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하늘을 자유롭게 풀어 놓고 문학과지성 시인선 69
황인숙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8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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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시집은 언어의 경쾌함을 보여준다. 언어와 언어가 마주치면서 나는 소리들이 그의 시의 골격을 이루는 것 같다. 그러나 그 마주침은 그녀의 시어들이 가지는 힘들이 아니다. 가볍고 평범한 시어들은 다만 자유로운 브라운 운동을 할 뿐이다. 황인숙은 그 시어들을 잘 담아 그 시어들 속에서 긴장을 구성한다. 시어들이 긴장하도록 그들을 일으켜 세운다. 나는 그 모양들이 재미있다.

이야기를 풀어내는 솜씨가 좋은 것 같다. 그래서 읽는이로 하여금 항상 주목하도록 만든다. 계속 주목하고 싶다. 황인숙 시인이 좀 더 먼 곳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더 큰 긴장을 맛보고 싶다. 마치 나른한 오후, 침대 속에서 롤러코스터를 타는 상상을 하는 것처럼, 상큼한. 혹은 그 상상이 상상임을 알고 있는 무료함. 허망함. 그 속에서 있는 그녀의 시를 다시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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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으로 영화보기 영화로 철학하기
김영민 지음 / 철학과현실사 / 199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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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과 영화의 만남. 두 자유로운 세계가 만났다. 재미있고 흥미롭다. 나는 김영민 선생님을 익히 그 창의적인 글쓰기를 통해서 많이 만났었다. 특히, '컨텍스트로 패턴으로'를 비롯한 많은 저작과 더불어, 논문들, 그리고 강연을 다수 들었었다. 그러나 이 책은 읽지 못했었는데, 저번에 강준만 선생님의 책 속에서 소개된 글을 보고 읽게 되었다. 강준만 선생님은 특히 이 책의 전반부가 매우 재밌다고 하셨는데, 과연 그러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미션, 흐르는 강물처럼, 하얀 전쟁, 서편제 등의 영화를 다루면서 동시에, 서양철학사의 구조와 영화적 상상력은 무엇인가를 이야기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아마츄어 영화마니아로서 그의 평가들에 반대하는 것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김영민 선생님이 철학적 영역 안으로 영화를 끌어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예는 이진경 선생님과, 또 근래에 이정우 선생님이 단행본으로 낸 것처럼, 좋은 글쓰기의 영역이 될 수 있을 듯하다. 개인적인 생각일지 모르겠지만, 이 책을 지루하게 읽으시는 분은 없을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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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맑은 물살 창비시선 137
곽재구 지음 / 창비 / 199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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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구의 시집은 읽을 때마다 베시시 웃음이 나온다. 수석가게 아낙, 원산 여자, 혁화공 정씨, 지실댁 등 따뜻하게, 그러나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인물들을 담아내는 그의 시. 잊을 수가 없고, 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어 웃음이 나온다. 그리고, 분홍산, 황룡장터, 백산에 올라서면, 광주로 가는 길 등의 시들은 내 앞에 있는 것처럼, 또 눈을 감아도 사라지지 않는 풍경들을 담아낸다.

때로는 모진 비판도, 때로는 따스한 묘사로, 또 보이지 않는 슬픔도 보여주는 곽재구의 시. 그는 자연을 말하고, 또 시간의 먼지를 닦아내어 우리가 잘 보지 못하고, 혹은 잊어버린 것들을 맑은 눈으로 보여준다. 투명한 그의 시는, 그래서, 지겹지가 않다. 그의 시가 살아 숨쉬는 시간들 속에서, 나는 감응한다. 당신과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의 깊이를 감응한다. 우리에게 너무나도 투명한 그 공간 속에서, 또 어떤 의미를 담아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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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
장 폴 사르트르 지음, 방곤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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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 이 책은 1945년 '메뜨나' 클럽에서 행한 강연을 수록한 작은 책자이다. 주로 자유와 책임을 문제를 둘러싼 인간의 본질을 해명하고 있는데, 사르트르 특유의 강한 필치가 느껴진다. 사실 살아있는 인간은 누구나 개인적으로 꿈꾸는 세상을 가지고 있다. 그 이상들이 사회에서 모두 수용되지는 않는다. 합의를 거친다. 그 과정 속에 있는 것은 실천이다. 나는 적어도 이론과 실천의 간극을 두지 않는다는 점에서 실존주의의 본래 모토를 높이 산다. 그것은 다른 이론보다 가산점을 주어야 할 것이다.

개인이 개인의 주장을 당당히 펼칠 수 있다는 것. 길들여지지 않는다는 것. 저항하겠다는 것. 그래서 스스로를 반성할 계기도 동시에 만드는 것이 적어도 실존주의라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실존주의는 인간이 인간을 스스로 존중받을 만한 것으로 격상시키는 힘이 있다. 휴머니즘은 단순히 인간 지상주의가 아닌 것이다. 전후 서구의 지성들은 실존주의를 중심으로 인간 이성에 대한 심각한 회의와 반성을 했다. 그러나, 그것은 한 순간의 운동처럼 흘러가버렸다.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인류는 계속 새로운 역사를 맞이하고 있으나, 이성에 대한 확신도 반성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다시 휴머니즘으로서 실존주의가 필요한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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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곡 일신서적 세계명작100선 37
단테 지음 / 일신서적 / 199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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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곡'은 단테가 인류를 죄악으로부터 해방시켜 천상의 평화를 구현하려고 쓴 작품이다. 지옥, 연옥, 천국의 관계를 재구성하여, 신의 은총을 통해서 인간이 천상으로 나아가는 과정은 참 길고도 어려운데, 단테가 이성의 상징인 베르길리우스와 하는님의 사랑을 상징하는 베아트리체의 안내를 받으며 지옥 연옥 천국을 순례하여 마침내 구원에 도달하는 이야기의 구성은 긴장감이 있으며 흥미롭기는 하다. 물론, 나는 배경지식이 너무 부족하여, 글의 참 의미를 잘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

다음에 중세철학을 제대로 공부하여 이것을 다시 읽어볼 작정이다. 아울러, 어디선가 들었는데, 연옥은 돈 많은 상인들이 지옥에 가는 것을 두려워해 (적어도 기독교에서는 돈을 모으는 것이 미덕이 아니므로) 연옥이라는 지옥과 천상의 중간 단계를 만들었다고 하던데, 그것도 확인하고 싶다. 중세는 흔히 암흑기로 불리지만, 그것은 초기인 5-7세기까지이다. 그 이후에는 대학이 설립되는 등(12세기 즈음) 깊이있는 문화를 지녔다. 서양의 이성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알기 위해서라도 중세의 한 가운데에 우뚝 서 있는 '신곡'을 제대로 파악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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