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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거지 부부 - 국적 초월, 나이 초월, 상식 초월, 9살 연상연하 커플의 무일푼 여행기
박건우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3월
평점 :
첫.인.상이란 것이 있다.
사람에게도 첫인상이 있듯 책에도 첫인상이 있다. 처음 글로벌 거지 부부라는 책을 봤을 때 느꼈던 점은 너무나 적나라하고 직설적인
제목때문에 꽤 흥미가 동했다. 그리고 첫 표지를 장식하는 두 연인의 어쩐지 자유분방하면서도 코믹적인 포즈도 그 흥미 유발에 한
몫했다. 때로는 첫인상과 다를 때가 간혹 있기도한데, 글로벌 거지 부부는 처음에 느꼈던 첫 느낌 그대로 책도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나의 오감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했다. 절대 지루하게 살지 말 것! 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도
책을 다 읽고 덮은 지금 순간까지 나의 머릿속에 깊게 박힌 문장이 되었다.
글로벌 거지 부부의 저자 '박건우'는 84년 생으로
고등검정고시를 졸업하고, 9살 많은 와이프의 장수를 위해 자기 계발 따윈 소홀히 하는 이 시대 진정한 애처가이다. 라고 본인을 소개하고 있다.
고등학교때에는 외모와 학업능력의 상관관계는 없다는 것을 몸소 증명하기위해 머리를 노랗게 염색하고, 혀를 뚫고, 귀를 뚫고 등교하다 모두를 경악케
만들었고 그의 그런 반항적인 태도와 행동들은 급기야 대한민국 사회의 교육제도라는 틀에서는 결코 적응할 수 없는 사회 부적응자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그는 퇴학을 당하고 그의 젊은 시절 피끓는 청춘은 음악에 몸담게 했다. 하지만 이 마저도 그의 길이 아니였던 걸까? 여러가지
일들로 그는 음악에서 멀어지게되고 돌연 떠난 여행에서 그의 평생의 반려자가 될 '9살 연상의 일본여성 미키'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의
인생은 그녀를 만나기 전과 후로 극명하게 나뉘게 된다. 즉 미키는 그의 삶의 전환점이자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 이 책은 그렇게 만난
미키와의 결혼, 그리고 그녀와 함께 떠난 수많은 여행지에서의 에피소드들을 담백하게, 꾸밈없이 담아 냈다. 그러면 그들 거지 부부의 여행이
어떠했는지 같이 떠나볼까?
저자 박건우는 여행지에서 우연히(이젠 운명이라
해야겠지만.) 만난 미키에게 단 두번째 만남에서 청혼을 했다. 그리고 미키도 그 청혼을 받아 들였다. 그가 청혼을 할 만큼
미키에게 반한 건 바로 그녀의 어깨위에 하얀 눈처럼 쏟아져있는 비듬이였다. 예쁘게 꾸며도 시원찮을 판에 그런 모습을 보고 반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의아해했지만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충분히 납득이 간다. 대한민국에서 소위 숙녀(?)라는 수많은 내숭녀들을 만나봤던 그는 그 가면을
쓴 그녀들의 모습속에서 가짜 남자친구 행세를 해야만 했다. 비듬이라는 하나의 상징에는 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을
것이다. 꾸밈없이 순수한 미키의 마음... 그리고 실제로 그가 만나보고 겪어본 미키는 진정 그런 여자였다. 대한민국에서 남자가
결혼을 하려면 많은 조건들이 있다. 굳이 열거하지 않아도... 하지만 미키는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 말한다. "결혼은 서로 좋아서 하는 거 아냐?" 그런 미키에게
감동하는 저자 박건우. 그녀와 결혼하지 못했다면 대한민국 어떤 여자가 자신과 같은 처지의 남자와 결혼을 했을까...싶다. 그도 그럴 것이
박건우는 20대의 젊은 나이에 일본으로 건나가 막노동을 하며 돈을 모았고, 대한민국에서 일하기위해 고등검정고시를 치뤄 그나마라도
고졸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학력주의가 팽배한 이곳에서 사회적 편견과 싸우며 아픔을 맛보고 나름대로 청춘의 고달픔을 감내해야했다. 그리고
그렇게 미키와 결혼했을 때 그의 나이 27살에 수중에는 27만원이 전부였다.
