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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
생 텍쥐페리 지음, 북타임 편집부 옮김 / 북타임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길들인다'는게 뭐지? 너는 나에게 이세상에 단 하나뿐인 존재가 되는거고, 나도 너에게 세상에 하나뿐인 유일한 존재가 되는거야...
'길들인다'는 의미를 처음 내게 알려준 어린왕자의 음성이 아직도 선명게 들리는 듯하다. 어린왕자를 처음 만난건 오래전 학창시절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자세히 언제쯤인지는 말하기 힘들지만... 그리고 최근 그를 만난건 2년전 이맘때 즈음인것 같다. 일러스트가 너무 예뻤던 인디고의 책속에서 말이다. 그리고 오랫만에 만난 그와의 감회를 짧은 글로 남겼었다. http://blog.naver.com/easlle2/70031320312
그리고 오늘 오래전 그를 다시 만난다. <어린왕자>라는 그가 가진 변하지 않는 이름, 그가 입은 망토와 어린왕자의 장미도, 그의 친구인 여우도 여전히 예전 모습 그대로다. 다만 변해버린 건, 세상과 나 자신뿐인것 같다. 그래서 오래된 친구가 좋다는 것인가. 꼬맹이 어린왕자를 만나지만 사실 그의 나이는 나의 나이보다 2배는 많다. 하지만 영원한 어린왕자로서, 나의 친구로서 그는 내 곁을 지켜준다. 그는 항상 친구라하지만 세상에 찌는 나는 그를 가끔 친구라 부른다.
'내 비밀은 이런거야. 매우 간단한 거지. 오로지 마음으로 보아야만 정확하게 볼 수 있다는 거야.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는 보이지 않는 법이야.'
<어린왕자>는 만날때마다 마음을 새롭게 만든다. 이제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만한 <어린왕자>속의 멋진 말들도 그것을 듣는 시간에 따라, 상황에 따라 전혀 새로운 느낌을 전해준다. 눈에 보이는 것을 쫓는 현대인의 덫없는 삶을, 어른이란 이름을 얻으면서 잃어버린 순수한 동심을, 서로에게 길들여지지만 그 길들임속에 따르는 책임이 있다는 것을 놓치고 사는 어른들에게 어린왕자의 목소리는 언제나 순수한 음성으로 들려온다. 그리고 오래도록 가슴속 울림이 된다.

"사람들은 이 진리를 잊어버렸어." 여우가 말했다. "하지만 넌 그것을 잊어서는 안돼. 넌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 언제까지나 책임을 져야하는 것야."
<어린왕자>는 이렇듯 사막속에서 눈에 잡히지는 않지만 꿈꾸게 만드는 희망이라는 삶의 가치를 찾고, 때묻은 어른들의 맘을 깨끗히 닦아주며 순수함을 일깨우고, 서로에게 길들이고 책임질줄 아는 행동의 소중함을 깨닫게 한다. 이 작은 책속에 담긴 수없이 많은 명언들이 어린왕자의 웃음속에 물들어 가슴에 깊숙히 진하게 새겨진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뭔지 아니?" "흠, 글쎄요. 돈버는일? 밥먹는일?"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란다."
샘을 숨기고 있어 아름다운 사막, 그 아프리카 사막에서 어린왕자를 만난다. 얼마전 끝나버린 남아프리카 공화국 월드컵 경기를 어린왕자는 지켜봤을까? 자신의 홈그라운드에서 공을 가지고 사막을 달리는 어린왕자의 모습을 떠오르면 왠지 웃음이 나온다. 삶에 지치고 힘들때, 비겁과 시기가 넘치는 이 사회를 걸어가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안타까울때, 왠지 친구 하나 없이 외롭다고 느껴질때... 나는 <어린왕자>에게 '친구~'하며 말을 걸곤한다. 친구 잘 있었어? ^^
중요한 것은 결코 눈에 보이지 않는다. 지금 당신의 눈에는 '어린 왕자'의 모습이 보이는가? 어린왕자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면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을 닮은 모자를 바라보면 될 것이다. 2년전 그와 만남을 가졌을때에도 이런 질문과 함께 <어린왕자>에 대한 느낌을 마무리했었다. 이번에도 같은 질문으로 끝맺음을 해야 할 것 같다. 사막에서, 아니 어디에서건 어린왕자를 혹시 만난다면 한가지 물어보고 싶은 말이 있다. 얘? 도대체 넌 이름이 뭐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