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나다
모리 에토 지음, 김난주 옮김 / 무소의뿔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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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시간을 잊게 해주었듯이, 이번에는 시간이 사랑을 잊게 해줄 거에요!'

얼마전 만났던 책 한켠 에 담겨져 있던 작은 구절이다. 사랑에 목말라하고, 사랑때문에 가슴 시린 아픔을 겪는 그런 나이가 지난지 한참이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런 사랑에 대한 가슴떨림은 단순히 나이의 많고 적음에 국한되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한다. 어찌되었건 나의 청춘을 잠시 되돌아보면서 왠지 이 말이 가슴 한 구석을 싸늘하게 감싼다. 사랑, 그리고 시간! 시간, 그리고 사랑!

<다시, 만나다>는 개인적으로 오래전에 만났던 모리에토와 '재회'하는 작품이다. 6년여 전이었던가? 그녀를 나오키상 후보에 올리기도 했던 작품 '언젠가 파라솔 아래에서'를 통해 처음 만났으니 말이다. 한마디로 작품을 평가한다는건 참 여렵겠지만 그때 그 작품을 그냥 짧게 말해보자면, 추억, 흔적, 기억, 그리고 그리움! 정도로 말해볼 수 있을까? 아무튼 나오키상 수상작가이기도 한 그녀와의 첫 만남은 그렇게 깊은 인상으로 남아있었다.

 

그리고 오랫만에 그렇게 다시, 만났다! 모두 여섯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다시, 만나다>는 어떤 화려하고 특별한 '다시 만남'을 그려내는 작품은 아니다. 어쩌면 그저 단순히 우리의 일상속 만남과 이별, 우연 혹은 다시 만남을 모리 에토의 섬세한 시선을 통해 그려내고 있는 작품이다. 표제작이기도 한 '다시, 만나다'에서는 일러스트 작가와 편집자의 계속되는 만남을 그리기도 하고, 다른 단편들에서는 아내, 친구, 연인 등 만남의 반복을 그려내고 있다.

 

지극히 현실적인 관계속에서의 지속된 만남이 있는 반면, 영혼과의 만남 같은 약간의 판타지적인 느낌을 자아내는 단편도 있다. 환생이라는 프레임을 통한 운명적 만남을 그려내기도 한다. 어쨋든 모리 에토가 그려내는 재회의 틀속에는 다양한 군상들의 감성 가득한 이야기들이 가득해보인다. 가장 인상 깊은 작품은 아마도 '매듭'이 아닐까 생각된다. 과거의 상처, 어두운 기억의 꼬여버린 매듭을 풀기 위해 만난 친구들의 이야기가 깊은 인상으로 남는다.

'그가 여기 있다는 것도, 내가 여기 있다는 것도. 벌써 오래전에 끊겼다고 생각했던 인연의 끈이 아직까지 이어져 있다는 것도. 그를 처음 만났을 때를 생각하면, 정말 거짓말 같았다. 그를 마지막 만났을 때를 생각하면, 더더욱 거짓말 같았다.' - 다시, 만나다 中에서 -

얼마전 TV 프로그램에서 누군가 이런 질문을 하는걸 들었다. 만약 돌아가신 분들중에 한 명을 다시 만날 수 있다면 누구를 만나고 싶느냐고? 많은 이들이 '아버지'라는 이름을 꺼내들었다. 아마 그 질문의 대상자들이 대부분 남자, 아빠들이다 보니 그럴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만약 젊은 층의 남녀, 혹은 다양한 연령대와 성별에 따라 대답은 달라질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대답에 담긴 이미지의 결과물은 아마도 '후회' 그리고 '그리움'일 것이다.

