쾅! 지구에서 7만 광년
마크 해던 지음, 김지현 옮김 / 비채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잊혀진다는 것만큼 안타까운일이 없다. 그리고 잊혀진다는 것만큼 행복한 일도 없다. 한권의 책이 탄생하기 위해서 쏟아부어진 작가의 열정과 수고는 아무리 대중에 인기를 얻지 못한 작품이라 하더라도, 비평가들의 날 선 비판이 있더라도, 그리 쉽게 비난받고 묻혀 버리고 말아서는 안된다는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18년전 독자들을 찾아왔지만 고스란히 잊혀져 버렸던 한권의 책이 있다. <그리드즈비 스푸드베치>라는 생소한 제목의 이 책이 <쾅! 지구에서 7만광년>이란 전혀 새로운 작품으로 되살아났다. 잊혀졌지만 잊혀지지 않았고, 잊혀졌지만 새롭게 태어난 이 작품이 오늘 우리에게 어떤 느낌과 기대로 다가올지... 이제 그 특별함 속으로 잠시 몸을 맡겨본다.

 

<한방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으로 극찬을 받았던 마크 해던이 새롭게 그려낸 환상 모험이 시작된다. 말썽 꾸러기 짐보와 찰리, 이 두 녀석들이 이 책의 주인공이다. 어느날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주고받는 '..스푸드베치!..' 와 같은 이상한 외계어를 듣게 된 두 아이, 선생님들의 눈에서는 파란빛이 뿜어져 나오기도 하는데... 다소 소극적인 짐보와 달리 찰리는 그 비밀을 푸는데 매우 적극적이다. 급기야 비밀을 풀기위해 피어스 선생님의 집에 몰래 숨어들게 되고, 그곳에서 놋쇠 팔찌, 스코틀랜드 지도, 이상한 언어가 쓰여진 종이 한장을 발견한다. 찰리는 <스푸드베치!> 공책에 이 내용들을 기록하고...  이렇듯 선생님들의 비밀을 파헤쳐가던 어느날, 갑자기 찰리가 사라져버린다.

 

짐보는 누나에게 지금까지의 모든 일들을 털어놓는다. 찰리의 아빠에게 부탁했던 종이의 암호는 스코틀랜드의 어느 호수를 가르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짐보의 집에 캡틴 치킨에서 만났던 이상한 남자가 찾아와 위협을 가하고, 누나의 애인인 크레이터페이스의 도움으로 간신히 탈출한 짐보와 그의 누나는 찰리가 스카이 섬에 있는 코루이스크 호수로 갔을거라 추측하게 된다. 말썽꾸러기 짐보와 헤비메탈 소녀 베키는 비밀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 찰리를 찾기 위해서 기나긴 모험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전혀 예기치 못했던 일들이 그들앞에 벌어지는데....

 

모험은 가득했지만 꿈은 없었던 어린시절을 보냈다고 생각하는 한 개인으로서 요즘 출간되는 작품들을 보면 아이들이 얼마나 즐거울까 생각해보게 된다. 무한상상이 가능한 요즘의 아이들이 그래서 부러운지도 모를일이다. SF영화와 소설속에서 듣도 보도 못한 외계 생명체들과 문명, 괴물들이 넘쳐나고 고전속에 새로운 종족들, 문명들이 전혀 새로운 이야기들 들려주기도 한다. 이렇듯 거칠것 없는 무한 상상과 환상속 이야기들은 아이들에게 보다 넓은 세계를 만들어주고 더 커다란 꿈을 선물해준다. 그리고 그런 꿈은 모험이라는 이름과 함께 새로운 삶을, 세계를 열어갈 열정으로 이어질 것이다. 스푸드베치! 7만광년 너머에서 쾅!하고 떨어진 이 작품도 아이들의 꿈과 모험을 이어줄 즐거운 선물이 될것이다.

 



자신이 생각하는게 이루어지는 고무 빨판, 외계종족들의 위험하고 은밀한 비밀, 거대 원숭이 거미, 4차원 공간 이동, 은하 함선, 웨프 빔... 아이들의 모험을 자극하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폭탄처럼 터져나온다. 일본 SF 작가인 츠츠이 야스타카, 쓰네카와 고타로...의 작품들을 보면서 느끼게되는 섬세하고 환상적인 모습의 세계는 아니지만, 쇼트쇼트의 작가 호시신이치처럼 조금은 가벼우면서도 아이들이 읽으면서 정말 빠져들수 있게 만드는 즐거움과 모험이 <쾅! 지구에서 7만광년>속에 있다. 읽는 내내 궁금하게 만드는 즐거움이 이 책속에 담겨있다.

