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의 기술 - 요리가 쉬워지는
용동희 지음 / 그린쿡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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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부가 된 지 2년이 되어가는 나. 요리는 그럭저럭한다고 해도 정작 살림은 엉망이다. 반찬을 만들기 위해 사온 채소들은 시간이 지나 짓물러 버리기 일쑤고,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들은 냉장고 어느 구석에 처박혀 있다가 어느 날 남편에게 발각되어 한소리 듣기 일쑤다. 마음으로는 나도 깔끔하게, 현명하게 살림을 잘 하고 싶지만 방법을 몰라서, 혹은 나의 귀차니즘과 게으름으로 인해 늘 미뤄두고 있었던 부분이다. 그러나 여자로서, 아내로서, 주부로서 기왕 하는 살림! 잘 해보고 싶은 마음에 읽게 된 '살림의 기술' 글씨도 큼직하니 읽기 편하고 설명도 상세할뿐더러 아기자기 귀여운 일러스트까지 그려져 있어 쉽게,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무엇보다 이대로만 따라 한다면 초보주부 딱지는 뗄 수 있을 것 같다. '살림의 기술'은 크게 3가지 파트로 구성되어 있는데 <요리 전, 요리 중, 요리 후>이다. 요리를 하기 전 <장보기, 조리도구, 식재료 보관, 조리용어, 계량하기, 알쏭달쏭 식재료>의 작은 테마별로 또 세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요리를 하는 중에 필요한 <조리의 기본, 밥과 국수, 국물, 반찬, 어패류, 기타 식재료, 도시락>과 요리 후의 뒷정리들인 <설거지, 부엌 청소, 수납의 기술>들이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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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두께는 너무 두껍지도 너무 얇지도 않은 두께이다.

겉표지와 앞표지만 봐도 이 책의 대략적인 내용들을 예상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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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전> 파트에 나와있는 식재료 보관 중 '대파'를 보관하는 방법에 대한 설명이다.

보통 대파 한 묶음을 구매하면 봉지째 베란다에 방치하거나;;; 잘게 썰어서 냉동 보관을 하곤 했는데

베란다에 방치하면 하루, 이틀 정도는 싱싱한 대파를 사용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시들고

냉동보관하면 오랫동안 먹을 순 있지만 싱싱한 대파 느낌을 낼 수가 없어 고민이었는데

이렇게 페트병을 활용하며 대파 화분을 만들어 냉장보관하는 방법은

나에겐 실로 획기적으로 다가왔다.

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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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이렇게 식재료 별로 깔끔하게 정리하고 싶구나.

곧 있으면 이사를 가니 이사 간 집에서는 부엌 옆에 '살림의 기술'책을 비치해두고 하나씩

작은 것부터 실천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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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쏭달쏭 식재료 편!>

진간장과 양조간장의 차이는 무엇인지, 맛술과 미림의 차이는 무엇인지 등등

흔히 사용하는 재료들이지만 그 차이점에 대해 깊게 고민하지 않고 그동안 막 사용해왔는데

이 부분을 읽고 나니 각 재료들의 차이점과 그 나름대로의 쓰임새

활용도가 각각 다름을 알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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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와 돼지고기 각 부위별 밑그림과 상세한 설명도 나와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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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에도 암수가 있다?

 

오잉 이건 몰랐네! 왼쪽 그림이 암양파인데 암양파의 경우 줄기를

자른 부분이 오므라져 있고 수양파의 자른 부분은 오므라지지 않고 벌어져 있다.


수양파는 줄기에 영양분이 남아 있기 때문에 뿌리인 양파의 맛이 암양파에 비해 떨어진다.

맛으로 평가한다면 암양파가 수양파보다 맛이 더 좋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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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부분에 실려있는 냉장고 수납의 원리!

냉장고를 열어보면 살림하는 주부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는데

우리집 냉장고는 그냥 처박처박

ㅋㅋㅋ


반성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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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예쁜 일러스트도 그려져 있다.

이사 가면 꼭! 이렇게 해야지!라고 스스로 다짐해 본다. '살림의 기술'은 부엌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나오는 순간까지 살림에 필요한 모든 기술들을 총망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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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어나가면서 내가 몰랐던 사실들을 체크해두고

이 책을 부엌 한쪽에 비치해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보면 어느새 유능한 부엌 살림꾼이 되어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감, '이쯤은 나도 할 수 있어'라는 자기최면.

자기최면이 현실이 되는 순간을 위해서 한 가지씩 실천해보자."