어쩌면 이 세상에 의미없는 만남이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우연과 필연이라는 말을 제쳐두더라도, 잠시 스쳐지난 만남 혹은 정말 소중했지만 아쉬움 이별로 마무리 된듯했던 만남 등 그 어떤 만남이든 간에 그것은 온전한 끝이 아니기 때문이다. 언젠가! 다시! 만남은 이어질 수 있다. 소설이나 영화속에서가 아닌 우리의 현실속에서도 그런 만남은 우연찮게 전해지기도 한다. 그리고 혹시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펜과 영상속에서 그런 만남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우린 즐거운 상상속에 가슴 따스해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사랑, 이별, 오해, 상처, 그리고 다시 만남! 아쉬움과 안타까움, 애틋함으로 다시금 만남을 통해 사랑을, 우정을, 또 다른 삶의 가치를 깨닫게 만드는 힘이 바로 <다시, 만나다>속에 담겨있는듯 보인다. 오랫만의 다시, 만남이 즐거웠고, 더할 나위없었던 김난주 작가의 번역도 참 좋았다. 차가운 이 계절에 왠지 가슴 따스해지는 평범하지만 그 특별한 만남이 있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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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도 서점 이야기 오후도 서점 이야기
무라야마 사키 지음, 류순미 옮김 / 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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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해의 마지막 달력 한 장이 아쉬움속에 한 쪽 벽에 살며시 나부낀다. 지난달 말에는 첫 눈이라기엔 조금 아쉬운 첫 눈이 내리기도 했다. 어제까지 겨울비가 내렸고, 살짝 차가워진 날씨는 내일부터는 정말 겨울다운 추위가 찾아올거란 예보로 들려온다. 정말 겨울이구나! 한 해가 다 지나가버렸네? 어느새.... 이런 저런 생각이 파노라마 사진처럼 한 해를 뒤돌아보게 만든다. 책에 대해서도 그렇다. 물론 지금 만나려는 이 작품이 벌써 마지막은 아니겠지만 올 한 해 어떤 작품들과 만났고 기억에 남는 작품들은 어떤지 연말 시상식이라도 하듯 뇌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개인적으로 2018년을 시작했던 작품은 이와이 슌지의 '쏘아올린 불꽃, 밑에서 볼까? 옆에서 볼까?' 라는 작품이었다. 순수한 소년소녀의 사랑을 만화적 감성에 담아 판타지적으로 그려낸 가슴 따스했던 이 작품을 시작으로해서 지금까지 40여 권! 한 달에 약 3~4권 정도 책들과 인사를 나눴던것 같다. 나이가 하나둘씩 차고 어른의 이름을 겹겹이 얻고 부터는 책과 함께하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럼에도 이렇게 작은 책들과 잠깐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들이 참 소중하고 고맙고 즐겁다. 오늘도 표지만으로도 따스함을 전해줄 것만 같은 책 한 권과 마주한다.  

'한 권의 책으로 그날의 기분이 바뀔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잇세이는 알고 있다. 가령 운수가 나쁜 하루였다 해도, 귀갓길에 들른 서점에서 우연히 집어든 책을 읽고 다음 날은 기운 내서 열심히 살아보자고 마음먹게 되기도 하는 것이다. 읽는 사람의 기분을 살짝 좋게 만드는 것만이 책이 가진 힘이 아니다. 삶이 괴로울 때나 외로움을 견딜 수 없어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에도 읽다 만 책의 뒷이야기가 궁금해 내일까지, 또 그 다음날까지 버틸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 P. 46 -


지방 중소도시 오래된 백화점 6층에 위치한 긴가도 서점에서 문고본 담당으로 일하고 있는, 착한 마음을 가진, 책을 좋아하는 청년, 츠키하라 잇세이! 그가 <오후도 서점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사람들은 잇세이를 '보물찾기 대마왕'이라는 별명으로 부르곤 한다. 이미 베스트셀러가 된 책이나 잘나가는 책이 아니라 숨겨져있는 히트작을 찾아 발굴하는데 천재적인 능력을 가졌다는 의미를 가진 이 말대로 이번에는 '4월의 물고기'라는 보물을 찾기에 이른다. 그리고 이 보물을 서점을 찾는 독자들에게 알릴 준비를 하는 중에 예기치 못한 사건이 터지게 된다.


서점에서 책을 훔치는 소년을 뒤쫓다가 소년이 잇세이의 눈앞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달리는 승용차에 치이는 사고가 일어나게 된다. 다행히 소년은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소년이 책을 훔치게 된 속사정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동정론이 일어나면서 잇세이와 긴가도 서점은 수많은 항의와 질타가 쏟아지게 된다. 긴가도 서점 점장과 동료들은 잇세이를 위로하고 도움을 주려 했지만 잇세이는 자신때문에 서점이 피해볼 수 없다며 서점을 그만두기로 결심하게 된다. 마음의 상처로 가득한 잇세이, 그에게는 또 다른 도전같은 모험이 기다리게 된다.



