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회사에서 할일이 너무 없다.
그래서 팀원들 출장간 틈을 노려 책을 들고와 읽기 시작했다.
서류 속에 감추고 몰래 몰래 읽는 것이 학교 다닐 때 그것과 스릴이 비슷하다.
이런 재미진 상황과는 달리 책의 내용은 심각하다 할까. 살짝쿵 소름이 돋는다.
나에게도 무서운 "敵"이 있다. 아니 나뿐만 아니라 살아가고 있는 모든 사람이 평생을 두고 싸워야 할
아니면 공존공생 해야 할 적이 있을 것이다.
음.. 나 같은 경우는 그래 어쩌면 우리 소설의 주인공과 비슷 할지도 모르겠다.
공존공생을 택하지 않고 녀석 자체를 부정한 것 말이다.
부정이 아닐 수도 있다. 녀석의 존재를 느끼지만, 현실 아니 용기 없음이 녀석을 꼭꼭 누르고 있는
것이다. 책에서도 언급했 듯 "지킬박사와 하이드씨"를 읽었을 때와 같은 기분이다.
(책 자체가 현대판으로 해석한 지킬박사.. 이야기가 아닐까)
언젠가 내가 힘이 다하면 녀석이 한순간 날 먹어 치우고 제 세상을 만들어 버릴까봐
무섭고 두렵다.
어두운 곳에 오래 갇혀 있는 것들은 사납고 잔인한 근성을 가진 맹수로 돌변하는 법
녀석에게 먹히지 않는 방법. 그것은 녀석을 인정하고 가끔 어두운 곳을 응시하여
놈과 대면하며 녀석의 실체를 확인하고 어떤 모습으로 움츠리고 있는지 감시하던가
밝은 곳으로 끄집어 내서 맹수성을 길들이고 서서히 죽여주는 수 밖에 없을 것이다.
.
.
대화로 이루어진 섬세한 심리(?)물을 몰래 보려고 너무 대충 읽어 주신건 아닌지
모르겠다. 초단시간(읽는 속도가 무척이나 느린 나) 무려 4시간만에 읽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이 짓 할만하다. 아주 재미있다.
하지만 극도로 위험한 짓이다. 완존 짤릴지도 모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