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어둠속 문밖을 나서 출근하는 나를 마중하는 이는, 8년을 우리와 함께 지내온 '짱나'다. 2년여전 갑자기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는 '짱구'의 동생인 흰둥이 '짱나'. 그리고 짱나의 아내, 검둥이 '짱순'이도 곁에서 쑥스럽게 꼬리를 흔든다. 짱순이도 어느새 두 살이 다
되어 간다. 그간 세 번의 출산을 했으니, 나이는 어리지만 중년의 포스가 풍긴다고나 할까. 단독주택이다보니 밖에서 이 아이들이 우리집을 떡하니
지켜준다. 회사를 마치고 돌아온 나를 가장 먼저 반기는 이 역시 우리 짱나와 짱순이다. 우린 그렇게 가족이다.
워낙 커다란 녀석들이다 보니 집안에서 키울 수는 없지만, 그 짧지 않은 시간을 함께 해오면서 가족이라는 말 이외에 다른 말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요즘은 큰 딸아이가 아이들의 식사를 책임진다. 얘들의 물은 작은 아들 녀석 담당이다. 물론 언제나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짱순이가
아이들을 낳고 우리가 그 아이들을 다 키울수 없기에 다른 곳으로 입양보낼때는 온 집안이 눈물바다가 된다. '아빠 나빠! 너무해!'가 난무하고,
눈물 투성이가 된 눈, 아이들의 삐쳐나온 입은 쉽게 들어갈 줄을 모른다. 참 정이란 무섭다. 아쉬움은 아이들만의 몫이 아니다. 어른인 나와 아내
역시 서운함에 마음 한 켠이 짠하다.
이처럼 동물들은 특히, 반려견이나 반려묘는 우리 인간들과 오랜 시간 친구 이상 가족처럼 같은 길을 걸어오고 있다. <아저씨 고양이는
줄무늬>라는 이번에 만난 이 작은 책 역시 인간들과 함께 하는 이런 저런 동물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길 고양이라기 보다도 도둑 고양이에
가까운, 땅딸막한 몸에 짙은 갈색과 검은색 줄무늬, 호빵만한 얼굴이지만 눈은 단춧구멍 만한 '시마짱', 표지속에 담긴 고양이가 오늘의
주인공이다. '안녕들 하쇼?' 라고 말하듯 조금은 털털한 시골 아저씨 포스를 풍기는 시마짱은, 작가가 사는 동네에서 열 가구 정도를 돌며
보살핌을 받는듯 하다.
물론 이 작품이 담아내는 이야기들 전부가 시마짱의 것만은 아니다. 작가의 집고양이 '시이'도 있고, 옆집에 살던 고양이 '비짱'도 있다.
'푸딩짱'도 있고, 반려묘만이 아닌 동물원 원숭이, 카피바라라는 설치류도 나온다. 찌르레기 부부도 있고, 목각 곰에 대한 이야기도, '위잉~'
거리는 모기들도 책속에 등장한다. 물론 시마짱이 어슬렁거리며 이야기의 전반에 등장하지만 작가 주변의 소소한 이야깃거리 모두가 즐겁고 유쾌하게
그려진다.

'텔레비전에서 개나 고양이뿐만 아니라 동물의 재밌고 불가사의한
행동을 촬영한 사진이나 영상을 보면 인간 외 모든 생물의 사고회로가 알고 싶어진다. 한때 화제였던 야구 방망이를 붕붕 휘두르는 곰, 꼿꼿이 서
있는 레서판다, 관객을 향해 수중에서 내도록 직립해 있는 바다표범, 자식이 가리비를 덥석 잡으면 손뼉을 치는 아빠 해달 등, 그런 동물들을 보면
궁금해서 좀이 쑤신다.' - P. 21 -
우리 아이들이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중 하나가 바로 'TV 동물농장'이다. 개나 고양이 뿐만 아니라 다양한 동물들의 모습을 보고 있다보면
정말 저 얘들이 저런 생각을 할까? 아니면 왜 저런 행동을 할까? 웃음이 터질때도 있고 그들의 행동에 물음표가 따라 붙을때도 종종 있다.
그러면서도 어떤 일단의 스토리라인을 따라 움직이는 동물들의 모습을 보면서 신기함과 친근함을 함께 느끼게 된다. <아저씨 고양이는
줄무늬> 에서도 역시 이런 다양한 이야기들속에서 익히 우리가 보고 들었던 동물들의 모습을 바라보게 되는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더불어 우리는 이 작품의 주인공 격인 줄무늬 고양이 시마짱과의 즐거운 만남과 소소한 일상, 시마짱과 대화하듯 미소짓게 만드는 에피소드들과
함께 한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에는 정말 안타까운 이별이란 단어와 마주하게 된다. 작가가 담아내는 이런 소소한 이야기속에 우리가 현실에서
느낄법한 동물 친구들과의 만남과 이별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는 특별한 시간들을 갖게 된다. 오늘도 우리 인간들과 함께 하는 동물친구들의 모습이
언제 어디서든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온전히 그들과 우리가 교감하듯 친밀한 관계만은 아닌듯 하다. 최근 강아지들의 간식에 바늘을 꽂아 공원에 뿌려 놓았다는 바늘 테러와 관련된
기사들을 본적이 있다. 길 고양이들에게 염산테러를 가하기도 하고, 이런 저런 일들로 인해 동물법 강화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것도 사실이다.
인간과 함께 하는 동물들에 대한 사랑이 너무 과하지도 또 너무 부족하거나 비뚤어진 방향으로 치우치지 않기를 이런 저런 일련의 일들을 보며
생각해보게 된다.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시마짱과 비슷한 길냥이들의 모습에 잠시 시선을 머무르게 된다. 유쾌하고 즐거운 반려 동물들의 일상을
대화하듯 즐겁게 써내려간 <아저씨 고양이는 줄무늬>. 삶과 죽음 조차도 인간과 함께 해온 반려동물들에 대해서 많은 이들이 다시한번
관심과 사랑의 시선을 담아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인간의 필요에 의해서건 아니면 인간이 진정 그들에게 필요해서이건 상관없이 그들과 우리는
이전에도 앞으로도 함께 걸어가야 하고, 걸어가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안녕들 하쇼?" 시마짱의 목소리가 들리는듯 하다.