 

이 작품은 단순히 SF장르나 모험소설이라는 이름으로 가두어 한정 할 수 없을것 같다. 실직한 아버지, 다혈질의 엄마, 일탈을 꿈꾸는 누나, 말썽꾸러기 주인공이 등장하는 가족들... 환상적인 모험을 통해서 조금씩 변화하고 자신의 자리와 위치를 찾아가는 가족들, 가족애의 모습을 발견하는 가슴 따뜻한 성장동화, 가족소설로 받아들일 수도 있을것 같다. 평범한 일상이었다면 결코 깨닫지 못했을, 가족애와 우정이라는 이름을 새롭게 일깨우게 되는 아이들의 성장과 어른들의 변화가 이 작품의 한 축을 담당하게된다.

 

작은 일에도 서로 다투기만 하던 짐보와 누나 베키, 하지만 그들은 위험속에서 서로를 위하고 아끼는 형제애를 보여준다. 실직으로 고민하며 프라모델에 빠져있는 아빠는 가족을 위해 식사를 준비하며 새로운걸 배우고 자신을 갈고 닦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사라진 친구를 찾기위해 떠나는 짐보와 찰리의 우정, 가슴 따뜻해지는 가족애... 모험과 상상을 넘어 이런 사랑이란 테마가 이야기의 재미와 함께 감동을 전해준다.

 

7만 광년 너머의 외계행성, 외계인들에게 납치된 짐보와 찰리... 외계인들은 왜 지구를 넘보는 것이고 이들을 납치 했으며 그들로부터 말썽꾸러기 아이들은 지구를 지켜낼 수 있을지... [어린왕자]가 단순히 아이들을 위한 동화, 모험소설이 아닌것처럼, 마크 해던의 이 작품 또한 아이 어른에 상관없이 모두가 즐기고 느끼고 함께하는 그런 작품이 될것 같다는 느낌을 받게된다. 쉽게 잊혀졌던 작품을 넘어, 이제는 좀처럼 쉽게 잊혀 질 수 없는 작품이 되어버린 <쾅! 지구에서 7만광년>! 지금도, 시간이 흐른 뒤에도 누구에게든 사랑받고 간직하고픈, 소유하고픈 욕구를 가지게 만드는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멀바우 나무에 새기는 사각의 시간 - 조각가 정상기의 글 이야기
정상기 지음 / 시디안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환영합니다. 멀바우나무 조각공원에 오신 당신을....

예술에서 가장 중요한것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간혹 하게된다. 멋드러지게 아름다운 그림, 눈부시도록 예쁜 풍경을 담아낸 사진, 기괴하기도 하고 독특하기도 한 다양한 조각 작품들... 이런 예술품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바로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된다. 이야기를 품은 작품들, 우리에겐 별것 없어보이고 추상적인 모습이지만 예술가의 혼이 담긴, 이야기를 담아낸 작품들이 바로 '예술' 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 아닐까. 수많은 예술품들, 예술가들... 그 중 '정상기'라는 한 조각가의 일상속으로 시선을 맡겨본다.

 

2010년 15년만에 자신의 개인전을 준비한다는 조각가 정상기. 이 책은 그런 그의 조각품들과 그가 틈틈히 써놓았던 그의 일상의 이야기들을, 조각품의 이야기를, 삶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사랑의 느낌이 있고, 기다림의 시간이 있고, 날짜 별로 쓰여진 간결한 일상이 있다. 조각가로서 자신의 혼을, 이야기를 담아낸 조각들과 함께, 책속에 쓰여진 짧은 시어들, 일상의 이야기들이 어는 따스한 봄날 조각공원을 걷듯 정겹고 편안한 분위기로 우리를 이끈다. 잠시 그 길에서 사랑과 기다림, 삶과 일상의 모습을 되뇌어 본다.

 

... 그대가 있음으로 나에게는 힘과 위안이 되어 가파른 언덕을 넘기 위해 발을 내디딥니다.

