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꿔! 바꿔! - 박이문 사회문화 비평 칼럼집
박이문 지음 / 민음사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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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문 선생님은 유명하신 분이고, 화려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노학자의 사상은 갈수록 (좋은 의미에서) 단순해진다 하더라도, 깊이까지 없어서는 안 될 것이다. 솔직히 겉표지에 소개된 것보다는 함량이 미달되는 책이다. 사회의 주요 현안들에 대해서 급진적인 개혁을 주장하고 있는 듯 하지만, 실상 책 안에는 현실파악이나 대안이 부실하다. 예를 하나씩만 든다면, BK21에 관해서 쓴 글은 현실파악이 부족하고, 영어공용화론에 대해서는 대안이 부족하다. (영어공용화론은 복거일의 주장에 대해서 비판하는 것인데, 너무 미적지근하다. 나는 영어공용화론에 대해 강력히 비판한다.

그런데, 미적지근하나마 비판을 한다면 왜 비판이 가능하며 그럼 대안은 무엇인지를 밝혀야했을 것이다. 그 글에는 그것이 부족하다). 누구나 사회의 문제는 잘 알고 있다. 특히 이 책에서 말하는 교육, 문화, 정치의 문제는 오랫동안 고질병이었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해결방안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그 해결방안이 제목에 비해서는 너무 초라하다. 너무 간단하다. 한마디로 이상적이고 희망에 차 있다. 저자의 칼날이 왜 무딘지는 알 수 없으나, 분명한 것은 이 칼로는 썩은 부분을 도려낼 수 없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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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칠리아의 암소 - ...한줌의 부도덕
진중권 지음 / 다우출판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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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진중권 선생님의 글은 일단 생기가 있다. 읽다보면 그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리는 것처럼 내 속에서 활자들이 살아 움직인다. 물론, 개인적으로 그가 말하는 스타일이 내게 꼭 맞는 것은 아니었다. 예컨데, 이 책의 서문은 입맛에 맞았지만, 뒤로 갈수록 싫은 부분이 더러 눈에 띄었다. 그러나, 스타일을 가지고 뭐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권력과 파시즘, 그리고 여타의 희한한 문화현상에 대해서 그것이 이상하다고 지적하고 육성으로 말하는 것일테니까. 특히 지성인들이 그런 목소리를 내어야 하는데, 진중권 선생님은 할 것을 하고 있는 지성인이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존경한다.

그러나 이런 목소리들을 읽을 때마다 나는 종종 난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비판과 반론, 그리고 공격과 방어만이 있지 도대체 소통과 합의, 그 건설적인 지양점들이 우리에게 있는지를 종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서로 반목하고 있는 입장들이 같은 원칙과 근거에 의해 그들의 주장이 옳다고 말하니 더욱 헷갈린다. 세상이 너무 다차원적이다 보니 우리가 한 층위에서 겨우 합의했던 것은 다른 층위에서는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우리의 성과와 우리가 최소한 근거하는 진리의 토대가 무엇인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이것이 개인적인 문제이기를 바란다. 내가 사소한 개인의 문제로 회색주의자가 되어 가고 있는 것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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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한국 지성 그 흐름을 읽는다
김병익 외 / 문학과지성사 / 199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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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리뷰에 나와있는 것처럼 문지에서 근 20년 간의 한국지성의 연구과제들을 정리하여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여러 명의 저자들이 체제와 이념, 사회운동, 문화, 문학 등의 부분으로 나눠진 파트 속에서 각각의 이슈들을 설명해주고 있다. 그러나 아쉬운 부분들이 더러 있다. 그것은 1975-1995년 사이의 지성사의 동향을 살피는 것이 왜 필요하며, 왜 이런 필진들이 이런 주제들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내야 했는가 하는 당위성에 대한 답변들이 없기 때문이다. 각 필자들의 글들이 다른 표시가 없는 걸로 봐서 이 책을 위해서 새로 쓰여진 것들 같다.