'앵무새 선장을 어깨에 태우고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마을로, 작은 서점을 찾아 떠나볼까. 동화 속 주인공처럼'


흐드러지게 핀 벚꽃으로 뒤덮인 작은 건물! 표지속에 언듯 보이는 이곳이 바로 작은 마을 사쿠라노마치에 있는, 작지만 100년도 더 된 오랜 역사의 오후도 서점이다. 인터넷에서 만난 이웃블로거 중에 가장 오랫동안 의견을 주고 받기도 했던 오후도 서점 주인을 찾아 잇세이는 모험을 떠나게 된다. 좌절과 상처의 와중에 앵무새 선장을 건네주었던 옆집 노인이 꿈(?)에서 건넨 의미 심장한 말들에 용기를 얻고 앵무새 선장을 어깨에 태우고 그렇게 오후도 서점을 찾아 떠난다.


"살아가는 일을 포기하지 마, 행복해지는 것도. 앞으로 나아가는 일을 포기하면 인간은 그 자리에서 썩어버릴 뿐이야. ... 희망을 가져. 꿈과 동경을 잊어서는 안 돼. 일어서라고, 앞으로 나아가는 거야. 먹구름 속으로 걸어들어간들 어때. 경치가 달라지면 눈앞에 보이는 것도 달라져. 이리저리 헤맬지언정 환한 빛을 향해 나아가면 되는 거야. 그러면 언젠가 파도 너머로 육지가 보일 걸세." - P. 90 -  


사쿠라노마치! 그리고 오후도 서점에서 예기치 못한 또 하나의 도전을 시작하게 된 잇세이! 앵무새 선장, 고양이 앨리스, 그리고 오후도 서점 주인의 손자 도오루와 함께 책 냄새가 흠뻑 묻어있는 오후도 서점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한편 잇세이가 떠난 긴가도 서점에서는 책도둑 사건과 관련해 자신의 책임이라 여기던 우사미 소노에와 그의 소꿈친구 미카미 나기사가 잇세이가 찾아낸 보물 '4월의 물고기'의 성공을 위해 잇세이 대신 헌신적인 노력을 더한다. 그로 인해서인지 잇세이의 보물은 좋은 반응을 얻게 된다. 잇세이 역시 오후도 서점을 되살리기 위해, 숨겨진 책을 알리기 위한 노력으로 고군분투한다.


책 냄새가 났다!

잇세이가 오후도 서점에 들어설때 했던 말이다. 가끔 찾는 현대화된 서점이나 뭔가 잘 짜여진듯한 도서관에 들를 때면 느껴지는 그런 느낌, 그런 냄새가 아니다. 그보다는 책들이 빼곡히 쌓인 중고서점에 들어섰을때 느껴지는 그런 느낌과 냄새랄까? 그것과 비슷한 것 같다. 이런 책 냄새가 참 좋다. 나의 작은 서재에 놓여진 많지 않은 책들이 가진 냄새도 그렇다. 참 좋다! 나의 체취와 시간과 추억이 함께 묻어 있는, 살짝 색깔이 바래버린 책들이 가진 냄새가 그렇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책을, 책이 있는 공간을 지키는 특별한 이야기가 책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너무 즐겁고 재미있게 다가왔다.


숨겨왔던 자신의 상처도 사랑하는 책과 함께하는 소중한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하나 둘 어루만져지며 치유된다. 책을 통해서 삶을 살아갈 이유와 의미, 희망을 배워나가게 된다. 이 작품은 2017년 제14회 서점 대상 후보작이고 일본내 서점 직원들이 뽑은 올해의 책 5위에 선정되었다고 한다. 책과 책이 함께 하는 공간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인정 받는, 책을 읽고 나서 찾아오는 가슴 따스한 울림이 독자들에게도 그런 감동이 담긴 끄덕임으로 이어질듯 하다. 이제 얼마남지 않은 2018년, <오후도 서점 이야기>처럼 진한 향수같은, 책 냄새가 나는 그런 작품들과 함께 할 수 있었으면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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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호기심 공룡 대백과 생생 과학 1
히라야마 렌 감수 / 글송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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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일전 아이들이 엄마의 지갑을 열고 사온 물건이다. 계란같이 생긴 공룡알을 물속에 넣어 하루가 지나면 공룡이 알을 깨고 태어나고, 또 몇일이 지나면 지금의 모습처럼 공룡이 조금씩 조금씩 커져간다. 왼쪽은 아들 녀석의 스테고 사우르스이고, 오른쪽은 뭐라고 말해줬는데 아빠가 까먹어버린 딸아이의 공룡이다. 녀석들은 아직도 자라고 있는데... 공룡을 키운다! 쥬라기월드도 아니고 아이들이 정말로 재밌고 신기해 할 만 하다는 생각이 들긴한다.



