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고고학: 암초에 걸린 유물들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 87
장이브 블로 지음, 윤은오 옮김 / 시공사 / 199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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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현재 이 지구의 모든 것을 속속들히 알고 있고, 가까운 시일 내에는 우주도 점령할 것처럼 큰소리 치지만, 사실 그들은 너무나 미약하다. 21세기가 되어도 우주정거장은 요원한 현실이며, 지구상의 인간도 육지만 점령하고 있지, 바다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른다. 고고학은 그렇게 인간의 뿌리와 근원을 찾아가는 학문이다. 특히 해양고고학은 인간이 여전히 심연을 알 수 있는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에 풍부한 연구거리를 가지고 있는 학문인데, 이 책은 그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아마 시공디스커버리 총서의 특징이 가장 잘 살아나는 책 가운데 하나가 아닌가 생각한다. 푸른 바닷 속에 잠겨 있는 인류의 또다른 역사와 유물들을 볼 수 있는 다양한 사진들이 그 값어치를 톡톡히 해내기 때문이다. 꼭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역사의 이면에 있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실려 있으니 재밌을 것이다. 인간의 존재를 새삼 깨닫게 해주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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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통일되지 않았다
이해영 지음 / 푸른숲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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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좀 껄끄럽게 읽혔는데, 계속 보면서 많은 공부가 되더군요. 저는 한국의 통일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어떻게 독일의 통일모델에서 배워볼 수 있을까하는 관점에서 읽었거든요. 일단 저자는 통일의 개념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를 물으면서 합의주의적이며 과정론적 통일 개념에 초점을 맞추려고 합니다. 그리고 통일의 상황에 놓여 있는 적대구조나 여타의 층위들을 단순화시키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그람시의 사회 모델을 이야기하고, 통일은 체계 뿐만 아니라 생활세계도 통합시키는 문제임을 하버마스를 통해서 논의합니다. 여하튼 독일 통일될 당시의 구동독 민중의 항의와 복고 민족주의,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 구동독 지배계급의 노멘클라투라 등등의 상황은 결국 국가 주도의 체계 통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남북한 관계는 독일의 경우보다 복잡하죠. 국제관계도 복잡하고 현실주의적 경향도 더 첨예합니다. '통일 문제는 탈국제화, 즉 민족 문제에 대한 외부 규정과 제약의 고리들을 끊어내지 않고는 결코 해결되지 않는 문제'(25쪽)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 점을 더 연구해야 합니다. 더욱이 서독이 동독을 끌어안을 수 있었던 것처럼 남한이 하기에는 역부족이죠. 주변국에서 가지는 위상이 전혀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남북 정상회담으로 '적대적 대립'을 '적대적 공존'의 관계로 변화시켜 가야 합니다. 저자는 자율, 자치, 다양성을 원칙으로 언어, 종교, 문화, 이데올로기적 소수의 보호에 유리한 연방주의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여하튼, 독일의 통일모델을 통해서 우리의 통일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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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앙투안 드 생 텍쥐페리 지음, 최복현 옮김 / 책이있는마을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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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누구나 한 번은 읽게 되는 어린왕자. 저 역시 통과의례처럼 그 책을 읽었습니다. 학창 시절인지, 아니면 그보다 더 어릴 적인지, 혹은 사춘기 무렵인지. 대부분의 靑春은 '어린왕자'를 그 시절의 책갈피처럼 기억 속에 끼워넣고 있었더랬죠. 단풍잎과 같은 것들을 감명 깊게 읽은 책 사이에 끼워두던 취향처럼, '어린왕자'도 그 학창시절 어느 틈새에 끼워져 있는 책갈피와 같은 것이었죠. 그러나 그땐 이 책의 의미를 알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언제나 아름다웠던 시절은 돌이킬 수 없을 때가 되어서야 그 가치를 깨닫듯이, '어린왕자'도 그 소중함을 당시엔 잘 몰랐었죠. 십여년이 지난 후, '어린왕자'를 다시 읽으면서 그 투명한 존재의 의미가 바로 나의 청춘의 의미였음을 이제서야 통찰해낸 것처럼요. 그러나, 또 그렇겠죠. 시간이 더 흘러 내가 40대가 되고, 50대가 되면, 바로 지금의 20대가 또 그땐 투명하디 투명한 '어린왕자'의 시간이었음을 알게 되겠죠. 다시 읽은 '어린왕자'가 그래서 새삼 눈물겹네요.

어릴 때엔 이 책의 삽화와 보아뱀이나 여우, 그리고 여러 등장인물에게 흥미를 느꼈었습니다. 그렇게 집과 가족 바깥의 세상을 배웠던거죠. 그러나, 지금 다시 보니 '어린왕자'의 함의는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숨겨진 의미는 제일 마지막 장면, 즉, '나'가 어린왕자가 사라진 사막을 다시 한 번 더 보여주는 장면에 있습니다. '나'는 거기서 이렇게 말하죠. '내게 이 그림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우면서도 가장 슬픈 풍경이랍니다. [...] 어린 왕자가 나타났다가 사라진 곳이 바로 여기에요.

