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백과사전 - 광수의 뿔난 생각
박광수 글.그림 / 홍익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만화 '광수생각'은 독특한 발상과 꾸미지 않은 솔직함, 발칙하면서도 우리 사회의 모습을 풍자해서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몇 칸 되지 않는 짧은 만화속에 그 어떤 장편 소설도 담지 못 할 깊이와 재미를 동시에 전해준, 당시로서는 정말 혁신적인 작품이었다.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단순한 웃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랑의 아픔, 가족애,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그의 펜끝은 웃음과 더불어 감동이 되어 가슴에 와닿았다.

 

작가 박광수는 '광수생각'에 이어 2009년 말 '해피엔딩'이란 작품을 통해서 기존의 조금은 가벼운 모습을 벗고 '죽음'을 통한 '삶'에 무게를 둔 작품으로 우리를 찾아왔다. 그의 전매 특허인 만화보다 사진에 더 무게를 둔 이 작품으로 다시한번 가볍지만은 않은 작가, 조금은 독특하고 특별한 작가 박광수의 모습을 인상지을 수 있기도 했다. 그리고 2010년 그는 예전의 그 발칙함으로 다시 우리를 찾아온다. 광수의 뿔난 생각 '악마의 백과사전'이란 이름을 들고...

 

<악마의 백과사전>은 말 그대로 백과사전의 모습을 닮았다. 우리말 'ㄱ'에서 'ㅎ'에 이르기까지 작가의 독특한 생각과 의견이 담긴 단어들에 대해 사전적 해석과 함께 작가 자신의 시선에 비친 단어의 의미를 끄집어 낸다. 조금은 악동같은 이미지의 '악마의 속삭임'을 통해 이야기가 시작된다. '코를 파고 있는데 평소 좋아하던 이성과 눈이 마주쳤다'와 같은 엉뚱한 질문과 대답으로 시작된이야기는 'ㄱ'의 '가난'을 시작으로 뿔난 광수생각을 펼쳐놓는다.

 

책(冊) - [명사] 종이를 여러장 묶어 만든 물건...

광수생각 - 글자를 깨알같이 수놓은 수면제. 그 밖에도 베개, 라면냄비 받침대, 화가날때 돌맹이나 야구공 대신, 처음 만난 여인에게는 유식함을 나타내는 액세서리로, 아무튼 종이로 만든 것중에서 가장 용도가 다양한 물건이다. 하지만 역시 참삶의 길을 묻는 자에게 지혜를 가르쳐주는 책의 본래 목적으로 사용할 때 제일 좋은 것.

 

기발한 상상, 상식을 뛰어넘는 솔직함과 엉뚱함이 역시 작가만의 매력이다. '책'이라는 단어가 가진 의미를 저렇게 솔직 담백하게 기술할 수 있을까? 이 단어는 시작에 불과하다. 미덕, 동창화, 걸레, 낚시, 로또... 배꼽을 잡게하는 단어들이 즐비하게 백과 사전에 담겨져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해냈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면 아마도 '박광수'의 작품이 아닐것이다. 단어들 사이사이를 채우는, 단어와 연관된 광수생각 카툰은 오랫만에 색다른 즐거움을 전해준다.



<악마의 백과사전> 속에 단순히 웃음과 재미만 있지는 않다. 예전 광수생각이 그랬듯, 어김없이 빠지지 않는 감동과 삶을 살아갈 여백같은 깊이를 전해준다. 행복이 무엇이고 사랑이 무엇인지, 건망증을 이야기하는 울엄니의 된장찌게를 읽다보면 슬며시 눈물이 고인다. 한참을 웃기다 또 한참을 울리다, 그렇게 웃고 울리는 몇칸에 담긴 이야기들이 살아 숨쉬는 재미와 감동이 백과사전속에 가득하다.

 

행복(幸福) - [명사] 복되고 좋은 운수...

광수생각 - 어떤 과학자에 의해서도 제대로 그 정체가 파악된 적이 없는, 세상에서 가장 난해한 수학문제. 역사상 무수한 사람들이 실체를 알기 위해 노력해왔으나 끝내 본색을 드러내지 않아 지구상 몇 안 남은 숙제가 될 확률이 크다. 

 

'나는 인생이 끝나는 순간에,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하리라는 걸 알고 있다. "젠장 더 깊이 생각하고, 더 많이 행동할 걸...."' - 다이아나 폰 웰라네츠

 

'젠장 더 깊이 생각하고 더 많이 행동할 걸' ... 하는 글이 이 책 맨 마지막에 쓰여져 있다. 아마도 작가가 이 책 <악마의 백과사전>을 통해 독자들에게 건네고 싶었던 메세지가 이 말속에 담겨져 있지 않을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단어들, 그리고 그 단어들이 적절하게 사용될 상황들을 재구성 함으로써 바쁘다는 핑계로 우리가 잊고 사는 것이 무엇인지, 놓치고 흘려보내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는 시간을 선물받는다는 느낌이 든다.

 

그저 단순히 웃고 즐겨도 좋다. 읽다보면 느껴질 가슴 뭉클함과 다른 책에서는 절대 흉내내지 못할 작가 박광수만의 독특한 매력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을것이다. 악마가 건네주는 '더 늦기전에 해야 할, 해봐야 할 수많은 단어들을 하나하나 조심스레 생각하고 느껴보는 시간을 많은 사람들이 갖기를 기대해본다. 광수가 왜 뿔이 났는지는 알 수 없지만, 기존의 고정관념을 던져버리고 더 깊이 생각하고 더 많이 행동하게 하는 감동과 특별한 메세지를 전해준다는 사실 만큼은 확실한것 같다. 모두 두손을 높이들어 그 특별함과 함께 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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