권대웅님의 달에 대한 시와 그 동안 그가 슬픔과 아픔으로 보내왔던 숱한 세월들 속에서 켜켜이 쌓아왔던 이야기들이다. 달을 사랑하고, 달을 통해 위로받고, 달과의 그 긴 인연으로 보석처럼 쓰여진 그의 글들이 나의 마음속에 달집을 짓고 달처럼 둥근 눈물을 쏟아내게 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있어 아름다운 이곳에서 뜨는 달은 각 계절마다 느껴지는 감정들도 다를 것이다. 그 계절에 맞게 4가지 빛깔의 이야기들을 우리에게 들려준다.

 

 

 

 

 

 

 

한때 불교방송 작가로서의 삶을 살았던 권대웅님의 '당신이 사는 달'은 불교적 색채가 느껴지는 산문집이다. 글속엔 전생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환생에 대한 이야기 등이 곳곳에 아름답게 뭍어있다. 어렸을 적 할머니와의 추억, 어버지, 그리고 어머니 그가 한때 사랑했던 사람들의 이야기속에서 그는 그들과의 다음 생을 약속하기도, 전생의 어떠한 인연으로 지금 생에 이렇게 만났을 거라는 것도, 떠나간 그들의 모습이 이 세상 어딘가에 분명 다른 어떤 형태로 존재할 것이라는 것 등... 그의 이야기들은 나에게 위로가 되고 그리움이 되었다. 작가처럼 나 역시 사랑하는 엄마를 이 세상으로부터 떠나보내야했다. 봄에 피는 벚꽃처럼 환하게 피었다가 떠나간 사람. 이제는 꿈속에서나 볼 수 있는 사람이 되어버린 나의 엄마. 그래서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그렇게 공감이 되고 그렇게 눈물이 되었나보다.

 

 

 

 

 

바람도 불지 않는데 나뭇잎이 흔들릴 때, 후드득 열매가 익어 떨어질 때, 햇빛이 이마를 툭 치고 떨어질 때, 길을 지나다 괜히 눈물이 날 때가 있다. 이 세상에 없는 그가 와서 말을 걸고 가는 것이다. 당신 마음속에 남은 그가 지나가며 한 말들이다. 그래서 그렇게 엄마가 나에게 말을 걸었나보다. 따뜻하게 부는 봄바람이 내 몸을 스쳐지나갈 때 어느 순간 나에게 다가와 포근히 감싸 안아준 엄마의 손길이라는 걸....

멀어져가는 봄의 길목에 문득 고개를 들어 바라본 벚나무에 피어있던 마지막 꽃 한송이. 그 꽃한송이에 눈길이 간 건 우연이 아닌 인연이라는 걸. 그렇게 세상 모든 것들이 나에게 다가와 침묵으로 말을 건넨다. 엄마의 미소로, 웃음으로, 손짓으로, 갈망으로...

 

 

 

 

 

 

 

비가 오는 날을 좋아한다. 빗소리는 작가의 말처럼 어디에 떨어지는지 그리고 누가 그 소리를 듣는지에 따라 느껴지는 감정이 다르다고 한다. 도시에서 듣는 빗소리도 좋지만 모든 사물들에겐 각자의 인연이 있는 것처럼 비 역시 도심속 콘크리트와 인공물속에 떨어지는 것보다 초록빛 잎사귀 위에, 집을 지고 기어가는 달팽이의 등 위에, 어머니의 품같은 대지 위에 떨어질 때가 가장 아름답고 가장 행복한 소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을 때, 창문에 방울방울 맺힌 빗방울을 볼 때, 길섶에 핀 나뭇잎 위에 영롱하게 맺힌 이슬을 볼 때 갑자기 툭 떨어진 열매처럼 눈물이 툭 쏟아질 때가 있다. 이젠 사춘기시절을 지나 중년의 문턱에 서있는 나조차도 가끔 그렇게 감상에 젖어 눈물이 날 때가 있다. 그래서일까? 그렇게 갑자기 툭 눈물이 쏟아질 때가 있다던 작가의 말들이 너무나도 공감이 되었다. 전생과 환생을 오롯이 믿는 것은 아니지만 진정 그런 삶이 있다면 우리도 그 어느 생에선가 우연히라도 마주쳤던 적이 있었을까? 그런 생각도 해보았다.

 

 

 

 


 

책의 중간에는 작가가 손글씨로 직접 쓴 시들과 그가 그린 그림들이 실려있다. 노란빛 페이지에 질감이 느껴지는 종이라 다른 글들과 구분도 되고 가끔 그의 시가 그리울 때 손쉽게 찾아서 읽을 수 도 있을 것 같다.

