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음에 박힌 못 하나 - 곽금주 교수와 함께 푸는 내 안의 콤플렉스 이야기
곽금주 지음 / 쌤앤파커스 / 201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책 제목만 보고 내 마음에는 어떤 못이 박혀있을까? 라는
생각으로 읽게 된 책이다. 그 못을 단순히 어떤 상처, 아픔 등으로 해석을 했다. 때문에 요근래 계속되는 공허함과 우울함으로 어떤 것으로든 나의
이런 감정들을 진단받고, 해결하고, 분석하고, 무엇보다 위로받고 싶었다. 그래서 기존 심리학 책들의 유형처럼 많은 내담자들의 상담사례들을
엿볼 수 있다거나 혹은 심리학과 관련된 따뜻한 에세이로 생각했던 책인데 나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책이여서 한편으론 실망스럽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론 굉장히 독특한 인상과 배움을 얻게 된 책이기도 하다. 저자 곽금주는 국내 최고 발달심리학의 권위자로서 인간이 가지고
있는 '콤플렉스'를 바탕으로 신화, 문학, 그림들을 통해 콤플렉스의 원인과 많은 사례 및
조언들을 흥미롭게 구성했다. 이 책에는 총 18가지의 콤플렉스가 등장하는데, 기존에 많이 들어 본
콤플렉스들도 있고 전혀 생소한 콤플렉스들도 등장한다. 그렇다면 콤플렉스의 정확한 정의란 무엇일까? 보통 콤플렉스=자신의 못난
모습(열등감)으로 규정을 짓는데 그렇게 한 단어로 설명할 수 있는 단순한 것이 아니다. 콤플렉스는 복잡한, 복합체라는 단어 뜻으로 '잠재된 감정의 복합체'라는
것이다. 즉 인간의 마음은 무수히 많은 콤플렉스로 구성돼 있는데 그러한 콤플렉스야말로 인간의 성격을 규정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나는 어떠한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으며 그 콤플렉스로 말미암아 나의 성격이 어떻게 규정되고 변화되었는지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즉
콤플렉스를 하나의 피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콤플렉스를 인정하고 받아들임으로써 내 마음에 박힌 못 하나, 즉 콤플렉스가 더 이상
아픈 대상이 아니라 이제는 감싸안고 보듬어야 할 존재로 인식할 수 있게 해준다. 더불어 이런 콤플렉스도 있었어?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좀 생소한 콤플렉스들도 꽤 많이 나오는데, 나와 관련이 없는 콤플렉스라 하더라도 분명 내 주변 누군가는 그런 콤플렉스로 힘들어하고 있을 것이다.
때문에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그런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는 마음을 얻게 될 수 있으니 많은 배움이 되는 책이기도 하다. 특히 심리학과 관련된
내용들은 보통 일반인인 우리들이 읽기에는 다소 어려울 수도 있는데, 곽금주 저자님의 마음에 박힌 못 하나는 재미있는 이야기들, 즉 신화,
문학작품, 그림들을 통해 아주 쉽고도 흥미롭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리스 신화에 자주 등장하는 많은 신들의 이야기들은 따로 찾아서 읽고
싶을 만큼 아주 흥미롭기까지 했다. 특히 많은 콤플렉스들의 기원이 이 시대 신들의 이름 및 신화속 등장인물들의 이름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은데,
예를 들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다이아나 콤플렉스, 크로노스 콤플렉스, 메데이아 콤플렉스, 이카로스
콤플렉스, 프로메데우스 콤플렉스, 카산드라 콤플렉스 등등이 그러하다. 그 밖에 문학작품 및 성서에 등장하는 몬테크리스토 콤플렉스, 돈 주앙
콤플렉스, 카인 콤플렉스, 요나 콤플렉스 등등 각종 콤플렉스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읽어보는 재미, 또 나는 이 중에서 어떤 콤플렉스를 더 많이
갖고 있는지 내 자신을 들여다보는 재미, 대략적으로만 알고 있었지 정확한 의미 및 내용을 잘 몰랐는데 이 책을 계기로 좀더 정확하게 알게 된
앎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시간들이였다. 특히 개인적으로 내 자신이 가장 공감한 부분은 바로 폴로니어스 콤플렉스와 요나
콤플렉스였다. 폴로니어스 콤플렉스는 대중에 묻어가는 자의 편안함을 나타내는 콤플렉스이며 요나 콤플렉스는 자신의
가능성이 두려운 사람들을 나타내는 콤플렉스인데 아마도 내 가슴에 이런 콤플렉스가 박혀있었던지 다른 콤플렉스들 보다 더 공감이 갔었다.
