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보르헤스 전집 3 : 알렙>과 <게 공선>을 다 읽었고 <스피노자>를 2/3 쯤, <지각의 현상학>은 서문(서론도 아닌)을 약간 읽었다. <발터 벤야민의 문예이론>은 수유+너머 세미나의 학인이 '끔찍한 번역'이라고 말리는 바람에 읽지 않고, 그 학인이 권해 준 <발터 벤야민 선집> 중 한 권을 다음에 읽을 생각이다. 그는 '역사의 개념에 대하여', '폭력 비판을 위하여', '초현실주의' 등의 글이 있는 <발터 벤야민 선집> 중 5권을 권했는데,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 '사진의 작은 역사' 등의 글이 있는 2권이 개인적으로 더 끌린다.

<알렙>은 기대했던 대로 재밌기도 했거니와, 환상적인 분위기의 소설을 선호하는 내 입맛에도 잘 맞았다. 게다가, 너무 거대하다는 느낌도 있지만, 쌉쌀한 맛이 감도는 거대한 철학적 담론이 건포도처럼 알알이 박혀 있기도 하다.

<게 공선>은 대단히 선동적인 작품이다. 1920년대 일본이라는 역사적, 지리적 배경이 현재의 한국과는 동떨어진 듯 느껴지다가도, 조금만 생각해보면 그 소설의 현실이 '지금, 여기'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다키지가 2000년대 한국에서 살았다면 <기륭전자> 같은 소설을 썼을 것이라고 가정하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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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11 01: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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