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0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전 지하철역의 현금출납기 앞에서 할머니 한분이 당황한 모습으로 나에게 도움을 청했다. 카드를 기계에 넣었는데 아무 반응이 없다는 것이다. 나는 바쁜일도 없었고 충분히 할머니를 도와 줄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문득 괜히 복잡한 일에 얽히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되었다. 지금 생각해도 내가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래서 기계를 조금 만지는 척 하다 역무원을 찾아가 보라고 하고는 휭하니 나의 갈길을 갔다.

이것이 바로 눈먼자의 소행이 아닐까? 눈은 뜨고 있고 아무 이상도 없지만 정작 봐야 할 것을 보지 못하는 것.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편리할 때로 보는 것을 선택하는 듯 하다. 조금이라도 괴로운 것, 힘든 것, 두려운 것에는 눈먼자가 되어 버린다.

이 책에서 의사의 아내가 이와 비슷한 말을 했다. 눈이 멀어 버리는 전염병이 발병하기 전에도 우린 이미 눈이 멀었던 것이라고 말이다.

눈먼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무엇보다도 모든 것을 직시 할수 있는 용기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