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에 나는 엄청 카드를 남발했다. 책(나를 부르는 숲) 한권 잘못(?) 읽어 어슬프게 등산에 발을 담그고 말았던 것이다. 등산이 고급 스포츠임을 절절하게 느꼈다. 배낭, 신발, 옷 등등 쓸만한 것은 가격이 장난이 아니였다. 그 흥청망청 뒷 수습을 4/4분기에 만회하려니 엄청시리 긴축재정을 운영해야 했고 그 결과 아주 추운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
월급날은 25일 카드대금 결제도 25일을 기준으로 청구된다. 대중없이 긁던 카드를 요즘엔 혹여 마그네틱이 닳기라도 할까 사용금액을 줄여가고 있다. 이번달 측정한 카드사용액을 몽땅 써버렸기 때문에 더 이상 카드 사용도 불가능 하다. 하물며 버스카드 충전할 돈이 없어 엄마의 버스카드를 스리슬적 빌려 나왔다. 덕분에 오늘 울엄마는 외출을 못할지도 모른다. 이렇듯 교통비는 해결을 봤고, 먹는 것은 회사에서 배급해주는 식권을 사용하고, 이 식권의 좋은 점은 대형슈퍼마켓하고도 거래가 가능 하다는 것이다. 웬만한 생필품은 모두 식권으로 해결 가능하다. 그리고 수출팀에서 근무하고 있어 손님들이 많은 편이다. 대부분 점심시간에 내방하여 싫다는데도 굳이 맛난 것을 사주신다고들 한다. 그래서 먹고 싶은 것은 그 때 해결한다. 더불어 식권도 남게 되어 나에겐 일석이조가 따로 없다.
어찌어찌 한달동안의 궁핍한 살림을 살아나가는 와중에 무엇보다 힘든 것은 책을 살돈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물론 문화생활비로 측정해 둔 돈이 있지만, 책 1권(삼미..) 영화 1편(if only)에 쓰고 나머지는 다른용도로 차용하여 써버렸다. 근 두달동안 새로운 책은 삼미를 제외하고는 구경도 못했다. 금단현상 처럼 초조한 마음으로 책장을 뒤져 예전에 읽다 만 도서들을 골라내어 다시 읽고 있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이런 현실의 불만족이 아이쇼핑으로 이어져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으니 그 증거가 바로 나의 보관함의 물품량이 부쩍 늘어 있다는 것이다.
오늘 아침에도 보관함에 넣다, 장바구니로 넣다 빼다를 반복했다. 선정선정하여 장바구니에 있는 도서는 총 7권 대략 6만5천원정도의 물량이다. 문화생활비의 측정액은 오만원. 카드 총사용액은 15만원 측정 초과다!!! 이 책들 중 1권 정도는 보관함으로 되돌아가야 하는 쓰라림을 겪어야 한다. 26일! 26일!!!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알라딘에 접속하여 당당하게 장바구니를 열고 주문하기 버튼을 클릭할 것이다. 그 순간의 감동에 가슴이 벅차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