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넷째주 '이주의 마이리뷰' 축하 적립금으로 음반과 영화 DVD를 몇 장 샀다. 음반은 클래지콰이 3집, 에디뜨 피아프 샹송 100, 프리드리히 굴다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및 협주곡 전집 등이다.
클래지콰이는 회사의 후배사원에게서 생일선물로 1집을 선물받은 후, 그들의 도회적인 발랄함에 반해서 3집까지 꾸준히 사 모으고 있는(중간의 리믹스 앨범은 건너 뛰었지만), 몇 안 되는 나의 컬렉션 대상 국내 뮤지션이다. 오늘 도착하자 마자 제일 처음 플레이어에 걸고 들었는데, 첫 느낌은 '도회적이기는 하나 발랄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이런 느낌은 2집에도 얼마간 있었는데, 몇 번 더 들어 봐야 그들이 뒷걸음치고 있는지, 앞으로 나가고 있는지가 분간될 것이다.
에디뜨 피아프는 영화 <파니 핑크>에서 쓰였던 '난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요'가 너무 좋아 충동구매한 경우다. '장미빛 인생', '사랑의 찬가'를 포함하여 잘 아는 노래가 다섯 손가락에 꼽힐 정도밖에 안되는 상황에서 100곡짜리 음반을 산다는 것은 분명 비합리적이고 무모한 짓일테지만, 5 for 1의 유혹은 뿌리치기 쉽지 않았다. 첫번째 음반 20곡을 들어봤는데, 그녀의 카랑카랑하고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스피커 주위의 온도를 이삼도 올리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굴다의 베토벤 피아노 전집. 총 12 CD이지만, 허접스런 연주자도 아니고 굴다이지만, 두 장 값이다. 이건 고전음악을 좋아한다면 안 살 수가 없다. (요즘, 이런 전집이 많이 나온 것으로 안다. 분명히 사는 것이 합리적인데, 다 들을 시간이 없어서 못 사고 있다. 미치겠다!)
그리고 영화들... 이건 알라딘의 상술에 걸려든 구매다. 장바구니 아래에 시선을 끄는 '초특가 할인'에 걸려든 것. 그러나 영화들은 평소에 보고 싶었던 것, 다시 봐도 괜찮을 만한 것들만 골랐으므로 그리 후회는 없다. 4장 모두 해 봤자, 신작 DVD 가격의 절반밖에 안 되니... (물론, 스페셜 피쳐는 기대하지 말아야겠지만, 난 어차피 스페셜 피쳐를 그리 잘 보지도 않는다.)
오늘 산 음반 장수를 헤야려 보니 클래지콰이 1장, 에디뜨 피아프 5장, 굴다 12장 총 18장이다. 한 장당 한 시간만 잡아도 18시간 동안 들어야 한다. 독서와 음악듣기를 동시에 하지 않는게 내 원칙이지만, 이 황당한 충동구매의 본전을 뽑기 위해서는 당분간 독서와 음악듣기를 병행해야 할 것같다. 음악은 독서와 병행한다지만, 영화는 도대체 언제 다 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