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년이면 계란이 한판인 나이다. 그리고 어정쩡한 크기의 제조업 회사에서 수출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사회의 통념상, 관습상 내 나이정도의 여성들은 보통 화장을 하고 다닌다. 물론 본인의 만족을 위해서 하는 이들이 대부분일 것이나, 어쩔 수 없이 여자로 태어난 죄로다가 그것이 사회인의 예의라고 생각하는 늙수구레한 사고방식과 보기 좋은 떡이 먹기 좋다는 옛 속담을 머리 한 구석에 새기고 있는 평범하기 그지 없는 남성 직상인들의 사고 방식에 부응코자 어쩔수 없이 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내가 지금까지 직장생활을 하며 화장을 한것은 손에 꼽을만큼 적다. 내가 피부에 자신이 있어서? 눈망울이 초롱초롱 왕방울이라서? 코가 오똑해서? 아님 입술이 앵두 같아서? 절대 아니다. 나는 절대 보기 좋은 떡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장을 하지 않은 것엔 나름의 이유내지는 핑계거리가 있었다. 첫번째가 워낙 게으른 나의 성격상의 문제이기도 하다. 피부는 백옥(?) 같이 하얀 피부를 타고 났으나 몸 속의 모든 독소가 얼굴로 표출이 되는 체질학적인 문제로 뾰루지가 없어질 날이 없었다.(물론 학교생활을 할 때는 잡티도 여드름도 없었다. 그런데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스트레스성 여드름이 그 자태를 드러낸 것이다.) 이런 사람들에겐 화장의 화확성분은 곧 독이므로 지우는 작업이 예사로 끝낼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화장을 포기했다. 그리고 내 피부는 향기에 아주 취약한 반응을 보여 조금만 향이 나는 화장품을 써도 뾰루지가 톡톡 튀어나온다. 두번째로는 나는 늘 아침이 분주한 타입이었다. 회사 초에는 학교와 병행하고 있었으므로 난 늘 시간에 쫓겼고 (출근시간은 8시까지였다. 집은 경기도 회사는 강남 미친다.) 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는 아침 운동으로 조금에 여유도 없었다. 세번째 이유로는 하도 화장을 안 해 봤기 때문에 좀처럼 기술이 늘지 않아 주위로부터 신부화장 했냐는 소리를 듣곤 했다. 이것이 악순환이 되어 더는 화장을 하고 싶지가 않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나의 신념(?) 이랄까 화장을 하면 가면을 쓴 것 같고, 보기 좋건 싫건간에 진정한 나의 모습을 사람들이 평가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사람들은 진정한 나의 모습을 외면(?)했다. 그리고 더욱 더 현란해진 화장(미용)기술에 내 모습은 점점 초라해졌다. 그래서 지금은 내가 더 이상은 못 봐주겠다.(계란 한판이란 숫자는 나에게 변화에 대한 부담을 가져왔다.) 그래서 오늘부터 화장을 시작했다. 그리고 여지없이 신부화장했냐는 소리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