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백과사전 - 광수의 뿔난 생각
박광수 글.그림 / 홍익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만화 '광수생각'은 독특한 발상과 꾸미지 않은 솔직함, 발칙하면서도 우리 사회의 모습을 풍자해서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몇 칸 되지 않는 짧은 만화속에 그 어떤 장편 소설도 담지 못 할 깊이와 재미를 동시에 전해준, 당시로서는 정말 혁신적인 작품이었다.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단순한 웃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랑의 아픔, 가족애,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그의 펜끝은 웃음과 더불어 감동이 되어 가슴에 와닿았다.

 

작가 박광수는 '광수생각'에 이어 2009년 말 '해피엔딩'이란 작품을 통해서 기존의 조금은 가벼운 모습을 벗고 '죽음'을 통한 '삶'에 무게를 둔 작품으로 우리를 찾아왔다. 그의 전매 특허인 만화보다 사진에 더 무게를 둔 이 작품으로 다시한번 가볍지만은 않은 작가, 조금은 독특하고 특별한 작가 박광수의 모습을 인상지을 수 있기도 했다. 그리고 2010년 그는 예전의 그 발칙함으로 다시 우리를 찾아온다. 광수의 뿔난 생각 '악마의 백과사전'이란 이름을 들고...

 

<악마의 백과사전>은 말 그대로 백과사전의 모습을 닮았다. 우리말 'ㄱ'에서 'ㅎ'에 이르기까지 작가의 독특한 생각과 의견이 담긴 단어들에 대해 사전적 해석과 함께 작가 자신의 시선에 비친 단어의 의미를 끄집어 낸다. 조금은 악동같은 이미지의 '악마의 속삭임'을 통해 이야기가 시작된다. '코를 파고 있는데 평소 좋아하던 이성과 눈이 마주쳤다'와 같은 엉뚱한 질문과 대답으로 시작된이야기는 'ㄱ'의 '가난'을 시작으로 뿔난 광수생각을 펼쳐놓는다.

 

책(冊) - [명사] 종이를 여러장 묶어 만든 물건...

광수생각 - 글자를 깨알같이 수놓은 수면제. 그 밖에도 베개, 라면냄비 받침대, 화가날때 돌맹이나 야구공 대신, 처음 만난 여인에게는 유식함을 나타내는 액세서리로, 아무튼 종이로 만든 것중에서 가장 용도가 다양한 물건이다. 하지만 역시 참삶의 길을 묻는 자에게 지혜를 가르쳐주는 책의 본래 목적으로 사용할 때 제일 좋은 것.

 

기발한 상상, 상식을 뛰어넘는 솔직함과 엉뚱함이 역시 작가만의 매력이다. '책'이라는 단어가 가진 의미를 저렇게 솔직 담백하게 기술할 수 있을까? 이 단어는 시작에 불과하다. 미덕, 동창화, 걸레, 낚시, 로또... 배꼽을 잡게하는 단어들이 즐비하게 백과 사전에 담겨져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해냈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면 아마도 '박광수'의 작품이 아닐것이다. 단어들 사이사이를 채우는, 단어와 연관된 광수생각 카툰은 오랫만에 색다른 즐거움을 전해준다.



<악마의 백과사전> 속에 단순히 웃음과 재미만 있지는 않다. 예전 광수생각이 그랬듯, 어김없이 빠지지 않는 감동과 삶을 살아갈 여백같은 깊이를 전해준다. 행복이 무엇이고 사랑이 무엇인지, 건망증을 이야기하는 울엄니의 된장찌게를 읽다보면 슬며시 눈물이 고인다. 한참을 웃기다 또 한참을 울리다, 그렇게 웃고 울리는 몇칸에 담긴 이야기들이 살아 숨쉬는 재미와 감동이 백과사전속에 가득하다.

 

행복(幸福) - [명사] 복되고 좋은 운수...

광수생각 - 어떤 과학자에 의해서도 제대로 그 정체가 파악된 적이 없는, 세상에서 가장 난해한 수학문제. 역사상 무수한 사람들이 실체를 알기 위해 노력해왔으나 끝내 본색을 드러내지 않아 지구상 몇 안 남은 숙제가 될 확률이 크다. 

