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캅>, <토탈리콜>, <원초적 본능>의 폴 버호벤이 고향 네덜란드로 돌아가서 오랜만에 내놓은 최신작. 재앙과도 같은 <쇼걸>과 평범한 <할로우 맨> 등으로 한없이 추락하던 버호벤이 6년여만에 고향의 정기를 받아 만들어 낸 말끔한 영화.

실화를 바탕으로 하였다는데, 너무나 꼬아 논 스토리탓에 오히려 현실감은 떨어진다. 그러나 의인과 악인을 서로 잘 섞고 비벼서 '나치' 그릇과 '레지스탕스' 그릇, 그리고 '보통사람들' 그릇에 적당히 나누어 담은, 그래서 '개인의 악함과 집단의 악함은 상관관계가 크지 않다.'고 역설스럽게 역설하는 주제는 생각해 볼 거리를 던진다. 그 선악의 대비 또한 버호벤스럽게 영화적으로 과장되기는 했지만.

개인적으로, 폭력과 성의 극단적 사용을 통해 철학적 주제를 강렬하게 던지곤 하는 버호벤을 좋아하는데, 이 영화는 그 극단적 화법이 그다지 크게 드러나지 않아서 버호벤답지 않다는 인상을 받는다. 그러나 영상을 통한 블랙유머의 달인이기도 한 버호벤의 면모는 녹슬지 않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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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30 08: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전자인간 2007-08-30 11:33   좋아요 0 | URL
폴 버호벤의 영화는 호불호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편인 듯한데, 님도 폴 버호벤을 좋아하시는 편이신가 봅니다. 반갑네요. ^^
<블랙 북>은 엄청난 걸작은 아니지만, 후회는 없는 수작이죠. 꼭 보시길...

비로그인 2007-08-30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폭력과 성의 극단적 사용을 통해 철학적 주제를 강렬하게 던지곤 하는 버호벤'을 싫어하는데 무슨 이유인지 위에 쓰신 다섯 편의 영화는 전부 보았습니다. 옆지기 기호에 맞춰주느라...
블랙북은 추천하셨으니 적극적인 마음으로 봐야겠습니다.

전자인간 2007-08-30 19:07   좋아요 0 | URL
'폭력과 성의 극단적 사용을 통해 철학적 주제를 강렬하게 던지곤 했던' 버호벤의 영화치고는 견딜만 합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성격의 영화는 아니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