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유난히 좋아지는 어떤 날이 있다
김리하 지음 / SISO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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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향한 고민, 마음이 느껴지는 책 <내가 유난히 좋아지는 어떤 날이 있다> 라는 제목의 에세이가 출간되었어요.

오이소박이를 보며 삶의 농도 조절을 하겠다고 말씀하시는 리하 작가님의 첫 글을 보면서 글이 정말 맛깔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족에게는 "척을 하지 말자>


요즘 새 학기가 되어 아이의 학습을 봐주며 분주하게 지내고 있는 중입니다.

작가님도 아이의 새 학년, 담임 선생님에게 받은 평가로 마음을 다친 적이 있으시다고 합니다.

부모의 마음이 다 그렇듯이 우리 아이가 성적이나 어떤 기준으로 곤란을 겪게 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훈계와 잔소리를 하게 되지요.

우리 아이가 원래는 그렇지 않은데, 선생님으로부터 또는 주위 친구들로부터 '어떠한 평가'를 받게 되는 것이 사실 저도 참 싫다고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새 학기에는 문제집을 한 번 더 펼쳐보게 하기도 하고, 준비물을 잘 챙겼는지 몇 번씩 아이의 가방을 살펴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작가님의 글을 읽고 놓치고 있던 것이 떠올랐어요.


"가족에게 잘난 체하는 것은 아닌가?

소중한 가족을 타인의 부당한 대우로부터

보호하겠다며 훈계와 잔소리를

일삼는 바보 같은 짓을 하는 건 아닌가?"

아이를 보호하겠다고 한 엄마의 마음으로 시작한 일들이 아이에게 잔소리로 끝나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걸 다시 깨닫게 됩니다.


<블로그를 하는 이유>


리하 작가님을 보면 항상 꾸준해 보이시고, 일관되어 보이셨어요.

저랑 비슷한 시기에 블로그를 시작하셨는데, 저는 들쑥날쑥 포스팅을 하고 있을 때 작가님이 매일 1포 글쓰기 또는 새벽 독서모임이나 계단 오르기를 하시는 기록 등을 보면서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어떠한 것이 작가님을 꾸준하게 이끄는 것일까? 궁금하기도 했었어요.

책에서 작가님은 '어제보다 조금 더 나아진 내 모습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블로그를 시작했다.'라고 하셨어요.

이번에 책을 읽고 북토크에 참여하면서 좀 더 리하 작가님을 이해하게 된 것 같아요.

중간중간 멈출 수 있는 신호를 보며 멈추기도 하고, 세상 구경하며 소통하는 삶을 기록하겠다고 하시는 작가님의 블로그를 하는 이유가 와닿았어요.


<깨진 유리병>


우리가 살다 보면 유리병이 깨지는 것처럼 원하지 않는 일이 생기곤 합니다.


그건 그저 많고 많은 도전 중 하나가

실패로 돌아갔을 뿐이고,

수많은 그릇 중 단 하나가

깨진 것에 불과할 뿐이다.


하지만 유리병이 깨지는 것은 그냥 단순한 실패이고, 수많은 그릇 중 단 하나가 깨진 것 뿐이라는 거죠.

살다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일이 생길 때마다 리하 작가님이 이야기해 주신 것처럼 “내 기분만큼은 나를 책임져 줄 수 있도록, 유일한 내 편이 되어 줄 수 있도록” 마음을 먹어봐야겠습니다.


<느리지만 쉼 없이>



블로그 글을 통해 작가님이 계단 오르기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작가님은 평소에 운동을 거의 하지 않으셨다고 하셨는데, 블로그 글에서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계단을 오르신다고 하여 정말 깜짝 놀랐어요.

저도 운동을 못 하고 사는 사람으로서 계단 오르기가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거든요.

집의 층수보다 2개 층 낮게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서 올라오는 것도 큰 결심을 해야 한 번 할까 말까 한데 21층을 매일 오르다니요.

작가님은 느리지만 실천을 꾸준히 할 수 있었던 노하우로 "8층에서 멈추고 호흡하는 법"을 추천하셨어요.

8층 무렵부터는 호흡에만 집중하고 천천히 오르면서 호흡과 발걸음 속도에만 집중한다고 하셨어요.


작가님은 느리지만 쉼 없이 고통의 변곡점, 마의 8층을 돌파해 나갈 것이라고 하셨어요.

어차피 올라가야 할 계단이라면 호흡과 속도를 조절해서 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어요.

속도도 중요하고, 방향도 중요한 세상이지만요.

저는 느리게 움직이는 거북이과이기에 저만의 호흡과 속도를 지키며 나아가는 게 역시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신뢰할 만한 사람을 신뢰하기>


작가님은 대인관계를 하며 상대방을 진지하게 판단해야 하는 순간이 올 때 "신뢰"라는 기준을 사용한다고 하셨어요.


다른 사람을 신뢰로 대한다면 그 사람도 저에게 신뢰로 대하겠지요.

진심을 믿어주고, 신뢰를 다 하게 되는 누군가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연하게 나이 들기>


유연하게 나이가 든다는 것에 대한 작가님의 시선이 좋았어요.

책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장에 이 내용을 넣어주셨거든요.


에필로그에 실린 인도고무나무 막뿌리처럼 인생이 한 그루의 나무이면서 동시에 숲이기를 바란다는 작가님의 마음이 느껴졌어요.

인도고무나무는 수많은 뿌리를 만들어낸다고 해요. 뿌리가 나무 밑이 아니라 공중의 줄기에서 자란다고 하고요.

그 모습이 신비롭기도 합니다.

여러 가지 감정들을 품어내기도 하면서, 숲처럼 더 넓게 포용하기도 하는 삶!

"희망의 막뿌리"들이 삶을 지탱해나가듯이 하나씩 뿌리를 내리는 작은 마음들을 저도 기억해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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