 

'나는 인생이 끝나는 순간에,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하리라는 걸 알고 있다. "젠장 더 깊이 생각하고, 더 많이 행동할 걸...."' - 다이아나 폰 웰라네츠

 

'젠장 더 깊이 생각하고 더 많이 행동할 걸' ... 하는 글이 이 책 맨 마지막에 쓰여져 있다. 아마도 작가가 이 책 <악마의 백과사전>을 통해 독자들에게 건네고 싶었던 메세지가 이 말속에 담겨져 있지 않을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단어들, 그리고 그 단어들이 적절하게 사용될 상황들을 재구성 함으로써 바쁘다는 핑계로 우리가 잊고 사는 것이 무엇인지, 놓치고 흘려보내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는 시간을 선물받는다는 느낌이 든다.

 

그저 단순히 웃고 즐겨도 좋다. 읽다보면 느껴질 가슴 뭉클함과 다른 책에서는 절대 흉내내지 못할 작가 박광수만의 독특한 매력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을것이다. 악마가 건네주는 '더 늦기전에 해야 할, 해봐야 할 수많은 단어들을 하나하나 조심스레 생각하고 느껴보는 시간을 많은 사람들이 갖기를 기대해본다. 광수가 왜 뿔이 났는지는 알 수 없지만, 기존의 고정관념을 던져버리고 더 깊이 생각하고 더 많이 행동하게 하는 감동과 특별한 메세지를 전해준다는 사실 만큼은 확실한것 같다. 모두 두손을 높이들어 그 특별함과 함께 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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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전술 필드가이드 - 골수팬과 예비선수를 위한
장 방스보.비르예르 페테르센 지음, 김태훈 옮김 / 보누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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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의 열기가 지구의 온도를 적어도 1℃ 이상은 높여놓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예상했던대로 우승 후로로 거론되던 팀들의 승리도 있었고, 예상치 못한 하위팀들의 반란으로 축구팬들을 더욱 흥미진진한 승부의 세계로 빠져든다. 그리스戰에서의 승리에 도취한 우리 대표팀의 아르헨티나전 졸전으로 감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일기도 했다. 이제 16강을 위한 마지막 대결이 내일 새벽 벌어진다. 월드컵 첫 원정 16강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이번에는 또 어떤 선수들이 어떤 포메이션과 전술을 선보일지 자못 궁금함을 감출 수가 없다.

 

그리스戰 경기를 보면서 이상하리만치 무거운 선수들의 발놀림은 그렇다고 치더라고 수비위주의 전술과 후반 교체 타이밍, 선수 교체에 대해서 대표팀 감독에 대한 비난들이 일기 시작했다. 축구를 좋아하던 한 개인으로서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교체 타이밍과 상대팀에 맞는 적절한 선수 기용에 의문을 가진것도 사실이지만 선수의 상태와 컨디션을 가장 잘 체크할 수 있는 위치가 감독이니만큼 올바른 결정이었겠지 하는 믿음을 가지려한다. 이제 운명의 예선 마지막 경기를 2차전의 실패를 떨쳐버릴 기회로 삼아 좋은 결과를 가져왔으면 좋겠다.

 

축구에 그다지 관심이 많지 않은 이들은 축구장을 찾거나, 축구 중계를 목놓아 보려하는 골수 팬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한다. '그냥 뉴스에서 결과만 보면되지...' 하고 말이다. 축구는 결과를 놓고 보는 경기가 아니다. 축구는 그 과정을 보는, 즐기는 스포츠인 것이다. <축구전술 필드가이드>는 즐기는 축구, 단순히 눈으로 쫓는 축구가 아닌, 더 깊이 생각하고 다양한 전술과 스타일을 배워가는 축구의 묘미를 느끼게 하는 책이다. 월드컵에 맞춰 이 책을 만나게 된건 어쩌면 더 멋지고 재밌고 이해하는 축구를 즐기기 위한 선택이라고 할까....

 

모두 6장으로 이뤄진 <축구전술 필드가이드>는 축구 골수 팬들과 예비 선수들을 위한 가이드북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그만큼 전술에 대해 집중적이며 깊이가 있는 책이란 말이 될것이다. 4-4-2, 4-3-3 등 다양한 포메이션에 대한 조직, 선수 구성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 포메이션을 적용했던 역사적인 경기들을 통해 포메이션의 이해를 돕고 그 훈련방법까지 기록하고 있다.