저자의 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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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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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속 주인공 '임순관'은 도서출판 '시민들'의 대필작가이며 34살의 자폐적 성향을 갖고 있는 평범한 듯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남자이다. 첫 장을 넘기면 '우리'라는 제3의 화자가 '임순관'이 죽은 후 남긴 화살과 일기장을 발견하고, 왜 그가 일기장을 파기하지 않았는지 그 나름대로의 해석과 정당성을 부여하며 '임순관'의 일기로 소설은 시작된다. 4월 7일부터 5월 11일까지 한 달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독자는 '임순관'의 일기를 통해 그가 어떻게 '악의 화신'으로 변모해 가는지 그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 

 일기라는 형식은 자기 고백적 성향이 아주 강한 개인적인 것임과 동시에 누군가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비밀스럽고 은폐적인 성향이 강한 기록물이다. 때문에 일기 속 '임순관'의 사유를 따라가다보면 그 안에 드넓게 펼쳐져 있는 '독'에 서서히 스며들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있어 스스로 흠칫 놀라기도 했다. 자기 자신에 대한 '자기 혐오', '세상에 대한 불협화음과 분노', '망상에 기인한 구원자로서의 응징과 처벌' 등 그의 일기속 이야기는 결코 발견되어서는 안 되는 '금서'처럼, 내 속 어딘가 숨어있을 '악'이라는 것 또한 누군가에게 발견되고 들켜버려서는 안 될 치부같아서 읽는 내내 조바심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임순관'의 일기를 읽다 보면 그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관여하는 여러 등장인물들을 만나볼 수 있는데 첫 번째 인물은 '희대의 살인마' 손철희이다. (그가 죽인 사람들은 세상 사람 모두가 죽길 원하는 그런 사람들이다. 손철희의 말을 빌리자면 자신은 그런 사람들의 생각을 행동으로 옮긴 것뿐이라 한다. 그저 그런 쥐새끼들을 더 죽이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말한다.) '임순관'은 그의 자서전을 대필하기 위해 '손철희'가 있는 교도소를 왕래하며 그와의 관계를 형성해 나간다. 그 과정에서 손철희의 사형은 집행되고 그의 죽음과 함께 '임순관'은 비로소 세상을 심판할 구원자로서 각성하게 된다. 두 번째 인물은 '악'과는 대조적이랄 수 있는 '선'의 표상인 '너무나 착한 그의 누이'이다. '임순관'은 그녀와의 만남 그리고 그녀의 눈물을 불편해한다. 어쩌면 '임순관'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일말의 '양심' 혹은 '선'이라는 것이 자신의 내면에서 흔들리고 요동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세 번째 인물은 젊고 부유하고 아름다운 '민초희'이다. 대필작가로서 그녀의 이야기를 쓰기 위해 그녀와 만나게 되는 데 그 와중에 '임순관'과의 모종의 거래를 하게 된다.

 '민초희' 역시 자기 나름대로 세상을 심판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사회적으로 명망 있는 인물들을 자신의 호텔로 초대하여 그들의 맨 얼굴을 드러낼 수 있게 해준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최근에 보았던 영화 '내부자들'이 생각났다. 인간이란, 자신을 지켜보는 세상의 눈이 없다면 얼마나 추해지고 타락해지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가 살고 있는 아파트 주민들, 도서출판 시민들의 사장 홍, 두 남매를 버린 그의 아버지, 임순관에게 또 다른 각성의 계기를 준 집배원 등 다양한 인물들과의 끊임없는 갈등과 대립을 보여준다. (물론 그의 일기 속 등장인물들이기 때문에 몇몇은 그의 환상이나 망상 속에 존재하는 인물들 일 수도 있다.)

 작가의 말  “내가 조명하고자 한 것은 우리들의 마음 깊은 곳에 달라붙어 있는 악마의 얼굴이었다. 그 악마의 얼굴이 인간의 진짜 얼굴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악마는 우리들의 마음속에 살고 있긴 하지만 언제나 활동하는 것은 아니다. 그 악마를 키우고 손과 발을 주는 것은 이 세상의 공기라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었다. 독이 퍼진 공기 속에서는 숨을 쉬는 것이 곧 독을 들이마시는 행위이다. 그런데 또 바꿔 생각하면 숨을 쉬는 그 행위를 통해 우리는 독을 공기 속에 내뿜기도 하는 것이다”를 인용해보면 기본적으로 이 소설은 인간의 '성선설'에 기인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성경 말씀 중에도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돌이켜 어린아이들과 같이 되지 아니하면 결단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 마태복음 18장 3절이라는 말씀이 있다. (희대의 살인마 손철희, 임순관의 유년시절은 아버지라는 존재로 방치되고, 학대되었다.) 인간은 태어나고 자라면서 세상이라는 공간의 다양한 변수와 환경 속에 노출되면서 은밀하게 녹아있는 '독'에 중독 되고, 마신 독은 다시 내뱉어져서 누군가에게 스며든다. 때문에 '독'은 순수한 어린아이가 아니라면 누구나 다 가지게 된다. 다만, 사회적인 질서와 법규 그리고 인간 자신의 기준과 이성에 의해 '독'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깊은 곳에 잠들어 있을 뿐이다. 때문에 우리는 세상과 공존하며 평화롭게 살 수 있다. 가끔은 그 '독'을 참지 못해 뱉어내고 드러냄으로써 그는 발각되고 세상은 법이라는 이름으로 그를 판한다. [이승우의 소설 '독']은 아직 뱉어지지 못한, 또는 뱉지 않은 '독'을 저 깊은 곳에 갖고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임순관'이라는 인물을 투영하여 뱉어냄으로써 인간의 심연 속  '악의'를 일깨우고 있다. 문득 소설 '팔묘촌' 속 긴다이치 코스케의 말이 떠오른다. "저희들 보통 사람은 정신적으로는 끊임없이 살인을 하고 있는 존재입니다...." 만약 우리의 행동이 아닌 우리의 생각, 우리의 정신, 우리의 심연 속 '악'을 심판할 수 있는 어떤 장치가 있다면,  그런 심판대가 있다면, 그 앞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








