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포 1
라파엘 아발로스 지음, 신윤경 옮김 / 문학수첩 리틀북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그림포> 라는 조금 낯선 제목보다는 표지에 보이는 자신의 꼬리를 삼킬듯 물고 있는 용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그 모습은 한 편의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바로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그 왕의 반지의 모습이다. 표지에 보이는 이 상징은 '우로보스' 라 불린다. 우로보스는 바로 연금술사들을 나타내는 상징이다. 연금술사, 비금속을 황금으로 바꾸는 일종의 주술적인 성격을 띄는 이 사람들과 그들의 시대가 아마도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것 같다. '우로보스'로 한껏 이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킨 <그림포>. 이제 이 책속에 어떤 즐거움이 있을지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기나긴 모험에 발을 내딛어본다.

 

이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그림포>는 한 소년의 이름이다. 수도원에 의탁해 살아가던 소년 그림포, 안개가 자욱하던 어느날 한 남자의 시체를 발견하게 되고 그의 조력자인 덜립에게 이 사실을 알리게 된다. 죽은 남자의 손에 쥐어진 아몬드 크기의 작은 돌을 그림포에게 간직하라고 하는 덜립. 단순한 부적으로만 생각했던 작은 돌, 하지만 덜립은 그 돌이 이제부터 그림포의 운명을 결정짓게 될 거라는 알듯 모를듯한 말은 더한다. 그렇게 그림포와 '철학자의 돌'은 운명처럼 만나게된다. 그리고 그림포의 기나긴 모험이 시작된다.

 

이 작품의 배경은 14세기 중세 유럽을 그리고 있다. 마법사, 연금술, 악마라는 단어들이 통용되는 환상과 마법의 세계가 이끄는 공간에서 이 이야기는 시작된다. 우연처럼 만난 '철학자의 돌'로 인해 그림포는 특별한 능력들을 발휘하게 된다. 다양한 언어들을 쉽게 읽고 배우는 능력이 생기고 이상한 기호들을 해독하는 능력이 생기기도 한다. 또 이 돌은 그림포를 운명처럼 어디론가 이끌고 있었다. 기사와의 만남을 통래 운명의 돌이 이끄는 길을 함께 떠나게된 그림포. 선택된 자, 그리고 그에게 주어진 길. 그림포의 모험을 그렇게 운명처럼 다가온다.

 

<반지의 제왕>을 떠올리게 만드는 책 표지, 그리고 <해리포터>를 연상시키는 분위기와 마법, <다빈치코드>에서 보여지던 애너그램과 기호들을 풀어가는 재미가 이 책속에는 골고루 담겨져 있다. 중세 유럽하면 떠오르는 사회적 분위기와 약간은 호기심 가득한 상상의 공간이 책을 수놓는다. 탬플 기사단이나 십자군 원정과 같은 역사적 사실속에 철학자의 돌과 연금술, 애너그램과 갖가지 수수께끼 같은 기호들이 뿜어내는 허구와 상상의 즐거운 환상 모험이 독자들을 즐거움으로 이끈다.



 

중세를 배경으로 하는 해외 판타지 모험소설을 읽는 독자들에게 가장 부담스러운 한가지는 바로 낯선 배경들과 수없이 등장하는 인물들일 것이다. 물론 이 작품도 많은 등장인물들이 나오지만 다른 작품들과 비교해 그 숫자도 많지 않고 책의 몰입을 방해할 범위를 벗어나지는 않는다. 익숙한 역사적 사실들, 그나마 다소 낯익어 보이는 프랑스의 지명들이 책을 넘기는데 별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다행스럽게도...

 

'죽음이란 그저 영원히 고요한 꿈을 꾸는 건지도 몰라'

기사의 죽음을 보고 느낀 그림포의 생각처럼 이 소설은 모험과 판타지를 꿈꾸면서도 세상을 통해 배우는 한 소년이 성장해가는 모습을 그려내기도 한다. 일정한 틀에 얽매여 세상은 이렇고 저렇고 하는 교훈과 가르침으로 일관된 책들과 비교해 이 작품은 풍부한 상상력과 재미를 전해주면서도 아이들의 마음속에 무의식적으로 다가오는 삶의 가르침과 지혜를 선물해주고 있는 것이다.

 

'내 말을 들어라, 이 땅의 의심 많은 사람들이여, ... 이 이야기는 아름다울 뿐 아니라 사실이니. 위대함을 향해 문을 열고 통찰력을 고양하라. 그리고 상상력이 이끄는 대로 나아가라. 비열함과 기만을 버리고, 별 가운데 솟아오른 성을 향해서...' - 2권 3부 P. 305 -

 

더불어 책의 마지막에 들려오는 이 말은 꿈과 상상을 잃고 살아가는 아이들에 대한, 혹은 어른들에게 던지는 메세지가 될 것 같다. '비열함과 기만을 버리고 상상력이 이끄는 대로 나아가라' 라는, 우리 시대 현실에 너무 얽매여 사는 어른들과 아이들 모두에게 던지는 이 마지막 말이 오래도록 마음속에 메아리 친다. 새로운 한편의 작품은 찬사를 받았던 기존의 작품들과 비교하게 되기 마련이다. <그림포> 역시 다른 많은 작품들과 비교되고 있지만 이 작품만의 색깔과 그 속에 담긴 메세지를 독자들은 책을 내려놓을 때쯤 발견하게 될 것이다.

 

현자의 비밀을 풀어가는 환상적인 모험! 천문학, 연금술, 암호와 기호가 가진 다양한 수수께끼... 아이들을 위한 작품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어른들이 읽어도 무리가 없는 지적 즐거움들이 책속에 가득하다. 어린 소년의 시선속에 비친 삶과 자연의 신비, 그리고 지혜속에서 어른들도 간과할 수 없는 순수함과 특별한 매력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무한한 상상력을 가능케하며 '철학자의 돌'속에 담긴 특별한 가치와 지혜가 색다른 재미와 함께 독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만든다. <그림포>의 매력은, 그 장르적 특성과 더불어 작은 돌에서 찾는 삶의 지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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