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베리의 마녀들 원더그라운드
존 코널리 지음, 문은실 옮김 / 오픈하우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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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것들의 책] 을 통해서 '존 코널리'란 이름을 처음 마주하게 되었다. 2008년 말쯤으로 기억되는데... 독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던 이 작품을 미쳐 읽어보지 못하고 외국에 나갈 일이 있었다. 그 곳에서 잠시 들른 작은 서점에 놓여있던 책들 중 유독 시선을 끌던 작품이 바로 이 책이었다. 읽지 못한 아쉬움 때문이었을까? 그렇게 이 책을 덥썩 집어들었다. 얼마후 국내에 돌아와서 같은 책을 하나더 구입했다. 한 소년의 성장과정속에서 현실과 환상이 뒤섞이고 책임감과 사랑, 슬픔과 인내, 두려움과 용기...를 배워간다는 이 작품. 존 코널리가 펼쳐놓은 상상과 환상으로 수놓아진 세계, 그 세계속에 그가 담고자 하는 인생의 교훈은 읽는 이들의 가슴속에 오래도록 간직 될, 정말 특별한 작품으로 기억되었을 것이다.

 

2010년 '공포' 라는 이름으로 다가온 존 코널리!

오늘 다시금 그의 이름과 마주한다. 이전 그의 작품과는 조금은 다른 장르인 '공포'라는 소재와 함께. <언더베리의 마녀들>은 존 코널리의 중단편 소설집이다. 스무편으로 구성된 이 소설집에서, 단 한편이었지만 존 코널리라는 이름에 새겨진 그 특별한 느낌이 또 다른 색다름으로 다가온다. 전직 경찰관인 찰리 파커 시리즈를 통해서 그가 이름을 세상에 알렸다지만 아직 그를 만나보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그리고 이 시리즈를 벗어난 스릴러 한편과 드디어 이 작품 <언더베리의 마녀들>을 통해서 그는 짧은 글 속에도 그만의 색다른 느낌들을 담아내기에 이른다.

 

표제작 '언더베리의 마녀들'과 더불어 '얼킹', '새로운 딸', '반사되는 눈' 등 중단편집속에 단순히 공포라고만 표현할 수 없는 다양한 장르와 느낌들을 담아내고 있다. 공포 스릴러라는 장르가 가진 단순한 한계를 넘어 보이는 것에 국한한것이 아닌 내면의, 혹은 무의식속 잠죄된 공포를 작가는 이끌어낸다. 유괴를 다룬 범죄 추리물이 있는가 하면, 상상과 판타지의 세계를 접목한 공포도 자리한다. 초자연적 공포속에 눈으로는 볼 수 없는 마음속 공포가 독자들을 무서움과 두려움!으로 휘감는다.

 



 

그의 작품을 많이 만나보지는 않았지만 그의 문체는 참 부드럽다는 느낌을 갖게된다. 부드럽다는 표현이 어울릴지는 모르겠지만, 공포라는 소재를 가지고 유연하고 섬세하게 그려낸 오감을 자극하는 내용들, 사실적인 표현들속에 거부감이 들지 않는 자연스러움이 묻어난다. 단편 소설집을 읽는 즐거움, 그것은 바로 하나의 일관된 주제속에 각각의 또 다른 이야기들이 들려주는 조금은 색다른 맛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것 같다. 공포라는 커다란 틀속에 담겨진 판타지, 추리, 심리 스릴러... 등 다양한 맛을 이 책 <언더베리의 마녀들>들은 담아내고 있다.

 

'단순한 탐정소설보다 으스스하며 걸쭉하다' 라는 찬사를 보낸 인디펜던트지의 찬사가 <언더베리의 마녀들>을 가장 잘 나타낸 표현인듯 하다. 국내산 귀신이나 해외의 뱀파이어, 좀비라는 특정한 형체를 가진 것들을 통해 느끼는 공포를 넘어 보이지 않는 귀물들?이 뿜어내는 심연의 공포가 바로 존 코널리만이 이끌어낼 수 있는 특별한 공포의 세계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 속에서 발견하는 인간이 가진 끝없는 탐욕과 죄의식들이 공포라는 소재를 더욱 오싹하고 스산하게 만든다.

