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
안병수 지음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은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이지만, 그리고 책 표지에 커다란 막대사탕 하나만이 달랑 그려져 있지만, 실상 이 책은 '모두에게 해가 되는' 일체의 '가공식품'에 대한 책이다. '모두를'이라는 추상적인 말 보다는 '내 아이를'이라는 피부에 와닿는 말이, '가공식품'이라는 알쏭달쏭한 말 보다는 '과자'라는 구체적인 말이 잠재적 독자의 시선을 끌고 책의 판매부수를 올릴 것이라고 저자와 출판사는 생각했겠지만...

저자는 한 유명 과자회사의 중견간부였던 사람으로 제과업계에 종사한다는 점에 나름대로 보람이 있었을 뿐 아니라 그 자신이 시시때때로 과자를 즐기는 대단한 과자광이었다. 그러나 그가 존경해 마지 않던 일본의 한 과자회사 사장이 돌연하게 사망한 사건이 계기가 되어 그는 가공식품 매니아에서 가공식품에 대항하여 싸우는 혁명가로 탈바꿈하게 된다. 그리고 그는 레닌의 '무엇을 할 것인가?'나 히틀러의 '나의 투쟁' 처럼, 가공식품을 타도하기 위한 선동의 도구 내지는 지침서라 할 수 있는 이 책을 쓰기에 이르른다.

'무엇을 할 것인가'나 '나의 투쟁'에 비유하기는 했어도, 이 책은 그리 뛰어난 문학작품은 아니다. 개신교로 개종한 사람이 개종 이후 자신에게 찾아 온 '은혜'를 말하며 다른 사람들에게도 자신의 길을 따르라고 '간증'할 때, 가장 알기 쉬운 언어로, 그러나 가장 간절하게 말하는 것처럼, 이 책의 어투도 '안티가공식품교'로 개종한 과거의 '가공식품교도'의 '간증'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만큼 간결하고도 호소력이 있다.

사실을 말하건대, 그리하여 나 역시 그의 '간증'에 감화되었다. '안티가공식품교도'로서, 나는 매 끼니마다 식탁을 마주하며 이번 식사에서도 '설탕', '트랜스지방산', '식품첨가물' 등이 삼위일체화된 가공식품 사탄의 시험을 벗어나게 해 달라고 기도하며, 매번 장을 볼 때마다 '가공', '정제', '백설탕', '쇼트닝', '마가린' 등 악의 주문이 포장지에 인쇄된 먹거리에 '영원히 재고로 남을찌어다'라는 저주의 독설을 퍼붓곤 하게 되었다.

가끔 내가 너무 오바한다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가공식품 공포증'에 걸리게 되었지만, 이 책에 적혀 있는 사실관계를 냉정히 인식한다면 당장에 마트에 진열되어 있는 때깔좋은 가공식품들을 모두 불살르고 싶다는 유혹에 사로잡히게 될 것이다. 당뇨병의 전단계인 '인슐린 저항'을 불러 오는 정제당, 그 해로움 여덟 가지를 하나하나 상당한 분량의 칼럼으로 설명한 트랜스지방산, 단 하나의 분자로도 위험하다는 식품첨가물 등 저자가 지목하는 세 가지 위험요소 그 하나하나도 이미 큰 충격이지만, 20세기 초에는 매우 드물던 질병들 - 암, 심혈관 질환, 당뇨병 - 이 가공식품이 보편화되는 것에 발맞춰 전체의 50%이상을 차지하는 현대인의 주요 사망원인이 되었다는 점, 바로 그 사실만으로도 가공식품에 대한 증오는 돌이킬 수 없이 확대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정색을 하며 가공식품의 죄목을 조목조목 심문하던 그는, 그래도 한동안 몸담았던 식품업계에 최소한의 면죄부를 주고자 했던 것인지, 식품업계가 인체에 해롭다는 점을 알고도 정제당, 나쁜 기름, 첨가물 등을 계속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것은 '소비자들 때문'이라고 강변한다. 업계는 소비자의 요구에 응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주체는 역시 소비자밖에 없다'고 결론짓는다. 단, 소비자가 겪고 있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이 책과 같은 수단을 통해 해결하여 가공식품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알리면서 말이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아야 하는 것처럼, 가공식품은 미워하되 식품업계는 미워하지 말자는 것이며, 소비자가 똑똑하기만 하면 시장의 원리에 의하여 나쁜 가공식품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소비자가 좋은 지방과 나쁜 지방을 구별하는 혜안을 갖출 때, 제유업계에 강력한 메시지가 전달된다. 다소 시간이 걸릴지 모르지만 이 방법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정보의 비대칭성'을 논하던 사람이 진지하게 내놓은 해결책으로는 다소 허황되고 뜬금없지 않은가? 이런 경우야말로 국가 내지는 소비자단체의 힘이 개입하여야 하는 경우가 아닐까?

책은 흔히 사고를 전환시켜 인생을 바꾸는 힘이 있다고들 한다. 이 책은 몸을 전환시켜 인생을 바꾼다고 할 만하다. 나쁜 가공식품을 없애기 위한 해결책이 썩 개운치 않지만, 독자의 식생활에 심대한 영향을 끼쳐 건강한 몸을 만드는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책임에는 분명하다. 다시 '안티가공식품교도'로 돌아가서 이 책의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한 '요절'말씀을 암송해 본다.

'요컨대 모든 문제는 정제당과 나쁜 지방, 식품첨가물로 귀결된다. 그것이 바로 가공식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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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2005-08-22 0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다시 돌아오셨군요!

전자인간 2005-08-22 0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yeshot21 2005-08-30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리뷰 한번 잘 쓰시네요.

전자인간 2005-08-31 2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