그대가 내딛는 걸음 앞, 뒤에는 내가 있을 것입니다. 나는 두렵지 않습니다.

그대라는 또 다른 내가 있기에 그대가 있어 다행입니다.

- P. 36, [그대가 있어 다행입니다] 中에서 -

 



정상기는 조각가이자, 시인이며 신 이상주의자이다.

책을 펼치노라면 어디선가 망치소리와 나무 깎고 끌 치는 소리가 은은한 종소리처럼 들려올듯 하다. 조용히 앉아 나무를 깍는 조각가의 모습도 떠오른다. 책의 제목속에 나오는 멀바우 나무가 어떤 나무인지 찾아보게 된다. 멀바우 나무는 강질목으로 오래도록 잘 썩지 않으며 충해에 무척이나 강한 나무라고 한다. <멀바우 나무에 새기는 사각의 시간>이라는 제목은 그래서인지 이 강한 나무처럼 사랑도, 자신의 삶도 그처럼 오래도록 변치않기를 바라는 작가의 바램이 담겨진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게한다.

 

그렇게 눈물이 흐른다. 그대가 보고파 눈물이 흐른다. 그대의 채취가 아직 나의 입가에 남아 있는데 그대가 곁에 없어 눈물이 흐른다. 사랑스런 꽃들이 내 눈물처럼 진다. 바위틈에서 자란 강한 생명력의 그 꽃들이 내 눈물처럼 진다.    - P. 21, [애화] 中에서 -

 

세상은 어찌보면 참 불공평한지도 모른다. 조각가로서 자신의 생각과 상상을 표현하면서도 일상을, 사랑을, 다양한 이야기들을 글로써 표현할 수 있는 재능까지 저자는 모두 갖추고 있으니 말이다. 작가 자신이 말하듯 자신의 글을 돌아보면서 '굉장히 어설프지만 그때 그때의 상황에 충실했구나라는 생각에 혼자 웃어 본다'고 말하는 정상기 조각가. 이 글들을 쓰게해준 당시의 시간들에게 감사한다고 그는 말한다. 하지만 이 책을 만나는 독자로서 책과 만남이 있는 이 시간에 감사하고 싶어진다.

 



 

글은 나의 또 다른 감성을 보여 줄 것이다.

책속에 담긴 100여편이 넘어보이는 그의 조각품들, 그 숫자를 넘어서는 사랑의, 삶의 이야기들... 봄이라는 계절을 맞이하는 우리에게 <멀바우 나무에 새기는 사각의 시간>은 잠시 '여유'라는 시간을 선물해준다. 우리가 잊고 있던 것들, 바쁜 삶속에서 마주하고 지나치는 사물과 사람들을 우리는 무심히, 단순한 시간의 흐름속에 맡겨두고 있었다. 작은 것들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그 속에서 찾아내고 창조해낸, 한 조각가의 이야기들을 통해 우리 자신도 우리만의 시간속에 우리만의 이야기를 새롭게 꿈꿀 수 있는 시간과 마주할 수 있게 된다.

 

...만약! 정말로 만약에! 다시 태어나는 일이 생긴다면 그런 것들이 정해진다면 나의 바램은

나무로 태어나 다시금 땅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 P. 159, [내가 원하는 만큼 움직여줄까] 中에서 -

 

나무로 다시금 태어나고 싶다는 조각가. 앞서 언급했던 멀바우 나무가 가진 특성처럼 오래도록, 변치않고 한결같을 수 있는 사랑, 삶을 작가는 꿈꾸는지도 모른다. 아니 우리 모두가 그런 삶을 꿈꾸고 있을 것이다. 잠시 이름 모를 한적한 조각공원을 걷다 문득 문득 추억의 시간을 떠올리고, 작품들속에서 이야기를 찾아내고, 또 우리의 이야기를 그 곳에 추억으로 남기듯, <멀바우 나무에 새기는 사각의 시간>은 우리에게 또 다른 추억과 이야기들을 선물해주고 있다. 편안한 맘으로, 따스한 손길로, 만지고 바라보는 이 시간이 행복하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신 결혼시대
왕하이링 지음, 홍순도 옮김 / 비채 / 201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무협소설이나 역사소설을 제외한다면 중국소설과의 만남은 개인적으로 상당히 낯선 경험이다. 일본소설의 풍요속에서 종종 중국소설이 그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형국이라지만 중국소설에 대한 독자들의 평가는 조금은 냉담하게 느껴진다. <신결혼시대> ’왕하이링’ 이라는 중국 작가의 이 작품은 기존의 독자들이 가지고 있던 일단의 고정관념과 대담하게 맞서는 작품이다. ’결혼’이라는 소재를 우리 현실과 동떨어짐 없이 솔직 담백하게 그려낸 이 작품은 중국소설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가져올 시작이라고 말해도 좋을 작품이란 생각이 들게 만든다.