 

'신화가 있고, 현실이란 게 있다. 하나는 우리가 말하는 것이고, 하나는 우리가 숨기는 것이다. 우리는 괴물들을 창조하고, 괴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생에서 가장 끔찍한 것과 마주쳤을 때 우리를 안내해주는 교훈이 있기를 희망한다. 우리가 만들어낸 공포에 이름을 부여해주고, 우리 자신이 직접 창조해낸 것보다 나쁜 것은 그 무엇도 마주치지 않기를 기도하는 것이다.' - P. 12 , [얼킹] 중에서 -

 

존 코널리의 삶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다양했던 그의 인생 경험이 그의 작품속에서 어떤 식으로 녹아들어 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일본 추리소설을 즐겨 읽는 편이다. 그들중 사회파 추리소설속에 담긴 사회, 혹은 독자들에게 던지는 메세지가 참 마음에든다. 존 코널리, 그의 이 단편집 속에서도 그런 다양한 메세지가 언듯 내비쳐진다. 단순한 공포를 넘어 내면에 잠재된 두려움을 이끌어내고 인간들에게 던지는 그의 날카로운 메세지가 이 작품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든다. '감염과 중독의 감각을 사포로 문지르듯 갉아대며 우리 스스로 만들어낸 괴물들과 대면하게 만든다.'는 옮긴이의 표현에 깊은 공감을 표하며, 무더운 여름을 조금은 쉽게 이겨내고 싶은 독자들에게 존 코널리의 작품과 만나길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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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포 1
라파엘 아발로스 지음, 신윤경 옮김 / 문학수첩 리틀북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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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포> 라는 조금 낯선 제목보다는 표지에 보이는 자신의 꼬리를 삼킬듯 물고 있는 용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그 모습은 한 편의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바로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그 왕의 반지의 모습이다. 표지에 보이는 이 상징은 '우로보스' 라 불린다. 우로보스는 바로 연금술사들을 나타내는 상징이다. 연금술사, 비금속을 황금으로 바꾸는 일종의 주술적인 성격을 띄는 이 사람들과 그들의 시대가 아마도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것 같다. '우로보스'로 한껏 이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킨 <그림포>. 이제 이 책속에 어떤 즐거움이 있을지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기나긴 모험에 발을 내딛어본다.

 

이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그림포>는 한 소년의 이름이다. 수도원에 의탁해 살아가던 소년 그림포, 안개가 자욱하던 어느날 한 남자의 시체를 발견하게 되고 그의 조력자인 덜립에게 이 사실을 알리게 된다. 죽은 남자의 손에 쥐어진 아몬드 크기의 작은 돌을 그림포에게 간직하라고 하는 덜립. 단순한 부적으로만 생각했던 작은 돌, 하지만 덜립은 그 돌이 이제부터 그림포의 운명을 결정짓게 될 거라는 알듯 모를듯한 말은 더한다. 그렇게 그림포와 '철학자의 돌'은 운명처럼 만나게된다. 그리고 그림포의 기나긴 모험이 시작된다.

 

이 작품의 배경은 14세기 중세 유럽을 그리고 있다. 마법사, 연금술, 악마라는 단어들이 통용되는 환상과 마법의 세계가 이끄는 공간에서 이 이야기는 시작된다. 우연처럼 만난 '철학자의 돌'로 인해 그림포는 특별한 능력들을 발휘하게 된다. 다양한 언어들을 쉽게 읽고 배우는 능력이 생기고 이상한 기호들을 해독하는 능력이 생기기도 한다. 또 이 돌은 그림포를 운명처럼 어디론가 이끌고 있었다. 기사와의 만남을 통래 운명의 돌이 이끄는 길을 함께 떠나게된 그림포. 선택된 자, 그리고 그에게 주어진 길. 그림포의 모험을 그렇게 운명처럼 다가온다.

 

<반지의 제왕>을 떠올리게 만드는 책 표지, 그리고 <해리포터>를 연상시키는 분위기와 마법, <다빈치코드>에서 보여지던 애너그램과 기호들을 풀어가는 재미가 이 책속에는 골고루 담겨져 있다. 중세 유럽하면 떠오르는 사회적 분위기와 약간은 호기심 가득한 상상의 공간이 책을 수놓는다. 탬플 기사단이나 십자군 원정과 같은 역사적 사실속에 철학자의 돌과 연금술, 애너그램과 갖가지 수수께끼 같은 기호들이 뿜어내는 허구와 상상의 즐거운 환상 모험이 독자들을 즐거움으로 이끈다.