<임순관의 일기속 나에게 스며든 문장들>




- 열 개가 나빠도 나쁘고, 하나가 나빠도 나쁘다. 그러나 열 개가 나쁜 것과 하나가 나쁜 것이 같다고 할 수는 없다. 요는 그 나쁨이 얼마나 나쁘냐, 누구에 대해서 나쁘냐일 뿐이다. 이 사람에게 선인 것이 때때로 저 사람에게는 악이다. 이 사람을 이롭게 하기 위해 저 사람을 해롭게 해야 하는 것이 인생사다. 이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기 위해 저 사람에게 나쁜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이 사람이 사는 세상이다. 불변하는 것, 정해진 것, 고정된 것은 없다. 모든 것은 상대적이고 가변적이다. <19page>



- 내가 타고 있는 것은 세월이다. 세월은 나의 의지를 묻는 일없이 정해진 길을 간다. 세월은 흐른다. 흐르는 것이 세월의 본질이다. 모든 것이 잠들어도 시간은 잠들지 않는다. 모든 것이 멈춰도 시간은 멈추지 않는다. 흐름이 시간의 본질이라는 말은 그런 뜻이다. 오늘의 시간은 어제로부터 흘러왔고, 내일의 시간은 오늘을 거쳐 흘러간다. 어제는 오늘 속으로 들어와 살고, 오늘은 내일 속으로 들어가 섞인다. 그 세월 안에서 아무리 발악을 해도 나의 의지는 세월 밖으로 전달되지 않는다. 세월에 제동을 거는 일 따위는 아예 불가능하다. 세월의 승객에게 필요하고 가능한 한 가지는 단지 버티는 것이다. 갈 때까지 가는 것이다. 그리고 세월이 멈추면 같이 멈춰 서는 것이다. 그것이 최선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렇게밖에 할 수 없기 때문에. <25page>


 

- 자폐적인 사람의 협소한 세계를 염려하는 것이야말로 난센스다. 자폐적인 사람의 세계가 협소하다고? 자폐적인 사람의 세계는 다른 어떤 사람의 세계보다 넓고 광활하다. 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만이 자폐적인 사람의 세계를 염려한다. 염려하는 척한다. 그는 자신의 고유한 공간 말고는 다른 세계가 불필요하기 때문에, 자기 세계가 그만큼 크고 넓기 때문에 외부로 나가는 문을 닫는 것이다. 자폐의 크고 넓은 공간을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한 대부분의 선량한 사람들은 걱정들을 하고, 하는 척하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둥 소란을 떨지만, 정작 자폐적 성향을 가진 당사자는 아무런 불편도 느끼지 않는다. 그의 공간에는 없는 것이 없고, 그는 갈 수 없는 곳이 없다. 그의 시간은 무궁하고 영원하다. 꿈속의 시간과 공간이 그런 것처럼 그의 세계에서도 이곳과 저곳, 지금과 나중의 경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가고 싶은 곳에 가고, 하고 싶은 일을 한다. 광활하고 무한하다. 이 절대적인 자유의 세계가 얼마나 유혹적인지 아는가. 여기에 맞들 인 자는 웬만해서는 자폐의 세계 밖으로 나가려 하지 않는다. 왜 그래야 한단 말인가. 지금 이곳이 가장 넓고 자유로운데, 무엇 때문에 더 좁고 더 부자유한 세계 속으로 들어가야 한단 말인가.... 나는 아무 데도 나가지 않을 것이고, 아무하고도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을 것이다. <91page>


 