언젠가 아프리카 사막을 여행하게 되면 이곳을 확실히 알아볼 수 있도록 이 풍경을 잘 보아두세요. 그리고 이곳을 지나게 되거든 서두르지 말고 그 별 아래서 잠시 기다려보세요. 만일 한 아이가 여러분에게 다가오면, 그 애가 웃고 있고, 금발의 아이라면, 또 질문을 던져도 대답이 없으면, 그 애가 누구인지 여러분은 아시겠지요. 그러면 내게 친절을 베풀어주시길! 내가 이처럼 마냥 슬퍼하지 않도록 말예요. 그리고 내게 편지를 보내주세요. 그 아이가 다시 돌아왔노라고....' 여기서 그 아이는 바로 유년의 자기 자신입니다.
즉, '어린왕자'는 그의 직업처럼, 끝없는 사막 한가운데를 '야간비행'하던 생텍쥐페리가, 30대 즈음에 자신의 유년의 모습과 마주친 그 순간을 기록한 것이죠. 사막, 비행기, 수많은 별빛... 그 순간 아찔하게 자신의 幼年을 대면한 것이죠. 그렇게 어린 생텍쥐페리와 어른 생텍쥐페리가 시간을 초월해서 소통합니다. 사실 이 둘의 동일시에 대한 증거는 많죠.

예를 들어, 어린왕자가 왜 항상 빨간 머플러를 하고 나오는지 아나요? 빨간 머플러는 비행사의 상징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어린왕자'가 양을 그려 달라고 하면서 등장하던 장면도 어릴 때 화가를 꿈꿨던 생텍쥐페리가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했던 안타까움에 대한 회상이죠. 이제는 통 속의 양이나 보아뱀 속의 코끼리를 보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안타까움이죠.

생텍쥐페리는 자신의 유년을 '어린왕자'로 이입시켰습니다. 다시 말해, 유년의 자신이 어린 왕자가 되어 나타나고, 현재의 자신인 '비행사'와 영혼의 대화를 하는 것이 이 책 '어린왕자'인 것입니다. 유년의 꿈을 매개로 진지하게 자신의 영혼을 성찰하고, 잃어버린 꿈에 대해서 안타까워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전 생텍쥐페리가 '어린왕자'에서 보여준 메시지는 어른들에게 어릴 적의 자신과 다시 대면해보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과연 어릴 적의 꿈을 잊고 사는 것은 아닌지. 그 어릴적의 나, 즉 각자의 내면 속에 있는 '어린왕자'가 자신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어오는 것을 못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지금도 비행사가 사막을 횡단하면서 자신의 '어린 왕자'와 만나는 장면이 떠오릅니다. 분명 그는 그 아름다운 사막의 한 가운데에서 자신의 유년을 만났겠죠. 저도 오늘 밤엔 저의 '어린왕자'와 다시 마주해보려고 합니다. 여러분들도 더 이상 그 꿈들이 눈물로 변하기 전에, 자신을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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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번역 함부로 하지마라 2 - 인문편
안종설 지음 / 아카데미영어사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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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 책의 장점은 번역을 정말 과외교사처럼 가르쳐 준다는 것에 있을 것이다. 즉, 매 장마다 지문을 제시하고, 거기에 대한 번역실례, 그리고 잘못된 부분의 지적을 보여준다. 번역은 누가 했는지 모르겠지만, 아마 대학생 정도 되는 것 같다. 여하튼, 이런 번역에 대한 수정을 통해서 단지 영어 해석이 아닌 번역의 핵심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의 장점이 있는 것 같다.

물론, 다 읽고 나면 대충 감은 잡히지만 그래도 실제로 번역을 해보기에는 좀 막막하긴 하다. 사례만 안다고 해서 원리를 아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머지 것들은 경험을 쌓으면 이뤄지리라 생각한다. 책에서 번역사 시험에 대해서 계속 강조하는데, 이 시험에 대해서 나는 처음 들어보았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학생들이 하기 쉬운 번역의 오류를 잡아준다는 점에서 읽어볼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요즘은 대학교 교양강좌에서도 번역으로 시험을 대신하는 과목이 있던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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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는 죽은 사상인가
막스 갈로 지음, 홍세화 옮김 / 당대 / 199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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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책 자체보다는(물론 제목은 당차고 매력이 있다) 홍세화 선생님의 번역 때문에 책을 읽었다. 홍세화 선생님께서 학교에 강연차 몇 번 오셨는데, 모두 참석하지 못했었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서였다. 과연 그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이 우리나라에 적절한지 알고 싶었었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이 책을 읽어 그의 관점을 알려고 했다. 프랑스의 사상가들은 생각이 열려있다. 그러나 나는 우리나라에도 그런 지식인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즉,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생각을 못해서 지금 우리나라의 정치가 이런 것이 아니다. 마치 플레이메이커가 없어서 우리나라 축구가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던 것이 아니었던 것처럼. 나의 생각으로 볼 때, 문제는 그런 사상이 이야기되는 담론의 지평과 실제로 그것들이 실천되는 정치의 지평이 분리되어 있고 단절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식인들은 더욱 정치 영역에 참가해야 하고(지적으로 참가해야지 정치인이 되란 말이 아니다), 정치가들도 독단을 버려야 한다.

진보는 어디까지나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합의와 토의에 기초한다. 무엇이 진보인지 몰라서 우리가 진보하지 못했던 것이 아니라, 서로 자신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진보를 추구하지 않아서 진보는 도래하지 않았다. 그점을 명심해고 서로의 영역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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