 

중세를 배경으로 하는 해외 판타지 모험소설을 읽는 독자들에게 가장 부담스러운 한가지는 바로 낯선 배경들과 수없이 등장하는 인물들일 것이다. 물론 이 작품도 많은 등장인물들이 나오지만 다른 작품들과 비교해 그 숫자도 많지 않고 책의 몰입을 방해할 범위를 벗어나지는 않는다. 익숙한 역사적 사실들, 그나마 다소 낯익어 보이는 프랑스의 지명들이 책을 넘기는데 별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다행스럽게도...

 

'죽음이란 그저 영원히 고요한 꿈을 꾸는 건지도 몰라'

기사의 죽음을 보고 느낀 그림포의 생각처럼 이 소설은 모험과 판타지를 꿈꾸면서도 세상을 통해 배우는 한 소년이 성장해가는 모습을 그려내기도 한다. 일정한 틀에 얽매여 세상은 이렇고 저렇고 하는 교훈과 가르침으로 일관된 책들과 비교해 이 작품은 풍부한 상상력과 재미를 전해주면서도 아이들의 마음속에 무의식적으로 다가오는 삶의 가르침과 지혜를 선물해주고 있는 것이다.

 

'내 말을 들어라, 이 땅의 의심 많은 사람들이여, ... 이 이야기는 아름다울 뿐 아니라 사실이니. 위대함을 향해 문을 열고 통찰력을 고양하라. 그리고 상상력이 이끄는 대로 나아가라. 비열함과 기만을 버리고, 별 가운데 솟아오른 성을 향해서...' - 2권 3부 P. 305 -

 

더불어 책의 마지막에 들려오는 이 말은 꿈과 상상을 잃고 살아가는 아이들에 대한, 혹은 어른들에게 던지는 메세지가 될 것 같다. '비열함과 기만을 버리고 상상력이 이끄는 대로 나아가라' 라는, 우리 시대 현실에 너무 얽매여 사는 어른들과 아이들 모두에게 던지는 이 마지막 말이 오래도록 마음속에 메아리 친다. 새로운 한편의 작품은 찬사를 받았던 기존의 작품들과 비교하게 되기 마련이다. <그림포> 역시 다른 많은 작품들과 비교되고 있지만 이 작품만의 색깔과 그 속에 담긴 메세지를 독자들은 책을 내려놓을 때쯤 발견하게 될 것이다.

 

현자의 비밀을 풀어가는 환상적인 모험! 천문학, 연금술, 암호와 기호가 가진 다양한 수수께끼... 아이들을 위한 작품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어른들이 읽어도 무리가 없는 지적 즐거움들이 책속에 가득하다. 어린 소년의 시선속에 비친 삶과 자연의 신비, 그리고 지혜속에서 어른들도 간과할 수 없는 순수함과 특별한 매력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무한한 상상력을 가능케하며 '철학자의 돌'속에 담긴 특별한 가치와 지혜가 색다른 재미와 함께 독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만든다. <그림포>의 매력은, 그 장르적 특성과 더불어 작은 돌에서 찾는 삶의 지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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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
마리오 리딩 지음, 김지현 옮김 / 비채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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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류의 탄생과 함께, 지구라는 이 녹색별에 인류가 살아온 이후 가장 오래된, 그리고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는 이슈 혹은 인류의 관심은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지구멸망, '종말론'이라는 이슈가 아닐까 생각된다. 2010년은 특히 영화를 비롯해 각종 매체들이 쏟아내는 종말론으로 씨끌벅적하다. 2012년 지구멸망의 증거로 제시되는 고대 마야인들의 달력이나, 과학자들이 예측하는 소행성과의 충돌, 혹은 태양폭풍설과 같은 시나리오와 함께 세인들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것이 바로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이다.

 

<예언>은 누구나에게 익숙한 이름 노스트라다무스라는 철학자이자 예언가의 유실된 사행시를 주요 소재로 삼고있다. 노스트라다무스가 남겼다는 1000편의 예언시, 하지만 지금은 사라지고 존재하지 않는 58편의 행방이 어떻게 되었는지, 그 속에는 어떤 내용들이 숨겨져 있는지를 쫓아가는 미스터리 스릴러이다. 노스트라다무스의 사라진 예언을 가지고 있다는 집시 청년 바벨, 그리고 그 예언을 찾으려는 사람들간의 쫓고 쫓기는 이야기들이 숨막힐듯 긴박하게 이어진다.