- 요청하지 않은 선의처럼 불편하고 부담스러운 것이 있을까. 선의라는 이름의 부당한 간섭과 참견이야말로 내가 가장 못 견뎌하는 것 가운데 하나이다. 나 자신이 이웃에게 관심이 없기 때문이지만, 나에게 관심을 보이는 이웃을 나는 이해하지 못하겠다. 그들이 나에게 관심을 보일 이유가, 선의라는 이름의 공적쌓기, 그로 말미암은 자기만족을 빼면, 무엇이란 말인가. 자기만족은 그의 만족이지 나의 만족이 아니다. 따라서 나는 내 문을 열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합당한 이유를 들어 나를 설득해보라. 장담하거니와, 나는 설득되지 않을 것이고, 내 이웃들은 내 집 문을 열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외톨이기 때문이다. 나는 혼자 살기 때문이다. 혼자 사는 사람에게는 혼자 사는 사람 나름의 규범과 양식과 놀이가 있기 때문이다. <125page>



- 나는 나의 아버지라는 위인에 대해 눈곱만큼의 애정도 없다. 어떤 사람들은 혈육이라는 명분을 내세울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게 다 뭐란 말인가. 혈육이기 때문에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는, 그처럼 불합리하고 야만적인 인습이 어디 있을까. 사람은 자신이 의식적으로 행한 적극적인 행위, 곧 작위에 대해서만 책임을 질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주어진 상황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고, 그러므로 온당한 일이 아니다. 내가 나의 아버지를 택했는가. 내가 나의 아버지의 상황을 만들었는가. 아니다. 아버지가 나를 택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택한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굳이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면 그 사람은 아버지일 것이다. 나는 아니다. 그런데 이 더럽고 야만적이고 불합리한 인습은 나더라 책임을 지라고 아우성이다. 아버지는 아무런 적극적인 행위도 하지 않는데, 그런데도, 아버지야 그러든 말든 아들인 너는 책임을 지라고 한다. 왜 그래야 한단 말인가. 이런 불합리를 내가 왜 수긍해야 한단 말인가. <226page>


 