공룡은 역시 아이들의 꿈을 키우는데 더할 나위가 없는 친구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장난감중에는 단연 다양한 공룡들이 한 몫을 차지한다. 얼마전에는 공룡메카드라는 애니메이션 프로그램을 통해 관련 장난감들을 한동안 수집하기도 했고, 몇해전에는 다이노포스라는 일본 어린이 프로그램때문에 공룡 장난감을 줄을 서서 사야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만큼 공룡의 인기는 사그러들줄 모르는, 아이들에게 최고의 선물이자 친구 이상인 것이다.


​이번에는 공룡 백과사전이 나왔다. 그 이름은 뚜둥~~ <최강 호기심? 공룡대백과>!! 글송이 출판사에서 출간된 이 책은 이미 이전에 나왔던 최강왕 시리즈의 공룡 대백과와 상당부분 유사한 면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번 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한가지는 단연 사이즈가 아닐까 싶다. 이전 책은 조금은 큰 사이즈로 아이들이 즐겨 읽는 만화책과 비슷한 포지션을 가졌었다면, 이번에 출간된 <최강 호기심? 공룡대백과>는 보다 작은 크기의 백과사전류가 가지는 사이즈로 아이들이 가지고 다니며 읽어도 좋을 것 같다은 크기를 가진다. 더불어 하드커버가 적용되어 책의 가치가 진정한 '백과사전' 급으로 격상된 느낌을 갖게 만든다.



이번엔 책 속을 살짝 들여다보자. 총 3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공룡과 관련한 간단한 지식들을 시작으로 해서 트라이아스기, 쥐라기, 그리고 백악기 전후기에 걸치는 공룡들에 대해서 설명을 더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지구에서 분포했던 공룡들을 현재 남아있고 발견된 화석에 근거한 대륙별 분포를 살펴보고, 마지막에 이 책에서 나오는 공룡에 대한 용어들에 대해서 조금은 자세한 설명을 덧붙이고 있다.



다음으로는 책 속에 등장하는 각 공룡들에 대해서 어떤 방식의 설명이 담겨졌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트라이아스기, 쥐라기 등 각기 시대적 분류에 맞춰 각 공룡들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공룡들의 특징과 크기 그리고 그들이 가지고 있던 특별한 무기와 같은 특징들을 자세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체격, 힘, 공격, 지능, 빠르기와 방어 등등 공룡들이 가진 특별한 능력치를 원안의 분포도를 통해서 한 눈에 쉽게 파악하도록 도와준다.


이전에 글송이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던 '최강왕 공룡 대백과'는 아들 한이에게 선물로 건네졌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우리 슬이의 차지가 될 것 같다. 언제나 아이들에게 건강한 호기심을 키워주고, 즐거운 놀이의 대상이 되는 공룡들! 한이 슬이 두 이이들 모두 이 흥미진진한 공룡 대탐험을 통해 과학적 호기심을 키워주고 즐거운 꿈과 상상을 더해주는 즐거운 친구가 되어줄거라 믿는다. 더불어 환경보호에 관심 많은 우리 아들 한이와 슬이! 공룡들의 멸종을 거울삼아 멸종 위기에 몰리 다른 동물들의 보호와 우리가 앞으로 해야할 일 역시 다시한번 생각하는 기회가 될 것 같기도 하다. 호기심이 큰 아이, 꿈이 큰 아이로 이끄는 공룡 대탐험, <최강 호기심? 공룡대백과>가 그래서 더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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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고양이는 줄무늬
무레 요코 지음, 스기타 히로미 그림, 김현화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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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어둠속 문밖을 나서 출근하는 나를 마중하는 이는, 8년을 우리와 함께 지내온 '짱나'다. 2년여전 갑자기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는 '짱구'의 동생인 흰둥이 '짱나'. 그리고 짱나의 아내, 검둥이 '짱순'이도 곁에서 쑥스럽게 꼬리를 흔든다. 짱순이도 어느새 두 살이 다 되어 간다. 그간 세 번의 출산을 했으니, 나이는 어리지만 중년의 포스가 풍긴다고나 할까. 단독주택이다보니 밖에서 이 아이들이 우리집을 떡하니 지켜준다. 회사를 마치고 돌아온 나를 가장 먼저 반기는 이 역시 우리 짱나와 짱순이다. 우린 그렇게 가족이다.