그래도 그가 자신의 청춘을 아무런 생각과 고민없이 보내왔던 것은
아니다. 음악으로 한때는 자신의 재능을 세상에 펼쳤었고, 언젠가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일본어를 공부하고, 그 나름대로는 자신의
인생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살아온 멋진 사람이기도 하다. 다만 능력보다는 학력, 지연, 혈연이 우선시 되는
대한민국 사회제도라는 틀안에서만 본다면 그는 분명 사회 낙오자일 것이다. 틀에 박힌 형식과 짜여진 각본에 따라 우수한 성적으로
서울시내 명문대를 나오고 대기업에 취업을 하고 비슷한 배경의 배우자를 만나 (때론 이 모든 것들이 사랑없이도 가능하다.)
큰 평수의 집을 사서 같이 사는 어쩌면 이상적인 상이라 할 수 있는 그런 삶이 아닐 뿐이다. 우리들은 이런
이상적(?)인 삶을 살아가기위해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애를 쓰고 기를 쓰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저자 박건우는 그런 틀에 박힌 영광의 타이틀을
과감히 내던졌다. 남들
모두 똑같이 가는 그 궤도를
과감하게 이탈해서 자신만의 삶을, 인생을 사는 것을 택했다. 그리고 그의 그런 어쩌면 불안정한 삶에 확실한 지표와 힘이 되어준
사람은 바로 그의 연인 '미키'였다. 웬만한 여성들이라면 엄두도 못내는 상황과 삶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하다못해 어린아이와도 같이 해맑은
웃음으로 그 모든 것들을 즐기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그녀이다. 그녀라고 왜 넓고 편안한 집에서 살고 싶지 않겠으며, 값지고 비싼 옷과 치장품들을
좋아하지 않겠는가? 그렇지만 '미키'그녀는 그런 안정된 삶보다는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수많은 곳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누리는 고행의 길을
택했으며 그건 저자 박건우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그들에게 우리가 고행이라 말할 수 있는 그 길이 결코 고행이 아님을 그들 스스로가
증명하고 있다. 그들에겐 그저 삶의 도전이며, 즐거움일 뿐이다. 책속 곳곳에 등장하는 수많은 사진속에는 노숙을 하는
상황에서도, 기본적인 위생이 갖춰져 있지 않은 곳에서도 그들의 모습은 빛이 난다. 박건우는 말한다.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자신들 부부를 보며
마음껏 우월감을 느껴보라고. 하지만 난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그들의 도전이, 그들의 그런 위태로운 삶이,
자유로운 영혼이 너무도 부럽고 너무도 재미있어서 책을 읽으면서 정말 눈물이 날 만큼 미친듯이 웃고 통쾌해 했다. 소싯적
반항아로서 육두문자를 꽤 날렸을 박건우의 그 세상을 조롱하는 말투들이 가끔 책 곳곳에 등장하는데 그때 마다 정말 배를 잡고 웃었다.
그 일례로 인도에서의 에피소드를 소개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많은
좋은 사람들과 견공 자식들을 만난 값진 경험이었다는 말에 견공 자식들? 나는 한참을 생각하다 정말 배를 잡고 웃었다. 견공
자식들이라....X자식들을 어쩜 이리 센스있게 표현을 했는지...정말 그의 표현능력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다. 그리고 위 사진에서 보듯
대한민국 어느 업체에 면접을 보러 간 그에게 (일본어 실력은 그가 제일 나았음에도 불구하고) 머리가 점잖치 못하다라는 이유로 즉석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았는데, 그의 마지막 말이 또한 나를 쓰러지게 만들었다. 이 나라 100년 전까지 상투 틀던 나라
맞아!? 박건우 정말 매력 넘치는 남자다. 옆에 계속 책을 붙잡고 혼자 박장대소하는 나를 어이없이 바라보는 신랑의 눈총따위는
아랑곳없이 단숨에 그의 이야기들을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 읽어 내려갔다.