- "나는 저 사람들에게 본색을 드러낼 공간을 제공했어요. 이곳이 아주 은밀하고 세상의 눈으로부터 단절된 안전한 공간이라는 믿음이 저들로 하여금 가면을 벗게 한 거죠. 가면을 벗으면 민얼굴이 나오지요. 여러 개의 가면을 벗어야 민얼굴이 나오는 사람도 있긴 해요. 너나 할 것 없이 민얼굴은 혐오스럽지요. 누구도 민얼굴을 해가지고 세상에 나다닐 수 없어요. 그러니까 가면을 쓰지요. 어떤 사람은 여러 개의 가면을 쓰지요. 그렇지 않아요? 그런데 이곳은 세상이 아니거든요. 자기네들 말고는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거든요. 자기네들 말고는 비난할 사람이 없다는 뜻이죠.그런데 자기들은 자기들을 비난하지 않거든요. 왜냐하면 자기들은 똑같으니까. 똑같이 민얼굴이니까. 똑같으면 비난할 수 없어요. 우리는 자기와 다른 사람에 대해서만 비난해요. 잘 봐요. 똑바로 잘 보라고요. 그렇게 해서 나타난 민얼굴이 저거예요. 저것이 본색이에요. 본색은 혐오스럽고 치욕이고, 슬픈 거예요." <265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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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전성시대 - 미치거나, 독해지지 않고 경쟁에서 살아남는 법
김은식 지음 / 페퍼민트(숨비소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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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계발서 장르를 즐겨 읽는 편은 아니지만 가끔 내가 잘 하고 있는 건지,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건지, 어쨌든 나보다 '성공'이라는 이름에 먼저 다가간 사람들의 '성공 스토리'와 '성취의 기술 등'에 대한 다양한 조언과 방법들을 구하고 싶을 때 보통 꺼내 읽는 편이다. B급 전성시대는 제목부터 독특한데 기존에 읽어 왔던 자기계발서들과는 조언하는 방향이 달라 처음부터 끝까지 신선한 충격과 함께 읽어나간 책이다. 기존의 자기계발서에서 흔히 강조하는 '열정과 꿈을 가지면 이루어진다.', '한우물만 파라.',  '그들(소위 말하는 상위 1%의 사람들) ​도 했는데 당신도 할 수 있다.' 등등 읽고 있으면 나와 같은 범인도 빌 게이츠가 될 것 같고, 워런 버핏이 될 것 같고, 스티브 잡스가 될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그러나 B급 전성시대는 다르다. 허황된 착각 속에서 희망을 갖고 꾸는 꿈을 산산이 부서뜨려 준다. 물론 1등은 어느 곳에나 존재하고 정말 온몸이 부서지는 피나는 노력 속에서 분명 일류(A급)도 탄생한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오히려 대다수의 사람들은 상위 1%를 꿈꾸며 치열하게 경쟁하는 혹은 경쟁할 수밖에 없는 그저 평범한 사람들이다.
 여기서부터 저자 김은식의 조언은 시작된다. 모두가 백조가 되기 위해 치열한 경쟁구도 속으로 과감히 뛰어든다. 엄청난 경쟁률을 자랑하는 공무원 시험, 토익이나 토플 900점 획득하기, 연예인이 되기 위해 수년간의 시간도 마다하지 않는 연습생 시절 보내기,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 참가하기 등등 모두 몇 백 대 몇, 몇 천 대 몇의 경쟁률을 자랑하는 '레드오션' 구역이다. 물론 앞서 말했듯 이런 치열한 경쟁 공간에서도 분명 1등은 나오고 누군가는 승리한다. 다만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만 된다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대부분은 그저 1등을 더욱 빛나게 해줄 뿐이다. 어찌 보면 '승자독식사회'라는 것이다. 돈있는 사람이 더 많은 돈을 갖고, 이긴 놈이 또 이기는 세상. 우리는 그런 세상 속에 살고 있다. no pain, no gian '고통이 없이는 얻는 것도 없다'라는 명언이지만 우리 대한민국사회는 more pain, less gain이다. 더 많은 고통을 요구하지만 보상은 점점 작아지는 불편한 진실.
 그것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대한민국 사회의 현실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꿈도 꾸지 말고 그저 현실에 안주하란 말인가? 그런 얘기는 결코 아니다. 모두가 백조가 되기 위해 피 튀기는 경쟁을 하지 않아도 나만의 성공과 나만의 길을 갈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왜 사람들이 이렇게 극한의 경쟁공간에만 뛰어드려 하는가? 그것은 새 길을 개척하기보다는 비록 사람에 치여 깔려죽을지언정 많은 사람들이 가는 길로 따라가는 게 속 편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과감하게 새 길을 개척할 만큼의 용기도, 그렇다고 애초에 나처럼(저자 자신처럼) 경쟁에 미련을 버리고 회피할 만큼의 비겁함도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느 길을 가든 최종적인 책임은 본인의 몫이겠지만) 백조가 아닌 오리가 되어도 충분히 행복하고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다. 그 다양한 방법들이 이 책에 제시되어 있는데 (규칙을 지배하는 자가 이긴다, 그래도 C급은 곤란한다, 성역할의 편견에 도전하라, 문과와 이과의 벽을 넘어라, 불안정한 길을 택하라, 남들이 싫어하는 일에 도전하라, 읽고 써라, 가까운 영역으로 확장하라, 속도보다 방향이다 등등) 그 자세한 내용은 책을 통해 일독을 권해보며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가장 핵심적인 한 가지만 얘기하려 한다.
 책의 첫 장에서도 그 핵심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데 바로 B+B=A라는 공식이다. 여기서 B란 이류를 말하는데 이 책에서 말하는 B급의 수준은 이러하다. 디자인이건, 글쓰기 건, 공연이건 지속적으로 매달 몇 십만 원씩이라도 돈을 버는 것이 가능하다면 B급이지만 그저 주변에서 가끔 '잘 한다'라는 평을 듣는 정도라면 C급이다. 즉 '취미생활' 수준의 단계는 넘어야 이 책에서 말하는 B급의 범주에 들 수 있는 것이다. 아마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B급에 준한다고 할 수 있겠다. A급이 되는 건 정말 너무나 어렵지만 조금만 노력하면 B급의 수준은 달성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하나의 B급에 머물지 말라는 것이다. 이제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은 거의 사라졌다. 또한 평균수명도 길어져서 하나의 직업 혹은 하나의 특기만 가지고 100세까지 버티는 삶을 사는 것도 사실상 어렵게 됐다. 내가 가진 능력 하나를 (물론 A급으로 올려서 내가 A급이 되면 그거야말로 금상첨화겠지만) B급 수준으로 올리고 또 다른 능력 하나도 B급 수준으로 올리라는 것이다. 그렇게 두 개의 능력이 융합되고 확장되어 시너지 효과를 내면 충분히 A급으로 탄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책 속에서 예시 든 것으로 이야기를 하겠다.
 배우 이시영이 있다. 그녀는 분명 A급 여배우는 아니다. 그리고 이시영 하면 떠오르는 것은 바로 '복싱'이다. 결승전까지 진출을 하여 매스컴에서도 그녀의 활약이 크게 빛났지만 마찬가지로 그녀의 복싱 실력도 A급은 아니다. 그러나 그녀의 연기나 복싱 실력은 B급 수준의 실력은 된다는 것이다. 연기와 복싱이라는 다소 이질적인 영역이긴 하지만 그 두 가지 영역이 합해져서 배우 이시영에 대한 시너지 효과는 분명 크게 향상되었다. 향후 여자 복서의 삶을 그린 영화나 그와 관련된 드라마 등이 기획된다면 분명 제일 먼저 '이시영'이라는 여배우를 찾게 될 것이다. 명실상부 다른 여배우들과는 다른 차별점이 생겼다는 것이고, 이 영역에서만큼은 배우 이시영은 충분히 A급이다. 책 속에는 이렇듯 자신이 가진 두 개 이상의 능력들을 B급 수준으로 올려 A급 못지않은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예시가 꽤 많다. 이것이 저자 김은식이 말하는 치열한 생존경쟁의 사회 속에서 미치지 않고, 독해지지 않고 경쟁에서 살아나는 가장 핵심적인 방법이다.
 어떤 것 하나를 A급으로 올리는 것은 솔직히 너무 힘들다. 발레리나 강수진이 발레 하나로 A급이 되기 위해 노력한 그 흔적들을 보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할 것이다. (그녀의 발 사진을 보았을 때 그 충격이란...) 우리는 모두 강수진과 같이 될 수는 없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자. 과연 자신이 있는가? 그렇다고 포기할 순 없으니 저자의 방법대로 내 삶의 방향성을 다시 한 번 점검해보고 설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내가 해왔던 것 외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것에도 시선을 돌려 도전해 보고 입문하여 B급 수준까지 올리고 자신만의 플랫폼을 확장해 보라 한다. 비슷한 영역으로 확장할 수도 있고, 전혀 다른 이질적인 영역으로 도전하여 확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남들이 몰리는 치열한 경쟁속에 뛰어 들어 용의 꼬리가 되기 보다 나만의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 그곳에서 뱀의 머리가 되어 보는 것도 B급 전성시대를 살아가는 좋은 방법일 것이다.
 피 튀겨가며 힘겹고 고통스럽게 나 자신을 괴롭히지 말고 삶을 좀 더 여유 있게 살아가는 행복한 오리가 되어 보자. 오리도 백조만큼은 아닐지 몰라도 충분히 그 자체로 아름답고 빛날 수 있다. 더 이상 미운오리새끼가 아니다. 나 역시 늘 백조가 되기를 꿈꾸고 갈망했으며 (너무 높은 상대나 벽은 피할 줄도 알아야 한다.) 내 삶의 오늘을 백조가 될 미래를 위해 희생하고 저당잡혀 살아왔다. 이젠 그런 버거운 삶의 더께는 과감히 벗어버리고 내가 가지고 있는 지금의 능력치에서 다른 영역으로 하나만 더 B급 정도의 수준으로 올려 그 두 가지를 융합하고 확장하여 새로운 하나의 영역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보려 한다. 그것이 어떤 것이 될지, 어떤 것을 할지는 지금부터 생각하고 찾아봐야겠지만... 이 책을 통해 너무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위로도 받았고 일류가 아니라도 치열한 대한민국 사회를 이류의 삶에서도 얼마든지 멋지게 살아낼 수 있는 방법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어 홀가분하고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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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C%9B%83%EC%9D%8C%20%EB%85%B8%EB%9E%80%EB%8F%99%EA%B8%80%EC%9D%B4 마지막으로 책을 좋아하고 책 읽기를 즐기는 나이기에 이 책 속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139page에 있는 읽고, 써라라는 챕터인데 이 부분을 정리하여 기록하고 서평을 마친다. %EC%9B%83%EC%9D%8C%20%EB%85%B8%EB%9E%80%EB%8F%99%EA%B8%80%EC%9D%B4>