 

[배필], [중국식 이혼]과 함게 왕하이링 결혼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하는 <신결혼시대>는 우선 그 표지에 마음을 빼앗긴다. 결혼이라는 이상과 환상을 간직한 듯, 예쁜 웨딩드레스를 입은 여인의 꿈꾸듯 우아한 모습을 담은 표지는 스펀지처럼 독자들의 시선을 고스란히 빨아들인다. ’결혼, 그리고 사랑’ 을 주제를 담아낸 결혼 소설의 대가 왕하이링의 진솔하고 날카로운 시선속으로 발길을 옮겨본다. 사랑의 환상과 현실속에 그려진 결혼을 빠른 전개와 조금은 가벼운 붓 터치로 써내려간 이 작품의 첫 페이지를 넘긴다.

 

명문대학의 엘리트 코스를 밟고 유명 IT기업의 중견사원인 허젠궈, 교수와 의사인 부모를 둔 부유한 환경에서 성장한 구샤오시, 이들 부부의 결혼생활을 중심으로 <신결혼시대>의 막이 오른다. 하지만 허자춘이라는 시골 출신의 젠궈와 가난을 전혀 모르며 살아온 샤오시의 결혼은 그다지 순탄하게 진행된것이 아니었다. 환경의 차이때문에 그들의 결혼을 반대하던 샤오시 부모의 만류를 무릅쓴 그들의 장미빛 결혼생활은 현실이라는 벽에 여지없이 부딪히게 된다.

 

’샤오시에게 가족은 그녀 자신과 젠궈 딱 두 사람이었다. ... 그러나 젠궈의 머릿속 가족에는 사오시와 자기 자신 외에 아버지와 어머니가 들어 있었다. 형과 형수, 형의 자식들 역시 들어 있었다. 게다가 샤오시가 존재조차 알지 못하는...할아버지, 삼촌, 셋째 고모, 여섯째 이모 등의 사람까지 예외 없이 모두 포함돼 있었다.’ - P. 9 -

 

설 명절에 시댁을 찾았던 샤오시 부부에게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진다. 임신했던 샤오시가 유산을 하고 만것이다. 젠궈의 아버지는 젠궈와 샤오시 부부에게 대를 이을 아들을 재촉하고, 더불어 일방적으로 시골 집 짖는 일에 경비를 부담하라, 젠궈의 형의 일자리를 베이징에 알아봐 달라, 먼 친척을 막무가내로 샤오시 엄마의 병원에 데리고와 문제를 일으키는 등... 이들 부부 사이에서 갈등의 원인을 제공하기에 이르고, 결국 이런 다툼들로 인해 샤오시는 습관성 유산이라는 판정을 받기에 이른다. 계속된 갈등과 오해, 잠깐의 화해속에서 또 다른 문제들이 생겨나고 이들 부부는 어떤 결정, 어떤 사랑을 만들어 나갈까?

 

한편, 샤오시 부부의 문제과 더불어, 샤오시의 친구인 젠자와 동생 샤오항, 그리고 젠자와 불륜관계였던 류카이루이 사이의 불안한 삼각관계, 출판사에서 일하는 샤오시의 모습을 통해 일하는 여성들의 현실적 고민, 정년퇴직을 맞은 샤오시 아버지의 외로움과 소외의 문제 등 다양한 현실적 문제들을 날카로운 시각속에 담아내고 있다. ’결혼과 가족’이라는 이름속에서 쉴새 없이 튀어나오는 현실의 문제들이 수많은 공감으로 독자들을 빠져들게 만든다.