2장에서는 플레이 스타일을 이야기한다. 공격형, 수비형 스타일에서 국가별 특성까지... 조금 아쉬운 것은 라틴, 잉글랜드, 남미, 아프리카 스타일까지 각 대륙의 플레이 스타일을 이야기하면서도 아시아에 대한 언급은 빠져있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아시아 축구가 아직까지도 인정받지 못하고 축구 변방에 머물러 있다는 뜻이 될것이다. 머지않아 대한민국 축구가 아시아의 축구스타일을 대표하는 팀으로 발전했으면 하는 바램을 갖아본다.

 

3장에서는 수비와 공격에 따른 데드볼 상황을 설명하고 그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4장부터는 전술에 대한 부분이다. 팀전술과 감독의 역할, 전술 훈련과 지도가 마지막까지 이어진다. 남아공월드컵 2차전에서 아쉬웠던 감독의 역할과 전술에 대해서 다시한번 되짚어보고 우리가 부족했던 점이 무엇이었는지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아본다. 상대팀의 플레이 스타일에 맞는 선수 선발기용과 교체, 적절한 전술의 사용이 축구경기에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이 책을 통해 새삼 느끼게 될 것이다.

 

오늘날 축구는 단순한 놀이가 아니다. 자본주의의 상업성과 맞물려 거대한 조직을 이룬 이익집단의 형태를 띄고 있다. 이번 월드컵의 총수익이 30억불을 넘어서고 순수익도 10억불을 넘어설거라는 전망이 나온다는데... 그만큼 돈의 축제가 되어버린 월드컵이지만, 아직까지 축구가 그만큼 사랑받는 이유는 쉬운 경기규칙과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스포츠라는 많은 장점들때문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지나친 상업성과 천정부지로 뛰어오른 선수들의 몸값은 언젠가 적절한 심판?이 있지 않을까 예상할 수 있다. 그리고 다시 순수한, 열정적인, 매력있는 그런 축구의 본 모습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그 순수한 축구, 열정적 축구의 모습이 이 책 <축구전술 필드가이드>속에 보이는듯하다.

 

기본적인 것들을 알고 보면 더 재미있고, 포메이션을 이해하면 더 신나게 즐길 수 있고, 전술을 이해하면 경기를 게임하듯이 가지고 놀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보는 스포츠를 떠나 이 책을 통해 미리 있을 선수를 뽑아보고 자기 나름의 포메이션을 정하기도 하면서 그 축구 경기에 자신도 직접 참여해보는 즐거움, 그 즐거움은 축구란 스포츠가 가진 매력을 새삼 특별하게 해주는 기쁨이 될 것이다. 골수팬, 예비선수, 지도자도 이 책을 읽지만 축구를 사랑하는, 축구와 함께 하고픈 이들이라면 쉽고 재미있게 빠져들수 있을 것 같다.  <축구전술 필드가이드>를 통해 과학적이고 인간적인, 예술적인 스포츠 '축구'의 매력에 흠뻑 빠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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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미나토 가나에 지음, 오유리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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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강해지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역시나 죽음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모든 사건은 '요루의 외줄타기'에서 시작되었다. 아쓰코와 유키! 어린시절부터 절친이었던 두 소녀가 언제부터인가 조금씩 서먹해진다. '요루의 외줄타기'라는 오구라 선생의 작품이 사실은 아쓰코 자신을 모델로해서 유키가 쓴 소설이라 확신하고 불쾌해하는 아쓰코는 조금씩 유키를 멀리하기 시작한다. 검도 유망주였던 아쓰코는 자신의 실수로 경기에서 진 이후 인터넷상의 비난때문에 검도를 그만두게 되고, 심지어 호흡부전 증세까지 나타나게 된것이다. 그런 그녀를 유키가 모델로 삼아 소설을 쓰게되었으니... 