꼭 학자가 아니라도 글쓰기 능력은 그 사람이 가진 능력치를 두세 단계 높이 평가받게 만드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글쓰기 능력을 단순히 표현의 기술이라고만 생각해선 곤란하다.
글쓰기란 생각하고, 그 생각을 정리하고, 그것을 독자에게 전달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고 써 내려간 뒤
독자의 눈으로 다시 읽어가며 고치고 다듬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포괄한다.
따라서 두드러진 글쓰기 능력을 가졌다는 것은 자신의 지식과 경험과 생각에 대해 늘 돌아보고 반성하는 태도를
가졌다는 의미를 포함하며 타인의 시선에서 바라보며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는 논리와 표현으로

다듬을 줄 아는 안목을 가졌다는 의미도 가진다.
(...) 따라서 어떤 영역과 어떤 영역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하는 '통찰'이다.
생각을 모으고 정리하고 다듬는 글쓰기 과정이야말로 그 '통찰력'을 낳는 시간이다. (...)
우리가 대문호 톨스토이, 헤밍웨이, 무라카미 하루키가 될 순 없지만 (물론 되는 사람도 있다는 걸 부인하는 건 아님!)
그저 쉽고, 깔끔하게, 알아들을 수 있는 문장으로 생각을 정리하여 전하는 글만으로도 대부분의 독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고
그런 정도의 글을 쓴다는 것은 90% 이상은 그리 대단할 것도 없는 얼마간의 노력으로 충분히 얻을 수 있는 능력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 무엇이 됐든 글을 한 편 써보자.
읽기만 해선 삶이 자꾸 글을 읽는 눈만 높아지는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책의 뒤표지의 문구가 마음에 와 닿아 촬영하여 첨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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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바다 - 마음을 행복으로 물들이는 컬러링북
아나스타샤 카트리스 지음 / artePOP(아르테팝) / 2015년 10월
평점 :
품절


+

오늘은 지인의 결혼식이 있어 신랑과 함께 참석한 후 집으로 돌아왔다.