워낙 커다란 녀석들이다 보니 집안에서 키울 수는 없지만, 그 짧지 않은 시간을 함께 해오면서 가족이라는 말 이외에 다른 말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요즘은 큰 딸아이가 아이들의 식사를 책임진다. 얘들의 물은 작은 아들 녀석 담당이다. 물론 언제나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짱순이가 아이들을 낳고 우리가 그 아이들을 다 키울수 없기에 다른 곳으로 입양보낼때는 온 집안이 눈물바다가 된다. '아빠 나빠! 너무해!'가 난무하고, 눈물 투성이가 된 눈, 아이들의 삐쳐나온 입은 쉽게 들어갈 줄을 모른다. 참 정이란 무섭다. 아쉬움은 아이들만의 몫이 아니다. 어른인 나와 아내 역시 서운함에 마음 한 켠이 짠하다.


이처럼 동물들은 특히, 반려견이나 반려묘는 우리 인간들과 오랜 시간 친구 이상 가족처럼 같은 길을 걸어오고 있다. <아저씨 고양이는 줄무늬>라는 이번에 만난 이 작은 책 역시 인간들과 함께 하는 이런 저런 동물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길 고양이라기 보다도 도둑 고양이에 가까운, 땅딸막한 몸에 짙은 갈색과 검은색 줄무늬, 호빵만한 얼굴이지만 눈은 단춧구멍 만한 '시마짱', 표지속에 담긴 고양이가 오늘의 주인공이다. '안녕들 하쇼?' 라고 말하듯 조금은 털털한 시골 아저씨 포스를 풍기는 시마짱은, 작가가 사는 동네에서 열 가구 정도를 돌며 보살핌을 받는듯 하다.


물론 이 작품이 담아내는 이야기들 전부가 시마짱의 것만은 아니다. 작가의 집고양이 '시이'도 있고, 옆집에 살던 고양이 '비짱'도 있다. '푸딩짱'도 있고, 반려묘만이 아닌 동물원 원숭이, 카피바라라는 설치류도 나온다. 찌르레기 부부도 있고, 목각 곰에 대한 이야기도, '위잉~' 거리는 모기들도 책속에 등장한다. 물론 시마짱이 어슬렁거리며 이야기의 전반에 등장하지만 작가 주변의 소소한 이야깃거리 모두가 즐겁고 유쾌하게 그려진다.



'텔레비전에서 개나 고양이뿐만 아니라 동물의 재밌고 불가사의한 행동을 촬영한 사진이나 영상을 보면 인간 외 모든 생물의 사고회로가 알고 싶어진다. 한때 화제였던 야구 방망이를 붕붕 휘두르는 곰, 꼿꼿이 서 있는 레서판다, 관객을 향해 수중에서 내도록 직립해 있는 바다표범, 자식이 가리비를 덥석 잡으면 손뼉을 치는 아빠 해달 등, 그런 동물들을 보면 궁금해서 좀이 쑤신다.' - P. 21 -