 

 

<신결혼시대>는 개인적으로 낯선 중국 현대문학의 궁금증을 조금은 풀어준 작품이다. 연상연하 커플, 부부간에 환경적 차이로 비롯된 문제들, 정년퇴직으로 인한 노년층의 문제, 결혼과 사랑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우리 사회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는 문제들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작품이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소재와 우리의 감성을 자극하는 주제들이 중국문학이 우리 독자들에게 사랑받을 가능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어줄 수 있을것 같다는 생각을 갖게끔한다.

 

’사랑이 없는 결혼은 불행한 결혼이다. 그러나 사랑만 있는 결혼 역시 비현실적인 결혼이다.’

 

’돌싱’이라는 말이 너무도 흔한 말이 되어버렸다. 주변을 둘러보면 불과 몇년전에는 찾아 보기 힘들던 돌싱들의 등장이 이제 낯설지 않은 풍경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결혼을 할 때 누구나 ’결혼서약’ 이라는 것을 하게 된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배우자와 평생 동안 함께 하겠습니다’ 라는 다짐을 하지만 냉혹한 현실속에 많은 부부들이 그 맹세를 휴지조각처럼 내팽겨쳐 버리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하지만 이 작품 <신결혼시대> 는 다행스럽게도 차갑고 냉정한 현실의 온도보다 조금은 따스한 온도를 가진 작품이다. 현실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조금은 희망적으로 결혼을 바라보는 시선이 마음에 든다.

 

이 작품은 중국 현대소설이 가진 무거운 기름기를 조금은 빼내어 버리고, 다소 민감한 부분인 불륜, 이혼, 가정폭력, 가족사이의 다양한 문제들을 정면돌파한 날카롭고 비판적인 작가의 시선이 눈에 띈다. 600페이지에 육박하는 두께를 쉽게 넘길 수 있는 속도감있는 스토리 전개와 ’가족과 사랑’이라는 주제를 적절히 이야기속에 녹여 놓아 공감과 재미를 동시에 느끼게 하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하지만 젠궈의 아버지가 돈이 없어 식당에 붙잡혀 나무에 밧줄로 묶이고 팻말을 목에 건 사건처럼 우리에게 낯설고 당황스럽기까지한 모습이 현실감을 벗어나 괴리감을 불러일으키는 점 등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 부분들도 있다.

 

’사랑이 전부라고 생각하지만.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하면 극복하지 못할 난관이 없다거나 그 어떤것의 지배도 받지 않으면서 그 어떤 시련도 이겨낼 수 있다는 생각은 틀렸어. 사랑은 정신적인 것일 뿐 아니라 동시에 물질적인 것이라는게 정답이야.’ - P. 404 -

 

샤오시가 말한 결혼과 사랑의 답이 과연 정답일까? 아마도 책을 내려놓을 때쯤 그 답을 어렴풋이 가슴속에 담게 될 것같다. ’아껴준다’ 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너무나 쉽게 말하고 잘 알고 있는 이 ’아껴준다’라는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사전적의미로 소중한 물건이나 사람을 보살피고 위하는 마음인 이 말은, 소중한 사람을 자신의 마음속에 언제나 간직하고 기억하는 일이다. 아내가 힘들까 내가 먼저 그일을 하고, 가족보다 먼저 솔선해서 나를 아끼지 않는 것이 바로 상대방을 아끼는 일일 것이다. 결혼 맹세를 너무 쉽게 잊어가고, 가족을 아끼는 마음을 잃어가는 현실속 우리에게 <신결혼시대>는 이처럼 진정한 사랑과 가족의 의미을 일깨워준다. 사랑이 끊어오르는 온도는 100℃ 가 아니라 사람의 온도, 우리의 손길이 닿는 36.5℃ 라는 사실도 함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로즌 파이어 1 - 눈과 불의 소년
팀 보울러 지음, 서민아 옮김 / 다산책방 / 201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팀 보울러! 그는 짙은 푸른색을 닮았다!