 

당신과 살던 집

 

길모퉁이를 돌아서려고 하는 순간 / 후드득, 빗방울이 떨어지려고 하는 순간 / 햇빛에 꽃잎이 열리려고 하는 순간 / 기억날 때가 있다/ 어딘가 두고 온 생이 있다는 것 / 하늘 언덕에 쪼그리고 앉아/ 당신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 / 어떡하지 그만 깜빡 잊고 / 여기서 이렇게 올망졸망 / 나팔꽃 씨앗 같은 아이들 낳아버렸는데 / 갈 수 없는 당신 집 와락 생각날 때가 있다 / 햇빛에 눈부셔 자꾸만 눈물이 날 때 / 갑자기 뒤돌아보고 싶어질 때 / 노을이 붕붕 울어댈 때 / 순간, 불현듯, 화들짝 / 지금 이 생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 기억과 공간의 갈피가 접혔다 펴지는 순간 / 그 속에 살던 썰물 같은 당신의 숨소리가 / 나를 끌어당기는 순간 /

 

 

 

 

 

"See You Tomorrow"

 

이 글을 읽으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다. 죽음이 있기에 우리의 삶이 완성된다는 것.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곳은 진정 우리가 가고자하는 또 다른 세계를 가기위한 하나의 훈련소와 같다는 것.때문에 우리가 떠나보낸 많은 사람들과의 인연은 결코 끝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언젠가 그들을 만나기 위해 하루하루 열심히, 행복하게 살다가 이곳에서의 많은 이야기들을 가지고 그들에게 들려줘야 한다는 것을............

병실에 누워있던 엄마 모습이 떠올랐다. 아프고 힘든 이야기보다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책에서 읽었던 많은 이야기들을 엄마에게 들려주었다. 엄마가 "넌 참 이야기를 재미있게 잘 한다고, 또 얘기해달라"고 말했었다. 그 칭찬에 기분이 좋아져 또 다른 이야깃거리가 없는지 생각했었던....... 그래서 나는 이 세상 재미있고 행복하게 살면서 언젠가 만날 나의 엄마에게 들려줄 많은 이야기들을 챙겨놓을 것이다. 그래야 내가 기쁘고 행복하게 지금 이곳에서 내 삶을 살아갈 수 있을테니까....

 

 

 

 

 

나도 여행을 참 좋아하지만, 권대웅 작가님도 여행을 참 좋아하셨던 것 같다. '당신이 사는 달'의 곳곳에 작가님이 직접 찍은 사진들이 책속에 실려있다. 여행을 다니면서 찍으신 사진들이란다. 창문....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책에서는 이야기하고 있다. 당신의 가슴속에는 몇 개의 창이 열려있는지...그저 살아가기 급급해서 먹고, 돈 벌고 애쓰는 그런 창문...하나만이 열려있진 않은지 묻고 있다. 나이가 들 수록 사람들은 이런 창문의 갯수가 줄어든다고 한다. 앞으로라도 내 마음속 창문들을 몇개 더 만들어서 활짝 열어놓아야할 것 같다. 음악에 대한 창문, 영화에 대한 창문, 타인에 대한 창문, 여행에 대한 창문...당신 가슴속에는 몇개의 창문이 열려있나요?

 

 

 

 

사람들은 모두 자신만의 아픔과 어려움, 그리고 슬픔들을 가지고 있다. 다만 온전히 내 것이 아닌 아픔과 슬픔들은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은 하겠지만 뼛속깊이 그것들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렇다고 온전히 이해를 하기위해 아픔을 당하고 슬픔을 당하라는 말은 아니다. 다만 작가가 겪었을 그 아픔들과 슬픔들이 최근 세상 가장 사랑했던 나의 어머니를 잃은 적이 있는 나이기에 더 많이 공감이 되고 그래서 더 많이 위로가 되었던 시간이고, 책이 되었던 것 같다. 한장 한장 페이지를 넘겨갈때마다 눈물도 한방울 한방울 떨어졌던 것 같다. 어릴적 집안 형편이 어려워 휴학을 하고 일을 해야했던 시절이 있었다. 고단한 하루를 마무리하고 집앞 골목을 들어설 때 내가 습관처럼 했던 행동들이 있었는데, 그건 하늘에 떠있는 달을 보며 말을 거는 것이였다. 아무도 들어주질 않을 속 깊은 이야기들을 달에게 하고 달에게 웃음을 보였던 시간들. 달의 그 고요함이 좋았고, 그 신비로움이 내 마음을 설레게 했었다. 그 시절 나를 바라본 달은 이렇게 성장한 내 모습을 오랜 세월 동안 묵묵히 지켜봐왔을 것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자신에게 말을 걸지 않는 나를 그저 말없이 묵묵히 바라보며 비췄을 것이다. 원망없이...언젠가 또 다시 말을 걸어줄 나를 기다리며 그렇게 그 자리에 떠있을 것이다.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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