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하느님 - 권정생 산문집, 개정증보판
권정생 지음 / 녹색평론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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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마음이란게 참 간사해서

그저 그런 광고에도 소유욕이 발동하고, 그저 그런 드라마를 보고서도 화려한 생활을 꿈꾸게 되고,

삼류 신문을 보고서도 주목 받고 싶고, 거짓가득한 위선자들을 보고도 출세하고 싶고,

또 인정받고 싶고, 돈도 많이 벌어보고 싶은 등의 헛된 욕망을 매 순간 가지게 된다.

서로 서로 이 헛된 욕망들의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부추기고, 경쟁하며 악다구니....

 

새들은 죽을때 부르는 노래가 구슬프고, 사람들은 죽을 때 하는 소리가 착해진다고 하였는가?

이 독한 삶을 나중에 죽을 때 되어서야 후회하고, 왜 그랬는지 반성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이 욕심의 헛됨을 일찍 깨달아서 평생 이런 욕심없는 삶을 살다가 가신 선생들이 있다.

동화 작가 권정생 선생도 그 중 하나이다.

 

권정생의 산문집 <우리들의 하느님>은 욕심 비우기의 교과서라고 할만하다.

평생 욕심없이 살다가신 이분도 사람인데 어찌 욕심이 생겨나지 않았을까?

끊임없이 신과 자연을 진심으로 대하며, 때때로 생겨나는 헛된 욕망을 비우면서 사셨을 것이다.

명예를 얻기위해 아둥바둥 살지 않는 분이 명예를 얻는 역설이 아직 남아 있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권선생님은 신실한 기독교 인이었는데, 이분의 삶은 평생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기독교의 계율에 충실하셨다.

경쟁 일변도의 도시적 삶이 주는 정신적 물질적 폐해에 대해 따끔한 충고들....

꼭 어느 해의 성탄절이 아니어도 가슴 깊이 새겨 가면서 읽어봐야할 책이다.

 

- 가난한 사람의 행복은 욕심없는 기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P15.

 

- 교회는 70년대에 들면서 갑자기 권위주의, 물질 만능주의, 거기다 신비주의까지 밀려와서 인간상실의 역할을 단단히 했다. 조용히 가슴으로 하던 기도는 큰 소리로 미친듯이 떠들어야 했고, 장로와 집사도 직분이 아니라 명예가 되고 계급이 되고 권력이 되었다.

하느님께 의지하는 믿음이 아니라 하느님을 이용하여 출세와 권력과 돈을 얻으려 하고, 이것이 바로 그 사람의 믿음의 전부가 되었다. P16

 

- 요새 사람들은 흡사 달력이 있기 때문에 날짜가 가는 것으로 착각할 때가 있다. 하느님은 지식으로 아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레 느낌으로 알 수 있는 것이 인간들의 마음이다. 종교는 하느님의 섭리를 따르려는 의지이지, 종교가 요구하는 대로 하느님의 섭리를 바꾸는게 아니다. 하느님의 섭리는 바로 자연의 섭리가 된다. P.19.

 

- 내가 한국의 목사님들께 감히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목사님도 사회의 직업을 하나씩 가지라는 것이다. 함께 일하지 않고는 일주일 계속 책상머리에 앉아 설교 준비를 해도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힘이되고 위로가 되는 설교는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P.32.

 

- 고통받는 이웃들 위에 군림하기 위해 앞서는 것이 행복이고 축복이라면 기독교는 빨리 망해 없어져야 한다. 아니다. 벌써 기독교는 망해버렸고, 죽어버렸다. 지금 우리가 믿고 있는 하느님은 허수아비 하느님이다. 지금 우리가 거대하게 지어놓고 모이고 있는 교회는 망한교회, 죽은교회이다. P43.

 

- 인간을 사랑함이 곧 하느님을 사랑함이며 인간을 사랑하는 길은 이웃인간이 가장 인간답게 살도록 하는 길이다. P.51.

- 말의 낭비나 돈의 낭비는 모두가 거짓을 감추려는 인간의 권위와 허영에서 비롯된 것이다. P.66.

 

- 이렇게 세상이 뒤죽박죽 되다보니 이젠 착하게 살아서는 안되고 힘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 절대가치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교육은 힘을 가르치고 힘만이 최상의 평가기준이 되었습니다. 착하게 살기위해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힘을 얻기 위해 공부하는 학생들은 선악의 분별을 모르는 힘의 노예가 되었습니다. P.69.

 

- 닭을 닭이 아니라 닭고기로 키우다 보니 닭의 품성을 잃어버리듯이 사람도 사람으로 키우지 않고 돈벌이 물건으로 키우니까 아이들이 자살하고 심지어는 부모를 죽이고 자식을 죽이는 악마가 된 것이다. P125.

 

- 인간은 누구나 스스로 성취한 노력의 댓가로 만족해야지 다른 누구한테 평가 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본다. - P.134.

 

- 서구인들의 물질문명과 함께 들어온 기독교에 대한 잘못을 반성하고 땅을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땅을 가꾸고 살리는 바른 눈으로 성서를 다시 봐야 한다.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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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10-02-20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뒤쪽에 있는 편지글이었나? 암튼 그거...친구들이랑 같이 읽고 한참 웃었던.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