 

유키 또한 마음에 상처를 안고 있다. 초등학교 5학년때 치매에 걸린 외할머니 때문에 왼손을 다치고 악력이 줄어들어 어쩔 수없이 검도를 그만두게 된 이후로 웃지도 울지도 않는 유키. 성격이 완전히 변해버린 유키 또한 '요루의 외줄타기' 때문에 아쓰코와의 어색해진 사이를 실감하게 된다. 그리고 어색해진 그녀들 사이에 새로 전학 온 사오리가 끼어들면서 그녀들에게 '죽음'에 대한 궁금증은 커져만 간다.

 

자신의 친구의 자살을 목격했다는 사오리, 사오리의 죽음에 대한 말때문에 아쓰코와 유키는 서로에게 비밀처럼 죽음을 찾아 나선다. 여름방학을 맞아 노인요양센터에서 자원봉사를 하게된 아쓰코, 대학 부속병원 소아병동에서 아이들을 도와주게 된 유키. 각각 노인들과 아이들의 죽음을 목격하고자 의도하는 두 소녀는 그렇게 죽음이 무엇인지, 죽음의 순간은 어떤 모습인지 위험한 소원을 향해 내달린다. 노인요양센터에서 함께 일하는 다카오 아저씨와 아쓰코, 소아병동에서 만난 고우, 탓치 두 소년과 유키. 죽음의 순간을 꿈꾸는 두 소녀와 그녀들 주변을 둘러싼 인물들이 간직한 특별하고 색다른 이야기들이 전혀 예기치 못한 반전을 향해 내닫는다.

 

'벼랑끝에 몰린 자기 실상을 가장 보이고 싶지 않은 상대가 바로 같은 집단에 속해 있는 사람이란 걸, 그 중에서도 또래 친구들이란 사실을 어른들은 정말 몰라서 묻는 건가.' - P. 08 -

 

청춘 미스터리 소설인 <소녀>는 '미나토 가나에'의 작품이다. 미나토 가나에! 아직은 익숙한 이름이 아닐지 모르지만 그녀의 첫 소설 [고백]을 만나본 독자라면 그 이름이 절대 잊혀지지 않을거라 확신하게 되는 작가다. 고백이란 형식을 빌린 철저한 복수의 향연과 반전! 이 한작품만으로 정말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작가 미나토 가나에가 또 다른 청춘 미스터리를 선보이고 있다. 순수하기만한 '소녀'라는 제목으로... 어김없이 시작할때 그녀의 펜끝은 차분하고 섬세하다. 청소년기 수많은 변화와 고민에 반응하는 소녀들의 속마음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 때문에 힘들어하는 가족, 그리고 소녀.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난을 감당하지 못하고 자신의 미래와도 같던 운동을 그만두어야했고 병까지 얻어야 했던 소녀. '요루의 외줄타기'를 둘러싼 죽음과 또 다른 죽음의 예고를 확신하는 소녀, 죽음을 앞둔 소년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어른들의 위협을 감수해야만 했던 또 다른 한 소녀. 청소년기는 그렇게 '요루의 외줄타기'처럼 위태롭다. 자살을, 혹은 죽음을 어떤 특권이라 오해하는 아이들의 잘못된 생각들. 하지만 그 위태로움 속에서도 자신이 걸어갈 길을, 삶의 길을 찾아가는 소녀들의 모습이 청춘소설을 닮아있다.

 

하지만 작가 미나토 가나에는 <소녀>를 청춘소설의 틀에 묶어두려하지 않는다. 초반 청소년기의 다양한 모습과 고민을 담고 가슴 따스한 마무리를 하는가 싶더니, 느닷없는 반전이 온몸에 소름을 돋게 만든다. [고백]을 만났을때 보다 더한 전율이 <소녀>속에서 느껴진다. 그제서야 '아~ 이 작품이 청춘 미스터리였지'하는 생각이든다. 죽음의 순간을 보고 싶어하는 두 소녀! '요루의 외줄타기'를 둘러싼 소녀들 간의 갈등. 그녀들을 둘러싼 주변인물들간의 복잡하게 얽힌 이야기들, 복선과 반전에 반전이 주는 매력까지...

