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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전.전우치전 ㅣ 문학동네 한국고전문학전집 7
김현양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평점 :
'누구나 읽었더라면, 하고 원하면서도 실은 누구나 읽기를 싫어하는 책, 그것이 고전이다'
'톰소여의 모험'으로도 유명한 미국의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고전을 이렇게 말했다. 읽기 싫어하지만 읽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이야기한다는 이 말은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구전을 통해서건, 어린시절 동화책을 통해서건, 혹은 학창시절 입시준비를 위해서건 한번쯤 읽어봤음직하지만 정작 어른이 되어서는 쉽게 읽어지지가 않는 고전문학에 대한 그의 통찰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고스란히 적용되는 듯하다.
과거의 문화 역사가 없다면 지금의 우리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고전문학이 없고서는 현재 우리의 문학과 문화가 존재하지 않는다.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라는 작품이 출간되었을때 가장 놀라웠던 사실은 우리 역사와 문화를 새롭게 바라보는 시선을 갖게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수학여행때 단골로 찾게 되는 경주의 수많은 문화재들, 그리고 한번쯤 이름을 들어보았을지도 모르는 다양한 문화 유산들. 하지만 우리는 그것들에 대한 관심은 커녕 우리의 문화는 보잘것 없는것처럼 느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속에 담겨있는 역사의 숨결과 이야기가 담긴 소중한 문화유산을 그 책을 통해 새삼 발견하게 되었다.
이처럼 '오래된 것'이 가지고 있는 의미는 단순히 시간의 무거운 두께를 넘어 그 속의 진실한 의미와 현재를 지탱하는 뿌리라는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고 요구된다. 우리의 문학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번에 출간된 문학동네의 '한국고전문학전집' 출간소식은 어쩌면 이런 의미에서 커다란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 있을것 같다. 지금까지 흩어져 있던 고전 문학을 한자리에 모으고, 원전을 훼손시키지 않으면서도 현대 감각에 맞춰 새롭게 써내려간 이 작품들이 그래서 더욱 소중하고 가치있는 것이 아닌가싶다.
그중에서 독자가 만난 첫번째 작품은 바로 <홍길동전, 전우치전>이다. '홍길동전'은 서적을 비롯해 드라마와 유사 영화로도 많이 사랑을 받은 작품이지만 '전우치전'의 경우 최근에 나온 영화를 통해서 알게 된 이들이 많을 줄 안다.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권선징악을 다루고 있는 이들 작품은 어쩌면 다양한 구성과 장르에 매혹되어 있는 독자들의 기호에 썩 만족스럽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고전을 읽는 재미는 기존 우리가 만나오던 작품들과는 차별화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옳다는 믿음을 갖게 만든다.

모든 것이 불투명한 현실, 꽉꽉 막혀 소통이 불가한 난형난세의 우리 처지가 아무래도 이 작품에 손이 가게 만드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정치를 한다, 권력을 좀 가졌다 하는 이들은 모두가 범죄자 혹은 범죄자의 자식들이고, 돈이면 모든것이 해결되는 시대적 분위기는 가진것 없는 서민들의 울분을 더욱 크게 만들기만한다. 이런 시기에 필요한 인물이 바로 홍길동, 전우치가 아닐까? 꽉꽉 차오르지만 꾹꾹 있는 힘을 다해 내리 누르고 있는 서민들의 울분을 그들은 풀어줄수 있지 않을까?
원전을 충분히 살리면서도 현대어로 쉽게 풀어쓴 이 두 작품과 더불어 책의 뒷편에는 두 작품의 원본이 실려있다. 작품의 재미와 함께 고전의 보전이란 측면에서 매우 가치있고 독자들에게는 꼭 소장하고픈 욕망을 불러 일으키는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쉽게만 생각했던 오래된 이 두 고전에 대한 '해설' 또한 빼놓지 말아야 할 부분이다. 고전 작품속에 담긴 숨겨진 의미와 경판본들이 가지는 의의, 그리고 '비판/ 판타지/ 전통' 이라는 이 세가지 키워드 속에 담긴 두 고전의 의의를 그 속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고전에 눈을 돌리는 것은 고전으로 회귀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 우리의 목표는 바로 이런 한국의 고전을 귀환시키는 것이다. 그러니까 고전 안에 숨죽이며 웅크리고 있는 진리내용들을 다시 불러들이고 그것으로 이 불투명한 시대의 이정표를 삼는 것, 이것이 우리의 궁극적인 목적이다.' - P.307, 한국고전문학전집을 펴내며... 中에서 -
한국고전문학전집의 1차분이기도 한 이번 시리즈는 5년을 기획하고 50여명의 전문가들이 참여했다고 한다. 이 프로젝트는 매년 10권의 고전을 되살려 10년동안 총 100권을 제작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번 1차분에서는 이 작품 <홍길동전, 전우치전>을 비롯해 '서포만필', '한중록', '흥보전, 흥보가, 옹고집전', '숙향전, 숙영낭자전' 등을 담고 있다. 내년에는 '여성 한시 선집', '조선 전기 가사', '매천 작품집' 등 10여종을 발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기존 고전 작품들과 함께 새로운 작품들을 발굴하고 해석하는 등 끊임없는 그들의 노력에 독자들은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문학은 단순하고 순간적인 언어의 힘이 아니라, 독자의 마음에 호소하는 지속적이며 정서적인 힘이다. 그래서 오래도록 여운이 남고 깊은 인상이 되어준다. 오래된 고전이 지금까지 이어질 수 있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일 것이다. 역사라는 철골이 없이 현재라는 집을 지을 수 없듯이, 고전이 없는 현대 문학은 그 깊이와 의미를 유지할 수 없을 것이다. 읽었더라면 하고 더이상 후회하지 말고 이제 <홍길동전, 전우치전>을 비롯한 이 '한국고전문학전집'를 만나보길 바란다. 그 속에 숨죽이고 웅크리고 있는 진리내용들을 한번 진진한 모습으로 찾아보는 시간은, 더이상의 후회없이 문학의 즐거움과 삶의 행복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