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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
마리오 리딩 지음, 김지현 옮김 / 비채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인류의 탄생과 함께, 지구라는 이 녹색별에 인류가 살아온 이후 가장 오래된, 그리고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는 이슈 혹은 인류의 관심은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지구멸망, '종말론'이라는 이슈가 아닐까 생각된다. 2010년은 특히 영화를 비롯해 각종 매체들이 쏟아내는 종말론으로 씨끌벅적하다. 2012년 지구멸망의 증거로 제시되는 고대 마야인들의 달력이나, 과학자들이 예측하는 소행성과의 충돌, 혹은 태양폭풍설과 같은 시나리오와 함께 세인들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것이 바로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이다.
<예언>은 누구나에게 익숙한 이름 노스트라다무스라는 철학자이자 예언가의 유실된 사행시를 주요 소재로 삼고있다. 노스트라다무스가 남겼다는 1000편의 예언시, 하지만 지금은 사라지고 존재하지 않는 58편의 행방이 어떻게 되었는지, 그 속에는 어떤 내용들이 숨겨져 있는지를 쫓아가는 미스터리 스릴러이다. 노스트라다무스의 사라진 예언을 가지고 있다는 집시 청년 바벨, 그리고 그 예언을 찾으려는 사람들간의 쫓고 쫓기는 이야기들이 숨막힐듯 긴박하게 이어진다.
미국출신 소설가 애덤 사비르에게 노스트라다무스의 사라졌던 사행시를 거래하자는 집시 청년 바벨. 하지만 그는 사라진 예언을 찾는 비밀결사 에이커 베일에게 죽음을 당하게 되고.... 에덤 사비르와 그의 일행(욜라와 알렉시)은 프랑스 외인부대 출신의 잔혹한 킬러 에이커 베일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고 만다. 또한 사건의 범인으로 수배되어 칼크 경감에게도 쫓기는 신세가 되어버린다. 쫓는 자와 쫓기는 자, 그리고 그들이 공통적으로 찾으려고 하는 노스트라 다무스의 사라진 예언시, 그 사라진 <예언>을 중심으로 모여드는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스릴넘치는 액션과 모험이 한편의 영화를 보듯 숨쉴틈 없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예언>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노스트라다무스 연구가인 '마리오 리딩'의 작품이다. 프랑스와 독일 문학을 공부하고 세계 곳곳을 누비며 각지의 예언을 연구하기도 했다고 한다. 예언과 관련된 다양한 작품을 통해 그의 관심이 무엇이고 어느 정도인지를 엿볼 수 있는데, 이 작품은 그가 집필한 '노스트라다무스 3부작'의 시작이기도 하다. 다양한 나라들의 예언에 관심을 갖고, 이들의 다양한 문화들을 접한 작가의 경험은 이 책의 배경이되는 스페인과 프랑스에 대한 세부적이고 디테일한 묘사속에 잘 드러난다.

더더욱 작가의 이런 경험과 소설을 위한 사전 준비는 애덤 사비르와 함께하는 집시 욜라와 알렉시의 모습들, 프랑스 마누슈 집시 부족의 풍습과 문화, 삶을 통해서도 자세하게 드러난다. 또한 코퍼스 말레피쿠스와 같은 비밀결사에 대한 부분이나 노스트라다무스의 사라진 예언시에 대한 깊이 있는 그의 연구는 진실과 허구를 넘나들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혼동스럽게 만들기까지한다. 단순히 그가 가진 전문지식을 나열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속에 모든것을 녹여내 독자들이 작품속에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을 발산한다.
억울하게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되면서 쫓고 쫓기는 주인공들. 숨막히는 추격전속에 그들을 뒤따라가다 보면 그들 앞에 놓인 다양한 수수께끼들을 만나게 된다. 애너그램과 거울문자를 통해 단서를 풀어가며 사라진 예언시의 행방을 쫓는 주인공들, 독자들은 어느새 그들과 하나가되어 강렬한 끌림속에 소설속에 몰입하게 된다. 지적인 재미! 단순한 액션을 넘어 지적 즐거움이 마리오 리딩의 이 미스터리 스릴러가 가져다주는 특별한 매력이다.
<예언> 빠른 이야기 전개와 한편의 영화속에서 튀어나온듯한 매력적인 캐릭터들,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 이라는 독특한 소재, 실제와 허구가 공존하는 디테일한 묘사에 이르기까지 무엇하나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 독자들의 손에서 책을 내려놓을 수 없게 만든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 '예언'이 담아내는 반전과 충격적인 결말에 독자들은 또 한번 그의 이름, 마리오 리딩을 연호하게 될것이다.
'다른 건 쓰여 있지 않았어. 욜라. 일어날 일은 일어날 거야. 주사위는 던져졌고, 미래는 오로지 별들에만 쓰여있어.' - P. 504 -
이 작품은 단순히 오래전 사라진 <예언>을 쫓는 재미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아보인다. 매번 제기되는 종말론들에 불안해하고 걱정하면서도 현대인들이 놓치고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인간의 본질은 무엇인지 다시한번 고민하고 되새기는, 재미와는 또다른 주제가 깊이있는 여운을 전해주기도 한다. 사비르의 저 마지막 말이 오래도록 귓가에 울린다. 작가의 전문적 지식을 통해 단순한 나열이 아닌 살아 숨쉬는 특별한 역사의 시간을 선물받은 느낌이다. <예언>의 충격이 벗어나기전 마리오 리딩이 전해줄 다음 이야기가 찾아오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