[리버보이]로 우리에게 친숙한 팀 보울러의 신작과 만난다. 눈과 불의 소년, <프로즌 파이어>가 그 주인공이다. 팀 보울러라는 작가를 떠올리게 하는 단어는 몇가지가 있다. 청소년, 성장과 치유, 죽음과 인생... 그의 작품들에서 보이는 이런 공통된 주제와 소재들로 인해 그를 떠올릴때면 짙고 푸르른 청춘의 색이 떠오르는지도 모르겠다. [리버보이]를 비롯해, [스타시커], [스쿼시], [꼬마 난장이 미짓]에 이르기까지 그의 작품속에서 공통적으로 떠오르는 색깔도 표지에 보이는 선명한 푸른색이다. 그 푸른색을 떠올리며 '눈과 불의 소년'을 만난다.

 

스타시커의 루크, 리버보이의 제스, 스쿼시의 제이미... 이번에는 열네살 소녀 '더스티'의 눈을 통해 지나온 청소년기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본다. '난 죽어가고 있어...' 어느날 자정을 20분 남긴 시간, 더스티의 집에 걸려온 한 통의 전화가 잊고 있던, 아니 잠재되어 있던 더스티와 그녀 가족의 아픈 상처를 건드린다. 몇년전 실종된 더스티의 오빠 조쉬때문에 엄마는 집을 나가고, 아빠마저 직장을 잃는 등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던 그녀의 가족. 그녀에게 걸려온 이 한 통의 전화는 그녀와 그들을 전혀 새로운 시간으로 이끈다.

 

'미안해, 꼬마 더스티. 잘 있어, 꼬마 더스티!' 

처음 그 소년의 전화를 받았을때 더스티는 별것 아닌 장난 전화이겠거니 했지만 그의 말속에는 오빠 조쉬만이 알 수 있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음을 알게된다. 끊어진 전화, 자신이 죽어가고 있다고 말하는 그 소년을 쫓아 스톤웰 공원에 다다른 더스티는 눈에 찍힌 소년의 발자욱을 쫓게 되지만 발자욱은 사라지고, 오히려 흰색 소형트럭을 탄 포니테일로 머리를 묶은 남자와 두소년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고 만다. 소년이 어디있는지 말하라고 위협하면서 경찰이든 누구에게든 자신들에 대해 이야기하지 말을 남기고 사라지는 남자...

 

'레이븐 산에 이상한 남자애가 있어 거기 가지 마'

친구인 카말리카의 문자는 더스티에게 전화를 걸어오던 그 소년을 말하는 것이었다. 오빠 조쉬의 실종사건에 얽힌 비밀을 알고 있다고 확신하는 더스티는 그 소년에 대해서 점점 더 집착하게 된다. 한편 레이븐 산에서 목격된 그 소년에 대한 이야기는 마을 전체로 퍼져버린다. 밀헤이븐에서 한 소녀를 감금 성폭행 했고, 경찰서 유치장에 붙잡혔지만 이내 사라져 버렸다는, 사람의 마음을 읽을 줄 안다는 등 소년에 대한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위혐스런 인물로 낙인찍혀 버리고 만다.

 



 

새로 전학을 오게 된 안젤리카, 오빠 조쉬의 실종사건과 포니테일로 머리를 묶은 남자와 두소년, 그리고 마을로 몰려든 사람들... 마을은 이 미스터리한 소년으로 인해 혼란에 휩싸인다. 더스티의 마음속에 자리잡은 오빠 조쉬에 대한 수많은 물음들이 이 미스터리한 눈과 불의 소년의 정체와 함께 밝혀지게 될까? 이야기는 점점더 미궁속으로, 미스터리한 환상속으로 눈위에 흐릿한 발자국을 남긴다.

 

'정말 중요한 수수께끼는 오로지 혼자 힘으로 해결해야 해.' - 2권, P. 80 -

 

짙은 푸른색처럼 찬란한 청춘, 그 청춘들에게 다가온 아픔과 마음의 상처를 통해 우리에게 인생을 들려주는 작가 팀 보울러는 이번에도 쓰라린 아픔속에서 혼자 묵묵히 발걸음을 옮기는 한 소녀를 이야기하고 있다. 상처속에서 새롭게 돋아나는 새살처럼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고 그 아픔을 딛고 새롭게 시작할 믿음과 용기를 전해준다. 마지막 책을 내려놓으면서도 오빠 조쉬의 죽음과 미스터리 소년과의 연관성을 찾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하지만 소년이 남긴 말속에서 그 작은 단서들은 찾을 수 있을것 같기도 하다.