여행의 참된 의미는 나와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늘 옳다고 믿었던 것들이 때론 틀릴 수도 있고 상식이 파괴되는 경험을 할 수도 있다. 어쩌면 이들 부부가 이렇게
비정상적인 (평범한 우리들의 시각에서만 본다면) 삶을 살아낼 수 있는 것도 여행을 통한 숱한 경험속에서 나온
유연한 사고때문이 아닐까? 몇몇 사람들은 말하겠지. 아니 왜 이렇게 살아?
그러면 글로벌 거지 부부는 그렇게 말한 사람들에게 똑같이 말해줄
것이다. 아니 왜 그렇게 살아?
난 이 책을 보기전까지 여행을 하는데 당연히 돈이 많이
들지. 돈 없이 어떻게 여행을 해? 그런 편견들을 가지고 이 책을 봤다. 그리고 그들이 그렇게 훌쩍 떠날 수 있음이 너무도 궁금했고 그
방법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해답은 너무도 쉽게 나왔다.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이다. 내가 생각했던 여행은
그저 몸 편안히 비행기 타고 목적지에 도착해서 짐 풀고 가이드가 이끄는 대로 구경하고, 팁 주고, 값비싼
레스토랑이나 찻집에서 맛난 음식들을 먹고 몇박 며칠 그저 몸과 마음 제대로 힐링하고 오는 그런 개념의 여행이였기 때문에 당연히 돈이 많이 들
수밖에.. 그러나 그들이 떠난 여행은 노숙을 마다하지 않고, 간혹
얻은 단칸짜리 방에서의 휴식을
감사함으로 여기며, 값싼 음식을 먹어도 서로의 얼굴을 보며 미소지을 수 있어야 하고, 때로는 무료시식을 해주는 곳도 척척 알아내는
민첩함을 갖춰야 하며, 여행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과의 친분을 통해 그들 집에 숙박할 수 있는 특권(?)을 얻어낼 수 있는
친화력도 필수라는 것이다. 그 밖에도 그들의 내공과 마인드는 나의 편견과 사고를 깨뜨리기에 충분했다. 마지막으로 그럼에도 이 모든 것들이 행복하고 즐거워야 한다는 것이다.
책의 겉표지를 장식하는 이들 부부의 저 사진이 나는 너무 좋다.
호주에서는 너무 비싸서 엄두도 못냈던 카페였는데 이곳 인도에서는
부담 없이 두 부부가 편안하게 머물 수 있고, 맛난 음료들을 마실 수 있는 곳이였다. 서로 우주의 인연으로 만나 떠돌이 별처럼 여행하는 이들
부부. 가끔은 다투기도, 싸우기도 하고 한국과 일본이라는 문화적 차이에 힘들어하기도 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주변의 시선도, 사회제도, 두 나라의 문화적 갭도 아닌 바로 그들 자신들이다.
그들이 옳다고 믿는 그 길을 서로 손을 잡고 상의하며
의논하며 나아가는 것이다. 지금처럼 재미있게 유쾌하게
저자 박건우는 말한다.
우리는 인생이 어떻게 흘러갈지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예언가도 아니라서 막연한 미래를 예측하지도 못한다고. 그러나 분명히 얘기할 수 있는 한
가지는 우린 앞으로 머릿속의 '번뜩임과 끌림'을 생생히
안은 채 지금처럼 자유롭게 살아갈 거라고...
미키의 환한 얼굴속에 번지는 쾌활한 웃음과 매서운 눈빛을
가졌지만 누구보다 유쾌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청년 박건우. 그들 부부의 이야기는 어쩌면 지금부터 시작일지 모른다.
나는 용기도 없고, 이들처럼 이런 안정된 삶을 포기하고 훌쩍 떠날 베짱도 없지만 책을 읽는 동안만큼은 그들 부부와 함께 일탈을 꿈꾼
듯 즐거웠고, 통쾌했고, 유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