 

미국출신 소설가 애덤 사비르에게 노스트라다무스의 사라졌던 사행시를 거래하자는 집시 청년 바벨. 하지만 그는 사라진 예언을 찾는 비밀결사 에이커 베일에게 죽음을 당하게 되고.... 에덤 사비르와 그의 일행(욜라와 알렉시)은 프랑스 외인부대 출신의 잔혹한 킬러 에이커 베일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고 만다. 또한 사건의 범인으로 수배되어 칼크 경감에게도 쫓기는 신세가 되어버린다. 쫓는 자와 쫓기는 자, 그리고 그들이 공통적으로 찾으려고 하는 노스트라 다무스의 사라진 예언시, 그 사라진 <예언>을 중심으로 모여드는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스릴넘치는 액션과 모험이 한편의 영화를 보듯 숨쉴틈 없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예언>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노스트라다무스 연구가인 '마리오 리딩'의 작품이다. 프랑스와 독일 문학을 공부하고 세계 곳곳을 누비며 각지의 예언을 연구하기도 했다고 한다. 예언과 관련된 다양한 작품을 통해 그의 관심이 무엇이고 어느 정도인지를 엿볼 수 있는데, 이 작품은 그가 집필한 '노스트라다무스 3부작'의 시작이기도 하다. 다양한 나라들의 예언에 관심을 갖고, 이들의 다양한 문화들을 접한 작가의 경험은 이 책의 배경이되는 스페인과 프랑스에 대한 세부적이고 디테일한 묘사속에 잘 드러난다.

 



 

더더욱 작가의 이런 경험과 소설을 위한 사전 준비는 애덤 사비르와 함께하는 집시 욜라와 알렉시의 모습들, 프랑스 마누슈 집시 부족의 풍습과 문화, 삶을 통해서도 자세하게 드러난다. 또한 코퍼스 말레피쿠스와 같은 비밀결사에 대한 부분이나 노스트라다무스의 사라진 예언시에 대한 깊이 있는 그의 연구는 진실과 허구를 넘나들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혼동스럽게 만들기까지한다. 단순히 그가 가진 전문지식을 나열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속에 모든것을 녹여내 독자들이 작품속에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을 발산한다.

 

억울하게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되면서 쫓고 쫓기는 주인공들. 숨막히는 추격전속에 그들을 뒤따라가다 보면 그들 앞에 놓인 다양한 수수께끼들을 만나게 된다. 애너그램과 거울문자를 통해 단서를 풀어가며 사라진 예언시의 행방을 쫓는 주인공들, 독자들은 어느새 그들과 하나가되어 강렬한 끌림속에 소설속에 몰입하게 된다. 지적인 재미! 단순한 액션을 넘어 지적 즐거움이 마리오 리딩의 이 미스터리 스릴러가 가져다주는 특별한 매력이다.

 

<예언> 빠른 이야기 전개와 한편의 영화속에서 튀어나온듯한 매력적인 캐릭터들,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 이라는 독특한 소재, 실제와 허구가 공존하는 디테일한 묘사에 이르기까지 무엇하나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 독자들의 손에서 책을 내려놓을 수 없게 만든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 '예언'이 담아내는 반전과 충격적인 결말에 독자들은 또 한번 그의 이름, 마리오 리딩을 연호하게 될것이다.

 

'다른 건 쓰여 있지 않았어. 욜라. 일어날 일은 일어날 거야. 주사위는 던져졌고, 미래는 오로지 별들에만 쓰여있어.' - P. 504 -

 

이 작품은 단순히 오래전 사라진 <예언>을 쫓는 재미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아보인다. 매번 제기되는 종말론들에 불안해하고 걱정하면서도 현대인들이 놓치고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인간의 본질은 무엇인지 다시한번 고민하고 되새기는, 재미와는 또다른 주제가 깊이있는 여운을 전해주기도 한다. 사비르의 저 마지막 말이 오래도록 귓가에 울린다. 작가의 전문적 지식을 통해 단순한 나열이 아닌 살아 숨쉬는 특별한 역사의 시간을 선물받은 느낌이다. <예언>의 충격이 벗어나기전 마리오 리딩이 전해줄 다음 이야기가 찾아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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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
생 텍쥐페리 지음, 북타임 편집부 옮김 / 북타임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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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들인다'는게 뭐지? 너는 나에게 이세상에 단 하나뿐인 존재가 되는거고, 나도 너에게 세상에 하나뿐인 유일한 존재가 되는거야...
 