 

요즘 우리 사회에도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 자살, 집단 따돌림, 온라인을 이용한 언어적 폭력, 원조교제, 유아 성폭행, 이혼 등 어두운 사회의 모습들이 책속에 투영된다. 이같은 사회문제들에 노출된 청소년들, 그리고 그들의 성장통, 아픔과 고민의 모습들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우정이라는 모습으로 채색되어 색다른 미스터리 소설로 탄생한 것이 바로 이 작품 미나토 가나에의 <소녀>이다.

 

'죽음이란건 이 세상에서 당사자만 완전 퇴장하는 거야. 한 사람 빠진다고 이 세상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 ... 그렇다면 가능한한 이 자리에 오래도록 버텨서 자기를 포함한 이 세상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지켜보고 싶지 않냐?' - P. 117 -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마키세의 말에 죽음을 초월한 달관자적 모습이 엿보인다. <소녀>는 섬세한 심리묘사와 충격적인 반전이 전해주는 재미와 더불어 '죽음'이라는 소재가 던지는, 사회 비판적 미스터리의 특별함을 만끽할 수 있었던 작품이다. 미나토 가나에라는 이름을 다시한번 각인 시킬 수 있는, 특별한 그녀의 색다른 소설! <소녀>와의 만남이 설레이고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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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의 건강 도시락
김주리 지음 / 비타북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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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겨울 점심시간이 가까워 질수록 난로 위에서 뜨거워져가는 도시락 냄새는 잊지 못할 어린 시절의 맛을 담고 있다. 김치 반찬 싸가기가 부끄러워하는 아들에게 어려운 형편에 쏘세지 부치고, 계란 후라이를 해주시던 어머니의 그 정성스럽던 작은 도시락! 요즘에야 학교 급식에 길들여진 아이들이 그 맛있는 도시락의 맛을 알까마는... 도시락에는 단순히 밥과 반찬만 담겨있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사랑'이라는 뜨거운 무언가가 담겨져 있었다. 그래서 도시락은 그리움이고 그리운 맛이다!

 

직장 생활을 해본 사람들에게 하루중 가장 고민되고 힘겨운 시간을 묻는다면 많은 이들의 입에서 '점심시간' 이란 말을 듣게 될 것이다. 사먹는 밥! 한두번은 괜찮지만 하루 이틀이 지나고 일상이 되버리면 고민돼고 힘겨운 선택의 시간이 될것이다. 그때 필요한 것은 아마도 아내의 사랑이 듬뿍 담긴 도시락이 아닐까? 요즘은 웰빙을 외치는 많은 이들이 있어 회사내에서도 같이 모여 도시락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하니 매일은 아니더라도, 가끔 아내의 사랑을 듬뿍 담아낸 작은 도시락 하나가 삶의 행복처럼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갖아본다.



아내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

<여보의 건강 도시락>을 보자마자 이 책을 아내에게 선물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요즘 한창 요리하는 재미에 빠져 있는 아내에게 도시락은 아닐지라도 맛있는 밑반찬을 만드는 재미를 선물해 주고 싶다고나 할까. 물론 아내가 만들어주는 이 멋진 작품?들이 남편에게는 건강과 행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선물해주기에도 충분하니까.

 

이 책은 미니홈피 싸이월드 클럽을 통해 도시락에 대한 고민을 다른 사람들과 주고 받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음식을 만들기전 다양한 계량법에서부터 도시락 용기에서 작은 소품들 채소로 반찬을 더 맛있게 하는 비법들을 전수한다. 출근한 남편을 위한 도시락에서 건강을 챙겨주는 계절 도시락, 멋진 일품 도시락과 피크닉 도시락 등 다양하고 재미있는 도시락들을 소개한다. 캐릭터 도시락은 현장 학습이나 소풍날에 친구들의 부러움을 받기에 충분하리만큼 멋지고 예쁘다.

