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B급 전성시대 - 미치거나, 독해지지 않고 경쟁에서 살아남는 법
김은식 지음 / 페퍼민트(숨비소리) / 2014년 8월
평점 :
품절
+
자기계발서 장르를 즐겨 읽는 편은 아니지만 가끔 내가 잘 하고 있는 건지,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건지, 어쨌든 나보다 '성공'이라는 이름에 먼저 다가간 사람들의 '성공 스토리'와 '성취의 기술 등'에 대한 다양한 조언과 방법들을 구하고 싶을 때 보통 꺼내 읽는 편이다. B급 전성시대는 제목부터 독특한데 기존에 읽어 왔던 자기계발서들과는 조언하는 방향이 달라 처음부터 끝까지 신선한 충격과 함께 읽어나간 책이다. 기존의 자기계발서에서 흔히 강조하는 '열정과 꿈을 가지면 이루어진다.', '한우물만 파라.', '그들(소위 말하는 상위 1%의 사람들) 도 했는데 당신도 할 수 있다.' 등등 읽고 있으면 나와 같은 범인도 빌 게이츠가 될 것 같고, 워런 버핏이 될 것 같고, 스티브 잡스가 될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그러나 B급 전성시대는 다르다. 허황된 착각 속에서 희망을 갖고 꾸는 꿈을 산산이 부서뜨려 준다. 물론 1등은 어느 곳에나 존재하고 정말 온몸이 부서지는 피나는 노력 속에서 분명 일류(A급)도 탄생한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오히려 대다수의 사람들은 상위 1%를 꿈꾸며 치열하게 경쟁하는 혹은 경쟁할 수밖에 없는 그저 평범한 사람들이다.
여기서부터 저자 김은식의 조언은 시작된다. 모두가 백조가 되기 위해 치열한 경쟁구도 속으로 과감히 뛰어든다. 엄청난 경쟁률을 자랑하는 공무원 시험, 토익이나 토플 900점 획득하기, 연예인이 되기 위해 수년간의 시간도 마다하지 않는 연습생 시절 보내기,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 참가하기 등등 모두 몇 백 대 몇, 몇 천 대 몇의 경쟁률을 자랑하는 '레드오션' 구역이다. 물론 앞서 말했듯 이런 치열한 경쟁 공간에서도 분명 1등은 나오고 누군가는 승리한다. 다만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만 된다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대부분은 그저 1등을 더욱 빛나게 해줄 뿐이다. 어찌 보면 '승자독식사회'라는 것이다. 돈있는 사람이 더 많은 돈을 갖고, 이긴 놈이 또 이기는 세상. 우리는 그런 세상 속에 살고 있다. no pain, no gian '고통이 없이는 얻는 것도 없다'라는 명언이지만 우리 대한민국사회는 more pain, less gain이다. 더 많은 고통을 요구하지만 보상은 점점 작아지는 불편한 진실.
그것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대한민국 사회의 현실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꿈도 꾸지 말고 그저 현실에 안주하란 말인가? 그런 얘기는 결코 아니다. 모두가 백조가 되기 위해 피 튀기는 경쟁을 하지 않아도 나만의 성공과 나만의 길을 갈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왜 사람들이 이렇게 극한의 경쟁공간에만 뛰어드려 하는가? 그것은 새 길을 개척하기보다는 비록 사람에 치여 깔려죽을지언정 많은 사람들이 가는 길로 따라가는 게 속 편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과감하게 새 길을 개척할 만큼의 용기도, 그렇다고 애초에 나처럼(저자 자신처럼) 경쟁에 미련을 버리고 회피할 만큼의 비겁함도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느 길을 가든 최종적인 책임은 본인의 몫이겠지만) 백조가 아닌 오리가 되어도 충분히 행복하고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다. 그 다양한 방법들이 이 책에 제시되어 있는데 (규칙을 지배하는 자가 이긴다, 그래도 C급은 곤란한다, 성역할의 편견에 도전하라, 문과와 이과의 벽을 넘어라, 불안정한 길을 택하라, 남들이 싫어하는 일에 도전하라, 읽고 써라, 가까운 영역으로 확장하라, 속도보다 방향이다 등등) 그 자세한 내용은 책을 통해 일독을 권해보며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가장 핵심적인 한 가지만 얘기하려 한다.
책의 첫 장에서도 그 핵심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데 바로 B+B=A라는 공식이다. 여기서 B란 이류를 말하는데 이 책에서 말하는 B급의 수준은 이러하다. 디자인이건, 글쓰기 건, 공연이건 지속적으로 매달 몇 십만 원씩이라도 돈을 버는 것이 가능하다면 B급이지만 그저 주변에서 가끔 '잘 한다'라는 평을 듣는 정도라면 C급이다. 즉 '취미생활' 수준의 단계는 넘어야 이 책에서 말하는 B급의 범주에 들 수 있는 것이다. 아마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B급에 준한다고 할 수 있겠다. A급이 되는 건 정말 너무나 어렵지만 조금만 노력하면 B급의 수준은 달성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하나의 B급에 머물지 말라는 것이다. 이제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은 거의 사라졌다. 또한 평균수명도 길어져서 하나의 직업 혹은 하나의 특기만 가지고 100세까지 버티는 삶을 사는 것도 사실상 어렵게 됐다. 내가 가진 능력 하나를 (물론 A급으로 올려서 내가 A급이 되면 그거야말로 금상첨화겠지만) B급 수준으로 올리고 또 다른 능력 하나도 B급 수준으로 올리라는 것이다. 그렇게 두 개의 능력이 융합되고 확장되어 시너지 효과를 내면 충분히 A급으로 탄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책 속에서 예시 든 것으로 이야기를 하겠다.