 

'길들인다'는 의미를 처음 내게 알려준 어린왕자의 음성이 아직도 선명게 들리는 듯하다. 어린왕자를 처음 만난건 오래전 학창시절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자세히 언제쯤인지는 말하기 힘들지만... 그리고 최근 그를 만난건 2년전 이맘때 즈음인것 같다. 일러스트가 너무 예뻤던 인디고의 책속에서 말이다. 그리고 오랫만에 만난 그와의 감회를 짧은 글로 남겼었다. http://blog.naver.com/easlle2/70031320312 

 

그리고 오늘 오래전 그를 다시 만난다. <어린왕자>라는 그가 가진 변하지 않는 이름, 그가 입은 망토와 어린왕자의 장미도, 그의 친구인 여우도 여전히 예전 모습 그대로다. 다만 변해버린 건, 세상과 나 자신뿐인것 같다. 그래서 오래된 친구가 좋다는 것인가. 꼬맹이 어린왕자를 만나지만 사실 그의 나이는 나의 나이보다 2배는 많다. 하지만 영원한 어린왕자로서, 나의 친구로서 그는 내 곁을 지켜준다. 그는 항상 친구라하지만 세상에 찌는 나는 그를 가끔 친구라 부른다.

 

'내 비밀은 이런거야. 매우 간단한 거지. 오로지 마음으로 보아야만 정확하게 볼 수 있다는 거야.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는 보이지 않는 법이야.'

 

<어린왕자>는 만날때마다 마음을 새롭게 만든다. 이제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만한 <어린왕자>속의 멋진 말들도 그것을 듣는 시간에 따라, 상황에 따라 전혀 새로운 느낌을 전해준다. 눈에 보이는 것을 쫓는 현대인의 덫없는 삶을, 어른이란 이름을 얻으면서 잃어버린 순수한 동심을, 서로에게 길들여지지만 그 길들임속에 따르는 책임이 있다는 것을 놓치고 사는 어른들에게 어린왕자의 목소리는 언제나 순수한 음성으로 들려온다. 그리고 오래도록 가슴속 울림이 된다.

 



"사람들은 이 진리를 잊어버렸어." 여우가 말했다. "하지만 넌 그것을 잊어서는 안돼. 넌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 언제까지나 책임을 져야하는 것야."

 

<어린왕자>는 이렇듯 사막속에서 눈에 잡히지는 않지만 꿈꾸게 만드는 희망이라는 삶의 가치를 찾고, 때묻은 어른들의 맘을 깨끗히 닦아주며 순수함을 일깨우고, 서로에게 길들이고 책임질줄 아는 행동의 소중함을 깨닫게 한다. 이 작은 책속에 담긴 수없이 많은 명언들이 어린왕자의 웃음속에 물들어 가슴에 깊숙히 진하게 새겨진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뭔지 아니?" "흠, 글쎄요. 돈버는일? 밥먹는일?"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란다."

 

샘을 숨기고 있어 아름다운 사막, 그 아프리카 사막에서 어린왕자를 만난다. 얼마전 끝나버린 남아프리카 공화국 월드컵 경기를 어린왕자는 지켜봤을까? 자신의 홈그라운드에서 공을 가지고 사막을 달리는 어린왕자의 모습을 떠오르면 왠지 웃음이 나온다. 삶에 지치고 힘들때, 비겁과 시기가 넘치는 이 사회를 걸어가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안타까울때, 왠지 친구 하나 없이 외롭다고 느껴질때... 나는 <어린왕자>에게 '친구~'하며 말을 걸곤한다. 친구 잘 있었어? ^^

 

중요한 것은 결코 눈에 보이지 않는다. 지금 당신의 눈에는 '어린 왕자'의 모습이 보이는가? 어린왕자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면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을 닮은 모자를 바라보면 될 것이다. 2년전 그와 만남을 가졌을때에도 이런 질문과 함께 <어린왕자>에 대한 느낌을 마무리했었다. 이번에도 같은 질문으로 끝맺음을 해야 할 것 같다. 사막에서, 아니 어디에서건 어린왕자를 혹시 만난다면 한가지 물어보고 싶은 말이 있다. 얘? 도대체 넌 이름이 뭐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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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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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추리, SF판타지 소설에 대한 관심은 지금까지 전혀 느껴보지 못한 상상과 추리의 세계가 전해주는 매력때문일 것이다.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전혀 새로운 장소에서 나를 알지 못하는 낯선 땅에서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인 여행의 매력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잘 모르는 전문적인 분야를 다룬 소설 또한 이것들과 같은 맥락을 따른다. 새로운 경험을 가능케하는, 소설속 주인공과 함께 걸으며 그들의 세상을 들여다보는 즐거움, <쓰리>를 통해 '소매치기'라는 직업?을 가진 한 남자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쓰리>, 한자로는 도모(掏)라고 쓰여지는데 일본어로는 '쓰리'라 읽히고 소매치기 [pickpocket] 를 의미한다. 처음 이 작품을 집어들고 제목에 대한 궁금증이 일기도 했다. 소위 우리가 말하는 '쓰리'가 바로 훔치다는 의미의 일본어였다는 것을 그제서야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제목속에는 '소매치기'라는 단순 의미만 담겨져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책을 읽고 나서 그 속에 담긴 숨겨진 의미가 무엇인지 깨닫게 될지도 모르겠다.