 

한 통의 전화로 시작된, 미스터리 소년과 상처를 간직한 소녀 사이에서 벌어지는 긴박하고 미스터리한 이야기들이 책을 읽는 내내 시간의 흐름을 거스르기라도 한것처럼 쉽게 읽히는 작품이다. 찬란하고 화려한 아이들의 시간속에는 어둡기만한 어른들의 모습이 있다. 집을 나가버린 엄마, 직장을 잃어버리고 조금은 우유부단한 아빠, 무자비한 어른들. 하지만 그런 상황속에서도 팀 보울러는 따뜻한 가족애로 흐트러진 모든것을 깨끗하게 원상태로 돌려놓는 마법을 선보인다.

 

상처와 치유의 환상 미스터리!

환상으로 가득한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며, 섬세한 심리묘사와 환상적인 구성이 돋보이는 이 한편의 성장소설은 읽는 이로 하여금 판타지와 추리소설을 넘나들게 하는 착각에 휩싸이게 만든다. 뜨거운 가족애의 회복과 성장기 청소년들이 아픔을 이겨내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가슴 뭉클한 사랑과 상처의 치유라는 특별한 선물을 받아 들게 된다. 오늘 이시간 우리 곁을 잠시 둘러보자. 그 곁에는 상처받고 신음하는 아이들의 소리가 아직도 귓가를 맴돌고 있다. 어른들의 무자비한 폭력, 가정의 불화, 학교 폭력에 아파하고 그로인해 성장을 멈춰버린 아이들의 눈물이 여기에 있다. <프로즌 파이어>를 통해 청소년들을 보살피고 그들이 진정 성장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줄 고민의 시간도 우리는 얻게 되었을 줄 믿는다. 아이들에게 웃음을 선물하고 어른들에게 조금더 무거운 책임을 일깨워준 시간이었다. '눈과 불의 소년' 지금쯤 그는 어디를 걷고 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로즌 파이어 2 - 눈과 불의 소년
팀 보울러 지음, 서민아 옮김 / 놀 / 201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팀 보울러! 그는 짙은 푸른색을 닮았다!

[리버보이]로 우리에게 친숙한 팀 보울러의 신작과 만난다. 눈과 불의 소년, <프로즌 파이어>가 그 주인공이다. 팀 보울러라는 작가를 떠올리게 하는 단어는 몇가지가 있다. 청소년, 성장과 치유, 죽음과 인생... 그의 작품들에서 보이는 이런 공통된 주제와 소재들로 인해 그를 떠올릴때면 짙고 푸르른 청춘의 색이 떠오르는지도 모르겠다. [리버보이]를 비롯해, [스타시커], [스쿼시], [꼬마 난장이 미짓]에 이르기까지 그의 작품속에서 공통적으로 떠오르는 색깔도 표지에 보이는 선명한 푸른색이다. 그 푸른색을 떠올리며 '눈과 불의 소년'을 만난다.

 

스타시커의 루크, 리버보이의 제스, 스쿼시의 제이미... 이번에는 열네살 소녀 '더스티'의 눈을 통해 지나온 청소년기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본다. '난 죽어가고 있어...' 어느날 자정을 20분 남긴 시간, 더스티의 집에 걸려온 한 통의 전화가 잊고 있던, 아니 잠재되어 있던 더스티와 그녀 가족의 아픈 상처를 건드린다. 몇년전 실종된 더스티의 오빠 조쉬때문에 엄마는 집을 나가고, 아빠마저 직장을 잃는 등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던 그녀의 가족. 그녀에게 걸려온 이 한 통의 전화는 그녀와 그들을 전혀 새로운 시간으로 이끈다.

 

'미안해, 꼬마 더스티. 잘 있어, 꼬마 더스티!' 

처음 그 소년의 전화를 받았을때 더스티는 별것 아닌 장난 전화이겠거니 했지만 그의 말속에는 오빠 조쉬만이 알 수 있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음을 알게된다. 끊어진 전화, 자신이 죽어가고 있다고 말하는 그 소년을 쫓아 스톤웰 공원에 다다른 더스티는 눈에 찍힌 소년의 발자욱을 쫓게 되지만 발자욱은 사라지고, 오히려 흰색 소형트럭을 탄 포니테일로 머리를 묶은 남자와 두소년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고 만다. 소년이 어디있는지 말하라고 위협하면서 경찰이든 누구에게든 자신들에 대해 이야기하지 말을 남기고 사라지는 남자...