우리 아이들이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중 하나가 바로 'TV 동물농장'이다. 개나 고양이 뿐만 아니라 다양한 동물들의 모습을 보고 있다보면 정말 저 얘들이 저런 생각을 할까? 아니면 왜 저런 행동을 할까? 웃음이 터질때도 있고 그들의 행동에 물음표가 따라 붙을때도 종종 있다. 그러면서도 어떤 일단의 스토리라인을 따라 움직이는 동물들의 모습을 보면서 신기함과 친근함을 함께 느끼게 된다. <아저씨 고양이는 줄무늬> 에서도 역시 이런 다양한 이야기들속에서 익히 우리가 보고 들었던 동물들의 모습을 바라보게 되는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더불어 우리는 이 작품의 주인공 격인 줄무늬 고양이 시마짱과의 즐거운 만남과 소소한 일상, 시마짱과 대화하듯 미소짓게 만드는 에피소드들과 함께 한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에는 정말 안타까운 이별이란 단어와 마주하게 된다. 작가가 담아내는 이런 소소한 이야기속에 우리가 현실에서 느낄법한 동물 친구들과의 만남과 이별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는 특별한 시간들을 갖게 된다. 오늘도 우리 인간들과 함께 하는 동물친구들의 모습이 언제 어디서든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온전히 그들과 우리가 교감하듯 친밀한 관계만은 아닌듯 하다. 최근 강아지들의 간식에 바늘을 꽂아 공원에 뿌려 놓았다는 바늘 테러와 관련된 기사들을 본적이 있다. 길 고양이들에게 염산테러를 가하기도 하고, 이런 저런 일들로 인해 동물법 강화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것도 사실이다. 인간과 함께 하는 동물들에 대한 사랑이 너무 과하지도 또 너무 부족하거나 비뚤어진 방향으로 치우치지 않기를 이런 저런 일련의 일들을 보며 생각해보게 된다.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시마짱과 비슷한 길냥이들의 모습에 잠시 시선을 머무르게 된다. 유쾌하고 즐거운 반려 동물들의 일상을 대화하듯 즐겁게 써내려간 <아저씨 고양이는 줄무늬>. 삶과 죽음 조차도 인간과 함께 해온 반려동물들에 대해서 많은 이들이 다시한번 관심과 사랑의 시선을 담아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인간의 필요에 의해서건 아니면 인간이 진정 그들에게 필요해서이건 상관없이 그들과 우리는 이전에도 앞으로도 함께 걸어가야 하고, 걸어가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안녕들 하쇼?" 시마짱의 목소리가 들리는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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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기생충 - Novel Engine POP
미아키 스가루 지음, 시온 그림, 현정수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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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미노 요루의 소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의 제목을 듣고는 참 난감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공포나 호러 정도와 너무나 잘 어울릴듯한 이름을 가진 이 소설이 청춘의 찬란한 시간을 그려낸 너무나도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이야기라는 사실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에 손에 들게 된 <사랑하는 기생충>, 미아키 스가루의 이 독특한 제목을 가진 이 작품 역시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처럼 그런 달달한 사랑이야기에 제목만 자극적인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잠시 스친다.


백금색으로 물들인 머리카락, 살짝 탈색된 눈썹, 창백한 피부, 빨려 들어갈 것처럼 검은 눈동자, 짧은 스커트 아래로 뻗어나온 긴 다리, 타탄체크 머플러에 오프화이트 가디건을 걸친, 머리에는 커다란 모니터 헤드폰을 쓰고 있는 입김과도 같은 담배 연기를 내뿜는 열일곱 정도의 소녀! 책속에 등장하는 주인공중 한 명인 소녀 사나기 히지리가 눈내리는 공원에 서있다. 만화속에서 튀어나온듯 십대의 반항적 이미지를 품은 소녀! 그렇다면 그런 그녀는 바라보는 것은 누구일까?


'그 겨울, 그는 너무 늦은 첫사랑을 경험했다. 상대는 열 살 남짓 어린 소녀였다.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실업중인 청년과 벌레를 사랑하는 등교 거부 소녀. 하나부터 열까지 제대로 된 것이 없었고, 그렇지만 그것은 틀림없는 사랑이었다.' - P. 06 -


바로 또 다른 주인공 코사카 켄코이다. 하루에 100번 넘게 손을 씻고, 집에는 두 대의 공기청정기가 돌고, 소독약 냄새가 떠돌며, 마룻바닥은 새집처럼 깨끗, 빨래건조대에는 일회용 라텍스 장갑과 마스크, 제균용 스프레이와 물티슈가 놓여있는, 소위 말해 결벽증을 가진 남자가 바로 코사카였다. 다른 사람과의 접촉이 가장 고통스러운 고사카! 이런 그에게 사회생활은 온전할 수 없었다. 지금은 그동안 저축한 돈을 까먹으며 침대에 누워 그날을 대비하는 심각한 결벽증 백수다!