 

멋진 엄마, 사랑스런 아내의 조건이 이 작은 책 한권에 담겨져 있다. 다양한 밑반찬 별로 양념과 재료들이 소개되고 조리법이 사진과 함께 단계별로 자세히 소개되는데, 굳이 글을 읽지 않아도 사진만으로도 음식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자세한 사진이 너무나 마음에 든다. 기존에 아내가 가지고 있는 몇권의 요리책과는 또 다른 섬세함과 다양함이 이 책 <여보의 건강 도시락>이 가진 특별함이라고 말할 수 있을것 같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오후 시간, 아내는 주말에 놀러온 조카들을 위해 샌드위치를 준비한다. 무더운 날씨 시원한 오이 냉국은 저녁시간 즐거운 식탁을 책임질 수 있을 것 같다. 건강을 위해서, 더 즐겁고 행복한 하루하루를 위해서 아내에게 선물한 <여보의 건강 도시락>은 고스란히 행복이 되어 되돌아온다. 개인적으로 아직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지는 않지만 일주일에 한번쯤 아내의 도시락을 기쁜 맘으로 받아들고 싶어진다. 그리고 그 옛날 어머니의 사랑을 가득 담았던 옛날 도시락도 아내에게 부탁해보아야겠다.

 

다음 주말에는 아내와 함께 가족 소풍을 떠나야겠다. 마트에서 도시락을 담을 멋스러운 작은 소풍 가방을 하나 장만하고 아내가, 아니 아내와 함께 재밌고 즐겁게 준비한 피크닉 도시락을 가지고 가까운 곳에 나들이를 준비해야겠다. 요즘 월드컵이 한창이다. 치킨 한번 먹으려면 1시간을 훌쩍 넘겨야 한다는데... 그보다는 다양한 샌드위치나, 주먹밥으로 간단히 배를 채우거나 건강 도시락 '닭가슴살 채소말이' 같은 밑반찬과 함께하는 맥주한잔도 참 좋을 것 같다.

 

<여보의 건강 도시락>은 '아내의 레시피(Recipe)'다. 그리고 '가족의 사랑과 행복'이자 '함께 하는 즐거움'이다. 아내에게 모든걸 내맡기고 기다리는 남편이 아니라 아내와 함께 아이들과 함께 두손을 걷어 붙이는 멋진 시간들이 이 책을 통해 전해지기를 바란다. 영양과 건강, 행복이 가득한 건강 도시락, <여보의 건강 도시락>속에 모든것이 담겨 있다. 아내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 아내가 선물 받고 싶은 책! 건강과 행복이 함께 하는 책과의 만남이 그래서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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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란 무엇인가
크리스토프 바우젠바인 지음, 김태희 옮김 / 민음인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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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는 왜 사랑받는가? 이런 질문에 '축구는 가장 간단한 스포츠다' 라는 말로 대답하는 것을 들은 기억이 있다. 우리를 열광시키는 야구, 농구, 배구... 등 다양한 프로 스포츠 중에서 축구만큼 쉽고 간단한 룰을 가진 경기가 또 있을까 싶다. 시간은 전후반 45분씩, 상대 골문에 골을 넣으면 1득점, 손에 닿지 말아야 하고, 오프사이드 정도가 가장 어려운 룰이랄까. 너른 운동장과 공하나만 있으면 여러명이 모여 즐겁게 어울릴 수 있는 스포츠가 바로 축구이기에 그렇게 사랑받는것이 아닌지...

 

4년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축구의 시간이 다시금 찾아왔다.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만 들어도 아직까지 가슴이 설레는 2002년도의 열광! 꽤 괜찮은 성적을 거두고도 원정 16강의 꿈을 이루지못해 좌절하고 말았던 독일 월드컵에서의 안타까움을 뒤로하고 미지의 대륙, 아프리카에서의 첫 월드컵은 우리에게 또 다른 '꿈'을 전해주기 위해서 팡파레를 울리고 있다. 무더위를 이기고, 온 나라를 하나로 만들어주는, '축구'란 스포츠만이 선물할 수 있는 '매력과 열정'이 또 다시 우리 앞에 놓여있다.

 

'어떤 사람들은 축구를 생사가 걸린 문제라고 여긴다. 나는 이런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다시 말하지만, 축구는 그보다 훨씬 중요한 일이다.' - P. 507, 빌 생클리 前 리버풀 감독 -

 

<축구란 무엇인가>를 펼쳐든 것은 남아프리카 공화국 월드컵이 개막되기 일주일 전이었다. 앞서 말했듯이 축구만큼 쉬운 룰을 가진 스포츠가 없을 만큼 간단하고 재밌는 종목이지만 축구에 대한 '깊이와 숨겨진 이야기'는 그 어떤 스포츠를 능가할 만큼 거대하다. 이 책은 3부에 걸쳐 축구에 대한 깊은 이야기들을 풀어내는데 축구에서 가장 어려운? 룰 오프사이드 규칙을 비롯해 시스템, 팀, 골과 스타디움에 대한 다양한 정보들을 독자들에게 전해준다. 2부에서는 축구가 가진 오래된 역사를 왕과 교황, 청교도와 종교개혁자, 관중과 저널리스트 등 대표되고 대비되는 인물들을 통해 재밌게 그려내고 있다.