폴로니어스는 셰익스피어의 비극 <햄릿>의 등장인물인데, 남들이 하는 말을 줏대 없이 따르는 예스맨으로
나온다. 즉 어떤 현상에 대해 주관적 의견 없이 피상적이고 무의미한 응답을 하는 것인데 우리 주위에서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인간의
유형이다. 나 개인적으로도 남들 앞에서 싫으면 싫다, 좋으면 좋다, 뭔가 좀 더 당당하게 말을 해야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그저 남들이
그렇다고 하니까 그런 평온함을 유지하기 위해 순순히 응하고 불편한 감정을 숨긴 채 묵묵히 따를 때가 좀 있었던 것 같다. 또 요나
콤플렉스는 성서에 등장하는 인물인데 이스라엘의 선지자로 바다에 던져져 물고기 배 속에서 3일간 지내다가 기적적으로 살아나온
인물이다. 그는 하나님의 소명을 이행해 고귀한 일을 선택할 수 있음에도 뒤따라올지 모르는 부정적인 결과가 두려워 도망친 인물이다. 즉 '자신의 근본적인 가치와 능력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로부터 후퇴하는 것'이 요나 콤플렉스의
핵심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예전에 행했던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한 디자인 회사에 면접을 보러갔는데, 압도적인 분위기와 카리스마 넘치는
사람들의 행동과 모습속에서 도전과 열망보다는 위축된 감정이 먼저 들었고, 이런 곳에서 일하고 싶지만 과연 내 능력으로 이런 곳에서 일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과 추후 일을 했을 때 기대에 미치지 못한 내 모습에 사람들이 비난하는 모습이 먼저 그려저 합격했음에도 포기하고, 보다 더
편하고 다소 만만한 생각이 드는 회사로 들어갔던 적이 있다. 만약 그때 두려움을 이기고 도전했더라면 지금의 내 모습은 또 달라져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하며 조금은 씁쓸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이런 심리학 관련 책들을 읽다보면 늘 느끼는 것이지만 어릴 적 부모와의
관계에서 수많은 트라우마들과 콤플렉스가 형성된다는 점이다. 그만큼 유년기의 가정환경
및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모든 상황들을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어쨌든 중요한 것은 내가 가지고 있던 콤플렉스를 정확히 이해하고 그 콤플렉스를 좋은 쪽으로 승화해서 더욱 멋진 나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는 원동력으로 삼는 것이다. 그러면 지금보다 훨씬 아름답고 멋진 삶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나의 단점을 장점으로 바꾸어 나갈 수 있도록 내 마음을 조절하는 것이 콤플렉스를 치유하는 유일한 비결이다. 가슴에 박혀 있는 그 못이
나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튼튼하게 만들어줄 수 있음을 기억하자. 내 안을 들여다보고 내게 가장 약한 것이 무언지 찾게 되면 우선
그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 약한 고리를 더욱 강하게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하고 끊임없이
시도해간다면 나의 콤플렉스가 나의 자랑거리가 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니 아프더라도, 피하지 말고 내 안의 못을 뽑아내자.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 상처를 오랫동안 보듬자. 휑하던 빈 공간에 따뜻한 피가 돌고 새살이 돋아날 때까지."
- 에필로그 편에서 발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