그런데, 책 자체의 주제가 워낙 커서 그랬는지 몰라도, 그 개별적 글들이 너무 다양하다. 위에서 말한 조그만 소주제들 안에서도 그 편차는 심하다. 예를 들어, 3부에서는 '지성과 문화, 그 역동적 흐름'이라는 꼭지 아래에 전통과 근대, 진보주의, 인문주의, 과학기술, 출판 문제 등이 엮여 있다. 읽다보면 너무 혼잡스럽다. 즉, 책을 다 읽어도 지성사를 두루 관망할 수 있는 어떤 생각거리가 잡히지 않는다. 출판기획, 엮은이의 문제의식, 필자들의 문제 공유에서 어떤 부분인지는 몰라도 소통되지 않았던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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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과학 방법론
도널드 폴킹혼 지음, 김승현 옮김 / 일신사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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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카운셀링 심리학 교수라고 하는데, 그 직업에 비해서는 대단히 방대한 분야를 다루고 있는 책이다. 역자는 이 책을 '커뮤니케이션 방법론I'이라는 수업의 교재로 10년 동안 사용했다고 했는데, 사실 이 책은 인문과학 교양수업이나 사회학 수업에 사용되면 좋을 책 같다. 저자는 인문학 전반의 이론틀을 검토한다. 예컨데, 측정 가능한 변수를 사용해 가설을 검증하고 설명과 예측을 하는 '포괄법칙모델(covering-law model)'을 다루기도 하며, 과학철학을 언급하기도 하다가, 실존주의나 현상학의 논리체계로 이동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설명틀의 변화가 논쟁점을 중심으로 이동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결국 인문학은 저자의 말처럼 '다중패러다임적인 탐구체계'를 요하는 통합적 학문이다. 책 자체가 워낙 방대한 인문과학의 변이과정을 아우르고 있기 때문에 일단 읽을거리는 많다. 그러나 여러 학파와 등장인물에 대해서 일관되게 인문학에서 진리란 무엇인지를 묻는 태도를 견지한다면 실증주의, 실용과학, 그리고 인간행위와 구조를 넘어서 해석학으로까지 치닫는 저자의 사유과정을 큰 무리없이 따라갈 수 있을 것 같다. 덧붙여, 여기에는 헴펠의 이론에 대한 응용 모델 등과 같은 그림도 소개되어 있고, 책 마지막에 인문과학이라는 용어에 대해 따로 설명한 부분도 있다. 자못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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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학 입문
민병천, 고유환, 김수민 외 지음 / 들녘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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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제목처럼 북한의 각 부분을 고루 균형있게 설명하고 있는 북한학 개론서이다. 나는 얼마전에야 북한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참에 이 입문서에까지 손을 대게 되었다. 그래서, 이 책이 얼마나 좋은 책인지는 잘 판단할 수가 없다. 다만, 완전 초보자가 읽기에 어렵지 않게 평이한 수준으로 서술된 책이라는 정도의 느낌이다. 주체사상의 사회, 역사, 지도적 원리와 같은 것은 도표로 잘 정리되어 있어 이해하기 쉬웠으며, 북한의 내각과 정부기관, 사회 및 경제생활, 그리고 계층구조 역시 독자를 우선하여 정말 입문서답게 읽기에 좋았다.

다만, 북한을 이해하는 것에는 이데올로기적인 문제가 개입하지 않을 수 없다. 즉, 남한에서 북한을 서술하는 입장은 그 개인의 의식에 따라 천차만별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많은 학자가 공동저술을 했기 때문에 그런 위험은 좀 적어 보인다. 그러나, 군사부분에서 남북한 군사력 비교는 북한군을 월등히 높게 평가해 놓았다. 이런 수치상의 비교가 정당하지 못함은 이제 누구나 다 안다. 그런 점에서 이러한 첨예한 부분을 잘 골라 읽는다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요즘 북한학의 인기가 약간 누그러든것 같지만, 여전히 북한학이 우리에게 절실한 학문임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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