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작 독일 저예산 영화... 최신 헐리웃 블록버스터와 대척점에 있는 듯한 이런 영화를 이제야 보게 된 것은 최근에 DVD가 출시되었기 때문. '짝퉁 바톤 핑크'라는 오해를 살 수도 있겠지만, 'Keiner liebt mich (아무도 날 사랑하지 않아!)'가 원제다.
여성판 '서른 즈음에'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쓸쓸하고 씁쓸한 인생전환기의 우울을 그린 짙은 회색 영화인 것처럼 시작되지만, 파니 핑크와 오르페오와의 우정-사랑이 무르익어 갈 무렵에는, 특히 오르페오가 해골로 분장하고 에디트 피아프의 '난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를 립싱크하며 파니 핑크의 생일을 축하할 무렵에는, 화사한 핑크색이 도드라져 보이는 무지개색 영화로 탈바꿈한다. (사실 주인공 이름 '핑크'의 철자는 Pink가 아니라 Fink다. 그냥 그렇단 얘기. 그리고 '무지개색'을 언급한 것은 의도적이다. 이것도 그냥 그렇단 얘기. ^^)
부가영상을 보면서 처음에는 이 영화의 감독이 여성이란 사실에 놀랐지만, 찬찬히 다시 생각해 보면 여성이 아니라면 만들기 힘든 영화가 아닐까 한다. 핑크를 귀엽고 사랑스럽게 그리기는 했어도 '욕망의 대상'으로 설정하거나 하지는 않았으니까. 30대 초반에 봤으면 흠뻑 반했을 법한, 묘하게 쿨하면서 사랑스러운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