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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베리의 마녀들 ㅣ 원더그라운드
존 코널리 지음, 문은실 옮김 / 오픈하우스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잃어버린 것들의 책] 을 통해서 '존 코널리'란 이름을 처음 마주하게 되었다. 2008년 말쯤으로 기억되는데... 독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던 이 작품을 미쳐 읽어보지 못하고 외국에 나갈 일이 있었다. 그 곳에서 잠시 들른 작은 서점에 놓여있던 책들 중 유독 시선을 끌던 작품이 바로 이 책이었다. 읽지 못한 아쉬움 때문이었을까? 그렇게 이 책을 덥썩 집어들었다. 얼마후 국내에 돌아와서 같은 책을 하나더 구입했다. 한 소년의 성장과정속에서 현실과 환상이 뒤섞이고 책임감과 사랑, 슬픔과 인내, 두려움과 용기...를 배워간다는 이 작품. 존 코널리가 펼쳐놓은 상상과 환상으로 수놓아진 세계, 그 세계속에 그가 담고자 하는 인생의 교훈은 읽는 이들의 가슴속에 오래도록 간직 될, 정말 특별한 작품으로 기억되었을 것이다.
2010년 '공포' 라는 이름으로 다가온 존 코널리!
오늘 다시금 그의 이름과 마주한다. 이전 그의 작품과는 조금은 다른 장르인 '공포'라는 소재와 함께. <언더베리의 마녀들>은 존 코널리의 중단편 소설집이다. 스무편으로 구성된 이 소설집에서, 단 한편이었지만 존 코널리라는 이름에 새겨진 그 특별한 느낌이 또 다른 색다름으로 다가온다. 전직 경찰관인 찰리 파커 시리즈를 통해서 그가 이름을 세상에 알렸다지만 아직 그를 만나보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그리고 이 시리즈를 벗어난 스릴러 한편과 드디어 이 작품 <언더베리의 마녀들>을 통해서 그는 짧은 글 속에도 그만의 색다른 느낌들을 담아내기에 이른다.
표제작 '언더베리의 마녀들'과 더불어 '얼킹', '새로운 딸', '반사되는 눈' 등 중단편집속에 단순히 공포라고만 표현할 수 없는 다양한 장르와 느낌들을 담아내고 있다. 공포 스릴러라는 장르가 가진 단순한 한계를 넘어 보이는 것에 국한한것이 아닌 내면의, 혹은 무의식속 잠죄된 공포를 작가는 이끌어낸다. 유괴를 다룬 범죄 추리물이 있는가 하면, 상상과 판타지의 세계를 접목한 공포도 자리한다. 초자연적 공포속에 눈으로는 볼 수 없는 마음속 공포가 독자들을 무서움과 두려움!으로 휘감는다.

그의 작품을 많이 만나보지는 않았지만 그의 문체는 참 부드럽다는 느낌을 갖게된다. 부드럽다는 표현이 어울릴지는 모르겠지만, 공포라는 소재를 가지고 유연하고 섬세하게 그려낸 오감을 자극하는 내용들, 사실적인 표현들속에 거부감이 들지 않는 자연스러움이 묻어난다. 단편 소설집을 읽는 즐거움, 그것은 바로 하나의 일관된 주제속에 각각의 또 다른 이야기들이 들려주는 조금은 색다른 맛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것 같다. 공포라는 커다란 틀속에 담겨진 판타지, 추리, 심리 스릴러... 등 다양한 맛을 이 책 <언더베리의 마녀들>들은 담아내고 있다.
'단순한 탐정소설보다 으스스하며 걸쭉하다' 라는 찬사를 보낸 인디펜던트지의 찬사가 <언더베리의 마녀들>을 가장 잘 나타낸 표현인듯 하다. 국내산 귀신이나 해외의 뱀파이어, 좀비라는 특정한 형체를 가진 것들을 통해 느끼는 공포를 넘어 보이지 않는 귀물들?이 뿜어내는 심연의 공포가 바로 존 코널리만이 이끌어낼 수 있는 특별한 공포의 세계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 속에서 발견하는 인간이 가진 끝없는 탐욕과 죄의식들이 공포라는 소재를 더욱 오싹하고 스산하게 만든다.
'신화가 있고, 현실이란 게 있다. 하나는 우리가 말하는 것이고, 하나는 우리가 숨기는 것이다. 우리는 괴물들을 창조하고, 괴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생에서 가장 끔찍한 것과 마주쳤을 때 우리를 안내해주는 교훈이 있기를 희망한다. 우리가 만들어낸 공포에 이름을 부여해주고, 우리 자신이 직접 창조해낸 것보다 나쁜 것은 그 무엇도 마주치지 않기를 기도하는 것이다.' - P. 12 , [얼킹] 중에서 -
존 코널리의 삶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다양했던 그의 인생 경험이 그의 작품속에서 어떤 식으로 녹아들어 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일본 추리소설을 즐겨 읽는 편이다. 그들중 사회파 추리소설속에 담긴 사회, 혹은 독자들에게 던지는 메세지가 참 마음에든다. 존 코널리, 그의 이 단편집 속에서도 그런 다양한 메세지가 언듯 내비쳐진다. 단순한 공포를 넘어 내면에 잠재된 두려움을 이끌어내고 인간들에게 던지는 그의 날카로운 메세지가 이 작품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든다. '감염과 중독의 감각을 사포로 문지르듯 갉아대며 우리 스스로 만들어낸 괴물들과 대면하게 만든다.'는 옮긴이의 표현에 깊은 공감을 표하며, 무더운 여름을 조금은 쉽게 이겨내고 싶은 독자들에게 존 코널리의 작품과 만나길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