 

축구가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마지막 3부에서 이야기된다. 전쟁과 상징, 미디어, 신앙 등 다양한 이야기와 어우러진 '축구' 란 스포츠, 축구가 던져주는 삶의, 일상에서의 의미를 새삼 특별하게 느껴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부록에서는 최초의 축구 발명자들 중국 등 축구의 기원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우리가 알지 못하던 숨겨진 축구의 역사를 전해준다. 600페이지가 넘는 무거운 책속에 담긴 무게를 넘어선 깊이 있는 축구이야기들이 축구매니아를 비롯해, 축구를 더 알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더 매혹적인 축구이야기를 선물하고 있다.



사실 축구가 무한한 매력을 가진 스포츠이긴 하지만 월드컵 때마다 반복되는 축구의 지나친 상업주의는 사람들의 빈축을 사기에 충분해보인다. 국내에서도 모 방송사의 독점 중계로 야기되었던 방송사간의 갈등은 이를 시청하는 시청자들의 피해로 이어지는 등 상업성에 입각한 현대 축구가 나아가는 길은 새삼 축구가 가진 순수와 열정을 퇴색시키기도 한다. 축구라는 스포츠가 나아갈 길, 세계인의 놀이가 된 축구가 더 사랑받고 더 오랜시간 매혹적인 스포츠로 인정받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책속에서 들려오는 조언들에 잠시 귀를 귀울여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축구가 성공의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계속 '의미'를 만들어야 한다고 암시했다. 이때 '의미'는 두 가지를 뜻한다. 그것은 사람들이 그것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것이고, 자신이 이해하는 것을 '경험'하는 것이다." - P. 591 -

 

지나친 상업성에도 불구하고 축구가 가지는 의미는 이 책속에서 보여지듯 단순한 '의미'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게 된다. 단순히 스포츠를 넘어서 다양한 분야에서, 혹은 개개인이 가진 '꿈', '희망'이라는 의미로 대변되는 '축구'라는 스포츠는 이제 우리 삶의 일부분으로 당당하게 자리잡고 있다. <축구란 무엇인가>는 축구에 대해, 축구를 알기 쉽게 풀어 쓴 책이긴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독자들 마음속에 있는 축구란 스포츠가 가지는 의미를 일깨워보는 시간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당신에게 축구란 어떤 의미인가?'

 

오래전 시간속에 묻혀있던 축구 경기들을 눈앞에 불러다 놓고, 축구와 관계된 사람들, 감독, 선수들의 축구에 대한 매력적인 이야기들을 풀어 놓고, 축구가 가진 본질과 의미를, 축구가 앞으로 나아갈 길을 전해주기도 하는 이 책 <축구란 무엇인가>는 '축구에 관한 최고의 책' 이라는 찬사가 전혀 어색하지 않을 만큼 매력적인 작품이다.

 

축구는 '축제(祝祭, Festival)'다!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세계인의 놀이가 되었고, 둥근 공 하나로 종교적, 이념적 이데올로기들은 잠시 제쳐두고 하나가 되는 시간, 힘겨운 현실에 아파하는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이 되어주는 축구라는 이름! 하나가 되고 함께 하고 손을 맞잡을 수 있는 매혹이 되는 스포츠 축구! 축구는 그렇에 전 세계인의 축제가 된다. <축구란 무엇인가>는 그렇게 축구의 역사를, 시간을 통해 축구가 가진 의미와 축구의 미래를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그리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월드컵이라는 축구 축제를 어떻게 즐겨야 하는지도 들려준다. 그렇게 축구는 우리의 삶이고 일상임을 이 책을 통해서 새삼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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