 

천재 소매치기 니시무라, 그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부자들의 주머니만을 노리는 조금은 양심적인? 소매치기 니시무라에게 다가온 악의를 가진 남자 기자키의 거절할 수 없는 제안! 그의 친구 이시카와의 죽음, 오랜 연인인 사에코와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아이의 엄마의 어린 남자아이... 그리고 마지막에 니시무라에게 다가오는 어둠의 그림자... 소매치기라는 소재를 통해 작가는 소매치기의 순간 순간과 인물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한다. 긴박한 상황과 숨막힐 듯한 순간이 작가는 펜끝에서 살아 숨쉬듯 깨어난다.

 

이 작품은 제4회 오에 겐자부로 상 수상작이라고 한다. <쓰리>는 만화같은 표지에 독특한 제목을 가진 작품이기에 손에 들게 된 작품이기도 하지만 오에 겐자부로 상 수상이라는 수식때문에 궁금하고 만나고 싶었던 작품이기도 했다. 소매치기라는 소재를 작가가 그의 분신이 된 듯 소설을 썼다는 작가의 말을 통해서 그가 얼마나 심혈을 기울인 작품인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조금 아쉬운 부분도 엿보인다. 약간은 느슨해보이는 구성과 틀에 박힌듯 보이는 설정이 바로 그것이다.

 



'네가 만일 악에 물들고 싶다면 결코 선을 잊어선 안돼'

니시무라와 기자키와 얽힌 관계와 더불어 시선을 끄는 것은 어린 남자아이를 바라보는 니시무라의 시선이다. 아이 엄마의 무모하고 무책임한 행동을 통해 자신의 과거을 읽게 되는 니시무라. 부자만 노리는 소매치기, 그러면서도 성추행당하는 여학생을 구해주기도 하고, 아이를 구하기위해 자신의 모든걸 내어 놓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이 세상에 절대악이란 것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앞서 언급했듯 이 책 제목이 가지는 의미는 다양하게 느껴진다. 소매치기라는 의미와 더불어 숫자 '3'의 의미를 담기도 한다. 소매치기에게 필요한 세가지를 이야기하기도 하고 니시무라를 비롯해 기자키, 그리고 어린아이를 연결하는 세 명의 인물들을 이야기하는 것 같기도 하다. 또한 기자키가 제안한 세가지 일거리... 이 모두가 이 제목이 담고 있는 의미는 아닐까. 모든 이들에게 주어져있는 '운명'이라는 굴레. 단순히 이용만 당하고 버려지는 운명, 오늘도 그 쳇바퀴를 돌아가는 우리의 삶이 니시무라의 이야기속에 고스란히 그려지는 듯해 씁쓸하기만하다.   

 

'사실 참 아름다워. 그건 인생의, 이 세상의 아름다움 중의 하나야. 하지만 우리는 그 아름다움을 이용해서 우리의 목적을 달성하지. 사람들이 불꽃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있을 때, 우리만은 그 아름다움을 보는 대신 그들의 주머니를 보고 있어. 그게 좀 뭐랄까....지겨웠어.' - P. 38 -

 

독특한 소재, 그 속에 담아낸 인생과 운명이라는 감동과 메세지, 매력적인 캐릭터... 처음 접한 나카무라 후미노리의 작품속 주인공 니시무라의 모습이 왠지 그를 닮아 있는듯 느껴진다. 작가 자신도 이 작품에 상당한 애정이 간다고 말한다. 재미와 더불어 오에 겐자부로 상 수상이라는 문학적 가치까지 인정받은 이 작품이 국내에서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지 않을까. 가벼우면서도 어느정도 깊이와 문학적 가치를 지닌 이 작품이 조금씩 내 마음을 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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