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 이 책은 1945년 '메뜨나' 클럽에서 행한 강연을 수록한 작은 책자이다. 주로 자유와 책임을 문제를 둘러싼 인간의 본질을 해명하고 있는데, 사르트르 특유의 강한 필치가 느껴진다. 사실 살아있는 인간은 누구나 개인적으로 꿈꾸는 세상을 가지고 있다. 그 이상들이 사회에서 모두 수용되지는 않는다. 합의를 거친다. 그 과정 속에 있는 것은 실천이다. 나는 적어도 이론과 실천의 간극을 두지 않는다는 점에서 실존주의의 본래 모토를 높이 산다. 그것은 다른 이론보다 가산점을 주어야 할 것이다. 개인이 개인의 주장을 당당히 펼칠 수 있다는 것. 길들여지지 않는다는 것. 저항하겠다는 것. 그래서 스스로를 반성할 계기도 동시에 만드는 것이 적어도 실존주의라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실존주의는 인간이 인간을 스스로 존중받을 만한 것으로 격상시키는 힘이 있다. 휴머니즘은 단순히 인간 지상주의가 아닌 것이다. 전후 서구의 지성들은 실존주의를 중심으로 인간 이성에 대한 심각한 회의와 반성을 했다. 그러나, 그것은 한 순간의 운동처럼 흘러가버렸다.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인류는 계속 새로운 역사를 맞이하고 있으나, 이성에 대한 확신도 반성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다시 휴머니즘으로서 실존주의가 필요한 때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