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하늘을 자유롭게 풀어 놓고 문학과지성 시인선 69
황인숙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8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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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시집은 언어의 경쾌함을 보여준다. 언어와 언어가 마주치면서 나는 소리들이 그의 시의 골격을 이루는 것 같다. 그러나 그 마주침은 그녀의 시어들이 가지는 힘들이 아니다. 가볍고 평범한 시어들은 다만 자유로운 브라운 운동을 할 뿐이다. 황인숙은 그 시어들을 잘 담아 그 시어들 속에서 긴장을 구성한다. 시어들이 긴장하도록 그들을 일으켜 세운다. 나는 그 모양들이 재미있다.

이야기를 풀어내는 솜씨가 좋은 것 같다. 그래서 읽는이로 하여금 항상 주목하도록 만든다. 계속 주목하고 싶다. 황인숙 시인이 좀 더 먼 곳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더 큰 긴장을 맛보고 싶다. 마치 나른한 오후, 침대 속에서 롤러코스터를 타는 상상을 하는 것처럼, 상큼한. 혹은 그 상상이 상상임을 알고 있는 무료함. 허망함. 그 속에서 있는 그녀의 시를 다시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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