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작 독일 저예산 영화... 최신 헐리웃 블록버스터와 대척점에 있는 듯한 이런 영화를 이제야 보게 된 것은 최근에 DVD가 출시되었기 때문. '짝퉁 바톤 핑크'라는 오해를 살 수도 있겠지만, 'Keiner liebt mich (아무도 날 사랑하지 않아!)'가 원제다.

여성판 '서른 즈음에'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쓸쓸하고 씁쓸한 인생전환기의 우울을 그린 짙은 회색 영화인 것처럼 시작되지만, 파니 핑크와 오르페오와의 우정-사랑이 무르익어 갈 무렵에는, 특히 오르페오가 해골로 분장하고 에디트 피아프의 '난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를 립싱크하며 파니 핑크의 생일을 축하할 무렵에는, 화사한 핑크색이 도드라져 보이는 무지개색 영화로 탈바꿈한다. (사실 주인공 이름 '핑크'의 철자는 Pink가 아니라 Fink다. 그냥 그렇단 얘기. 그리고 '무지개색'을 언급한 것은 의도적이다. 이것도 그냥 그렇단 얘기. ^^)

부가영상을 보면서 처음에는 이 영화의 감독이 여성이란 사실에 놀랐지만, 찬찬히 다시 생각해 보면 여성이 아니라면 만들기 힘든 영화가 아닐까 한다. 핑크를 귀엽고 사랑스럽게 그리기는 했어도 '욕망의 대상'으로 설정하거나 하지는 않았으니까. 30대 초반에 봤으면 흠뻑 반했을 법한, 묘하게 쿨하면서 사랑스러운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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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8-07-18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20대 후반에 이 영화 본 것 같은데요.
여성은 남성처럼 서른 즈음을 어렵게 보내지는 않아요.
저만 그런지는 몰라도 오히려 마흔 즈음이 훨씬 힘들었어요.
지금도 약간은 흔들리고 있지만 서른 아홉 살 가을에 서른 즈음에를 계속 끼고 살았을 정도니까요.

저는 이 영화가 그다지 와 닿지 않았어요.
아마도 님께서 말씀하신 부분을 이제서야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요.
지금 이 영화를 다시 본다면 에디뜨 삐아프의 노래를 같이 흥얼거리며 흠뻑 빠지지 않을까 싶네요.
영화는 언제 보느냐도 많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재미는 정말 철저히 주관적이어서 남이 재밌다고 나도 재밌다는 보장이 없다는 거에요.
그냥 그렇단 얘기.

전자인간 2008-07-22 18:26   좋아요 0 | URL
다소 의외네요.. 여성이 남성보다 서른 즈음이 훨씬 힘들거라 생각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아직 오지 않은 마흔이 너무 두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