날씨는 꿉꿉하고 프랑스에서는 테러사태가, 우리나라는 광화문 집회에, 일본은 지진에

머릿속은 복잡하고 기분은 뒤숭숭하던 차에 마음도 진정시키고

뭔가에 집중할 것이 필요해 선택하게 된 것은

나만의 바다! 컬러링 북이다.

:)

 

 

 

 

 

+

집에 있는 36색 색연필 파렛트도 꺼내고~

우선 나만의 바다 컬러링 북의 두께를 보여주기 위해

사진으로 찍어 보았다.

:) 




 

 

 

+

책의 뒷부분을 살펴보았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바다에 빠져보세요!라는 테마로

바닷속 다양한 생물들을 만나 볼 수 있다.

:)





+

퐁당!

이제 나만의 바다로 빠져 들어가 보자! >0<

한 장을 넘겨보니 불가사리도 보이고, 문어 다리고 보이고~

+_+ 






+

첫 장은 해마와 불가사리로 그려져 있다.

나만의 바다 컬러링 북의 특징은 그림 자체가 아름답기도 하지만

선의 굵기가 시원시원해서 (미세하고 자잘한 선이 없다) 뭔가 색칠에 대한

부담감이 덜 하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





+

오른쪽 거북이 그림은 다소 복잡(?) 해 보이더라도 주변 배경을

여백 처리하여 답답해 보이지 않게 했다.


왼쪽처럼 배경이 있다면 전체적으로 복잡하지 않게 그려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

+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그림들이 너무 예뻐서

마음 같아서는 다 색칠하고 싶은 욕망이!

:)







+

+

어떤 걸 색칠할까 고민하다가 조금 쉬워 보이면서도 예쁜 걸 선택했는데

바로 이 그림이다. 몸을 부풀린 복어 같다.

ㅋㅋㅋ 

(그러나 전혀 쉽지 않았다능 ㅠ)

 





 

+


완성된 그림이다!

 

처음에는 쉽게 생각하고 도전했는데 막상 색칠하다 보니... 은근 어려운 거다.

머릿속에서는 이런저런 색상 배합이 어울리겠다. 막~ 그림이 그려지는데 정작 실행에 옮기니...

전혀 엉뚱한 결과가 나왔다. 그래도 예전에 칠한 것보다는

많이 발전 한 듯하다.


쉽게 생각했지만 쉽지 않았던 색칠공부!

그래도 집중하면서 뭔가를 했다는 느낌에 기분은 뿌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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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피크닉
온다 리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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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온다 리쿠의 작품을 접한 건 '삼월은 붉은 구렁을'이라는 책이었다. 조금은 난해한 듯하면서도 그 독특함이 좋아 그 뒤로 온다 리쿠의 팬이 되었고 그녀의 작품들을 하나씩 사서 모으기 시작했다. 단편 모음집인 '나비' 그리고 '삼월 시리즈', '굽이치는 강가에서', '한낮의 달을 쫓다', '불안한 동화' 등등 한 권씩 그녀의 작품들을 읽을 때마다 공통적으로 느꼈던 감정은 몽환적 미스터리가 녹아있는 '기시감' 같은 묘한 것이었다. 때문에 그녀의 작품들은 꽤(?) 호불호가 갈리는 편인데 이번에 읽은 '밤의 피크닉'은 여느 청춘소설들처럼 부담 없이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아주 멋진 작품이었다. 10대의 마지막 시절, 졸업을 앞둔 고교생들이 모교의 연례 행사인 '야간보행제'에 참석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야간보행제'는 24시간 동안 총 80km를 걷는 어찌 보면 극한의 체험이자 행사이다. 전반부는 각 학년별로 학급끼리, 후반부는 '자유보행'으로 함께 걷고 싶은 사람과 걸을 수 있는데, '야간보행제'가 주는 특별함은 일상을 벗어난 비일상의 공간이며 시간이라는 것이다. 일상적인 공간과 시간 속이었다면 차마 말하지 못 했을 속 깊은 이야기들을 신비로운 밤하늘 아래를 함께 걷게 되는 것만으로도 이야기 할 수 있게 된다. 분명 그런 순간들을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농밀하면서도 짙은 어둠이 깔리는 밤은 모든 풍경을 그리고 우리를 너그럽게 감싸 안는 시간의 힘을 갖고 있다. 

