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희망은 노동운동 우리시대의 논리 2
하종강 지음 / 후마니타스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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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은 자본주의의 파수꾼"이라는 말이 있다. 얼핏듣기에 말이 안되는 것 같지만..... 노동조합을 통한 노동자들의 권익향상이 이루어져야 계급간의 불평등이 줄어들고, 이 불평등이 줄어들어야 장기적으로 자본주의가 유지될 수 있다는 논리다. 수긍할 만한 간단한 논리이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좀처럼 접하기 힘들다. 노동이라는 말은 북한의 미사일이나 파업을 하는 시위자들의 붉은 머리띠를 떠올리게 한다. 물론 대한민국에서 붉은 색은 금기의 다른 말이다. 월드컵 당시 국민 모두가 붉은 옷을 입고 거리를 가득메우는 것을 보고 몇몇 사람들은 우리 사회의 레드 컴플렉스가 조금은 사라진 것은 아닌지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보수 정치인들과 언론이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서인지 몇십년간 지속적으로 주입한 이 금기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한울노동문제연구소의 하종강 소장인데, 그는 노동문제에 대해 20년 넘게 1년에 300번 이상의 강의를 하는 교육자이다. (www.hadream.com) 못생겨서 죄송하다는 고 이주일씨와 달리, 누가 봐도 훤칠한 미남인 하종강 소장은 잘 생긴 것이 노동자들에게 미안하다는 분이다. 명강사로 소문이 자자한 이 분은 글도 잘 쓰신다. 이 분이야 말로 자본주의의 진정한 파수꾼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포털 네이버의 오늘의 책에 선정된 하종강의 책 '그래도 희망은 노동운동'을 읽다 보면, 우리가 정보를 취하는 방식이 얼마나 한정되어 있는지, 그 정보들이 스르르르 우리의 머리 속으로 들어와서 어떤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지 절실하게 느낄 수 있다. 정의와 평등, 공공성에 대한 다른 시각을 원한다면 쉽게 쓰여진 이 책을 읽어보자.

 

우리 나라처럼 '노동'이라는 단어가 모멸받고 있는 나라가 또 있을까? 우리 나라에서의 불로소득은 아주 정의롭지 못한 것이 아니라, 효율적이고 막강한 경쟁력의 결과물이다. 얼마 전 우리나라 모든 월급장이(노동자)들의 1년간 급여 총액이 1년간 오른 땅값(아파트값) 상승 총액보다 적다는 조사가 있었다고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는 사람들이 위험을 감수한 채 투자를 통해 돈을 버는 행위를 완전히 부정할 수야 없지만.... 이런 식이라면 내게 주어진 시간의 대부분을 투자하여 사회와 관계맺는 행위(노동)가 너무나 초라해 지지 않는가? 가만히 앉아서 운좋게 클릭 몇번으로 번 주식거래 차액이 하루종일 골머리 썩어가며 일하는 것보다 크다면 일할 맛도 안날 것이다.

 

이 책에서는 "노동자들의 파업이 증가하면, 임금이 상승하고 그렇게 되면 경쟁력을 잃어 다 같이 가난해 진다"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머리 속에 자리잡은 당연한 명제를 공박하는데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먼저 누구나 적게 일하고 많은 보수를 받고 싶어한다는 것을 인정하자는 데에서 시작해서, 그것이 반드시 나쁜 결과를 낳지 않는다는 결론으로 향한다.

경제 성장을 결정 짓는 가장 큰 변수는 소비라고 한다. (여기에 생태학적인 원칙이 들어가 있지 않은 것은 차치하자.) 소비의 성장기여율은 약 66%이고, 부가가치를 유발하는 정도도 투자나 수출보다 소비가 훨씬 높다고 한다. 양극화된 사회에서의 부유층의 소비는 한계가 있고, 사치재들이 많은 반면, 진정한 소비는 국민 전체에서 골고루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74페이지)

 

흔히 말하는 자본주의 선진국들(특히 유럽)의 노동교육 현실에 대한 글을 보았을 때 다소 놀랐다. 그들은 대다수가 노동자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그들의 현실에 충실하게도 학교에서 노동에 대한 교육을 매우 체계적으로 시키고 있다고 한다. 그 결과가 지독한 파업인가 하면 그렇지 않고, 오히려 성숙한 노사문화의 형성이다. 말로만 신성한 '노동'이 아닌 '노동'이 갖는 진정한 의미에 대해 건강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상호 존중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우리가 누리고 있는 정치적 자유가 우리의 앞세대를 살아오신 많은 분들의 희생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처럼, 우리가 누리는 경제적 권리도 앞선 세대 혹은 동세대의 타인들에 의해서 '당연해진' 것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는 것도 일깨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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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10-02-20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교에 오셨던 적이 있어서, 이분의 강의를 들었었어요. 대학교 3학년 때였는데, 그때 좀 멀게 느껴진 노동 개념을 이분이 가까운 것으로 끌어내려주셨던 기억이 아직 생생하네요. 정말 잘생기기도 했었고.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