 

'레이븐 산에 이상한 남자애가 있어 거기 가지 마'

친구인 카말리카의 문자는 더스티에게 전화를 걸어오던 그 소년을 말하는 것이었다. 오빠 조쉬의 실종사건에 얽힌 비밀을 알고 있다고 확신하는 더스티는 그 소년에 대해서 점점 더 집착하게 된다. 한편 레이븐 산에서 목격된 그 소년에 대한 이야기는 마을 전체로 퍼져버린다. 밀헤이븐에서 한 소녀를 감금 성폭행 했고, 경찰서 유치장에 붙잡혔지만 이내 사라져 버렸다는, 사람의 마음을 읽을 줄 안다는 등 소년에 대한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위혐스런 인물로 낙인찍혀 버리고 만다.

 



 

새로 전학을 오게 된 안젤리카, 오빠 조쉬의 실종사건과 포니테일로 머리를 묶은 남자와 두소년, 그리고 마을로 몰려든 사람들... 마을은 이 미스터리한 소년으로 인해 혼란에 휩싸인다. 더스티의 마음속에 자리잡은 오빠 조쉬에 대한 수많은 물음들이 이 미스터리한 눈과 불의 소년의 정체와 함께 밝혀지게 될까? 이야기는 점점더 미궁속으로, 미스터리한 환상속으로 눈위에 흐릿한 발자국을 남긴다.

 

'정말 중요한 수수께끼는 오로지 혼자 힘으로 해결해야 해.' - 2권, P. 80 -

 

짙은 푸른색처럼 찬란한 청춘, 그 청춘들에게 다가온 아픔과 마음의 상처를 통해 우리에게 인생을 들려주는 작가 팀 보울러는 이번에도 쓰라린 아픔속에서 혼자 묵묵히 발걸음을 옮기는 한 소녀를 이야기하고 있다. 상처속에서 새롭게 돋아나는 새살처럼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고 그 아픔을 딛고 새롭게 시작할 믿음과 용기를 전해준다. 마지막 책을 내려놓으면서도 오빠 조쉬의 죽음과 미스터리 소년과의 연관성을 찾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하지만 소년이 남긴 말속에서 그 작은 단서들은 찾을 수 있을것 같기도 하다.

 

한 통의 전화로 시작된, 미스터리 소년과 상처를 간직한 소녀 사이에서 벌어지는 긴박하고 미스터리한 이야기들이 책을 읽는 내내 시간의 흐름을 거스르기라도 한것처럼 쉽게 읽히는 작품이다. 찬란하고 화려한 아이들의 시간속에는 어둡기만한 어른들의 모습이 있다. 집을 나가버린 엄마, 직장을 잃어버리고 조금은 우유부단한 아빠, 무자비한 어른들. 하지만 그런 상황속에서도 팀 보울러는 따뜻한 가족애로 흐트러진 모든것을 깨끗하게 원상태로 돌려놓는 마법을 선보인다.

 

상처와 치유의 환상 미스터리!

환상으로 가득한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며, 섬세한 심리묘사와 환상적인 구성이 돋보이는 이 한편의 성장소설은 읽는 이로 하여금 판타지와 추리소설을 넘나들게 하는 착각에 휩싸이게 만든다. 뜨거운 가족애의 회복과 성장기 청소년들이 아픔을 이겨내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가슴 뭉클한 사랑과 상처의 치유라는 특별한 선물을 받아 들게 된다. 오늘 이시간 우리 곁을 잠시 둘러보자. 그 곁에는 상처받고 신음하는 아이들의 소리가 아직도 귓가를 맴돌고 있다. 어른들의 무자비한 폭력, 가정의 불화, 학교 폭력에 아파하고 그로인해 성장을 멈춰버린 아이들의 눈물이 여기에 있다. <프로즌 파이어>를 통해 청소년들을 보살피고 그들이 진정 성장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줄 고민의 시간도 우리는 얻게 되었을 줄 믿는다. 아이들에게 웃음을 선물하고 어른들에게 조금더 무거운 책임을 일깨워준 시간이었다. '눈과 불의 소년' 지금쯤 그는 어디를 걷고 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