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의 마지막 달력 한 장이 아쉬움속에 한 쪽 벽에 살며시 나부낀다. 지난달 말에는 첫 눈이라기엔 조금 아쉬운 첫 눈이 내리기도
했다. 어제까지 겨울비가 내렸고, 살짝 차가워진 날씨는 내일부터는 정말 겨울다운 추위가 찾아올거란 예보로 들려온다. 정말 겨울이구나! 한 해가
다 지나가버렸네? 어느새.... 이런 저런 생각이 파노라마 사진처럼 한 해를 뒤돌아보게 만든다. 책에 대해서도 그렇다. 물론 지금 만나려는 이
작품이 벌써 마지막은 아니겠지만 올 한 해 어떤 작품들과 만났고 기억에 남는 작품들은 어떤지 연말 시상식이라도 하듯 뇌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개인적으로 2018년을 시작했던 작품은 이와이 슌지의 '쏘아올린 불꽃, 밑에서 볼까? 옆에서 볼까?' 라는 작품이었다.
순수한 소년소녀의 사랑을 만화적 감성에 담아 판타지적으로 그려낸 가슴 따스했던 이 작품을 시작으로해서 지금까지 40여 권! 한 달에 약 3~4권
정도 책들과 인사를 나눴던것 같다. 나이가 하나둘씩 차고 어른의 이름을 겹겹이 얻고 부터는 책과 함께하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럼에도
이렇게 작은 책들과 잠깐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들이 참 소중하고 고맙고 즐겁다. 오늘도 표지만으로도 따스함을 전해줄 것만 같은 책 한 권과 마주한다.
'한 권의
책으로 그날의 기분이 바뀔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잇세이는 알고 있다. 가령 운수가 나쁜 하루였다 해도, 귀갓길에 들른 서점에서 우연히 집어든 책을
읽고 다음 날은 기운 내서 열심히 살아보자고 마음먹게 되기도 하는 것이다. 읽는 사람의 기분을 살짝 좋게 만드는 것만이 책이 가진 힘이 아니다.
삶이 괴로울 때나 외로움을 견딜 수 없어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에도 읽다 만 책의 뒷이야기가 궁금해 내일까지, 또 그 다음날까지 버틸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 P. 46 -
지방 중소도시 오래된 백화점 6층에 위치한 긴가도 서점에서 문고본 담당으로 일하고 있는, 착한 마음을 가진, 책을 좋아하는 청년, 츠키하라
잇세이! 그가 <오후도 서점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사람들은 잇세이를 '보물찾기 대마왕'이라는 별명으로 부르곤 한다. 이미
베스트셀러가 된 책이나 잘나가는 책이 아니라 숨겨져있는 히트작을 찾아 발굴하는데 천재적인 능력을 가졌다는 의미를 가진 이 말대로 이번에는
'4월의 물고기'라는 보물을 찾기에 이른다. 그리고 이 보물을 서점을 찾는 독자들에게 알릴 준비를 하는 중에 예기치 못한 사건이 터지게 된다.
서점에서 책을 훔치는 소년을 뒤쫓다가 소년이 잇세이의 눈앞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달리는 승용차에 치이는 사고가 일어나게 된다.
다행히 소년은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소년이 책을 훔치게 된 속사정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동정론이 일어나면서 잇세이와 긴가도 서점은
수많은 항의와 질타가 쏟아지게 된다. 긴가도 서점 점장과 동료들은 잇세이를 위로하고 도움을 주려 했지만 잇세이는 자신때문에 서점이 피해볼 수
없다며 서점을 그만두기로 결심하게 된다. 마음의 상처로 가득한 잇세이, 그에게는 또 다른 도전같은 모험이 기다리게 된다.

'앵무새 선장을 어깨에 태우고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마을로,
작은 서점을 찾아 떠나볼까. 동화 속 주인공처럼'
흐드러지게 핀 벚꽃으로 뒤덮인 작은 건물! 표지속에 언듯 보이는 이곳이 바로 작은 마을 사쿠라노마치에 있는, 작지만 100년도 더 된 오랜
역사의 오후도 서점이다. 인터넷에서 만난 이웃블로거 중에 가장 오랫동안 의견을 주고 받기도 했던 오후도 서점 주인을 찾아 잇세이는 모험을 떠나게
된다. 좌절과 상처의 와중에 앵무새 선장을 건네주었던 옆집 노인이 꿈(?)에서 건넨 의미 심장한 말들에 용기를 얻고 앵무새 선장을 어깨에 태우고
그렇게 오후도 서점을 찾아 떠난다.
"살아가는 일을 포기하지 마, 행복해지는 것도. 앞으로
나아가는 일을 포기하면 인간은 그 자리에서 썩어버릴 뿐이야. ... 희망을 가져. 꿈과 동경을 잊어서는 안 돼. 일어서라고, 앞으로 나아가는
거야. 먹구름 속으로 걸어들어간들 어때. 경치가 달라지면 눈앞에 보이는 것도 달라져. 이리저리 헤맬지언정 환한 빛을 향해 나아가면 되는 거야.
그러면 언젠가 파도 너머로 육지가 보일 걸세." - P. 90 -
사쿠라노마치! 그리고 오후도 서점에서 예기치 못한 또 하나의 도전을 시작하게 된 잇세이! 앵무새 선장, 고양이 앨리스, 그리고 오후도 서점
주인의 손자 도오루와 함께 책 냄새가 흠뻑 묻어있는 오후도 서점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한편 잇세이가 떠난 긴가도 서점에서는 책도둑 사건과
관련해 자신의 책임이라 여기던 우사미 소노에와 그의 소꿈친구 미카미 나기사가 잇세이가 찾아낸 보물 '4월의 물고기'의 성공을 위해 잇세이
대신 헌신적인 노력을 더한다. 그로 인해서인지 잇세이의 보물은 좋은 반응을 얻게 된다. 잇세이 역시 오후도 서점을 되살리기 위해, 숨겨진 책을
알리기 위한 노력으로 고군분투한다.
책 냄새가 났다!
잇세이가 오후도 서점에 들어설때 했던 말이다. 가끔 찾는 현대화된 서점이나 뭔가 잘 짜여진듯한 도서관에 들를 때면 느껴지는 그런 느낌,
그런 냄새가 아니다. 그보다는 책들이 빼곡히 쌓인 중고서점에 들어섰을때 느껴지는 그런 느낌과 냄새랄까? 그것과 비슷한 것 같다. 이런 책 냄새가
참 좋다. 나의 작은 서재에 놓여진 많지 않은 책들이 가진 냄새도 그렇다. 참 좋다! 나의 체취와 시간과 추억이 함께 묻어 있는, 살짝 색깔이
바래버린 책들이 가진 냄새가 그렇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책을, 책이 있는 공간을 지키는 특별한 이야기가 책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너무
즐겁고 재미있게 다가왔다.
숨겨왔던 자신의 상처도 사랑하는 책과 함께하는 소중한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하나 둘 어루만져지며 치유된다. 책을 통해서 삶을 살아갈
이유와 의미, 희망을 배워나가게 된다. 이 작품은 2017년 제14회 서점 대상 후보작이고 일본내 서점 직원들이 뽑은 올해의 책 5위에
선정되었다고 한다. 책과 책이 함께 하는 공간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인정 받는, 책을 읽고 나서 찾아오는 가슴 따스한 울림이 독자들에게도 그런
감동이 담긴 끄덕임으로 이어질듯 하다. 이제 얼마남지 않은 2018년, <오후도 서점 이야기>처럼 진한 향수같은, 책 냄새가 나는
그런 작품들과 함께 할 수 있었으면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