비밀을 간직한 소년과 소녀 그리고 그 주변 인물들의 다채로운 이야기들과 온다 리쿠만의 그리움이 느껴지는 풍경 묘사들이 '야간보행제' 를 배경으로 지루하지 않게 펼쳐진다.  처음 걸을 때의 설렘과 두려움 그리고 기대감은 중반부를 지나면서 점점 육체적 고통과 한계를 느끼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골인 지점을 향한 그들의 간절한 열망과 희망은 이곳 등장인물들의 이야기 흐름과 맞춰 흘러간다. 처음 서로에 대해 느꼈던 분노, 상처, 두려움 그리고 호기심과 동경은 함께 걷는 시간들이 쌓여가면서 점점 이해와 화해로 소년과 소녀의 심경 또한 변화되어 간다. 지난밤에 함께 나누었던 대화와 미묘한 교감들이 서서히 날이 밝아 오면서 마치 오래전 꾸었던 아스라한 꿈처럼 멀게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저 멀리 보이는 목표지점을 향해 마지막 한 걸음을 내딛는 소년과 소녀의 가슴속에는 그동안 숨기고 털어놓지 못 했던 가슴속 어떤 응어리가 사라지고 새로운 반짝거림으로 가득참을 느낀다.

노스탤지어의 마법사라는 별명답게 젊은 시절의 그리움과 청춘의 반짝임을 '야간보행제'라는 소재를 통해 그녀만의 감성으로 따뜻하게 풀어 낸 '밤의 피크닉'.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내 가슴속에도 다시 돌아갈 수 없는 나의 청춘과 학창시절이 문득 그리워졌다. 순수했지만 그 시절 그 나이 때의 고민과 상처로 힘들어했었던 그 반짝였던 순간들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책 속 울림을 준 문장들]


보행제가 끝나버리면 이제 이 코스를 달리는 일도 없겠구나.

도오루는 왠지 마음이 이상해졌다. 당연한 것처럼 했던 것들이 어느 날을 경계로 당연하지 않게 된다.

이렇게 해서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행위와 두 번 다시 발을 딛지 않을 장소가, 어느 틈엔가 자신의 뒤에 쌓여가는 것이다. 

- 19페이지


다카코는 반짝거리는 수면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몸을 움직이는 것은 좋아하지 않지만 걷는 것은 좋아했다. 이런 식으로 차가 없고 경치가 멋진 곳을 한가로이 걷는 것은 기분 좋다.

머릿속이 텅 비어지고, 여러 가지 기억과 감정이 떠오르는 것을 붙들어두지 않고 방치하고 있었더니 마음이 해방되어 끝없이 확산되어 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 60페이지


다카코는 시계(視界)를 평평하게 메우는 참억새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야기에 몰두하여 가끔 얼굴을 들었을 때 본 몇 가지 풍경이 각인되어 있을 뿐, 거의 아무것도 보지 않았다.

하지만 확실하게 몇 장면은 마음속에 남는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그랬다. 올해 남는 광경 중에, 이 참억새밭이 포함될 게 틀림없다.

두 번 다시 지나가지 않을 대수롭지 않은 풍경이지만, 이 한순간은 아마도 영원할 것이다.

- 69페이지


그러니까 말이지. 타이밍이야...

굳이 마음을 차단하고 얼른 계단을 다 올라가고 싶은 마음은 아프리만큼 알지만 말이야.

물론 너의 그런 점. 나는 존경하기도 해. 하지만 잡음 역시 너를 만든다는 거야. 잡음은 시끄럽지만 역시 들어두어야 할 때가 있는 거야.

네게는 소음으로밖에 들리지 않겠지만, 이 잡음이 들리는 건 지금뿐이니까 나중에 테이프를 되감아 들으려고 생각했을 때는 이미 들리지 않아.

너, 언젠가 분명히 그때 들어두었더라면 좋았을 걸 하고 후회할 날이 올 거라 생각해...

어떻게 하라고는 말하지 않겠지만, 좀더 흐트러졌으면 좋겠다.

- 156페이지


시간의 감각이라는 것은 정말로 이상하다.

나중에 돌이켜보면 순간인데, 당시에는 이렇게도 길다.

1미터 걷는 것만으로도 울고 싶어지는데, 그렇게 긴 거리의 이동이 전부 이어져 있어, 같은 일 분 일 초의 연속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어쩌면 어느 하루 만이 아닐지도 모른다. 농밀하며 눈 깜짝할 사이였던 이번 한 해며,

불과 얼마 전 입학한 것 같은 고교생활이며, 어쩌면 앞으로의 일생 역시 그런 '믿을 수 없는' 것의 반복일지도 모른다.

아마 몇 년쯤 흐른 뒤에도 역시 같은 말을 중얼거릴 것이다.

어째서 뒤돌아보았을 때는 순간인 걸까. 그 세월이 정말로 같은 일 분 일 초마다 전부 연속해 있다는 걸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 하고.

- 224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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