이즈미의 등장으로 코사카는 중요한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맞춰 인터넷상에 바이러스, 멀웨어를 퍼뜨리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던 코사카에게 어느날 협박자 이즈미가 찾아온다. 코사카의 계획, 바이러스를 퍼뜨리려던 계획을 알고 있다며, 경찰에 알리는 대신 자신의 부탁을 들어달라고 말한다. 그 부탁은 바로 앞서 말했던 소녀, 사나기 히지리와 친구가 되는 거라고, 자신의 말을 들어주면 성공 보수를 주겠다는 제안과 함께 말이다. 백수인 코사카에게 그 금액은 나름 큰 돈이었고, 자신이 마다할만한 입장도 되지 못했기에 코사카는 그렇게 사나기 히지리를 만날 계획을 실행한다.





스물일곱, 결벽증으로 자신의 공간에 갖혀 살아가는 남자! 반면 공원에서 백조에게 먹이를 주던 헤드폰을 쓴 사나기는 다른 이들로부터 시선공포증을 가진 소녀였다. 결벽증과 시선공포증! 서로 다르지만 나름의 공통점을 가진 외톨이들의 만남, 그리고 이어지는 특별한 사랑 정도로만 느껴졌던 이야기는 초반 그들의 독특했던 만남속에서 머물러 있지만을 않았다. <사랑하는 기생충>이라는 제목이 담고 있는 의미, 실질적인 의미가 정말 사람들의 몸속에서 기생하는 벌레들에 의해 좌우된다는 색다른 설정이 이야기를 예상치못한 방향으로 이끌어간다.


'인간은 머리만으로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눈으로 사랑하거나, 귀로 사랑하거나, 손끝으로 사랑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내가 벌레로 사랑했다고 해도 이상할 것 없다. 그 누구도 불평하지 못할 것이다.' - P. 327 -  


조금씩 조금씩 그들만의 방식으로 만남을 이어가고 특별한 사랑을 만들어가던 코사카와 사나기! 하지만 그들의 몸속에 신종 기생충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이야기는 긴장감 있게 진행된다. 기생충이 인간을 지배하고 조종한다는 설정이 참 독특하다. 기생충이 원하는 걸 얻기 위해 인간의 뇌를 조정하고, 사랑마저도 그들의 번식을 위해 조정된 것이라니... 상상을 초월하는 색다른 설정이다. 기생충에 감염된 이들의 선택은 구충제를 먹어 기생충을 죽일 것인가 아닌가 하는 것이다. 하지만 기생충에 의한 조정으로 만들어진 사랑조차 잊게되는 원래의 혼자인 나로 돌아가는 선택은 그리 쉽지만은 않을것이다.


기생충에 감염된 사람들은 결벽증이나 강박에 시달리다 사회에서 격리되어 혼자가 된다는 설정을 갖는다. 그러다가 자신과 비슷한 감염자들과 반응해 번식을 하거나하는 기생충의 조정에 의해 움직인다. 기생충에 감염된 이들을 보면, 우리 현대 사회에서 보여지는 은둔형 외톨이의 모습이 떠오른다. 작가는 기생충이 조종하는 인간라는 설정을 통해 우리 사회의 병적인 모습을 단적으로 꼬집으면서도 사랑이라는 것이 지닌 비이성적인 것의 특별함을 손꼽아 강조하는듯 보인다. 사랑은 바이러스처럼, 버그처럼 우리 인간을 조종하고 반응하게 한다.


사랑이 갖고 있는 순수함과 특별함을 작가 미아키 스가루는 독특한 만화적 발상과 기발한 상상으로 풀어나간다. 우리 사회에서 자의로 혹은 타의로 고립되어 가는 이들마저 사랑으로 치유되고 그런 사랑은 온 인류를 발전시키고 계승시켜 나갈 원동력인 것이다. 그것이 인간을 조종하는 기생충에 의해서건 인간이 가진 자의에서건 그건 중요한것이 아니다. 다만 사랑이 가지는 순수함과 소중함, 그리고 특별함이야말로 <사랑하는 기생충>이 말하려는 바가 아닐까?  꼭두각시 사랑도 사랑 그 자체로 소중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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