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칠리아의 암소 - ...한줌의 부도덕
진중권 지음 / 다우출판사 / 2000년 11월
평점 :
절판


진중권 선생님의 글은 일단 생기가 있다. 읽다보면 그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리는 것처럼 내 속에서 활자들이 살아 움직인다. 물론, 개인적으로 그가 말하는 스타일이 내게 꼭 맞는 것은 아니었다. 예컨데, 이 책의 서문은 입맛에 맞았지만, 뒤로 갈수록 싫은 부분이 더러 눈에 띄었다. 그러나, 스타일을 가지고 뭐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권력과 파시즘, 그리고 여타의 희한한 문화현상에 대해서 그것이 이상하다고 지적하고 육성으로 말하는 것일테니까. 특히 지성인들이 그런 목소리를 내어야 하는데, 진중권 선생님은 할 것을 하고 있는 지성인이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존경한다.

그러나 이런 목소리들을 읽을 때마다 나는 종종 난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비판과 반론, 그리고 공격과 방어만이 있지 도대체 소통과 합의, 그 건설적인 지양점들이 우리에게 있는지를 종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서로 반목하고 있는 입장들이 같은 원칙과 근거에 의해 그들의 주장이 옳다고 말하니 더욱 헷갈린다. 세상이 너무 다차원적이다 보니 우리가 한 층위에서 겨우 합의했던 것은 다른 층위에서는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우리의 성과와 우리가 최소한 근거하는 진리의 토대가 무엇인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이것이 개인적인 문제이기를 바란다. 내가 사소한 개인의 문제로 회색주의자가 되어 가고 있는 것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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