배우 이시영이 있다. 그녀는 분명 A급 여배우는 아니다. 그리고 이시영 하면 떠오르는 것은 바로 '복싱'이다. 결승전까지 진출을 하여 매스컴에서도 그녀의 활약이 크게 빛났지만 마찬가지로 그녀의 복싱 실력도 A급은 아니다. 그러나 그녀의 연기나 복싱 실력은 B급 수준의 실력은 된다는 것이다. 연기와 복싱이라는 다소 이질적인 영역이긴 하지만 그 두 가지 영역이 합해져서 배우 이시영에 대한 시너지 효과는 분명 크게 향상되었다. 향후 여자 복서의 삶을 그린 영화나 그와 관련된 드라마 등이 기획된다면 분명 제일 먼저 '이시영'이라는 여배우를 찾게 될 것이다. 명실상부 다른 여배우들과는 다른 차별점이 생겼다는 것이고, 이 영역에서만큼은 배우 이시영은 충분히 A급이다. 책 속에는 이렇듯 자신이 가진 두 개 이상의 능력들을 B급 수준으로 올려 A급 못지않은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예시가 꽤 많다. 이것이 저자 김은식이 말하는 치열한 생존경쟁의 사회 속에서 미치지 않고, 독해지지 않고 경쟁에서 살아나는 가장 핵심적인 방법이다.
어떤 것 하나를 A급으로 올리는 것은 솔직히 너무 힘들다. 발레리나 강수진이 발레 하나로 A급이 되기 위해 노력한 그 흔적들을 보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할 것이다. (그녀의 발 사진을 보았을 때 그 충격이란...) 우리는 모두 강수진과 같이 될 수는 없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자. 과연 자신이 있는가? 그렇다고 포기할 순 없으니 저자의 방법대로 내 삶의 방향성을 다시 한 번 점검해보고 설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내가 해왔던 것 외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것에도 시선을 돌려 도전해 보고 입문하여 B급 수준까지 올리고 자신만의 플랫폼을 확장해 보라 한다. 비슷한 영역으로 확장할 수도 있고, 전혀 다른 이질적인 영역으로 도전하여 확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남들이 몰리는 치열한 경쟁속에 뛰어 들어 용의 꼬리가 되기 보다 나만의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 그곳에서 뱀의 머리가 되어 보는 것도 B급 전성시대를 살아가는 좋은 방법일 것이다.
피 튀겨가며 힘겹고 고통스럽게 나 자신을 괴롭히지 말고 삶을 좀 더 여유 있게 살아가는 행복한 오리가 되어 보자. 오리도 백조만큼은 아닐지 몰라도 충분히 그 자체로 아름답고 빛날 수 있다. 더 이상 미운오리새끼가 아니다. 나 역시 늘 백조가 되기를 꿈꾸고 갈망했으며 (너무 높은 상대나 벽은 피할 줄도 알아야 한다.) 내 삶의 오늘을 백조가 될 미래를 위해 희생하고 저당잡혀 살아왔다. 이젠 그런 버거운 삶의 더께는 과감히 벗어버리고 내가 가지고 있는 지금의 능력치에서 다른 영역으로 하나만 더 B급 정도의 수준으로 올려 그 두 가지를 융합하고 확장하여 새로운 하나의 영역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보려 한다. 그것이 어떤 것이 될지, 어떤 것을 할지는 지금부터 생각하고 찾아봐야겠지만... 이 책을 통해 너무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위로도 받았고 일류가 아니라도 치열한 대한민국 사회를 이류의 삶에서도 얼마든지 멋지게 살아낼 수 있는 방법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어 홀가분하고 뿌듯하다.
.
.
.
.
.
< 마지막으로 책을 좋아하고 책 읽기를 즐기는 나이기에 이 책 속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139page에 있는 읽고, 써라라는 챕터인데 이 부분을 정리하여 기록하고 서평을 마친다. >
꼭 학자가 아니라도 글쓰기 능력은 그 사람이 가진 능력치를 두세 단계 높이 평가받게 만드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글쓰기 능력을 단순히 표현의 기술이라고만 생각해선 곤란하다.
글쓰기란 생각하고, 그 생각을 정리하고, 그것을 독자에게 전달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고 써 내려간 뒤
독자의 눈으로 다시 읽어가며 고치고 다듬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포괄한다.
따라서 두드러진 글쓰기 능력을 가졌다는 것은 자신의 지식과 경험과 생각에 대해 늘 돌아보고 반성하는 태도를
가졌다는 의미를 포함하며 타인의 시선에서 바라보며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는 논리와 표현으로
다듬을 줄 아는 안목을 가졌다는 의미도 가진다. (...) 따라서 어떤 영역과 어떤 영역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하는 '통찰'이다.
생각을 모으고 정리하고 다듬는 글쓰기 과정이야말로 그 '통찰력'을 낳는 시간이다. (...)
우리가 대문호 톨스토이, 헤밍웨이, 무라카미 하루키가 될 순 없지만 (물론 되는 사람도 있다는 걸 부인하는 건 아님!)
그저 쉽고, 깔끔하게, 알아들을 수 있는 문장으로 생각을 정리하여 전하는 글만으로도 대부분의 독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고
그런 정도의 글을 쓴다는 것은 90% 이상은 그리 대단할 것도 없는 얼마간의 노력으로 충분히 얻을 수 있는 능력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 무엇이 됐든 글을 한 편 써보자.
읽기만 해선 삶이 자꾸 글을 읽는 눈만 높아지는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책의 뒤표지의 문구가 마음에 와 닿아 촬영하여 첨부해본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