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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통일되지 않았다
이해영 지음 / 푸른숲 / 2000년 9월
평점 :
처음엔 좀 껄끄럽게 읽혔는데, 계속 보면서 많은 공부가 되더군요. 저는 한국의 통일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어떻게 독일의 통일모델에서 배워볼 수 있을까하는 관점에서 읽었거든요. 일단 저자는 통일의 개념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를 물으면서 합의주의적이며 과정론적 통일 개념에 초점을 맞추려고 합니다. 그리고 통일의 상황에 놓여 있는 적대구조나 여타의 층위들을 단순화시키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그람시의 사회 모델을 이야기하고, 통일은 체계 뿐만 아니라 생활세계도 통합시키는 문제임을 하버마스를 통해서 논의합니다. 여하튼 독일 통일될 당시의 구동독 민중의 항의와 복고 민족주의,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 구동독 지배계급의 노멘클라투라 등등의 상황은 결국 국가 주도의 체계 통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남북한 관계는 독일의 경우보다 복잡하죠. 국제관계도 복잡하고 현실주의적 경향도 더 첨예합니다. '통일 문제는 탈국제화, 즉 민족 문제에 대한 외부 규정과 제약의 고리들을 끊어내지 않고는 결코 해결되지 않는 문제'(25쪽)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 점을 더 연구해야 합니다. 더욱이 서독이 동독을 끌어안을 수 있었던 것처럼 남한이 하기에는 역부족이죠. 주변국에서 가지는 위상이 전혀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남북 정상회담으로 '적대적 대립'을 '적대적 공존'의 관계로 변화시켜 가야 합니다. 저자는 자율, 자치, 다양성을 원칙으로 언어, 종교, 문화, 이데올로기적 소수의 보호에 유리한 연방주의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여하튼, 독일의 통일모델을 통해서 우리의 통일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